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Legend/팩션/드라켄

우리는 언제나 존재하였다. 속삭임의 회랑은 종족의 기억을 지금껏 품어왔다. 그들이 도래하여 우리 종족을 승천시켜 주었던 기억까지.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싸우다 스러져 버리고 말았다. 우리 세계는 대격변에 휩쓸렸고, 우리 종족은 홀로남고 말았다. 허나 우리는 지금껏 그리하였듯 보존하고, 지키며, 또 유지하리라. 그들만큼의 지식이나 통찰은 없을런지도 모르지. 하지만 징조만큼은 읽을 수 있지 않은가. 또 다른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드라켄이야말로, 이 세계 아우리가를 구해내리라.

드라켄은 고대 시대부터 살아온 존경받는 종족으로,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 지식, 그리고 현명함을 최고로 삼는 학자들입니다. 그 머릿수는 대단히 적어도 개개인은 매우 강력하며, 전쟁보다는 평화로운 관계의 유지나 정보, 지식들을 더욱 추구합니다. 드라켄은 돈, 군사력, 발전된 기술들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종족의 역사, 유물과 유적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 드라켄 인게임 설명

드라켄링들은 비행 능력은 없지만, 그 민첩함과 날카로운 반사신경은 이들을 근접전에서 두려운 상대로 만들어줍니다.

와이번들은 드라켄 군대의 정찰병으로, 드라켄 도시 인근의 하늘을 순찰하며 적들의 조짐을 살핍니다.

고룡은 그 위엄과 현명함으로 칭송받는 존재로, 드라켄 도시 바깥으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고룡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는 수많은 적들이 학살당할 것이란 조짐을 뜻합니다.

나참파세사는 대부분의 동족들처럼 아우리가를 떠돌며 동족의 지식을 넓히는 용이었습니다. 허나 유별나게 괴상해 보이는 분화구의 지도를 그리던 중 나참파세사는 그 아래에 있던 무한종족의 저장고로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더스트가 가져다주는 쾌락과 아드레날린, 그리고 몽롱한 도취감이 가시자 나참파세사는 자신에게 더스트를 극한까지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수주일 후 저장고 안에 있던 무한 서적들을 섭렵하기 위해 돌아온 나참파세사는, 저장고가 볼터 놈들에게 싸그리 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극악무도한 도둑질에 극도로 분노한 나참파세사는 볼터의 땅굴을 따라가 도적놈들을 모조리 참살하고 말았습니다. 나참파세사는 이제 볼터 사람들의 둘도 없는 원수이자, 폐쇄공포증 환자가 되고 만 게죠. 결국 이 용은 이제 볼터 사람들만 보면 불안에 떨며 신뢰는 전혀 주지 못하고, 말도 꺼내기 전에 일단 후려치고 보는 예민한 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공격성은 평화주의자라는 드라켄에게 굉장히 생소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지라두베자는 나발리스에 사는 괴짜 드라켄입니다. 모래 기구 도서관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비밀로 한 채, 도시 하층부에서 이루어지는 투기장에 단골로 출입하는 싸움꾼이죠. 처음에는 그냥 구경만 하러 갔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네크로파지 성체가 목숨걸고 싸우는 것을 보던 지라두베자는 점점 투기장 가까이로 다가갔고, 체액이 쏟아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군침이 돌며 피의 갈증을 들끓이는 것이었습니다 .구경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지라두베자는 결국 후드와 망토를 깊숙히 눌러쓴 채, 투기장에 들어가 온갖 괴물들을 자신의 톱날칼로 직접 썰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그게 진실된 열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던 자라두베자는 점점 숙련된 전사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허나 소문이 퍼지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였을 뿐이었죠. 상관의 귀에 비행 행각이 낱낱이 들어가게 되자, 지라두베자는 도서관에서 굴욕적으로 쫒겨나게 되었습니다. 허나 본인은 별 상관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라두베자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진로를 겪게 되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이는 바로 용병으로서의 삶이었습니다.

라카스파사는 용맹하고 공포를 모르는 어린 용으로, 유목 연합이 훔쳐간 무한 유물을 탈환하는 임무에 기꺼이 자원한 바 있습니다. 넘쳐나는 긍지와 아드레날린으로 임무를 성공으로 이끈 라카스파사는 이후 고위층의 기밀 임무들을 도맡아 처리하며, 처리 부대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로 거듭났습니다. 허나 햇볕도 들지 않는 볼터의 심연에서 작전을 벌이던 도중, 라카스파사의 부대는 잔인한 볼터병사들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희생하여 라카스파사만을 간신히 돌려보냈습니다. 라카스파사는 동료들의 죽음과 자신의 멍청함을 자책하며, 언제고 이들의 복수를 하겠다는 맹세를 하였습니다. 허나 볼터는 폐쇄적인 사회인지라, 외부에서 그 원수를 갚기에는 요원한 일이었지요. 유일한 방법은 그 사회에 녹아드는 것 뿐일 터였습니다. 그러니 라카스파사가 아는 바는 동료들의 핏값을 갚을 때까지 용병으로 살아가야 하리란 것 뿐이었습니다.

기록수호자 마사르가카는 감히 누구에 비할 바 없는 능력을 지닌 관리자로써, 가히 공학자만이 가질만한 세세한 안목으로 자신의 통치 철학을 세밀하게 훑어보는 이입니다. 외교 회의 축하연이 열릴 때면 마사르가카는 참석자들의 인간 관계를 모두 계산하여 아주 복잡하면서도 섬세하게 자리를 배치하고, 외국의 귀빈들과 만날 때를 대비하여 억양까지 완벽한 외국어를 몇 시간 동안이나 연습하는데다 조약문에 서명을 하기 직전까지도 책임이 모호한 부분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했으니 말입니다. 허나 대부분의 드라켄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마사르가카는 남몰래 드라켄들의 수명을 늘리기 위하여 드라켄링 실험체들에 대한 생체실험을 직접 지휘하였단 것이었습니다. 이 고발이 이루어지자마자 마사르가카는 재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쳐, 자신을 기용해줄만한 이들을 찾아 헤메고 있습니다.

자야워데네는 그 능력이 극에 달한 총독으로써, 드라켄 전체를 통치하는 열두 용의 일원이 되기 위한 출세가도를 밟아나가던 이였습니다. 하지만 한 순간의 방심이 그 야망을 박살내놓았지요. 드라켄의 분파인 재림회를 지원하기 위해, 무한 종족의 성물 하나를 빼돌렸던 사실이 들통난 것이엇습니다. 자야워데네는 결국 성룡 둥지회의에서 말 그대로 내쳐졌습니다. 둥지탑에서 굴러떨어지던 자야워데네는 이내 날개를 펴고 다시 상공으로 솟아올랐지만, 드라켄의 성도인 나하르 테레스로 돌아갈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마장은 떨어진 곳에 안전하게 내려앉는 것이 고작이었지요. 자야워데네는 자기혐오와 고통, 그리고 실의에 빠져 아우리가를 정처없이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진정한 갈망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유일한 갈망은 드라켄에 대한 사랑도, 의무감도 아니었습니다. 이는 바로 권력에 대한 갈망이었지요. 그리고 권력이야 어디서 찾든, 똑같이 달콤한 물건이기도 하고 말이죠.

고문연구가 셈사니트워나를 감히 게으르다고 지적할 이는 아무도 없지만, 이 용이 무한 지식의 보존에 너무 열중하느라 일상에 좀 소홀한 모습을 보이기는 합니다. 속삭이는 회랑에 며칠씩 틀어박혀 과거의 목소리를 들어온지라 드라켄의 방대한 역사도 세세하게 읊을 수 있는 위인이지만, 동시에 어제 뭘 먹었는지 떠올리지 못하는 용이기도 하지요. 셈사니트워나는 드라켄의 진정한 기원을 탐구하기 위해 아우리가 전역의 전투들에서 수많은 공훈을 세워왔지만, 열두 용들은 여전히 그 금지된 역사의 열람을 금하였습니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셈사니트워나는 날개달린 동족들을 등지고, 자신에게 기꺼이 서고와 도서관을 열어주는 이들을 위해 총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드라켄의 알들은 거대한 굴 속 부화장에 한데 모여, 삼엄한 감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서히 부화합니다. 이후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둥지에 사는 성체들과 함께 자라나게 되지요. 허나 어느 날 푸락사 부화장에는 거센 지진이 닥쳐와 그 벽이 무너져 내렸고, 수많은 알들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캉은 그 알들 중 하나에서 깨어난 존재입니다. 나머지 알들은 모두 겨울 산맥의 한기에 얼어터지고 말았죠. 새끼 용은 가련한 울음소리를 내질러 구조자들을 불러모았고, 이내 성룡들의 둥지로 옮겨졌습니다. 허나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홀로 한기에 맞서야 했던 끔찍한 기억은 남캉의 마음속에 영원한 흉터로 아로새겨진 뒤였습니다. 이제 남캉은 드라켄 사회를 떠도는 고독한 여행자가 되어, 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방의 얼어붙은 지방까지도 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