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스코틀랜드의 사회주의 운동가이며 시인, 작사가인 해미시 헨더슨(Hamish Henderson, 1919. 11. 11. ~ 2002. 3. 9.)이 영국군의 백파이프 연주곡인 <The Bloody Fields of Flanders>에 스코트어로 가사를 붙인 민중가요.1960년에 처음 나왔으며, 제목은 '자유여 만세!'라는 뜻이다. 스코틀랜드 독립과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를 주장하는 노래이다.
'스코트어가 조금 섞인 스코틀랜드식 영어'로 된 대다수 스코틀랜드 노래들과는 달리, 가사 전체가 아예 하드코어 스코트어로 되어 있다.
2. 배경
먼저 이 곡을 이해하려면 스코틀랜드가 연합왕국의 일원으로서 '식민지이자 제국주의'라는 이중성을 나타냄을 알아야 한다. 같은 켈트인이라는 이유로, 스코틀랜드 역시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영국 제국주의의 식민지였기에 과거부터 분리독립을 적극 지향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운동은 해당 항목에 나와 있듯 역사가 길지 않다. 그 이전까지 스코틀랜드 지배세력(대개 남부 로랜드에 기반을 둔)은 잉글랜드와 손 잡고서 영국 제국주의의 일부가 되어, 전 세계에서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를 벌이는 데 적극 협조했다. 심지어 같은 켈트인인 아일랜드의 민족 운동을 짓밟는 데에 스코틀랜드 장병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대규모로 투입되기도 하였다. 즉 스코틀랜드는 '내부 식민지인 동시에 대외 제국주의 정책의 첨병'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보였다.[1]때문에 스코틀랜드 내부의 레닌주의자들은 이렇듯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벌이는 연합왕국에 엿을 먹이자'는 차원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내세우게 되었다. 스코틀랜드의 사회주의자로서 '스코틀랜드의 레닌'이라 불리는 존 매클린(John MacLean, 1879. 8. 24. ~ 1923. 11. 30.)이 이러한 노선을 세우고 운동을 펼쳐 나갔는데, 스스로 클랜공산주의(Clan-communism)라 이름을 붙인 그의 사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스코틀랜드는 더 이상 잉글랜드와 손 잡고 연합왕국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하이랜드 클랜을 오래된 미래로 삼아 독립된 노동자 공화국을 건설함으로써 영국 제국주의를 내부에서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사를 쓴 해미시 헨더슨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쟁의 참상을 두 눈으로 바라본 인물로서, 여러 시와 노래를 통해 대중을 상대로 선전선동을 펼쳤다. 그러면서 군복무 중에 접한 영국군의 백파이프 연주곡이나 군가에 가사를 붙인 여러 민중가요들을 내놓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서 다루는 작품인 <Freedom Come All Ye>이다.
이 작품이 나오게 된 직접적인 배경에는 1960년 영국의 해럴드 맥밀런 총리(보수당)가 당시 남아프리카 연방의 케이프타운에서 '변화의 바람(The Winds of Change)'이라는 연설을 통해 이제까지의 대외 식민주의 정책을 포기하겠음을 대놓고 밝힌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 본국과 식민지에서는 영국 제국주의와 남아연방 백인우월주의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를 타도하고자 하는 대중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으며,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앞서 말했듯 아프리카 반영 운동에 힘을 보태는 차원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주장하고, 이를 통해 영국 제국주의에 빅엿을 먹이려는[2]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헨더슨은 맥밀런 총리의 '변화의 바람' 연설을 인용하여,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스코틀랜드 독립과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를 요구하는' 성격의 집회에서 부를 민중가요로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3. 가사
Roch the wind in the clear day’s dawinBlaws the cloods heelster-gowdie ow’r the bay,
But there’s mair nor a roch wind blawin
Through the great glen o’ the warld the day.
It’s a thocht that will gar oor rottans
– A’ they rogues that gang gallus, fresh and gay –
Tak the road, and seek ither loanins
For their ill ploys, tae sport and play
Nae mair will the bonnie callants
Mairch tae war when oor braggarts crousely craw,
Nor wee weans frae pit-heid and clachan
Mourn the ships sailin’ doon the Broomielaw.
Broken faimlies in lands we’ve herriet,
Will curse Scotland the Brave nae mair, nae mair;
Black and white, ane til ither mairriet,
Mak the vile barracks o’ their maisters bare.
So come all ye at hame wi’ Freedom,
Never heed whit the hoodies croak for doom.
In your hoose a’ the bairns o’ Adam
Can find breid, barley-bree and painted room.
When MacLean meets wi’s freens in Springburn
A’ the roses and geans will turn tae bloom,
And a black boy frae yont Nyanga
Dings the fell gallows o’ the burghers doon.
힘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맑은 날 아침을 열며
구름을 뒤집어 만(灣) 너머로 날려보내듯
온 세계의 큰 골짜기[3]를 따라서
(변화의) 바람이 힘차게 불어옵니다.
스스로 용감하고, 신선하며, 쾌활하다고 거들먹거리는
쥐떼들은 이제 이 땅에서 쫓겨나서
먼 길을 떠나, 새로운 목초지를 찾게 될 겁니다.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벌이기 위해서 말이지요.
앞으로 더는 우리의 멋진 젊은이들이
제국주의자들이 벌이는 전쟁에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일이 없고,
탄광촌과 농촌 마을의 어린아이들도
브루미로[4]를 따라 내려가는 수송선을 보며 슬퍼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짓밟은 땅에서 상처를 입은 가족들도,
다시는 <Scotland the Brave>를 원망하지 않고,[5]
흑인과 백인이 친구가 되고, 서로 결혼하기도 하여[6]
자본가의 병영을 텅 비게 만들 겁니다.
그러니 자유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점쟁이들이 꺽꺽거리는 소리는 듣지 마세요![7]
우리 집에서는 모든 인류가
모자람 없이 먹고 마시며[8], 좋은 집에서 살게 될 거예요.[9]
매클린이 스프링번[10]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
장미와 벚꽃이 활짝 피어나고
저 멀리 냥가의 검은 친구도[11][12][13]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포악한 교수대[14]를 무너뜨릴 거예요.
4. 활용
집회장에서 부를 민중가요로서 창작된 노래이므로,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현지 좌파 운동가들이 널리 부른다.현재 스코틀랜드의 국가인 <Flower of Scotland>보다는 훨씬 좌파 색깔이 강한 노래라 보면 된다. 비교하자면 <Flower of Scotland>는 '영연방 왕국으로서의 스코틀랜드 왕국'을 추구하든,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스코틀랜드 공화국'을 추구하든 상관없이 스코틀랜드 민족주의 진영 전체의 노래라면, 이 작품은 후자를 지향하는 색채가 보다 뚜렷한 곡이다. 물론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자들은 이런 상세한 정치적 스펙트럼은 따지지 않고 둘 다 부른다.
스코틀랜드 공화국을 지향하는 진영에서는 간혹 이 곡을 스코틀랜드 공화국의 국가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헨더슨 본인은 여기에 대해 "이 노래는 스코틀랜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중의 노래입니다."라고 언급하였다. 스코틀랜드뿐만 아니라 당시 남아연방의 정치적 상황을 겨냥한 표현들도 많이 등장하고, 스코틀랜드 독립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철폐 역시 같이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스코틀랜드만의 노래도 사실 아니다.
5. 가창/연주 영상
해미시 헨더슨 본인이 지지자들과 함께 부른 원곡(1960).
더블리너스의 커버(1970). 여기에서 노래를 부른 루크 켈리는 본인도 사회주의자였을 뿐만 아니라 범켈트주의(Pan-Celtic)를 바탕으로 스코틀랜드 노래들도 많이 불렀다.[15]
스코틀랜드 민중가수 딕 고헌의 커버(1989).
스코틀랜드 팝 락 가수 로레인 매킨토시의 커버(2010).
집회장에서 출연 가수들과 참가자들이 이렇게 함께 부르기도 한다. 영상은 1차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앞둔 2013년 9월 21일에 에든버러에서 열린 집회에서 촬영되었으며, 이 집회에서는 각 절을 스코트어로 한 번 부른 다음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다시 한 번 불렀다.
2014년 글래스고에서 열린 영연방 경기 대회 개막식에서는 남아공의 성악가 푸메자 마치키자(Pumeza Matshikiza)가 이렇게 불렀다. 마치키자는 만델라와 같은 코사인이다.
[1] 사실 식민지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스코틀랜드는 엄연히 연합왕국의 본토로 분류되고 있는 지역이다. 물론 과거 식민지 시절의 아일랜드도 본토로 분류되긴 하였으나, 대우 등에 있어서는 여타 식민지 국가와는 다를 것이 없는 취급이었지만 스코틀랜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차이점이다.[2] 1970년대 이후 쇠퇴하긴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스코틀랜드의 조선업과 철강 산업은 영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게 몰락한 시점과 북해에서 기름이 나온 시점이 맞물리면서 스코틀랜드에서 자원민족주의가 빠르게 자라난 것이고 현대 스코틀랜드의 반잉글랜드 민족주의가 형성된 것이다.[3] 대문자로 Great Glen이라 쓰면 스코틀랜드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골짜기를 가리킨다.[4] 글래스고의 클라이드 강가를 따라 내려가는 거리 이름으로,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에 징집된 장병들이 글래스고에 집결하여 군종 목사의 축복기도를 받은 후 클라이드 강을 따라서 군용 수송선을 타고 전장으로 떠날 때, 그 가족들이 서서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곳이다.[5] 항목 참조. 가사는 1950년대에야 붙었지만 이미 1890년대부터 영국군의 백파이프 연주곡으로 널리 연주되었다. 그래서 영국군의 침략과 식민통치에 시달린 식민지의 민중들은 영국군에 대해 엄청난 원한을 품다 보니 가치중립적인 음악에 지나지 않는 <Scotland the Brave>까지 덩달아 원망하게 되었다. 나치가 바덴바일러 행진곡을 오남용하는 바람에 곡 자체가 욕을 먹게 된 상황과 같다.[6] 흑백 간 결혼은 물론 교제조차 금지한 남아연방의 백인우월주의 정권을 겨냥한 표현이다.[7] 이 노래를 부른 스코틀랜드 민중가수 딕 고헌(Dick Gaughan, 1948. 5. 17. ~)은 대놓고 이 문장을 '데일리 메일은 무시하세요!'라고 해석했다(...). 영국이 식민지를 포기하면 경제가 망하고, 남아연방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되면 사회 혼란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선동을 겨냥한 말이다.[8] 원문에는 '빵과 위스키'인데 '먹고 마실 것'을 대유법으로 나타낸 것이다.[9] 원문에는 '페인트칠 된 방'.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 같은 열악한 주거시설 말고 제대로 된 집에서 살게 될 것이란 뜻이다.[10] 글래스고의 노동자 마을로, 매클린이 대중을 상대로 사회주의 운동을 펼쳤던 곳이다.[11] 냥가는 코사어로 달이라는 뜻이며, 아파르트헤이트 당시에 흑인들의 거주 구역으로 설정되었던 케이프타운의 마을 이름이다. 우연의 일치로 여기도 달동네다(...).[12] 영어를 쓰는 대다수 백인 가수들은 Nyanga를 '나이앵가'라고 발음하지만, 정확한 코사어 발음은 '냥가'이다. Hyangnam이 '하이앵남'이 아니라 '향남'인 것과 같다.[13] 만델라를 이렇게 지칭한 것은 김영삼, 김대중 계열 정치인들을 상도동계, 동교동계라고 돌려 부르던 것을 떠올리면 된다.[14] 교수대는 흑인에 대한 무자비한 린치를 상징한다.[15] 다만 스코트어를 잘 몰라서인지 2절의 스코트어 과거분사 herriet, merriet를 '헤리트', '메리트'가 아니라 '헤리엇', '메리엇'으로 잘못 읽었다(...). 스코트어의 -et는 영어의 -ed에 해당하는 과거분사형 어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