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호

화산호는 섭입대를 따라 여러 개의 화산들이 활 또는 호(arc) 모양으로 배열되어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화산호는 해양판이 다른 판 밑으로 내려가는 섭입작용을 통해 보통 해구(trench)에 평행하게 만들어진다. 섭입하는 해양판은 물에 포화되어 있으며, 물은 맨틀의 녹는점을 급격히 낮춘다. 해양판의 섭입이 진행됨에 따라 해양판은 점차 더 높은 압력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판 내부에 포함된 물이 바깥으로 짜여 나오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섭입하는 판에 포함된 녹니석(chlorite)이 약 40~60km 심도에서 불안정해지며 물을 생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니석에서 나온 물은 주변 맨틀의 부분용용을 일으켜 칼크알칼리(calc-alkaline) 조성의 마그마를 생성하게 되고 이 마그마는 위로 상승하여 섭입하는 판 위에 놓여있는 판 위로 분출하여 섭입대 또는 해구에 평행한 화산호를 만들게 된다. 화산호의 화산활동이 해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어나는 이유는 섭입하는 판의 탈수가 일어나는 깊이와 관련이 있다. 화산호와 해구 사이의 간격은 섭입하는 판의 섭입 각도에 의해 결정된다.

열점(hot spot) 위로 이동하는 판의 한복판에서도 여러 개의 화산이 호 모양으로 만들어질 수 있으나 이를 화산호라고 하지는 않는다. 열점 화산은 열점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화산의 나이가 증가하나 화산호의 화산들은 이러한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

화산호는 섭입하는 판 위에 놓여있는 판의 종류에 따라 대륙호(continental arc)와 해양호(oceanic arc)로 구분한다. 대륙호는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섭입하여 산맥 형태의 화산호를 만드는 반면 해양호는 해양판이 해양판 밑으로 섭입하여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도호(island arc)를 만든다. 대륙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서부 지역의 케스케이드 화산호(Cascade Volcanic Arc), 안데스 산맥, 캄차카 및 알래스카 반도를 들 수 있다. 해양호의 대표 사례로는 알류샨 열도, 쿠릴 열도, 일본 열도, 필리핀, 솔로몬 제도, 이주-보닌-마리아나 열도를 들 수 있다.

한반도의 남동부 일대도 중생대 백악기에는 대륙호의 일부였다. 동해가 형성되기 이전인 백악기 당시 일본은 한반도에 매우 인접해 있었으며 유라시아 판의 일부였다. 고(古)-태평양판 또는 이자나기(Izanagi) 판이 유라시아 대륙 아래로 섭입하며 섭입대 화산활동이 활발히 일어났으며 이 때문에 일본 전역과 우리나라의 남동부 일대를 따라 수천 km 길이의 화산호가 형성되었다. 이 화산호에서 형성된 암석들이 현재 유천층군으로 불리는 화산암을 이루고 있으며, 이 화산호의 뒤편에는 경상분지로 불리는 배호분지(back-arc basin)가 만들어져 두꺼운 백악기 퇴적층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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