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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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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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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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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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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02. 21.)
정규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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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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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のオーロ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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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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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SONGS
(2003. 06. 25.)
[ 참여 음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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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1999 Winter SMTOW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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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2000 Winter SMTOW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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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Winter vacation in SMTOWN.co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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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02 SUMMER VACATION IN SMTOWN.co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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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앨범

Christmas In SMTOWN.com
(1999. 12. 01.)
캐롤 앨범

Winter Vacation In SM Town.com
(2000. 12. 08.)
캐롤 앨범

Winter vacation in SMTOWN.com - Angel eyes
(2001. 12. 04.)
여름 앨범

02 SUMMER VACATION IN SMTOWN.com
(2002. 06. 11.)
[ 관련 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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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1997년 1집3. 1998년 2집4. 1999년 3집5. 2000년 4집6. 2001년 4.5집7. 2002년 5집8. 2002년 5.5집9. 2002년 해체10. 2016년 20주년 재결합

1. 개요

S.E.S. 지상파 3사 공식 무대모음 zip
▲KBS Again 가요톱10▲ ▲MBC MBCkpop▲
▲SBS 빽능▲ ▲SBS 스브스뉴트로▲
S.E.S.의 국내 활동을 서술한 문서.

2. 1997년 1집


1997년 11월 28일, SBS 《충전! 100% 쇼》에서 〈('Cause) I'm Your Girl〉의 첫 무대를 선보이며 정식 데뷔했다. 당시 H.O.T.젝스키스를 중심으로 남성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절정에 달해 있던 가운데 등장한 S.E.S.는 세 멤버의 빼어난 비주얼과 청순하고 세련된 이미지, 안정적인 가창력과 군무를 앞세워 데뷔 직후부터 큰 주목을 받았고, 빠른 속도로 인기 그룹으로 자리잡았다.

데뷔곡 〈('Cause) I'm Your Girl〉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소녀가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고백하는 내용의 곡이다. 청순하고 풋풋한 외형적 이미지와 달리 "난 너의 여자야"라고 직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당찬 가사가 특징으로, 이러한 이미지의 조합은 당시 S.E.S.가 구축한 '요정' 콘셉트의 기본형이 되었다. 이후 이들을 향한 젊은 남성 팬층이 급격히 형성되면서 당시 언론과 대중문화에서는 '누나부대'라는 표현이 회자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오랜 준비와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한 S.E.S.에게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요란한 콘셉트를 덧씌우기보다는 멤버들의 장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방향을 선택했다. 좋은 곡과 안정적인 가창, 춤,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중심에 두고 여기에 깔끔하고 청순한 스타일링, 정돈된 군무와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결합하였다. 특히 당시 다른 여성 그룹과 비교해 한층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음악과 퍼포먼스에서는 비교적 강한 리듬과 군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Cause) I'm Your Girl〉은 이러한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다. 서서히 밝아지는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함께 시작되는 도입부에는 훗날 신화의 멤버로 데뷔하는 에릭앤디가 랩 피처링으로 참여하였다. 부드러운 R&B와 뉴 잭 스윙 계열의 리듬 위에 발랄한 멜로디와 세 멤버의 맑은 음색이 어우러졌으며, 랩과 보컬, 후렴구, 브리지와 애드리브까지 여러 요소가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특히 주요 비트는 청순한 외형적 이미지와 달리 상당히 리듬감이 강하다. 이 때문에 안무 역시 마냥 가볍고 살랑거리는 형태보다는 동작을 크게 끊고 힘 있게 표현하는 구성이 적지 않았는데, S.E.S.는 이를 밝고 사랑스러운 표정과 부드러운 동작선으로 소화하면서 곡의 소녀다운 분위기를 유지하였다. 결과적으로 청순한 비주얼과 R&B·뉴 잭 스윙 기반의 음악, 힘 있는 군무라는 서로 다른 요소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었고, 이는 이후 수많은 여성 아이돌 그룹이 반복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하나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뮤직비디오 역시 멤버들의 얼굴과 맑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강조하였다. 클로즈업된 눈동자에 비친 원형 조명과 밝게 노출된 화면, 흰색을 중심으로 한 스타일링 등은 S.E.S. 특유의 비현실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음악과 의상, 안무, 영상에서 하나의 콘셉트를 일관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Cause) I'm Your Girl〉은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이후 한국 걸그룹의 데뷔 콘셉트와 이미지 메이킹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Cause) I'm Your Girl〉은 데뷔 직후 빠르게 인기를 얻었고, 1998년 2월 22일과 3월 1일 《SBS 인기가요》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였다. 데뷔한 지 불과 수개월 된 신인 여성 그룹이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 정상에 오르며 흥행력을 입증한 것으로, S.E.S.가 단순히 화제성에 그치지 않고 대중적인 인기까지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성과였다.

기세를 이어 1998년 3월부터는 후속곡 〈Oh, My Love〉로 활동하였다. 이 곡은 이장우가 1996년 발표한 2집 《장우(長友)》의 수록곡 〈널 만난 이후〉를 리메이크한 곡으로, 원곡의 멜로디에 S.E.S. 특유의 밝은 보컬과 화음, 보다 가볍고 산뜻한 편곡을 더하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재탄생하였다. 예쁜 가사와 상큼한 멜로디, 세 멤버의 부드러운 보컬이 조화를 이루며 원래 남성 솔로 가수가 불렀던 곡이라는 사실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S.E.S.의 이미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Cause) I'm Your Girl〉이 청순한 이미지에 강한 리듬과 군무를 결합해 당찬 사랑 고백을 표현했다면, 〈Oh, My Love〉는 한층 편안하고 대중적인 팝 사운드를 바탕으로 수줍고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강조하였다. 무대 스타일링과 안무에서도 변화를 주어 흰 셔츠와 통이 넓은 바지 등 당시 멤버들의 나이에 어울리는 학생다운 이미지를 부각했으며, 안무 역시 전작의 힘 있는 군무보다 비교적 부드럽고 따라 하기 쉬운 동작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스타일은 당시 청소년층의 패션에도 영향을 주면서 S.E.S.의 친근하고 풋풋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였다.

후속곡 역시 높은 인기를 이어갔다. 〈Oh, My Love〉는 《가요톱10》 상위권에 진입했으며, 1998년 3월 22일 《SBS 인기가요》에서 4위로 진입한 뒤 이듬주부터 1위 후보에 올랐다. 당시 신승훈의 〈지킬 수 없는 약속〉 등 강력한 경쟁곡들과 맞붙으며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4월 12일 마침내 1위를 차지하였다. 이로써 S.E.S.는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과 후속곡을 모두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후에는 팬서비스 성격으로 1집 수록곡 〈Deja Vu〉, 〈완전한 이유〉, 〈Nonsense〉 등을 연결한 메들리 무대를 선보이며 활동을 이어갔다. 하나의 음반에서 타이틀곡과 후속곡뿐 아니라 여러 수록곡을 방송 무대로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당시 신인 그룹으로서는 상당히 적극적인 활동이었다.

음반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집은 약 6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당시 여성 그룹과 신인 가수 가운데 두드러지는 성적을 거두었고, 신나라레코드가 집계한 연간 음반 판매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997년 말부터 1997년 외환 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음반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도 장기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서 대규모 음반 구매력을 갖춘 팬덤은 주로 남성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으나, S.E.S.는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구매층을 끌어내면서 여성 아이돌 그룹 역시 대규모 팬덤과 음반 판매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인기에 힘입어 광고계의 주목도 빠르게 이어졌다. 1998년에는 농심 새우깡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어 첫 CF를 촬영하는 등 데뷔 반 년도 지나지 않아 가요계를 넘어 광고계에서도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당시 이들이 선보인 의상과 헤어스타일, 통이 넓은 바지 등의 패션 역시 청소년층에서 관심을 모으면서 S.E.S.는 음악뿐 아니라 또래의 패션과 유행에도 영향을 주는 아이콘으로 성장하였다.

1998년 5월 31일에는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공식 팬클럽 《친구》 1기 창단식을 개최하였다. 대규모의 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 행사를 끝으로 약 반 년에 걸친 1집의 공식 활동도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데뷔 직후부터 온라인 팬 커뮤니티와 공개방송을 중심으로 빠르게 조직화된 팬층이 정식 공식 팬클럽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이후 여성 아이돌 그룹의 팬덤 문화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사례가 되었다.

S.E.S.의 1집 성공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단순히 한 신인 그룹의 성공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펄 시스터즈, 희자매, 서울시스터즈, 세또래, 에코 등 다양한 형태의 여성 그룹이 존재했지만, S.E.S.는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아이돌 산업 시스템 속에서 기획사 중심의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프로듀싱, 명확한 멤버 캐릭터, 음악과 안무, 패션, 영상, 공식 팬덤을 하나의 상품으로 결합한 여성 아이돌 그룹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였다.

특히 H.O.T.젝스키스를 비롯한 남성 아이돌 그룹이 대규모 팬덤을 장악하고 있던 시기에 S.E.S.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여성 아이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입증되었다. 뒤이어 핑클, 베이비복스, 티티마, 써클, 클레오, O-24, 파파야 등 수많은 여성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른바 1세대 걸그룹 전성시대가 형성되었다.

그중에서도 핑클의 등장은 S.E.S.와 함께 본격적인 걸그룹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냈다. 두 그룹은 음악과 비주얼, 팬덤을 둘러싼 비교 속에서 각각의 개성을 더욱 확고하게 구축했고, 결과적으로 여성 아이돌 시장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확대하였다. 이후 한국 가요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정상급 걸그룹 간의 라이벌 구도 역시 이 시기에 하나의 흥행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S.E.S.의 데뷔는 이전의 여성 그룹 역사를 단절시키고 갑자기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여성 그룹과 여성 댄스 가수의 계보를 현대적인 아이돌 산업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대규모 시장으로 확장시킨 전환점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청순하고 세련된 비주얼, 대중적인 팝·R&B 음악, 수준 높은 가창과 군무, 멤버별 캐릭터와 조직적인 팬덤을 하나의 패키지로 완성한 1집 활동은 이후 한국 걸그룹의 기본적인 제작 방식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S.E.S.1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그룹이자 한국 여성 아이돌의 원형을 확립한 팀으로 평가받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3. 1998년 2집


1집의 성공으로 단숨에 정상급 걸그룹으로 떠오른 S.E.S.는 이듬해인 1998년 11월 23일 정규 2집 《S.E.S. 2》를 발표하였다. S.E.S.의 성공 이후 여성 아이돌 그룹의 시장성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핑클, 베이비복스를 비롯한 걸그룹들이 잇따라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로, 2집은 S.E.S.가 일시적인 신드롬을 넘어 걸그룹 시장의 선두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음반이었다.

결과적으로 2집은 전작의 성공을 단순히 반복하는 대신 음악과 이미지 양쪽에서 변화를 시도하면서 S.E.S.를 상징하는 '요정' 이미지를 완성한 음반이 되었다. 1집에서 보여준 깨끗하고 풋풋한 소녀의 이미지에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고, 음악 역시 보다 이국적인 유로 팝과 전자음악적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애플 뮤직 역시 S.E.S.가 2집 타이틀곡 〈Dreams Come True〉를 통해 신비롭고 청순한 이미지를 굳혔으며, 후속곡 〈너를 사랑해〉를 통해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타이틀곡 〈Dreams Come True〉는 핀란드의 여성 듀오 Nylon Beat가 1996년 발표한 〈Rakastuin mä looseriin〉[1]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원곡은 핀란드 프로듀서 Risto Asikainen이 작곡했으며, 한국판에서는 유영진이 추가 작곡을 맡고 바다와 유영진이 한국어 가사를 작업하였다. 원곡의 기본적인 멜로디와 화성, 반주를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보컬 파트와 사운드, 후반부 구성을 추가해 S.E.S.에게 맞는 곡으로 재구성하였다.

당시 국내 가요계에서는 상당히 낯선 질감의 곡이었다. 몽환적으로 반복되는 신디사이저와 플루트 계열의 훅, 묵직하게 흐르는 리듬 위에 세 멤버의 부드럽고 비음 섞인 보컬이 얹히며 1집의 밝고 명료한 팝 댄스곡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후렴구에서 시원하게 폭발하기보다는 비슷한 몽환적 분위기를 곡 전체에 유지하고, 곳곳에 독특한 보컬과 스캣을 배치해 신비로운 느낌을 극대화하였다. 이처럼 당시 한국 대중에게 익숙한 가요 문법과는 다소 이질적인 사운드는 처음에는 낯설게 받아들여지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다른 걸그룹과 명확하게 구별되는 S.E.S.만의 색깔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무대 콘셉트 역시 음악과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1집의 청순하고 풋풋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반짝이는 소재와 흰색·은색 계열의 의상,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액세서리, 몽환적인 무대 연출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현실의 평범한 소녀라기보다 동화 속에서 등장한 듯한 신비로운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1집이 S.E.S.의 '청순함'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면, 2집의 〈Dreams Come True〉는 여기에 '신비로움'을 더하면서 이후 오랫동안 S.E.S.를 따라다니게 되는 '원조 요정'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완성시킨 곡이라 할 수 있다.

안무 역시 전작보다 한층 역동적으로 구성되었다. 몽환적인 음악과 청순한 이미지 때문에 부드러운 안무로 기억되기 쉽지만, 실제 무대에서는 동작의 범위가 크고 빠른 이동과 힘 있는 동작이 적지 않다. 세 멤버는 이를 곡 특유의 부드러운 분위기와 결합해 소화하면서, 청순한 걸그룹도 강도 높은 군무를 선보일 수 있다는 S.E.S. 특유의 퍼포먼스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대중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2집은 1998년 11월 23일 발매된 뒤 불과 일주일여의 판매량만으로 CD 84,737장, 카세트테이프 248,668장을 합한 총 333,405장을 기록해 한국영상음반협회가 집계한 1998년 11월 가요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지하였다. 같은 기간 H.O.T. 3집과 젝스키스 스페셜 앨범, 터보 4집 등 당대 정상급 남성 그룹들의 음반을 모두 앞선 수치였다.

이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크게 위축된 국내 음반시장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더욱이 당시 S.E.S.는 국내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다. 1998년 가을 일본 데뷔 싱글을 발표하며 일본 진출을 시작했고, 일본 활동에 주력하다가 2집 발표를 계기로 잠시 국내 활동을 재개하는 등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활동이 시작된 시기였다. 그럼에도 발매 직후 전작을 뛰어넘는 판매 속도를 보이며 1집의 성공이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입증하였다.

음악 방송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Dreams Come True〉는 1998년 12월 8일 KBS2뮤직뱅크》에서 처음 MVP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1999년 1월까지 《뮤직뱅크》에서 통산 3주 1위를 기록하였다. 이외에도 《SBS 인기가요》와 MBC 《음악캠프》에서 정상을 차지해, 확인되는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만 총 5회에 이른다. 1집으로 정상급 신인 걸그룹으로 떠오른 데 이어 2집에서는 컴백 직후부터 지상파 음악 방송 정상을 여러 차례 차지하면서 정상급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이어 후속곡으로는 〈너를 사랑해〉를 내세웠다. 이 곡은 이미 1집 제작 당시 만들어져 수록이 검토되었던 노래였으나, 이후 2집을 위해 남겨두게 된 곡이다. 당초 2집의 주요 활동곡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S.E.S.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보다 이국적이고 실험적인 〈Dreams Come True〉가 타이틀곡으로 결정되면서 후속곡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Dreams Come True〉가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미지로 1집과 차별화를 꾀했다면, 〈너를 사랑해〉는 다시 S.E.S.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소녀 이미지로 돌아온 곡이었다. 경쾌하고 친근한 멜로디에 세 멤버의 맑은 음색이 어우러졌으며, 좋아하는 상대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가사와 발랄한 안무가 S.E.S.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대중음악평론가 정민재는 오늘날까지 S.E.S.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소녀'의 이미지가 이 곡을 통해 완성됐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스타일링에서도 〈Dreams Come True〉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신비스럽고 다소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던 전 활동곡과 달리 스쿨룩을 비롯한 보다 밝고 친근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으며, 안무 역시 발랄하고 따라 하기 쉬운 동작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이 시기부터 치마를 활용한 스타일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기존보다 한층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었고 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너를 사랑해〉의 흥행 역시 타이틀곡에 뒤지지 않았다. 1999년 2월 9일 《뮤직뱅크》에서 처음 MVP를 차지한 뒤 3월까지 《뮤직뱅크》에서 통산 3주 1위를 기록했으며, 《SBS 인기가요》에서도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하였다. 확인되는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는 총 6회로, 타이틀곡 〈Dreams Come True〉의 5회를 합하면 2집 활동만으로 총 11회의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를 기록하였다.

특히 〈Dreams Come True〉와 〈너를 사랑해〉가 정반대에 가까운 분위기임에도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2집의 중요한 성과였다. S.E.S.는 한 앨범 안에서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유로 팝과 밝고 친근한 소녀풍 팝을 차례로 소화하면서 특정 콘셉트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두 곡이 각각 신비로운 요정밝고 사랑스러운 소녀라는 S.E.S.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완성하면서 이후 그룹의 음악적·비주얼적 방향을 결정하는 토대가 되었다.

판매량 역시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의 후대 누적 자료에서는 2집의 판매량이 약 65만 장 규모로 집계되어 전작에 이어 6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데뷔 앨범의 성공 직후 발표한 2집마저 비슷한 규모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S.E.S.는 당시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음반 판매력을 가진 여성 그룹 가운데 하나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였다.

2집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S.E.S.가 국내 활동과 해외 진출을 함께 추진하기 시작한 시기의 음반이라는 점이다. 일본 진출을 시작한 직후 국내 정규 앨범까지 연이어 발표하면서 활동 범위가 급격하게 넓어졌고, 이후 일본과 대만 등 해외 일정까지 겹치며 세 멤버가 소화해야 하는 일정도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활동 방식은 이후 보아, 동방신기 등을 거치며 SM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는 해외 현지화·병행 활동의 초기 사례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다만 과도한 일정으로 멤버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2집 활동 후반에는 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었고 만성 위염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팬클럽에 전해진 활동 기록에서도 출국을 앞두고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은 결과 만성 위염으로 진단받았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2집 활동을 마친 뒤에도 S.E.S.의 위상은 계속 높아졌다. 1999년 6월 25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된 마이클 잭슨의 자선 공연 《Michael Jackson & Friends》에 H.O.T.와 함께 출연하였다. 공연에는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머라이어 캐리, Boyz II Men, Vanessa-Mae, Patricia Kaas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했으며, S.E.S.H.O.T. 역시 한국 가수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정상급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S.E.S.의 대외적인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 가운데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정규 2집은 단순히 1집의 성공을 이어간 음반을 넘어 S.E.S.만의 색깔을 완성하고 그룹을 정상급 걸그룹으로 확고하게 정착시킨 작품이었다. 〈Dreams Come True〉를 통해 청순함에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결합한 '요정' 콘셉트를 완성했고, 〈너를 사랑해〉에서는 다시 밝고 생기 넘치는 소녀의 매력을 극대화하였다. 서로 다른 두 콘셉트를 모두 흥행시키고 6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와 두 자릿수의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를 기록하면서 S.E.S.는 1집으로 만들어낸 걸그룹 열풍의 수혜자가 아니라 그 흐름을 계속 주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여성 아이돌 그룹임을 입증하였다.

4. 1999년 3집


1집을 통해 여성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2집에서 신비롭고 청순한 '요정' 이미지를 완성한 S.E.S.는 1999년 10월 29일 정규 3집 《Love》를 발표하였다. 데뷔 당시 10대 소녀였던 멤버들이 점차 성인이 되어가던 시기에 발표된 앨범인 만큼, 이전까지의 풋풋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음악과 비주얼 전반에서 한층 성숙하고 세련된 색깔을 보여준 것이 특징이다.

특히 3집은 S.E.S.가 기존의 '요정'이라는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폭넓은 음악과 콘셉트를 소화하는 그룹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작품으로 꼽힌다. 전작에서 유로 팝의 이국적인 감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면, 3집에서는 R&B와 팝을 중심으로 보다 부드럽고 세련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타이틀곡뿐 아니라 다양한 작곡가가 참여한 수록곡을 통해 음악적 폭도 크게 넓어졌다. 실제로 이 앨범은 이후 S.E.S.가 단순한 아이돌 그룹을 넘어 음악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자주 언급된다.

타이틀곡 〈Love〉는 유영진이 작사·작곡한 미디엄 템포의 R&B 댄스곡으로, 1집의 〈('Cause) I'm Your Girl〉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감정의 결은 확연히 달라졌다. 〈('Cause) I'm Your Girl〉이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소녀의 설레고 당찬 고백을 담았다면, 〈Love〉는 사랑을 경험하며 점차 감정이 깊어지는 과정을 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시선으로 표현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바라보고 확신해가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과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지는 감정을 함께 담아내면서, 당시 10대 후반에서 20대로 접어들던 멤버들의 실제 성장 과정과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그동안 S.E.S.의 음악을 들어왔던 또래 여성 팬들이 함께 성장해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곡이기도 하다.

음악적으로도 이전의 타이틀곡들과 차이가 컸다. 〈('Cause) I'm Your Girl〉의 명확한 뉴 잭 스윙 리듬이나 〈Dreams Come True〉의 몽환적인 유로 팝과 달리, 〈Love〉는 비교적 여유로운 미디엄 템포의 리듬과 부드러운 R&B 사운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화려하게 몰아붙이기보다는 세 멤버의 음색과 화음, 멜로디를 차분하게 쌓아가면서 곡 전체에 고급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후렴 역시 단번에 강한 인상을 주는 자극적인 훅보다는 반복해서 들을수록 자연스럽게 귀에 남는 멜로디를 택했다. 여기에 바다의 탄탄한 메인 보컬과 유진, 의 부드럽고 가벼운 음색이 어우러지면서 S.E.S. 특유의 화음이 더욱 두드러진다. 데뷔 이후 꾸준히 쌓아온 세 멤버의 보컬 합을 가장 자연스럽게 활용한 대표곡 가운데 하나이다.

비주얼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밝고 청순한 색감을 중심으로 했던 이전 활동과 달리 강렬한 염색과 비비드한 색상의 의상, 화려한 장식과 메이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여전히 S.E.S. 특유의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어린 소녀보다는 한층 성숙한 여성의 분위기를 강조했고, 당시 국내 걸그룹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특히 〈Dreams Come True〉까지 이어진 신비로운 '요정' 이미지가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적인 분위기에 가까웠다면, 〈Love〉에서는 그 신비로움을 보다 화려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변주하였다. 덕분에 1·2집과의 연속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후 S.E.S.가 앨범마다 과감하게 콘셉트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3집은 발매와 동시에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였다. 1999년 10월 29일 발매된 뒤 그달 말까지 550,030장이 판매되어 한국영상음반협회가 집계한 1999년 10월 월간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발매일이 월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발매 후 사흘 동안 55만 장 이상이 판매된 셈으로, 당시 S.E.S.의 막강한 음반 판매력을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이후에도 판매가 이어져 1999년 한 해 동안 723,528장을 기록했으며, 2000년까지 집계된 누적 판매량은 760,475장에 달했다. 이는 S.E.S.의 국내 정규 음반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으로, 당시 여성 가수와 걸그룹 음반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기록이었다. 1집과 2집을 연이어 60만 장 이상 판매한 데 이어 3집에서는 이를 다시 뛰어넘으면서, S.E.S.는 데뷔 이후 3장의 정규 앨범을 연속으로 대형 히트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엄청난 음반 판매량과 달리 타이틀곡 활동은 방송 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연예인의 염색과 의상 등에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자체 심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는데, S.E.S. 역시 3집 컴백 당시 화려한 염색 머리가 문제가 되어 KBS 음악 프로그램 출연에 제약을 받았다. 특히 밝은 금발과 보라색 계열로 염색한 헤어스타일이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면서 KBS에서는 본래의 헤어스타일 그대로 무대에 오르기 어려웠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SBS 사이의 방송 출연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치면서 활동 초반 지상파에서는 사실상 MBC를 중심으로 무대를 선보여야 했다. 데뷔 이후 음악 방송에서 강한 성적을 보였던 S.E.S.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고, 이 때문에 압도적인 음반 판매량과 인기에 비해 타이틀곡 〈Love〉의 음악 방송 수상 실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럼에도 〈Love〉는 S.E.S.를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데뷔 당시의 풋풋함과 2집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모두 품으면서도 보다 성숙한 R&B 스타일로 확장된 곡이라는 점에서 그룹의 음악적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2016년 데뷔 20주년 프로젝트에서도 〈('Cause) I'm Your Girl〉과 결합한 〈Love [Story]〉로 다시 만들어질 정도로 S.E.S.의 커리어에서 상징성이 큰 곡이다.

후속곡으로는 〈Twilight Zone〉을 내세웠다. 역시 유영진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Love〉보다 한층 짙은 R&B 사운드와 성숙한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목의 'Twilight Zone'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처럼 모호한 공간을 의미하며, 곡에서는 사랑하는 상대를 놓치고 싶지 않은 강한 감정과 욕망을 몽환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Love〉가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차분하게 풀어냈다면, 〈Twilight Zone〉은 그보다 한층 대담하고 직접적이다. 상대를 자신의 꿈속에 가두고 싶다는 표현이나 'Come into my bed'와 같은 가사까지 등장하면서, 이전까지 청순한 사랑을 주로 노래했던 S.E.S.의 음악 가운데 상당히 성숙한 내용을 담은 곡으로 꼽힌다.

음악 역시 이런 분위기에 맞춰 무겁고 관능적인 R&B 리듬을 사용하였다. 세 멤버의 낮고 부드러운 보컬과 랩, 몽환적인 코러스가 어우러지며 어두운 새벽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바다가 중심을 잡는 보컬과 유진, 의 음색이 교차하면서 1·2집에서 보여주었던 밝은 화음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들려준다.

무대에서도 성숙한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정장과 롱코트 등 차분한 의상에 강렬한 헤어스타일을 조합해 〈Love〉보다 더욱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가 선보인 보라색 계열의 브리지 헤어스타일은 3집을 상징하는 스타일 가운데 하나로 남았으며, 이전의 귀엽고 막내다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성숙한 매력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후속곡 활동이 시작될 무렵에는 KBS와 SBS 출연 문제도 차츰 해소되면서 지상파 3사 음악 프로그램에서 보다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방송 노출이 늘어나자 곡의 인기도 빠르게 상승했고, 2000년 1월 23일 《SBS 인기가요》에서 당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SKY의 〈영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 3집 활동 중 기록한 대표적인 지상파 음악 방송 1위이자 방송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활동 초반의 아쉬움을 만회한 순간이었다.

〈Love〉와 〈Twilight Zone〉의 연속 활동은 결과적으로 S.E.S.의 이미지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두 곡 모두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루고 있지만 전자는 따뜻하고 편안한 사랑을, 후자는 보다 강렬하고 집착적인 감정을 표현하면서 한 앨범 안에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1집과 2집에서 확립한 '청순하고 신비로운 소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성숙한 여성의 감정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에는 1집 활동 당시와 마찬가지로 3집의 여러 수록곡을 묶은 메들리 무대를 선보이며 활동을 마무리하였다. 특히 수록곡 〈샤랄라〉 역시 방송과 공연에서 꾸준히 선보이면서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3집 CD에는 정규 수록곡 사이사이에 멤버들의 대화와 독백, 시 낭송 등이 담긴 토크 트랙이 배치되어 있어 당시 아이돌 음반으로서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3집의 성공은 S.E.S.의 활동 영역을 공연으로까지 크게 확장시켰다. 2000년 3월 19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 《A Sweet Kiss From The World of Dream》을 개최하였다. 데뷔 후 처음 열린 단독 콘서트임에도 대형 공연장인 체조경기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당시 S.E.S.의 팬덤 규모와 흥행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공연에서는 〈Love〉, 〈Twilight Zone〉을 비롯한 3집 수록곡뿐 아니라 〈('Cause) I'm Your Girl〉, 〈Oh, My Love〉, 〈Dreams Come True〉, 〈너를 사랑해〉 등 국내 히트곡과 일본에서 발표한 곡, 멤버별 솔로 무대까지 선보였다. 단순히 방송용 히트곡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뷔 이후 약 2년 반 동안 쌓아온 레퍼토리를 총정리하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특히 공연 티켓은 당시로서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았던 인터넷을 통한 좌석 지정 예매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미 1999년 H.O.T.S.E.S.의 합동 공연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티켓 판매가 시도된 데 이어, 첫 단독 콘서트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예매를 실시하였다. 이후 온라인 예매가 공연 산업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 대중음악 공연의 티켓 판매 방식이 변화하던 시기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첫 단독 콘서트에는 국내 팬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 해외 팬들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당시 S.E.S.가 국내 활동과 동시에 일본과 중화권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던 만큼 해외 언론의 관심도 높았으며, 공연을 전후해 한국·일본·대만의 취재진이 참가한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아시아권에서 높아진 인지도를 보여주었다.

이 콘서트는 1집부터 3집까지 이어진 S.E.S.의 전반기 활동을 총결산하는 의미도 있었다. 데뷔 당시에는 '요정'이라는 강력한 이미지와 신선한 비주얼로 주목받았지만, 3집에 이르러서는 세 장의 정규 음반과 일본 활동을 통해 충분한 레퍼토리를 확보했고 대형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는 그룹으로 성장하였다.

콘서트 이후인 2000년 3월 26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공식 팬클럽 《친구》 3기 창단식을 개최하였다. 이후 4월 일본 활동을 위해 다시 출국하면서 국내 3집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일본 활동에 집중하였다.

결과적으로 3집 《Love》는 S.E.S.의 전반기 활동을 완성하는 동시에 이후 음악적 변화의 출발점이 된 음반이다. 1집이 청순한 여성 아이돌 그룹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고, 2집이 신비로운 '요정' 이미지를 완성했다면, 3집은 그 이미지를 성숙한 R&B와 세련된 비주얼로 확장하면서 소녀에서 성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S.E.S.의 과도기를 가장 선명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업적인 성과 역시 그룹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발매 사흘 만에 55만 장 이상이 판매되고 최종적으로 76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였으며, 방송 활동에 여러 제약이 있었음에도 타이틀곡과 후속곡 모두 장기간 사랑받았다. 여기에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음반·방송·공연을 모두 아우르는 정상급 걸그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였다.

또한 3집을 기점으로 S.E.S.의 음악에서 보컬의 비중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1·2집에서도 안정적인 가창력이 중요한 경쟁력이었지만, 〈Love〉와 〈Twilight Zone〉처럼 비교적 여유로운 템포와 R&B 색채가 강한 곡에서는 퍼포먼스나 캐릭터보다 세 멤버의 음색과 화음 자체가 곡을 이끌어가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 4집에서 〈감싸 안으며〉와 〈Be Natural〉을 비롯한 보다 음악적으로 성숙한 곡들을 소화하는 기반이 되었다.

따라서 3집은 S.E.S.의 활동사를 전기와 후기로 구분할 때 하나의 분기점에 해당한다. 데뷔 이후 구축해온 소녀 아이돌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동시에 이후 보다 음악적으로 다양하고 성숙한 여성 그룹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이 시기를 거쳐 S.E.S.는 단순히 1990년대의 인기 아이돌에 머무르지 않고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5. 2000년 4집


1999년 정규 3집 《Love》 활동 이후 일본 활동에 집중하며 국내에서는 장기간 공백을 가졌던 S.E.S.는 2000년 12월 정규 4집 《A letter from Greenland》를 발표하였다. 1집부터 3집까지가 청순하고 신비로운 '요정' 이미지에서 점차 성숙한 여성으로 변화하는 과정이었다면, 4집은 이러한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키며 아이돌 그룹에서 음악성과 가창력을 갖춘 여성 보컬 그룹으로 영역을 확장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반적인 음악 역시 이전 앨범보다 한층 차분하고 성숙해졌다. 강한 댄스 비트와 화려한 콘셉트보다 R&B와 소울, 재즈, 발라드를 중심으로 세 멤버의 음색과 화음을 부각하는 데 무게를 두었으며, 각각의 수록곡이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니면서도 앨범 전체로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특히 바다가 여러 수록곡의 작사에 참여하는 등 멤버들의 음악적 참여 역시 더욱 확대되었다.

3집이 〈Love〉와 〈Twilight Zone〉을 통해 소녀에서 성인 여성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보여주었다면, 4집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보다 자연스럽고 안정된 형태로 완성되었다. 더 이상 성숙함 자체를 하나의 콘셉트로 강조하기보다는 음악과 가창, 화음만으로도 S.E.S.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데뷔 초기부터 그룹을 특징지었던 세련되고 이국적인 감각 역시 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이어졌다.

타이틀곡 〈감싸 안으며〉는 일본의 대표적인 R&B 가수 MISIA가 1998년 발표한 데뷔 싱글 〈つつみ込むように…〉를 한국어로 번안한 곡이다. 원곡을 작곡한 시마노 사토시는 S.E.S.의 일본 데뷔곡 〈めぐりあう世界〉의 작곡에도 참여했던 인물로, 일본 활동을 통해 형성된 S.E.S.의 음악적 경험이 다시 국내 앨범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감싸 안으며〉는 5분을 훌쩍 넘기는 긴 러닝타임과 R&B 특유의 섬세한 리듬,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후반부의 보컬이 특징이다. 짧고 반복적인 후렴을 중심으로 구성되던 당시 아이돌 댄스곡과 비교하면 상당히 긴 호흡의 곡으로,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세 멤버의 보컬과 곡의 흐름 자체에 집중한다.

특히 바다의 가창력이 전면적으로 부각되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음역과 감정의 강도가 높아지고 애드리브가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도 안정적인 보컬을 들려주었으며, 유진 역시 각자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곡 전체의 분위기를 보완하였다.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음색이 번갈아 등장하고 후렴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지는 구성은 S.E.S.가 데뷔 이후 발전시켜온 보컬 하모니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안무 역시 일반적인 아이돌 댄스곡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빠른 군무나 명확한 포인트 동작보다는 음악의 리듬과 감정을 따라가는 부드럽고 유려한 움직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일본에서 활동한 안무가 IZUMI가 안무 제작에 참여하였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음악과 보컬을 앞세우면서도 무대를 시각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여, 이전까지의 S.E.S.와는 또 다른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감싸 안으며〉는 컴백 직후부터 빠르게 음악 방송 정상권에 진입하였다. 2001년 2월 8일 《뮤직뱅크》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한 뒤 15일과 22일까지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MBC 《음악캠프》에서도 2월 10일, 17일, 24일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였다. 《SBS 인기가요》에서도 2월 18일과 25일 2주 연속 1위에 오르면서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만 총 8회 1위를 기록하였다.

특히 3집 활동 당시 염색 규제와 방송사·소속사의 갈등으로 지상파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4집에서는 음악 방송을 통해 정상급 걸그룹으로서의 흥행력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당시 최고 수준의 인기를 누리던 god를 비롯한 대형 가수들과 같은 시기에 경쟁하면서 지상파 3사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음반 판매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4집은 발매 직후인 2000년 12월에만 445,600장이 판매되어 월간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하였다. 발매 시기가 연말이었음에도 2000년 연간 판매량 16위에 올랐으며, 2001년에도 190,113장이 추가로 판매되어 누적 635,713장을 기록하였다.

1집부터 3집까지 이어진 60만 장 이상의 판매 흐름을 4집에서도 유지하면서 S.E.S.는 데뷔 이후 네 장의 국내 정규 앨범을 연속으로 대형 히트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3집의 76만 장보다는 감소했지만, 음반 시장이 정점을 지나 점차 변화하던 상황과 국내 활동 공백을 고려하면 여전히 당대 걸그룹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판매력이었다.

4집 컴백을 전후해서는 예상하지 못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0년 말 연예인들의 대학 특기자전형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유진가 졸업한 한국켄트외국인학교가 국내에서 정규 고등학교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학교라는 사실이 문제가 되었다.

두 사람의 경우 금품 제공 등의 부정행위가 문제가 된 것은 아니었으며, 해당 외국인학교의 졸업 자격을 국내 고등학교 학력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는 2001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수시모집 특기자전형에 합격했으나 학교 측이 고졸 학력 인정 문제를 이유로 합격을 취소하였다. 같은 학교 출신이었던 신화앤디 역시 함께 합격이 취소되었다.

이미 2000학년도 특수재능보유자전형을 통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서양어문학부 1학년 과정을 마친 유진 역시 같은 문제에 영향을 받았으며, 고려대학교는 2001년 1월 유진의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학교 측 역시 한국켄트외국인학교의 학력 인정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입학 절차를 진행했다며 멤버들이 부정입학자로 비치는 데 강하게 반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논란이 4집 컴백 시기와 겹쳤음에도 S.E.S.는 예정된 앨범 활동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감싸 안으며〉가 각종 음악 방송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르고 음반 역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외부적인 악재 속에서도 그룹의 대중적 기반이 여전히 탄탄함을 보여주었다.

4집 활동 초반의 화제를 더욱 크게 만든 것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였던 《게릴라 콘서트》였다. S.E.S.는 2001년 1월 대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에서 게릴라 콘서트에 도전하였으며, 목표 인원 5,000명을 훌쩍 넘긴 11,74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하였다.

당시 《게릴라 콘서트》는 출연 가수가 짧은 시간 동안 직접 시민들에게 공연을 알리고 정해진 목표 인원 이상이 모여야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이었으며, S.E.S.가 기록한 11,745명은 당시 프로그램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관객 동원이었다. 더욱이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국내 활동 공백이 길었던 여성 그룹이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를 통해 S.E.S.는 장기간의 일본 활동으로 국내 활동이 뜸했던 상황에서도 팬덤과 대중적인 인지도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1집부터 3집까지 쌓아온 히트곡과 팬덤이 장기간의 공백으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확인시킨 사건이기도 했다.

〈감싸 안으며〉의 활동 이후에는 〈Be Natural〉을 후속곡으로 선보였다. 유영진이 작사·작곡·편곡한 R&B 곡으로, 재즈와 소울의 색채가 강하게 녹아든 세련된 사운드와 절제된 보컬이 특징이다. 데뷔곡부터 이어져 온 S.E.S.의 밝은 대중성과는 확연히 다른 곡이었음에도 후속곡으로 선택하면서 4집이 지향한 음악적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Be Natural〉은 음악의 구성부터 일반적인 아이돌 댄스곡과 상당히 다르다. 강하게 반복되는 후렴이나 극적인 고음 대신 느긋하게 흐르는 베이스와 브라스, 재즈풍의 화성과 절제된 리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세 멤버 역시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고 낮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곡을 소화하면서 기존 히트곡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바다의 보컬을 중심으로 유진가 자연스럽게 화음을 쌓으면서, 그룹의 보컬적인 장점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곡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화려한 고음이나 기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세 사람의 음색과 리듬감만으로 곡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S.E.S.의 음악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무대 역시 곡의 분위기에 맞춰 크게 변화하였다. 의자를 활용한 절제된 안무와 정장 스타일의 의상, 차분한 표정 연기를 중심으로 구성해 기존의 걸그룹 무대와 차별화하였다. 청순하거나 귀여운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던 초기 활동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으로, 화려한 군무보다 곡의 분위기와 멤버들의 표현력을 중심에 두었다.

〈Be Natural〉 활동은 S.E.S.가 단순히 대중적인 히트곡을 반복하는 대신 보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그룹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당시 여성 아이돌 그룹의 후속곡으로는 상당히 드문 재즈·소울 계열의 R&B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를 방송 무대에서 직접 소화하면서 가창력과 음악성을 적극적으로 부각하였다.

이 곡의 영향력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4년 Red Velvet이 두 번째 디지털 싱글로 〈Be Natural〉을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아이린슬기를 중심으로 원곡의 의자 퍼포먼스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으며, 훗날 NCT로 데뷔하는 태용이 랩 피처링에 참여하였다. SM엔터테인먼트의 후배 걸그룹이 데뷔 초기부터 이 곡을 다시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Be Natural〉이 회사의 여성 R&B 퍼포먼스 계보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4집 수록곡들은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Slip Away〉, 〈Story〉, 〈I Will...〉 등 발라드와 R&B 계열의 곡들이 앨범의 중심을 이루면서 타이틀곡과 후속곡만을 위한 앨범이라기보다 하나의 완결된 정규 음반으로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바다가 작사한 〈Story〉는 개인적인 이별의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발라드로, 화려한 아이돌식 표현을 배제하고 보컬과 가사에 집중한 곡이다. 데뷔 초기의 S.E.S.가 주로 외부 작곡가와 작사가가 완성한 음악을 자신들의 이미지로 소화하는 그룹이었다면, 4집에서는 멤버가 직접 자신의 감정을 가사로 옮기면서 아티스트로서의 참여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I Will...〉 역시 방송 및 연말 무대에서 선보일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은 발라드 수록곡이다. 댄스곡 중심의 활동만으로는 드러나기 어려웠던 세 멤버의 가창과 화음을 집중적으로 들려주면서, 4집을 기점으로 S.E.S.에게 '보컬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는 데 힘을 보탰다.

결과적으로 정규 4집 《A Letter from Greenland》는 S.E.S.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아이돌로서의 인기와 여성 보컬 그룹으로서의 음악성이 가장 자연스럽게 결합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감싸 안으며〉라는 비교적 긴 호흡의 R&B 곡을 타이틀로 내세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후속곡으로 더욱 실험적인 〈Be Natural〉을 선택하면서 상업성과 음악적 욕심을 모두 보여주었다.

특히 1집부터 3집까지의 변화가 주로 비주얼과 콘셉트의 성장 과정과 함께 진행되었다면, 4집에서는 음악 자체가 변화의 중심이 되었다. 청순함이나 신비로움, 성숙함과 같은 명확한 이미지를 먼저 제시하고 그에 맞춰 음악을 구성하기보다 R&B·소울·재즈·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세 멤버의 보컬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S.E.S.라는 그룹 자체를 하나의 색깔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는 당시 1세대 아이돌 그룹이 처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 10대 팬덤을 기반으로 데뷔한 아이돌은 멤버들이 성인이 된 뒤 기존 이미지를 유지할 것인지, 보다 성숙한 음악으로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피하기 어려웠다. S.E.S.는 3집부터 단계적으로 성숙한 이미지를 받아들인 뒤 4집에서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가창력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그 경계를 넘어섰다.

따라서 《A Letter from Greenland》는 3집 《Love》에서 시작된 변화의 완성점이자 이후의 S.E.S.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이다. 데뷔 초기의 '요정'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그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음악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었고, 장기간의 공백과 멤버들의 대학 입학 문제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6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와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를 다수 기록하면서 정상급 걸그룹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였다.

6. 2001년 4.5집


2001년 7월 11일 발표한 스페셜 앨범 《Surprise》는 S.E.S.가 일본 활동을 통해 발표했던 곡들을 한국어로 다시 녹음해 수록한 음반이다. 정규 4집 《A letter from Greenland》처럼 새롭게 제작한 국내 정규 앨범과는 성격이 달랐으며, 1998년 일본 데뷔 이후 약 3년 동안 축적한 일본 활동의 레퍼토리를 국내 팬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한다는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S.E.S.는 1998년 일본 데뷔 싱글 〈めぐりあう世界〉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싱글과 정규 앨범을 발표해 왔으나, 당시에는 일본에서 발매된 음반을 지금처럼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이에 일본에서 발표한 곡들을 단순히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한국어 가사를 새롭게 붙이고 일부 사운드를 재정비하여 하나의 국내 앨범으로 제작하였다.

수록곡 역시 일본에서 발표했던 싱글만을 모은 베스트 앨범 형태보다는 일본 정규 앨범의 수록곡까지 폭넓게 선곡하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용기〉, 〈Unh~Happy Day〉, 〈꿈을 모아서〉, 〈Like A Shooting Star〉, 〈W/O/U〉, 〈A Song For You〉, 〈Little Bird〉, 〈Believe In Love〉, 〈Love Is... Day By Day〉, 〈Searchin' For My Love〉, 〈Sweety Humming〉, 〈달 끝까지〉 등 총 12곡이 수록되었으며, CD에는 〈운명적인 세상〉이 히든 트랙으로 추가되었다.

이 때문에 《Surprise》는 단순한 번안 앨범이라기보다 S.E.S.의 일본 활동을 국내 디스코그래피 안으로 다시 끌어들인 작품이라는 의미가 크다. 국내 활동만 접했던 팬들에게는 사실상 신곡들로 이루어진 앨범과 다름없었고, 반대로 일본 활동까지 따라가던 팬들에게는 기존 곡을 한국어로 새롭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었다.

음악적으로도 한 가지 콘셉트에 집중하기보다는 팝, R&B, 발라드 등 일본 활동을 통해 시도했던 여러 스타일을 한데 모은 구성을 취하였다. 일본 활동기 특유의 부드럽고 밝은 팝 사운드가 앨범 전반을 이루면서도, 곡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S.E.S.의 국내 정규 앨범과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특히 멤버들이 한국어 가사 작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단순한 직역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정서와 S.E.S.의 이미지에 맞게 노래의 분위기를 새롭게 구성하였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얻은 경험을 국내 음악으로 다시 연결했다는 점에서, 당시 S.E.S.가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앨범이기도 하다.

타이틀곡 〈꿈을 모아서〉는 1999년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 〈夢をかさねて〉의 한국어 버전이다. 4집의 〈감싸 안으며〉와 〈Be Natural〉을 통해 한층 성숙하고 음악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꿈을 모아서〉에서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랜만에 S.E.S. 특유의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잔잔하게 시작해 점차 밝아지는 멜로디와 청량한 사운드가 어우러진 미디엄 템포의 팝·R&B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멤버의 맑은 음색과 풍성한 코러스가 강조되어 있으며, 여름에 발표된 앨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청량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특히 데뷔 초의 귀엽고 어린 소녀 이미지를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으면서도 S.E.S.가 본래 가지고 있던 밝고 긍정적인 매력을 자연스럽게 되살린 것이 특징이다. 3집과 4집을 거치며 한층 성숙해진 세 멤버가 보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방식으로 밝은 콘셉트를 소화하면서, 초기의 '요정' 이미지와 성숙해진 S.E.S. 사이의 균형을 보여주었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태국에서 촬영되었으며,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풍경과 밝은 색감 속에서 세 멤버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강조하였다. 화려한 세트와 강한 콘셉트를 내세웠던 이전 활동과 달리 여행을 떠난 듯한 여유롭고 청량한 분위기를 활용해 곡의 밝은 이미지를 극대화하였다.

〈꿈을 모아서〉는 스페셜 앨범의 타이틀곡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며 S.E.S.의 대표적인 여름 노래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2001년 《M.net Music Video Festival》에서 여자 그룹 부문을 수상하면서 당시의 인기를 입증하였다.

상업적인 성과 역시 상당했다. 《Surprise》는 2001년 7월 한 달 동안 250,627장이 판매되어 한국음반산업협회 월간 음반 차트 3위에 올랐으며, 그해 누적 357,986장을 기록해 2001년 연간 음반 판매량 16위를 차지하였다.

새로운 국내 정규 앨범이 아니라 이미 일본에서 발표했던 곡들을 한국어로 다시 녹음한 스페셜 음반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판매량이었다. 4집 활동을 마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발표된 음반임에도 3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S.E.S.의 안정적인 팬덤과 음반 판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또한 이 앨범은 S.E.S.의 해외 활동이 국내 활동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해 제작한 음악을 그대로 남겨두는 대신 한국어 버전으로 재구성하여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발표하면서, 해외 활동에서 얻은 음악과 경험을 다시 국내 활동으로 환류시키는 형태를 보여주었다.

이는 당시 국내 가수들의 해외 진출이 일회성 프로모션이나 단기 공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상황에서, 여러 장의 싱글과 정규 앨범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현지 활동을 진행했던 S.E.S.였기에 가능한 형태의 앨범이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서로 다른 언어의 음반을 발표하거나 양국의 레퍼토리를 교차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화된 것을 생각하면 초기 한일 병행 활동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수록곡 가운데서는 〈달 끝까지〉도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일본 활동곡을 바탕으로 한 곡으로, 한국어 가사는 바다가 직접 썼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상대를 잊지 못하고 끝까지 마음속에 간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곡으로, 밝고 경쾌한 〈꿈을 모아서〉와는 대조적으로 보다 차분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바다의 섬세한 보컬을 중심으로 세 멤버의 화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4집에서 본격적으로 부각되었던 S.E.S.의 보컬 그룹으로서의 장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스페셜 앨범의 수록곡임에도 방송 무대에서 따로 선보일 만큼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

2001년 《KM 가요대전》에서는 4집 수록곡 〈I Will...〉에 이어 〈달 끝까지〉를 라이브로 선보였다. 강한 안무나 무대 효과 없이 세 멤버의 보컬을 중심으로 구성된 무대로, 당시 한층 안정된 S.E.S.의 라이브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으로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Surprise》는 정규 앨범 사이에 발표된 단순한 스페셜 음반에 머무르지 않고 S.E.S.의 일본 활동을 국내 활동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 작품이었다. 일본에서 발표한 레퍼토리를 한국어로 재구성하면서 국내 팬들에게 또 다른 S.E.S.의 음악을 소개했고, 〈꿈을 모아서〉를 통해 3·4집에서 이어진 성숙한 분위기에서 잠시 벗어나 밝고 건강한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또한 30만 장 이상의 판매고와 연말 시상식 수상까지 기록하면서 정규 신보가 아닌 스페셜 앨범도 충분한 흥행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데뷔 이후 국내에서 만들어온 음악과 해외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이 하나의 음반 안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S.E.S.의 디스코그래피 가운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7. 2002년 5집


2002년 2월 15일 정규 5집 《Choose My Life-U》를 발표하였다. 4집 《A letter from Greenland》에서 R&B와 소울, 재즈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음악적인 성숙을 강조했던 S.E.S.는 5집에서 다시 강한 댄스 음악과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이전보다 훨씬 자신감 있고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앨범 제목인 'Choose My Life-U'부터 '나의 인생은 내가 선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앨범 전체의 콘셉트 역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현대적인 여성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당시 음반 소개에서도 자신감 있는 '커리어 우먼'을 5집의 핵심 이미지로 내세웠으며, 1~3집의 밝고 경쾌한 색깔에 4집에서 발전시킨 도시적이고 성숙한 분위기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제작되었다.

데뷔 당시의 청순한 소녀, 2집의 신비로운 요정, 3·4집의 성숙한 여성상을 거쳐온 S.E.S.가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변화한 셈이다. 멤버들 역시 모두 20대에 접어든 시기였던 만큼 더 이상 소녀다운 이미지를 유지하기보다 성인이 된 자신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콘셉트였다.

타이틀곡 〈U〉는 이러한 앨범의 방향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강한 댄스 비트에 록과 유로 댄스, 라틴 음악의 요소를 결합한 곡으로, 이전의 S.E.S. 타이틀곡들과 비교해 훨씬 공격적이고 힘 있는 사운드가 특징이다. 부드러운 화음과 R&B에 무게를 뒀던 4집과 달리 강한 리듬과 퍼포먼스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데뷔 초기의 발랄한 댄스곡과는 전혀 다른 성숙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가사 역시 이전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상대방에게 끌려가거나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사랑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담았으며, 앨범 제목과 연결되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하였다. 1집의 〈('Cause) I'm Your Girl〉에서 사랑을 먼저 고백하는 당찬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S.E.S.가 5년 뒤에는 자신의 삶 자체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성장한 셈이다.

비주얼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멤버들은 정장과 몸에 밀착되는 의상, 짙어진 메이크업과 강렬한 스타일링 등을 활용해 전문직 여성과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가 카지노 딜러, 유진이 디자이너, 바다가 영상 촬영을 지휘하는 인물 등 각자 능동적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여성으로 등장하면서 앨범 전체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안무 역시 이전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빠르게 이어지는 동작과 큰 움직임, 강한 포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곡의 자신감 있는 분위기를 표현하였고, 세 멤버 역시 데뷔 5년차에 접어든 만큼 보다 여유롭고 안정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청순함과 여성스러운 선을 강조하던 초기 무대와 비교하면 S.E.S.의 퍼포먼스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U〉는 컴백 직후부터 빠르게 음악 방송 정상권에 진입하였다. 2002년 3월 10일 《SBS 인기가요》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한 뒤 17일과 24일까지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왕중왕에 올랐다. 이어 MBC 《음악캠프》에서도 3월 23일과 30일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여,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총 5회의 1위를 기록하였다.

특히 2002년 초는 1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던 팀들의 활동이 한 시기에 겹쳤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S.E.S.가 〈U〉로 활동하던 시기에 핑클은 정규 4집의 〈영원〉, 베이비복스는 5집의 〈우연〉으로 활동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걸그룹 시장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세 그룹이 나란히 음악 방송에 출연하였다.

2002년 3월 30일 《음악캠프》에서는 실제로 S.E.S.의 〈U〉와 핑클의 〈영원〉이 1위 후보로 맞붙었으며, 이날 〈U〉가 1위를 차지하였다. 1세대 걸그룹 전성기의 중심에 있었던 두 그룹이 각각 성숙해진 모습으로 같은 음악 방송 정상 자리를 두고 경쟁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당시 팬들에게도 큰 화제를 모았다.

상업적인 성과 역시 안정적이었다. 5집은 발매 전부터 30만 장 이상의 선주문을 기록했으며, 2002년 2월 월간 음반 차트에서 약 28만 장의 판매량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해 2002년 한 해 동안 406,528장을 기록하며 연간 음반 판매량 11위에 올랐다.

3집과 4집에 비해 판매량 자체는 감소했지만, 2000년대 초반 들어 국내 음반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겪던 상황에서도 4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정상급 여성 그룹으로서의 음반 판매력을 유지하였다. 특히 데뷔 5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도 새로운 이미지 변신과 음악 방송 다관왕을 동시에 이루면서 S.E.S.가 여전히 현역 걸그룹 시장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후속곡으로는 〈Just A Feeling〉을 선택하였다. 강렬하고 성숙한 〈U〉와 달리 밝고 경쾌한 하우스·댄스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곡으로, 5집의 또 다른 분위기를 대표한다. 사랑을 느낀다면 지나치게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 타이틀곡과 마찬가지로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앨범에는 첫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오리지널 버전과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리믹스 버전이 함께 실려 있다. 실제 후속곡 활동에는 비트와 리듬을 더욱 강조해 댄스곡으로 재구성한 리믹스 버전을 사용하였으며, 오늘날 대중에게 익숙한 〈Just A Feeling〉 역시 대부분 이 활동 버전이다.

리믹스 버전은 원곡보다 템포감과 리듬을 강조하면서 한층 밝고 시원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세 멤버가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보컬과 반복되는 "Just A Feeling" 후렴구, 가볍게 따라 부르기 좋은 멜로디가 어우러져 〈U〉의 강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무대 역시 화려하거나 공격적인 퍼포먼스보다는 음악을 즐기는 듯한 자연스럽고 경쾌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곡의 리듬에 맞춰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작과 밝은 표정이 중심이 되었으며, 5년간 활동하며 쌓아온 세 멤버의 여유로운 무대 매력이 특히 잘 드러났다.

〈Just A Feeling〉은 활동 당시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5집을 넘어 S.E.S.의 후기 활동을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밝고 세련된 사운드가 시대를 크게 타지 않는 데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구와 긍정적인 분위기 덕분에 해체 이후에도 방송과 공연에서 꾸준히 다시 불렸다.

특히 후배 가수들이 S.E.S.의 음악을 재현하거나 1세대 걸그룹을 기념하는 무대를 선보일 때 자주 선택되는 곡 가운데 하나이며, 여러 가수의 리메이크와 커버도 이어졌다. 어반자카파 역시 이 곡을 어쿠스틱한 스타일로 재해석하면서 원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뮤직비디오에는 일본 그룹 V6이노하라 요시히코가 우정 출연하였다. S.E.S.가 일본 활동을 통해 현지 연예계와 교류했던 경험이 국내 활동에도 이어진 사례로, 2002년 한일 양국의 문화 교류가 크게 주목받던 시기의 분위기와도 맞물렸다.

〈Just A Feeling〉이 오랜 시간 사랑받게 된 것은 후기 S.E.S.의 음악적 특징이 가장 편안하게 녹아 있는 곡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기의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나 3·4집의 무게감 있는 성숙함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성인이 된 세 멤버가 밝고 세련된 팝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S.E.S. 특유의 대중성과 음악적 색깔을 동시에 보여준다.

수록곡 가운데서는 〈달리기〉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곡은 1996년 노땐스가 발표한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는 내용의 가사가 특징이다. 원곡의 담담한 분위기에 S.E.S.의 맑은 보컬과 세 사람의 화음을 더해 보다 따뜻하고 밝은 느낌으로 재해석하였다.

특히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이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입시와 취업 등으로 지친 청소년과 젊은 층에게 꾸준히 공감을 얻으며 시간이 흐른 뒤에도 졸업식이나 수험생 응원곡 등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타이틀곡이나 정식 후속곡은 아니었지만 5집 수록곡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대중적으로 알려진 노래 중 하나가 되었다.

5집은 이러한 곡들을 통해 S.E.S.가 데뷔 초기부터 구축해온 여러 이미지를 한 앨범 안에서 종합적으로 보여주었다. 〈U〉에서는 강하고 독립적인 성인 여성의 모습을, 〈Just A Feeling〉에서는 밝고 여유로운 팝 그룹의 매력을, 〈달리기〉에서는 세 멤버의 따뜻한 화음과 보컬을 각각 보여주면서 특정한 하나의 콘셉트만으로 그룹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음악적 범위가 넓어졌음을 확인시켰다.

결과적으로 《Choose My Life-U》는 S.E.S.가 데뷔 이후 지속해온 이미지 변화를 가장 과감하게 완성한 앨범이었다. 1집에서 사랑을 적극적으로 고백하던 소녀로 출발해 2집의 신비로운 요정, 3·4집의 성숙한 여성으로 변화한 뒤, 5집에서는 마침내 자신의 삶과 선택을 스스로 결정하는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강렬한 〈U〉와 밝고 경쾌한 〈Just A Feeling〉을 연이어 활동하면서 서로 상반된 스타일을 모두 자연스럽게 소화하였고, 4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와 지상파 음악 방송 총 5회의 1위를 기록하며 데뷔 5년차에도 여전히 정상급 걸그룹의 흥행력을 유지하였다.

특히 〈Just A Feeling〉이 활동 당시의 순위 성적과 별개로 시간이 흐를수록 S.E.S.를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점은 5집의 장기적인 가치를 보여준다. 데뷔 초의 대표곡들과 달리 후기 S.E.S. 특유의 여유와 세련미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 현재까지도 그룹을 회고하는 무대와 콘텐츠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5집 활동은 결과적으로 S.E.S.가 정규 그룹 활동의 마지막 단계로 접어드는 시기이기도 했다. 같은 해 말 기존 SM엔터테인먼트과의 전속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당시 활동에서는 이를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새로운 음악과 이미지 변화에 집중하였다. 이후 같은 해 마지막 스페셜 앨범 《FRIEND》를 발표하면서 데뷔 이후 약 5년간 이어진 정규 활동을 정리하게 된다.

8. 2002년 5.5집

정규 5집 《Choose My Life-U》 활동을 마친 뒤인 2002년 중반부터 S.E.S.는 그룹 활동과 함께 멤버별 개인 활동의 비중을 크게 늘리기 시작하였다. 데뷔 이후 약 5년 동안 쉴 틈 없이 음반과 방송 활동을 이어온 세 멤버가 각자의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시기였으며, 결과적으로는 같은 해 말 이루어진 그룹 활동 종료를 앞두고 각자의 진로를 본격적으로 모색한 시기가 되었다.

유진은 2002년 5월 SBS 오픈드라마 《남과 여 - 해피버스데이》를 통해 연기에 도전한 데 이어, 같은 해 KBS2 미니시리즈 《러빙유》의 주인공 진다래 역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하였다. 가수 활동 당시부터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지녔던 유진은 이를 계기로 그룹 활동 이후의 주력 분야를 연기로 확장하였다.

역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개인 활동을 이어갔다. 한일 합작 뮤지컬 《동아비련》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고, 일본 그룹 V6와 함께 한일 월드컵을 기념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였다. 2002년 6월 12일 발매된 V6의 싱글 《Feel your breeze / one》에는 V6 feat. Shoo 명의의 〈one (Korean version)〉이 수록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본격화된 상황에서도 세 사람은 SMTOWN 앨범과 각종 합동 공연, 행사 등에 함께 참여하며 S.E.S.로서의 활동을 병행하였다. 2002년 여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참여한 SMTOWN 여름 앨범에도 세 멤버가 함께 참여하였다.

2002년 8월에는 정규 5집의 수록곡 〈달리기〉와 〈Just A Feeling〉을 새롭게 편곡한 리믹스 싱글 《Remixed》를 발표하였다. 두 곡을 각각 세 가지 버전으로 편곡하여 총 6개의 트랙으로 구성한 음반으로, 정규 음반과는 별개로 하나의 곡이 편곡 방식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분위기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달리기〉는 디스코, 보사노바, 퓨전 계열의 서로 다른 스타일로 재해석되었으며, 〈Just A Feeling〉 역시 일렉트로닉과 테크노 등을 활용한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되었다. 안익수, 송광식, 황성제, 박창현, 김영욱 등 여러 작·편곡가가 참여했으며, 단순히 원곡의 비트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장르 자체를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당시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서는 한두 곡만을 여러 스타일로 재편곡한 리믹스 음반이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Remixed》는 상업적인 정규 활동보다는 음악적인 실험과 음반 형태의 다양성에 의미를 둔 작품이었다. 특히 5집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던 두 곡을 전혀 다른 장르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팬서비스 성격도 강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신화와 함께 캐주얼 브랜드 FRJ Jeans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였다. 이는 활동 당시 세 멤버가 S.E.S. 완전체로 함께한 마지막 광고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되었다.

2002년 7월 13일에는 조이앤조이 콘서트에 출연하였고, 9월 28일에는 KBS2 《부산 아시안게임 전야제》, 10월 18일에는 경의선 복원 기념으로 열린 SBS 《통일로 미래로》에 출연하는 등 정규 5집 활동이 끝난 뒤에도 완전체 무대를 이어갔다.

2002년 10월 3일에는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공식 팬클럽 《친구》 6기 팬미팅을 개최하였다. 이날 S.E.S.는 〈Just A Feeling〉, 〈달리기〉를 비롯해 팬들과의 관계를 상징하는 곡들을 직접 부르며 오랜 시간 자신들을 응원해온 팬들과 만났다.

공연에서는 노래뿐 아니라 팬들과 함께하는 토크와 각종 코너도 진행되었다. 초반 진행은 김영철이 맡았으며, 이후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게스트로 참석했던 박경림이 진행을 이어갔다. 이 팬미팅은 데뷔 이후 매년 이어져온 공식 팬클럽 《친구》의 마지막 기수 행사이자, 활동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개최한 마지막 단독 팬미팅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공식적으로 그룹 활동 종료가 발표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팬미팅 자체가 처음부터 '마지막 팬미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같은 해 말 멤버들의 전속계약이 종료되고 그룹 활동이 마무리되면서, 이날 행사는 1998년 《친구》 1기 창단식부터 이어져온 S.E.S.의 공식 팬클럽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자리가 되었다.

2002년 11월에는 활동 당시 마지막 음반인 스페셜 앨범 《FRIEND》를 발표하였다. 앨범 제목부터 공식 팬클럽 이름인 《친구》와 동일하게 정하면서 데뷔 이후 오랜 시간 자신들을 응원해온 팬들에게 전하는 선물이라는 의미를 강조하였다.

《FRIEND》는 정규 6집처럼 대대적인 방송 활동을 전제로 제작한 음반이 아니라, 새로운 곡과 기존 히트곡의 리믹스를 함께 수록해 S.E.S.의 활동을 정리하는 스페셜 앨범의 성격으로 제작되었다. Intro (Dear My Friend)를 시작으로 신규 트랙과 기존곡의 리믹스를 합한 총 11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었다.

새롭게 수록된 곡 가운데서는 〈편지 (The Letter)〉, 〈S.Ⅱ.S (Soul To Soul)〉, 〈Season In Love〉, 〈Love Game〉, 〈Happiness〉 등이 포함되었으며, 기존 발표곡 가운데서는 〈샤랄라〉, 〈너를 사랑해〉, 〈꿈을 모아서〉, 〈Choose My Life〉가 새로운 리믹스 버전으로 수록되었다.

특히 타이틀곡 격에 해당하는 〈S.Ⅱ.S (Soul To Soul)〉는 그룹의 이름인 S.E.S.와 유사한 발음을 활용한 제목부터 마지막 앨범으로서의 상징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유영진이 작사·작곡한 R&B 계열의 곡으로,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세 멤버의 보컬과 화음을 중심에 두면서 후기 S.E.S.가 발전시켜온 성숙한 음악적 색깔을 보여준다.

제목의 'Soul To Soul'처럼 서로의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관계를 노래하고 있으며, 활동 막바지에 발표된 곡이라는 점과 맞물려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였다. 특히 데뷔 초부터 S.E.S.의 대표곡들을 만들어온 유영진의 곡으로 마지막 음반의 중심을 장식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S.Ⅱ.S (Soul To Soul)〉의 뮤직비디오 역시 제작되었으나 별도의 본격적인 음악 방송 활동은 진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FRIEND》는 일반적인 신보 활동보다는 음반 자체를 통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성격이 강했다.

기존 히트곡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담았다는 점도 앨범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초기의 대표곡 〈너를 사랑해〉와 3집의 수록곡 〈샤랄라〉, 4.5집의 타이틀곡 〈꿈을 모아서〉, 5집의 〈Choose My Life〉까지 서로 다른 시기의 곡들을 함께 수록하면서 데뷔 이후 변화해온 S.E.S.의 음악을 한 장의 음반 안에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판매량은 한국음반산업협회 집계 기준 94,654장을 기록하였다. 본격적인 방송 활동 없이 팬서비스 성격으로 발표한 스페셜 앨범이었음에도 약 10만 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으며, 2002년 연간 음반 판매량 66위에 올랐다.

《FRIEND》라는 제목은 결과적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발표 당시에는 그룹의 공식적인 해체 발표 이전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멤버들의 SM엔터테인먼트 전속계약이 만료되면서 S.E.S.의 활동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음반은 데뷔 이후 약 5년 동안 이어진 첫 번째 활동기의 마지막 앨범이자, 팬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과 같은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2002년 11월 29일에는 《M.net Music Video Festival》에 참석하여 정규 5집 타이틀곡 〈U〉로 여자 그룹 부문을 수상하였다. 전년도 〈꿈을 모아서〉에 이어 2년 연속 여자 그룹 부문을 수상하면서 활동 마지막 해까지 정상급 걸그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당시 여자 그룹 부문에는 S.E.S.를 비롯해 핑클, 베이비복스, 샤크라, 쥬얼리 등이 후보에 올라 1세대와 당시 현역 걸그룹들이 함께 경쟁하였다. S.E.S.에게는 정규 그룹 활동 시기에 받은 마지막 주요 연말 음악 시상식 수상으로 남게 되었다.

이후 S.E.S.는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 KBS 가요대상, MBC 10대 가수 가요제, SBS 가요대전 등 그해 연말에 열린 주요 가요 시상식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정규 5집 《Choose My Life-U》가 40만 장 이상의 판매량과 음악 방송 다관왕을 기록하고 〈U〉와 〈Just A Feeling〉이 모두 높은 인기를 얻었던 만큼 연말까지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었으나, 멤버들의 향후 활동과 전속계약 문제가 정리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별도의 연말 그룹 활동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였다.

결과적으로 2002년 하반기는 S.E.S.의 활동이 갑작스럽게 한순간에 끝났다기보다 그룹 활동과 멤버별 개인 활동이 서서히 분리되면서 각자의 길을 준비해나간 시기였다. 유진은 연기자로, 슈는 뮤지컬과 일본 활동으로 영역을 넓혔고, 바다 역시 가수로서의 다음 행보를 준비하면서 세 사람의 활동 방향도 점차 분명해졌다.

그 과정에서도 《Remixed》와 공식 팬미팅, 각종 완전체 무대, 마지막 스페셜 앨범 《FRIEND》까지 팬들과의 약속된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마지막 앨범의 이름을 공식 팬클럽과 같은 《FRIEND》로 결정한 것은 S.E.S.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팬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2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종료되면서 멤버들의 향후 거취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고, 결국 세 멤버가 모두 같은 소속사에서 그룹 활동을 지속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하면서 S.E.S.의 첫 번째 활동기가 막을 내렸다.

1997년 11월 데뷔한 이후 약 5년 동안 S.E.S.는 정규 앨범 5장과 스페셜 앨범, 일본 음반 및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1세대 걸그룹 시대를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잡았다. 데뷔곡 〈('Cause) I'm Your Girl〉에서 시작된 청순한 소녀의 모습은 〈Dreams Come True〉의 신비로운 요정, 〈Love〉와 〈Twilight Zone〉의 성숙한 여성, 〈감싸 안으며〉와 〈Be Natural〉의 음악적인 성장, 〈U〉의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상을 거쳐 마지막 《FRIEND》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변화하였다.

특히 당시 아이돌 그룹들이 비교적 짧은 활동 주기를 갖는 경우가 많았던 가운데, 데뷔 이후 5년 동안 정상급 인기를 유지하면서 음악과 이미지를 계속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S.E.S.의 활동은 이후 여성 아이돌 그룹의 장기적인 성장 모델에도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그리고 이러한 첫 번째 활동의 마지막에 남은 이름이 바로 《FRIEND》였다. 정규 활동을 화려한 퍼포먼스나 마지막 음악 방송 무대로 끝내기보다 자신들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팬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음반을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FRIEND》는 상업적인 성과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 S.E.S.의 마지막 인사로 남게 되었다.

9. 2002년 해체

2002년 12월, 데뷔 이후 5년 동안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활동해온 S.E.S.는 전속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이미 그해 정규 5집 《Choose My Life-U》 활동을 마친 뒤 유진이 연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가 뮤지컬과 일본 활동에 나서는 등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확대되고 있었으며, 세 사람 역시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다.

2002년 12월 19일, SM엔터테인먼트유진과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당시 SM은 유진이 독자적인 활동을 원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으며, 바다와는 재계약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따라 발표 직후부터 언론에서는 S.E.S.의 해체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당시 SM은 바다와 슈의 재계약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그룹의 공식적인 해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유진이 빠진 기존 3인 체제의 S.E.S.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후 멤버들이 직접 밝힌 내용에 따르면 S.E.S.의 활동 종료를 단순히 특정 멤버의 이탈이나 일방적인 재계약 거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유진은 훗날 당시 세 멤버 모두 S.E.S.라는 팀으로 재계약하기를 원했으나, 소속사에서는 멤버별 개별 계약을 원했다고 밝혔다. 재계약 방식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친 끝에 세 사람이 각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오늘날처럼 한 그룹의 멤버들이 서로 다른 소속사에 몸담으면서도 팀 활동을 유지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유진 역시 당시에는 개인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팀을 떠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회고하면서, 지금과 같은 활동 시스템이었다면 굳이 해체하지 않고도 개별 활동과 그룹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밝히기도 하였다.

S.E.S. 내부에서도 이미 자신들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고민은 이어지고 있었다. 2002년 4월 진행된 인터뷰에서 바다는 멤버들이 이른바 '이별 연습'을 하고 있다며, 아이돌 스타로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만큼 음악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에 각자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에는 당장 해체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으며, 각자의 활동을 이어가다가 훗날 다시 S.E.S.라는 이름으로 함께 노래하는 미래까지 이야기하였다.

실제로 멤버들은 해체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당시의 선택이 세 사람 사이의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하였다. 2012년 완전체 인터뷰에서는 'S.E.S.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해체했다'고 설명하며, 가장 좋은 모습으로 활동을 마친 뒤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해 언젠가 다시 S.E.S.라는 이름으로 함께하자는 약속이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2002년의 활동 종료는 멤버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면서 그룹이 와해된 형태라기보다, 5년간의 전속계약 만료와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 소속사와의 재계약 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가 맞물리면서 세 멤버가 각자의 활동을 선택한 결과에 가까웠다.

해체 가능성이 보도되자 증권시장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유진과의 재계약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2002년 12월 20일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6.25% 급락하였다. 당시 S.E.S.가 단순한 소속 가수를 넘어 SM의 주요 아티스트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보아를 비롯한 다른 소속 가수들의 성장으로 인해 S.E.S.의 계약 종료가 SM 전체 매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S.E.S.는 그해 정규 5집 《Choose My Life-U》만으로 4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여러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활동 마지막 해까지 정상급 걸그룹으로서 상당한 흥행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멤버들의 거취도 차례로 결정되었다. 는 2002년 12월 25일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체결하여 회사에 잔류하였으며, 이후 일본 활동과 뮤지컬 등 개인 활동을 이어갔다.

유진은 SM을 떠나 배우 활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출발을 선택하였다. 2003년 초 S.E.S. 데뷔 당시 매니저로 함께했던 정해익과 다시 손을 잡았으며, 음반 3장을 포함한 전속계약을 약 4억 원에 체결하였다. 이후 연기와 솔로 가수 활동을 병행하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구축하였다.

바다 역시 SM과 재계약하지 않고 솔로 가수의 길을 선택하였다. 해체 직후 MP엔터테인먼트와 거액의 전속계약을 체결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세부 조건을 둘러싼 문제로 최종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03년 초 웅진코웨이개발의 미디어사업 부문과 약 5억 원에 전속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솔로 음반 제작과 뮤지컬 활동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결국 세 멤버는 가 SM에 남고 바다유진이 새로운 소속사를 선택하면서 서로 다른 회사에서 개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97년 데뷔 이후 이어져온 S.E.S.의 첫 번째 그룹 활동도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S.E.S.는 해체 과정에서 멤버 간의 불화나 공개적인 갈등을 겪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의 여러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세 사람은 해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며 친분을 유지했고, 방송이나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가족과 같은 존재로 언급하였다. 또한 그룹명을 둘러싼 갈등이나 멤버 교체 없이 바다·유진·슈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S.E.S.라는 형태 자체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이러한 선택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의미를 갖게 되었다. 활동 종료 당시부터 언젠가 다시 세 사람이 함께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만큼, 해체 이후에도 행사와 방송을 통해 간헐적으로 완전체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결국 2016년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SM엔터테인먼트의 지원 아래 본격적인 재결합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따라서 S.E.S.의 2002년 해체는 단순한 '팀의 붕괴'라기보다 전성기의 모습을 유지한 채 첫 번째 활동기를 마무리하고 각자의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멤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면서도 S.E.S.라는 이름을 그대로 지켰고, 약 14년이 지난 뒤 다시 같은 세 멤버로 돌아오면서 당시의 약속을 실제로 지키게 되었다.

10. 2016년 20주년 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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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해체 이후에도 꾸준히 친분을 유지하며 방송과 행사 등을 통해 간간이 완전체 모습을 보여주었던 S.E.S.는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본격적인 재결합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세 멤버 모두 소속사가 달랐고 각자의 활동과 가정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던 만큼 실제 재결합까지는 적지 않은 조율이 필요했지만, 단독 콘서트와 새 음반 등 여러 형태의 기념 활동을 두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재결합 논의는 2016년 들어 더욱 구체화되었다. 같은 해 여름 바다, 유진, 세 사람이 이수만과 직접 만나 데뷔 20주년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멤버들은 이후 재결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수만과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으며, 신곡 제작과 타이틀곡 선정, 과거 히트곡의 활용 방법 등에 대해서도 함께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세 멤버는 해체 이후 서로 다른 소속사에서 활동하고 있었음에도 S.E.S.의 데뷔와 전성기를 함께했던 SM엔터테인먼트와 다시 손을 잡았다. 이수만을 비롯해 데뷔 때부터 수많은 대표곡을 함께 만들어온 유영진 등 기존 제작진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단순한 추억의 재결합을 넘어 과거 S.E.S.의 음악적 정체성을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이어가는 프로젝트로 규모가 확대되었다.

2016년 10월 3일에는 멤버들이 직접 데뷔 20주년을 맞아 재결합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는 11월 23일 데뷔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REMEMBER》를 공식 발표하였다. 프로젝트는 신곡과 스페셜 앨범뿐 아니라 단독 콘서트와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포함한 대규모 기념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S.E.S.SM엔터테인먼트는 《REMEMBER》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전체 수익금의 20%를 기부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2009년부터 세 멤버가 매년 진행해온 자선 행사 《그린하트 바자회》의 취지와 SM의 사회공헌 활동을 결합한 것으로, 오랜 시간 자신들을 응원해온 팬들과 사회에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는 의미를 더하였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S.E.S.의 데뷔일인 2016년 11월 28일 발표된 디지털 싱글 〈Love [story]〉였다. SM STATION의 42번째 음원으로 공개되었으며, 2002년 그룹 활동 종료 이후 14년 만에 발표한 S.E.S.의 신곡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Love [story]〉는 1999년 정규 3집의 타이틀곡 〈Love〉를 유영진과 유한진이 새롭게 편곡하고, 데뷔곡 〈('Cause) I'm Your Girl〉의 일부를 결합한 매시업 형식의 곡이다. 원곡의 기본적인 멜로디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랩 파트를 추가했고, 곡 후반부에는 〈('Cause) I'm Your Girl〉의 익숙한 멜로디가 등장하면서 데뷔부터 전성기까지의 S.E.S.를 하나의 곡 안에 연결하였다.

특히 3집의 대표곡인 〈Love〉와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데뷔곡 〈('Cause) I'm Your Girl〉을 한 곡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 20주년 프로젝트의 첫 곡으로서 상징성이 컸다. 단순히 과거의 히트곡을 그대로 다시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시기의 대표곡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여 과거와 현재의 S.E.S.를 연결하였다.

〈Love [story]〉의 뮤직비디오 역시 이러한 의미를 살려 데뷔 이후의 활동 영상을 중심으로 제작하였다. 〈Oh, My Love〉, 〈Dreams Come True〉, 〈너를 사랑해〉 등 과거 뮤직비디오와 방송 장면에 20주년 앨범을 준비하는 현재의 모습까지 함께 담아, 20년 가까이 이어진 세 멤버의 역사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신곡 발표에 이어 12월 5일부터는 첫 단독 리얼리티 프로그램 《Remember, I'm Your S.E.S.》가 공개되었다. 총 10부작으로 제작되어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되었으며,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그룹 활동을 준비하는 세 멤버의 모습을 밀착해 담았다.

프로그램에서는 새 음반의 녹음과 회의, 뮤직비디오와 재킷 촬영 등 컴백 준비 과정뿐 아니라 과거 활동 당시의 장소를 다시 찾아가 추억을 되짚어보는 모습도 담겼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스태프와 지인, 팬들을 다시 만나는 장면을 통해 단순한 컴백 준비 프로그램을 넘어 S.E.S.의 지난 활동사를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적인 성격도 갖추었다.

특히 2002년 해체 이후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관계를 이어온 세 멤버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팀 내부의 관계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20주년 프로젝트가 단순히 소속사의 기획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준비한 재결합이라는 점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2016년 12월 17일에는 KBS2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14년 만의 공식적인 방송 컴백 무대를 가졌다. 〈Love [story]〉를 비롯해 〈('Cause) I'm Your Girl〉, 〈Just A Feeling〉 등 대표곡들을 선보였으며, 아직 정식 발매되지 않은 20주년 스페셜 앨범의 신곡도 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하였다.

당시 녹화는 12월 13일 진행되었으며, 오랜 시간 그룹 음악 활동을 쉬었던 유진까지 세 사람이 다시 함께 라이브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단순히 토크 프로그램에 완전체로 출연하는 수준을 넘어 정식 음악 무대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알린 자리였다.

비주얼 역시 과거의 '요정'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30대 후반이 된 세 멤버의 현재 모습에 맞게 재해석하였다. 청순하고 화려한 스타일뿐 아니라 수트와 흑백 사진 등을 활용한 시크하고 성숙한 콘셉트를 함께 선보이면서, 과거를 추억하되 현재의 S.E.S.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90년대의 스타일을 그대로 복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데뷔 이후 쌓아온 청순함과 세련미, R&B와 뉴 잭 스윙 등 그룹의 음악적 정체성을 2010년대의 감각으로 다시 표현했다는 점에서 20주년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성과도 연결된다.

2016년 12월 30일과 31일에는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단독 콘서트 《Remember, the day》를 개최하였다. 2000년 첫 단독 콘서트 이후 약 16년 만에 개최한 S.E.S.의 단독 콘서트로, 14년 만의 공식 재결합을 완성하는 핵심 일정 가운데 하나였다.

콘서트 티켓은 11월 30일 오후 8시 예매가 시작된 뒤 약 2분 만에 전석 매진되면서 오랜 공백에도 여전한 팬덤의 티켓 파워를 보여주었다. 단순히 1990년대의 추억을 되살리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 16년 만의 단독 공연을 기다려온 팬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공연에서는 〈('Cause) I'm Your Girl〉, 〈Dreams Come True〉, 〈너를 사랑해〉, 〈Love〉, 〈감싸 안으며〉, 〈Just A Feeling〉 등 활동 시기의 대표곡들과 20주년 프로젝트의 신곡을 함께 선보였다. 멤버들의 개인 무대와 과거 활동을 회상하는 구성도 더해지면서 데뷔 이후 약 20년의 활동을 총정리하는 공연으로 꾸며졌다.

특히 오랜 기간 솔로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꾸준히 무대에 서온 바다뿐 아니라 연기와 육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그룹 음악 무대를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유진 역시 콘서트를 위해 집중적인 연습을 거쳐 라이브와 안무를 소화하였다. 세 멤버는 기자회견에서도 오랜만에 함께 녹음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또한 콘서트를 비롯한 20주년 프로젝트의 수익금 일부는 기부로 이어졌다. S.E.S.SM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앨범, 공연 등을 포함한 《REMEMBER》 프로젝트 전체 수익금의 20%를 기부하기로 하면서 재결합 활동에 사회공헌의 의미까지 더하였다.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20주년 스페셜 앨범 《REMEMBER》의 더블 타이틀곡도 차례로 공개되기 시작하였다. 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히트곡을 중심으로 한 리메이크 앨범과 완전히 새로운 신곡 앨범 등 여러 방향이 논의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곡과 과거의 음악을 재해석한 곡을 함께 담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형태로 완성되었다.

더블 타이틀곡으로는 〈Remember〉와 〈한 폭의 그림 (Paradise)〉이 선정되었다. 두 곡은 서로 정반대에 가까운 분위기로, 하나는 현재의 S.E.S.가 팬들에게 전하는 진심을 담은 발라드이고 다른 하나는 전성기 S.E.S.를 상징했던 뉴 잭 스윙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댄스곡이라는 점에서 앨범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2017년 1월 1일 0시에는 더블 타이틀곡 가운데 〈Remember〉가 먼저 공개되었다. 피아노와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한 미디엄 템포의 팝 발라드곡으로, 바다, 유진, 세 멤버가 직접 가사를 썼다.

가사에는 20주년 앨범을 준비하며 느낀 감정과 오랜 시간 자신들을 기다려준 팬들을 향한 진심을 담았다. 다시 만난 순간의 기쁨과 과거의 추억, 앞으로도 서로를 기억하겠다는 메시지가 어우러져 있어 14년 만의 재결합을 기념하는 프로젝트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곡이다.

특히 제목인 'Remember'는 스페셜 앨범과 20주년 프로젝트 전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과거를 단순히 회상한다는 의미를 넘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멤버와 팬들이 서로를 기억하고 관계를 이어왔다는 의미까지 담으면서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단어로 사용되었다.

이튿날인 2017년 1월 2일 정오에는 또 다른 타이틀곡 〈한 폭의 그림 (Paradise)〉과 함께 스페셜 앨범 《REMEMBER》의 전곡이 공개되었다. 앨범에는 총 10곡이 수록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곡과 과거에 발표한 음악을 새롭게 재해석한 곡을 함께 구성하였다.

〈한 폭의 그림〉은 S.E.S.의 초기 음악을 대표했던 뉴 잭 스윙 장르를 2010년대의 사운드로 다시 만들어낸 곡이다. 데뷔곡 〈('Cause) I'm Your Girl〉과 〈Love〉 등 S.E.S.의 대표곡을 만들어온 유영진을 비롯해 미국 프로듀서 Mike Daley와 Mitchell Owens 등이 함께 작업하였다.

강한 리듬과 밝은 멜로디, 세 멤버의 화음이라는 초기 S.E.S. 음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당시의 사운드를 그대로 복원하지 않고 보다 현대적인 비트와 편곡을 사용하였다. 20년 전의 S.E.S.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세 멤버가 자신들의 대표적인 장르를 다시 소화하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곡이었다.

〈Remember〉가 팬들과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현재의 S.E.S.를 상징한다면, 〈한 폭의 그림〉은 데뷔 당시부터 이어진 그룹의 음악적 정체성을 현재로 가져온 곡이라는 점에서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두 곡을 더블 타이틀로 내세운 것은 20주년 앨범의 '추억과 현재의 공존'이라는 성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이었다.

앨범에는 이외에도 밝고 경쾌한 〈Candy Lane〉, 세련된 R&B 스타일의 〈Hush〉, 팬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My Rainbow (친구 - 세 번째 이야기)〉 등이 수록되었다. 또한 이수만이 1989년 발표했던 〈그대로부터 세상 빛은 시작되고〉와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를 S.E.S.의 색깔로 다시 부르는 등 과거의 음악을 현재로 이어오는 시도도 담았다.

특히 〈My Rainbow〉는 1집의 〈친구〉와 5집의 〈친구 두 번째 이야기〉를 잇는 '친구' 연작의 세 번째 곡으로, 공식 팬클럽 《친구》와 세 멤버의 관계를 다시 한번 음악으로 연결하였다. 활동 마지막 앨범 《FRIEND》에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던 S.E.S.가 14년 뒤 다시 '친구'라는 이름의 노래를 이어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결과적으로 20주년 프로젝트 《REMEMBER》는 단순히 과거의 인기 그룹이 기념일을 맞아 잠시 다시 모인 형태를 넘어, 신곡 녹음과 리얼리티, 방송 활동, 16년 만의 단독 콘서트, 정규 규모의 스페셜 앨범 제작까지 이루어진 본격적인 재결합 프로젝트였다.

특히 2002년 해체 당시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언젠가 다시 S.E.S.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세 멤버가 약 14년 만에 실제로 같은 세 사람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멤버 교체나 새로운 구성 없이 데뷔 당시의 바다, 유진, 세 명이 그대로 다시 모였고, 데뷔를 함께했던 SM엔터테인먼트이수만, 유영진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그룹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또한 과거의 대표곡만을 다시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Remember〉와 〈한 폭의 그림〉 같은 신곡을 발표하면서 재결합 이후의 새로운 음악까지 남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Love [story]〉에서는 과거의 대표곡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Remember〉에서는 현재의 세 멤버가 팬들에게 직접 마음을 전했으며, 〈한 폭의 그림〉에서는 S.E.S.의 대표 장르였던 뉴 잭 스윙을 현대적으로 다시 구현하면서 프로젝트 전체에 일관된 서사를 만들었다.

따라서 《REMEMBER》 프로젝트는 1997년 데뷔부터 2002년 해체까지 이어진 S.E.S.의 첫 번째 활동기를 단순히 추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의 음악과 팬덤, 멤버들의 관계를 2016~2017년의 현재로 다시 연결한 두 번째 출발이었다. 해체 이후에도 오랫동안 유지해온 세 멤버의 관계와 팬들과의 약속이 실제 완전체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S.E.S.의 활동사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1] 국제적으로 〈Like a Fool〉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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