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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1-31 10:46:53

환상의 여자



幻の女

1. 개요2. 상세3. 등장인물4. 줄거리
4.1. 진실

1. 개요

일본의 소설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 유리 린타로 시리즈의 장편. 제목이 비슷한 미국 소설 환상의 여인과는 관련이 없는 작품이다.[1]

2. 상세

1937년 월간지 《후지》를 통해 처음 발표된 장편소설. 시리즈에서는 드물게 국제 범죄를 소재로 한[2] 작품이다.

본작에서는 유리 린타로미츠기 슌스케가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의 역량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작중 범인의 수법이 워낙 교묘하고 지능적인 탓에 유리와 미츠기가 빈번하게 뒤통수를 맞는 것처럼 보인 것. 심지어 미츠기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범인과 조우하면서 직접적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받기도 한다.[3]

3. 등장인물

4. 줄거리

히비야의 그랜드 호텔에 오이카와 타카야라는 이름의 19~20세 전후로 보이는 미청년과 '검둥이 알리'라고 불리는 외국인 종자가 투숙한다. 그는 숙박부에서 미국에서 최근 귀국했다는 재즈 가수 야에가시 레이코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녀가 투숙한 객실과 같은 층인 2층의 객실을 요구한다. 호텔 종업원에게서 레이코의 객실 위치를 알아낸 오이카와는 마취제를 이용해 객실을 안내해 준 종업원을 기절시킨 뒤 자신이 종업원으로 변장하고 레이코의 객실로 들어간다. 목욕중이어서 무방비 상태였던 레이코는 오이카와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모미야마 자작이 보낸 편지'를 내놓으라는 그의 요구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레이코는 심한 동요 속에서도 그 편지를 찢어버렸다고 하지만 오이카와는 레이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그 편지를 빌미로 모미야마 자작을 협박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몰아붙인다. 실랑이 끝에 오이카와는 알리를 시켜 욕실에 그녀를 결박해 두고 자신이 직접 편지를 찾으려 하지만, 그 찰나 미츠기 슌스케가 객실을 찾아온다. 미츠기는 신닛포사의 편집장으로부터 멀리 샌프란시스코에 피바람을 몰고 온 '쿠니사다 츄지[5] 같은 인물', 악명 높은 여자 살인마 '팬텀 우먼(환상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 사건의 취재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마침 야에가시 레이코가 미국에서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정보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취재차 찾아온 것이었다.[6] 미츠기의 명성을 잘 알고 있던 오이카와는 잠시 낭패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변장을 푼 뒤 자신이 레이코 행세를 하면서 미츠기 앞에 나타났다. 이 때 레이코는 오이카와의 정체를 알고 또다시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남자인 줄 알았던 그는 사실 여자였던 것. 미츠기를 속여넘긴 오이카와는 다시 욕실로 돌아와 레이코에게 모미야마 자작의 편지가 있는 곳을 대라며 협박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저항한다.

한편 취재를 마치고 나오던 미츠기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숙박부를 확인하다 레이코와 같은 객실에 투숙한, 그녀의 비서로 되어 있는 '스즈무라 타마코'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그와 동시에 레이코를 만나러 호텔을 찾아온 귀족원의 모미야마 시로 자작을 목격한다. 마침 부재중이었던 타마코가 돌아오고, 미츠기는 그녀를 뒤쫓던 중 자신이 방금 전까지 있었던 레이코의 객실 쪽에서 비명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욕실에서 한 팔이 잘려나간 채 욕조에 떠 있는 여자의 시체와, 벽에 피로 쓰여진 '환상의 여자'라는 문자를 목격한다. 그와 동시에 욕조 안의 팔이 잘린 시체가 진짜 야에가시 레이코라는 사실을 알고 미츠기는 경악한다. 게다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정신없는 와중에 종업원 하나가 레이코 앞으로 도착했다는 장미 꽃다발을 가지고 오는데, 그 꽃다발 안에는 끔찍하게도 레이코의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한쪽 팔이 들어 있었다. 팔뚝에 굵은 뱀 모양의 금팔찌가 끼워져 있었고, 손에는 붉은 잉크로 '환상의 여자'라고 쓰인 종이가 쥐어져 있었다. 미츠기의 연락을 받고 그랜드 호텔을 찾은 유리 린타로는 레이코의 비서 타마코에게 팔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타마코의 말에 따르면 레이코의 팔뚝에는 두 개의 심장을 화살 하나가 꿰뚫고 있는 모양의 '쌍심장' 문신이 있었는데, 그녀는 평소 남에게 이 문신을 보이기를 매우 싫어해서 이 팔찌를 빼는 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유리는 범인에게나 피해자에게나 이 문신을 절대로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될 어떤 사정이 있을 것이라면서 미츠기와 함께 사건 현장에 들어갔다가 욕실 바닥에서 마그네슘이 타고 남은 재를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범인이 살인 현장의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고[7] 추론해 낸다. 그러던 중 미츠기는 신문사 편집장의 전화로 미국에서 체포된 '환상의 여자'의 부하가 증언했다는 그녀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왼팔에 큰 뱀 모양의 금팔찌를 차고 있으며, 화살 하나에 꿰인 두 개의 심장 모양 문신을 그 팔찌로 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8]

야에가시 레이코 살인사건으로부터 1주일쯤 뒤 코지마치의 모미야마 저택에 사진 한 장이 동봉된 의문의 편지가 배달된다. 보낸 이는 다름아닌 '환상의 여자'로, 편지의 내용은 이 사진이 자작에게 큰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말하겠으니 그 때 자신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 사진이란 다름아닌 야에가시 레이코의 살인 현장 사진이었다. 마침 자작에게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리러 왔던 조카 쿄코가 자작이 나간 후 그 사진과 편지를 보게 되고, 그 순간 사진을 찢어서 벽난로에 던졌지만 불이 약한 탓인지 타지 않자 찢어버린 사진을 다시 이어 맞추고는[9] 신닛포사의 미츠기에게 전화를 걸어 살인 사건의 현장 사진을 갖고 있으니 밤 8시에 K극장 2층 복도에서 만나자는 제의를 한다.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방 앞을 지나가던 모미야마 자작의 양녀 쿠미코와 마주치고, 평소 못마땅하게 여기던[10] 쿠미코가 자신의 전화 내용을 엿들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쿄코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난다. 의아해하던 쿠미코는 전화기 옆에서 쿄코가 떨어뜨리고 간 사진 조각 하나를 발견하고, 그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갑자기 저택을 뛰쳐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스가모로 향한다.

그날 밤 미츠기는 유리와 함께 쿄코를 만나기 위해 K극장을 찾아왔다가 관객석에서 비명 소리를 듣고, 그와 동시에 밖으로 몰려나오는 사람들 무리 속에서 그랜드 호텔 사건 때 야에가시 레이코 행세를 하던 의문의 소녀가 남장을 하고 나타난 것을 목격하고 뒤쫓지만 '검둥이 알리'의 주먹에 맞고 기절하고 만다. 한참만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미츠기는 급히 차를 잡아타고 알리가 탄 차를 뒤쫓다가 극장에서 본 소녀가 모미야마 저택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에 미츠기는 그녀가 모미야마 자작과 연고가 있는 사람임을 직감하고, 자신도 저택으로 들어가 예의 그 소녀를 직접 대면한다. 그 소녀, 즉 쿠미코는 처음에는 미츠기를 모른다며 잡아뗐지만 사건 당일 마취약에 당한 호텔 직원을 부르겠다는 미츠기의 말에 이내 체념하고 그와 함께 K극장으로 가기로 한다. 하지만 K극장으로 가는 줄 알았던 차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차의 운전수는 다름아닌 검둥이 알리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닫는 미츠기. 쿠미코는 그 날 자신들은 원하는 물건을 얻지 못했다며 앞으로 자신들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미츠기를 잠시 '근신'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미츠기는 쿠미코가 레이코 살인사건의 진범이 아님을 알게 되고, 쿠미코는 미츠기가 쿄코와의 전화 내용을 혹시 누군가에게 말했거나, 전화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내용을 엿들은 이가 있다면 그 자가 진범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츠기와 쿠미코가 탄 차에 누군가가 총을 쏘는 바람에 방향을 잃은 차가 전신주에 충돌하고, 그 충격으로 쿠미코와 검둥이 알리는 정신을 잃는다. 그 자리에 복면을 쓴 두 남녀가 나타나 쿠미코와 알리를 어디론가 데려가려는 찰나, 아직 의식이 남아있던 미츠기가 여자의 복면을 벗기려 하던 와중에 드러난 그녀의 팔에는 '쌍심장'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신출귀몰의 살인마 '환상의 여자'와 대면했다는 충격도 잠시, 그녀는 미츠기의 가슴에 총을 쏜 뒤 쿠미코와 알리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미츠기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차 창문에 '환상의 여자'라는 글씨를 남긴 채. 그리고 다음 날, 각 신문에는 모미야마 자작가의 영애 쿄코와 신닛포사의 간판 기자 미츠기 슌스케가 '환상의 여자'에게 희생되었다는 내용이 대서특필된다.

한편 K극장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난리통에 미츠기와 떨어진 유리는 사람들 틈을 헤치고 가까스로 관객석으로 다가갔다가 칼에 찔린 젊은 여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가슴에 장미 한 송이를 꽂고 있던 그 시체는 다름아닌 쿄코[11]였고, 눈앞에서 조카의 시체를 목도하고 공포와 경악에 차 있는 모미야마 자작과 마주한다. 자작의 증언에 따르면 기분전환 겸 영화를 보러 왔다가 이 참극을 목격했다는 것. 그러던 중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쿄코의 핸드백 속에서 문제의 사진 조각들이 나오지만, 모미야마 자작의 실수로 사진 조각들 중 가장 중요한 범인의 얼굴이 찍힌 부분이 사라지고 만다.[12] 유리는 순간 치미는 분노를 꾹 참고 다시 자작에게 사건에 관한 질문을 하나, 야에가시 레이코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자작의 거짓말을 간파한 유리는 자신은 이미 경찰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며[13] 자작을 설득했고, 이에 자작은 레이코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모미야마 자작은 젊었을 때 야에가시 레이코와 잠시 동거를 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녀는 원체 행실이 방종했던 터라 1년 남짓 된 동거기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고 가출했다. 그 이후로 2년 넘게 소식이 없었기에 모미야마 자작은 그녀가 어딘가에서 죽은 줄 알고 있었고, 결국 그 후 재혼했지만 아내와 사별하고 지금까지 독신으로 지내면서 조카 쿄코와 양녀 쿠미코를 친자식처럼 돌보며 지내온 것. 그랬던 것이 최근 들어 갑자기 편지를 보내서 예전처럼 다시 함께 살자면서, 만약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예전에 자작이 쓴 편지를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한다는 것이었다. 편지 내용 자체는 단순한 연애편지였지만, 자작의 입장에서는 정적들이 그 편지를 자신을 실각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14] 그러나 이야기 도중 그랜드 호텔에 투숙했던 야에가시 레이코가 실은 진짜가 아니었다는 말을 들은 유리는 아연실색하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도도로키 경부에게서 K극장에서 공연이 예정된 '복면 무희'의 정체가 야에가시 레이코의 비서 스즈무라 타마코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던 복면 무희의 포스터 사진을 본 모미야마 자작은 어째서인지 크게 동요한다.

4.1.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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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환상의 여자'는 야에가시 레이코였다. '환상의 여자'라는 별명은 레이코가 변장과 신분 위조에 능해서 좀처럼 정체를 파악하기가 힘든데다,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지능적인 살인범이라는 이유로 붙은 이름이었다.

레이코는 자신의 신변이 위험해질 것을 예상하고 미국을 떠날 때 미리 스즈무라 타마코와 신분을 바꿔치기한 상태였다. 즉 처음 호텔에서 살해당한 여자는 바로 스즈무라 타마코였던 것. 타마코를 대역으로 세운 채 객실을 빠져 나갔다가 뒷문으로 돌아온 레이코는 욕실에서 남장을 한 쿠미코가 '검둥이 알리'를 대동한 채 아무 것도 모르는 타마코를 협박하는 광경을 보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이에 놀란 쿠미코가 달아나자 그 직후에 타마코를 살해한다.[15] 그리고 일본에는 모미야마 자작을 제외하면 자신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16]을 떠올리고, 살해당한 타마코를 이용해 야에가시 레이코, 즉 '환상의 여자'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 하지만 레이코가 타마코를 살해하고 객실을 빠져나간 뒤 쿠미코가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다시 객실에 나타났고, 욕실에서 타마코의 시체를 발견한 그녀는 자신에게 혐의가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환상의 여자'에게 죄를 떠넘길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욕실 벽에 쓰인 '환상의 여자'라는 글은 사실은 쿠미코가 쓴 것이었다. 레이코는 쿠미코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자, 이번에는 쿄코가 살해당하던 날 신닛포사의 미츠기를 찾아가 쿄코와 미츠기의 전화 내용을 엿듣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약속장소인 K극장에서 쿄코를 기다렸지만, 여기에도 남장을 한 쿠미코가 '검둥이 알리'와 함께 잠복해 있는 것이었다. 이를 본 레이코는 이번에야말로 쿠미코에게 온전히 죄를 씌우기 위해 쿄코를 살해한 뒤 일단 저택으로 돌아갔던 쿠미코와 알리를 미행, 미츠기에게 총격을 가하고 하수인인 혼혈아 '빌리'와 함께 쿠미코와 알리를 납치한다.[17]

사실 레이코가 이렇게까지 쿠미코를 몰아붙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레이코의 목적은 모미야마 자작과 재결합하는 것으로, 타고난 모험심과 자유분방함이 지나쳐 모미야마 자작의 곁을 떠났지만 그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자작을 사랑했다. 그리고 자작에 대한 레이코의 애정은 점점 일그러지면서 어느샌가 집착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다 일본에 돌아온 그녀는 모미야마 자작 곁에 있는 쿠미코를 우연히 목격하고, 자작의 총애를 받는 그녀를 자작의 애인이라고 생각해서 심한 질투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이 일련의 사건들을 일으켜 쿠미코를 비롯해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모든 사람들을 없애고 모미야마 자작과 다시 결혼하려[18] 했던 것. 하지만 과거 레이코의 방종한 행실을 한 차례 겪었던 모미야마 자작은 레이코에게 이미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레이코는 납치한 쿠미코와 알리를 인질삼아 모미야마 자작을 바닷가의 한 별장으로 불러내 자신과 결혼해서 예전처럼 함께 살자고 요구하지만, 그는 자신을 배신하고 미국으로 떠나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이제와서 오갈 데가 없어지니 다시 예전처럼 살자는 거냐며 레이코를 뻔뻔한 여자라고 비난했다. 레이코는 자신도 미국에서 나름대로 많이 힘들었다면서, 온갖 고생 끝에 '환상의 여자'라는 낙인이 찍혔다며 자신과 함께 외국으로 건너가자고 애원하지만 자작은 당연히 복수불반분이라며 일언지하에 거부한다. 그러자 레이코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요트에 묶인 쿠미코와 알리를 가리키며 자신이 흰 깃발을 올리면 자신의 동료가 두 사람을 살려 주겠지만, 붉은 깃발을 올리면 요트를 폭파시킬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다시 재결합을 요구한다. 하지만 레이코의 집착과 잔혹한 모습에 분노한 자작은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데...

쿠미코의 정체는 바로 모미야마 자작과 레이코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

쿠미코의 본명은 카요코(加代子)로 레이코가 가출한 후 양녀로 보내졌으나, 5세 때 유괴당한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었다. 그 때문에 모미야마 자작은 카요코의 안부를 묻는 편지에 딸이 죽었다고 답했었는데, 바로 얼마 전에야 그녀가 어느 서커스단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서커스단에서 빼내 저택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카요코는 자신의 출생은 물론 본명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레이코 같은 방종한 여자가 친어머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모미야마 자작이 진실을 철저히 숨겨 왔기 때문이었다. 사별한 아내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어 조카 쿄코를 데려다 키웠던 모미야마 자작이 어느 날 갑자기 저택에 데려온 쿠미코, 즉 카요코를 이상하리만치 총애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19]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레이코는 다급히 흰 깃발을 올렸지만, 무슨 까닭인지 레이코의 하수인이 요트와 연결된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가 싶더니 곧 요트가 폭발하고 말았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이 산산조각난 요트를 본 순간, 절망한 레이코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바다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이 폭발은 전부 교묘한 트릭이었다. 폭발한 요트에 묶여 있었던 것은 사실 인형이었고, 도화선에 불을 붙인 사람은 레이코의 하수인으로 위장한 미츠기 슌스케였다. 카요코와 알리는 사전에 유리와 미츠기가 구출해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 둔 덕분에 무사했다. 별장에서 요트까지는 거리가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레이코를 방심하게 만들기 위한 작전이었던 것.[20] 한편 요트를 폭파시킨 사람이 미츠기임을 알게 된 모미야마 자작은 쿄코가 살해당하던 날 미츠기도 죽은 게 아니었냐며 경악했지만 이 또한 '환상의 여자'를 방심시키기 위한 트릭으로, 미츠기는 비록 그 때의 총격으로 심한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사건이 종결된 후 모미야마 저택을 방문한 유리와 미츠기는 과거 모미야마 자작이 레이코에게 보냈다는 문제의 편지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알린다. 이 편지가 숨겨져 있던 곳은 바로 야에가시 레이코가 가지고 있던 호신용 권총의 총구 속이었다. 이 권총은 카요코가 그랜드 호텔의 객실에서 발견하고 몰래 빼돌린 것으로, 그녀는 그 속에 편지가 숨겨져 있는 것을 한동안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또한 모미야마 자작이 이 편지가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그토록 두려워했던 이유는 내용 자체가 아니라, 편지에 첨부되어 있던 카요코의 갓난아기 시절 사진 때문이었다.[21] 하지만 카요코에게만은 이 편지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던 모미야마 자작의 바람은 의미가 없어지고 말았는데, 카요코도 어머니의 자유분방한 피를 이어받은 탓인지 자신에게는 지금의 안정되고 풍족한 생활이 영 맞지 않는다며 다시는 찾지 말아 달라는 편지를 남긴 채 모미야마 저택을 떠나 예전에 몸담았던 서커스단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모미야마 자작은 카요코의 편지가 과거 어머니 레이코가 그의 곁을 떠나면서 남긴 것과 꼭 같은 내용이라며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22]

그리고 '오이카와 타카야', 즉 변장한 카요코가 데리고 다니던 '검둥이 알리'의 정체는 바로 그녀가 한때 있었던 서커스단의 아리이(有井)[23]라는 곡예사로, 큰 체구에 검은 피부, 이국적인 용모를 가진 사내였다. 쿄코가 미츠기에게 전화를 걸었던 날 카요코가 스가모로 갔던 이유는 아리이를 만나 다시 한 번 '검둥이 알리' 행세를 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던 것. 또한 쿠미코가 남장을 하고 그랜드 호텔을 찾았던 이유는 우연히 모미야마 자작의 고민을 알게 되면서 그를 돕고 싶다는 마음과, 타고난 모험심이 그녀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1] 환상의 여인은 1942년 작품으로 발표 시기도 다르다.[2] 다만 완전한 국제 범죄라고 하기에는 약간 어폐가 있는 것이 작중에 등장하는 범인이 미국에서 악명을 떨치던 일본인 살인마지만, 후에 일본으로 귀국해서 사건을 일으켰고 이 사건들이 작중의 중심이기 때문에 주 무대는 일본 국내다.[3] 이 때문에 전 시리즈를 통틀어서 미츠기가 가장 험하게 구르는 작품에 속한다.[4] 모미야마 자작과 아내 슬하에는 자식이 없었다.[5] 에도 시대 후기의 유명한 협객. 일본판 일지매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후에 관소 부정통행죄로 책형에 처해졌다. 당시 도박, 살인 등 쿠니사다의 죄목이 너무나 많았던 탓에 가장 무거운 형벌이 적용된 결과.[6] 예를 들면 귀국하는 배에서 혹시 수상한 사람을 목격하지 않았는지 등.[7] 이 당시는 사진을 찍을 때 마그네슘 반응을 이용한 구식 플래시 장치를 사용했다.[8] 팔찌로 가려질 정도의 문신인 것으로 보아 크기가 그다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9] 완성된 사진을 보다가 순간 놀라서 부들부들 떠는 묘사가 나온다.[10] 모미야마 자작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쿄코보다 나중에 모미야마 저택에 오게 된 쿠미코를 이상하리만치 총애했는데, 음험한 성격에 질투가 심했던 쿄코는 이를 매우 싫어했다. 사진을 찢어서 태우려 한 것도 쿠미코에 대한 질투와 백부인 자작에 대한 뒤틀린 적개심 때문인 듯.[11] 미츠기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자신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가슴에 장미 한 송이를 꽂고 있겠다고 알려 두었다.[12] 앞으로 두세 조각만 더 이어맞추면 원래 사진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모미야마 자작이 창문을 열어서 사진 조각이 바람에 날려 흩어졌다. 가까스로 수습하기는 했지만 가장 중요한 얼굴 부분만은 끝내 찾지 못했다.[13] 처음 자작은 유리의 이름을 듣고 경찰 쪽 사람인 줄 알았기 때문에 레이코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고 있었다.[14] 하지만 유리는 아무리 음험한 자작의 정적들이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주고받았을 연애편지 하나를 가지고 사람을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 있을 리가 없다면서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15] 쿄코와 쿠미코가 사진을 보고 동요했던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된다. 쿠미코는 설마 자신의 모습이 찍혔으리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해서, 쿄코는 쿠미코가 살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한 것. 그리고 쿄코는 사진을 미츠기에게 넘긴 뒤 이를 빌미로 쿠미코를 몰아내고 자작의 총애를 자신에게 돌리려고 했으나 자신이 살해당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16] 모미야마 자작이 K극장에서 복면 무희의 포스터를 보고 경악한 이유가 이것이었다.[17] 하수인 빌리는 후에 K극장에서 복면 무희, 즉 스즈무라 타마코로 위장한 레이코를 체포하기 위해 찾아온 경찰들과의 추격전 끝에 사살당한다. 레이코가 빌리를 복면 무희로 가장시켜 자신의 대역으로 극장에 남겨두고 이미 도주했던 것. 이 일로 경시청은 언론의 대대적인 까임거리가 되어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고, 책임자급인 도도로키 경부도 체면을 크게 구긴다.[18] 하지만 레이코와 모미야마 자작은 단지 동거만 했을 뿐 정식으로 결혼한 적은 없었다.[19] 쿄코는 카요코(쿠미코)와 자작 사이의 이런 뒷사정까지는 모르고 막연히 카요코에 대한 질투와 카요코를 총애하는 자작에 대한 적개심으로 살인사건 현장 사진을 팔아넘기려 했다지만, 사정을 전혀 몰랐다고 쳐도 결과적으로는 음험하고 질투가 심한 성격으로 인해 자신이 살해당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결국 쿄코 살해 사건은 반쯤 쿄코의 자업자득인 셈이다.[20] 망원경으로 보아도 요트에 탄 것이 사람인지 인형인지 알아보기 힘든 정도의 거리였다.[21] 유리가 이 편지에 좀더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 그대로 적중했다. 단순한 연애편지 정도로는 귀족원에서도 상당한 지위에 있는 모미야마 자작을 어찌 할 수가 없지만, 부인과 사별하고 슬하에 자식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 그에게 사생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유리와 미츠기는 자작의 입장을 배려해서 편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밀 보장을 약속했고, 자작은 이에 안심하면서 편지를 태워 버렸다.[22] 그리고 카요코는 편지 내내 모미야마 자작을 '숙부님'이라고 부른 것으로 보아 끝까지 그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23] 아리이(ありい)→알리(ア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