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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0-11 20:21:23

현명한 아내 만카

1. 개요2. 내용3. 여담

1. 개요

Clever Manka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전래동화로 7차 교육과정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2000년대)에도 수록되어 있어 동유럽계 전래동화 중에서는 비교적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남편인 시장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고 아내 만카가 그 상식을 뛰어넘는 지혜로 해결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식이다.

2. 내용

옛날, 체코의 어느 마을에 돈은 많지만 성격은 매우 탐욕스러운 농부와 인정은 많지만 가난한 양치기가 살고 있었다. 욕심 많은 농부는 무슨 거래든지 자신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성립시켜 이웃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농부의 이웃에 사는 그 가난한 양치기는 암소 한 마리를 품삯으로 받는 조건으로 농부의 밭에 품을 팔아줬다. 그런데 주기로 약속한 시기가 다 되어도 농부는 암소를 주지 않고 버텼다. 그래서 양치기는 시장(市長)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 새로 부임한 시장은 나이가 젊고 경험이 부족하여 양쪽 말을 듣고 생각한 다음 "이 사건을 해결하는 대신 수수께끼를 내겠다. 그리고 둘 중에서 가장 현명한 답을 내놓는 이에게 암소를 주도록 하겠다(?!)"고 같잖은 대답을 했다. 농부와 양치기는 모두 제안을 받아들였고(...) 시장이 낸 수수께끼란 다음과 같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것은 무엇인가?

이 수수께끼를 받은 농부는 집으로 돌아가 화를 냈고 농부의 말을 들은 농부의 아내는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으로 가장 빠른 것은 자기집 말, 가장 달콤한 것은 자기집 꿀, 가장 부유한 것은 자기집 금고라고 일러주었다. 한편, 양치기도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꼼짝없이 품삯으로 받기로 한 암소를 뺏기게 된 상황이라 기분이 나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런데 그 양치기에게는 만카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는데 매우 현명하기로 유명했다. 양치기에게서 시장이 낸 수수께끼를 들은 만카는 아주 쉬운 문제라며 해답을 일러주었다.

다음 날, 시장의 관사에 들어간 두 사람은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내놓았다. 농부는 아내가 일러준 택도 없는 답을 내놓았으며 양치기는 만카에게 들은 해답을 내놓았는데 그 답은 이렇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생각입니다. 생각은 눈 깜짝할 사이에도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단 것은 잠이죠. 사람이 지치고 힘들 때 잠보다 더 단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것은 바로 땅이죠.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땅에서 나오니까요.

원하는 답을 들은 시장은 매우 기뻐하며 양치기에게 암소를 주었는데 시장은 이 해답을 양치기가 스스로 생각해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누가 답을 일러주었냐고 캐물었다. 양치기는 대답하려 하지 않았지만 시장의 끈질긴 추궁에 못 이겨 딸이 알려주었다는 걸 털어놓았다. 그러자 시장은 만카의 영리함을 더 시험해 보고 싶어서 달걀 열 개를 가져와 내일까지 병아리로 부화시키라는 수수께끼를 내렸다. 그 수수께끼를 들은 만카는 너털웃음을 짓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장 한 줌을 가지고 시장에게 돌아가 전하세요. ‘제 딸이 이 기장을 보냈습니다. 딸애가 말하기를, 시장님이 이것을 심어 키워서 내일까지 기장을 수확하면 자기도 병아리 10마리를 데려와 그 낟알을 먹일 수 있다고 하는군요.’라고 말이에요.

만카의 말을 들은 시장은 만카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아내로 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양치기에게 만카를 아내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단, 만카가 시장의 아내가 되기 위해선 또 하나의 조건이 붙었는데 그 조건 역시 수수께끼(neither A nor B)였고 그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시장에게 올 때 낮에 와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밤에 와서도 안 된다. 그리고 무엇을 타고 와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걸어와서도 안 된다. 또 옷을 입고 와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발가벗고 와서도 안 된다.

그 말을 들은 만카는 이튿날 새벽이 될 때까지 기다렸으며 다음 몸에 그물을 두르고 다리 한 쪽은 염소의 등에 올려놓고 한 쪽 다리로만 땅을 딛고 시장에게로 갔다. 이게 무슨 해괴한 짓거리야 새벽은 밤이 지나간 뒤에 오는 것이므로 밤이 아니지만 아직 해가 뜨기 전이니 역시 낮도 아니다. 그리고 다리 한 쪽은 땅에 있으니 염소를 타고 온 것이 아니며 나머지 다리 한 쪽은 염소 등에 있으니 걸어온 것 또한 아니다. 또 그물은 옷이 아니니 옷을 입은 것도 아니며 어쨌든 몸에 그물을 두르고 있으니 알몸인 것도 아니다.[1] 물론 사실상 나체

이 모습을 본 시장은 만카의 지혜에 반해 청혼했으며 결혼식을 올린 후 시장은 만카에게 자신의 송사에 절대 끼어들지 말 것을 조건으로 걸었으며 그 조건을 어기면 곧바로 친정으로 내쫓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두 농부가 싸움을 해결해 달라고 시장을 찾아왔다. 이야기인즉, 한 농부가 새끼가 달린 나귀를 시장에서 샀는데 그 나귀의 새끼가 다른 농부의 마차 아래서 뛰어놀자, 마차 주인이 나귀 새끼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동안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시장은 아무 생각 없이 마차 주인이 주인이라고 대답해 버리는 바람에 나귀 주인은 억울하게 나귀 새끼를 뺏기고 말았다. 나귀 임자는 시장과 헤어져 나오다가 마침 만카를 만나게 되자 자신의 억울한 사정(事情)을 말했다. 그녀는 남편의 어리석은 판단이 부끄러웠던터라 할 수 없이 농부에게 해결책을 일러주었다. 그 해결책이란 오후에 어망을 땅 위에 펼쳐놓고 시장이 뭐하는 거냐고 물으면 고기를 잡는 중이라고 하라는 것이었다. 만일 시장이 맨땅에서 어떻게 고기를 잡느냐고 물으면 맨땅에서 고기 잡는 일은 마차가 새끼 낳는 것보다 쉬운 일이라고 말할 것. 단, 이 일을 만카가 알려주었다는 걸 비밀로 하라고 하였다.

그 날 오후 우연히 창 밖을 내다보게 된 시장은 한 남자가 흙먼지 날리는 땅 위에 어망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자 밖으로 나가 뭐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시장에게 물고기를 잡는 중이라고 말하자 시장은 당연히 그 남자가 미친 것 아닌가 의심했고 그 남자는 제가 맨땅에서 고기를 잡는 것과 마차가 새끼를 낳았다고 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했다. 시장은 그제야 그 사람이 진짜 나귀 주인인 것을 알아본 시장은 그의 말이 옳다고 솔직히 시인한 다음 그 남자에게 혼자서는 그런 답을 생각해내지 못했을 테고 알려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농부는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시장이 자꾸 캐묻자 결국 그 일을 털어 놓았다.

그러자 화가 난 시장은 당장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 아내를 불러, 당장 이혼이니 친정으로 돌아가되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를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자 만카는 마지막으로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는데, 시장이 허락하자 남편이 특별히 좋아하는 요리로 저녁을 정성껏 준비했다. 남편도 그가 가장 아끼는 포도주를 따서 만카와 이별주를 든 다음 음식을 맛있게 먹고 또 먹었다. 식사와 함께 포도주도 계속 곁들였으므로 시장은 마침내 술에 취하여 의자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만카는 남편을 깨우지 않고 그대로 마차에 태워 친정집으로 데려갔다. 이튿날 아침 눈을 뜬 시장은 양치기의 오두막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는데, 만카는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가 바로 당신이기 때문에 당신을 데려온 거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결국 만카에게 못 당하겠다고 인정한 시장은 만카와 함께 마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며, 그 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내의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3. 여담

만화 세계 옛날 이야기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다만 여기서는 남편이 시장이 아니라 왕이다.

국내에서 발간된 세계 옛이야기 전집 서적인 웅진의 웅진메르헨월드와 교원의 모야모와 아누의 세계 옛이야기에도 이 이야기가 실려있다. 다만 웅진메르헨월드에서는 슬기로운 처녀라는 제목으로 나오는데 여주인공인 만카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줄거리 구성에서도 일부가 축약된 채로 나온다.

현대인의 상식으로 보면 이 이야기의 젊은 시장(만카의 남편)이 하는 행동도 다소 말이 안 되는 구석이 많다. 명색이 '시장'이라는 자가 아무리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가 젊다고 해도 법적인 절차가 아닌 해괴한 수수께끼 따위로 송사를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사실 현실에서는 시장이 있을 정도로 행정이 잡혀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라도 그 지역 나름의 절차와 과정이 있기 마련. 그 절차와 과정 역시 현대 기준으로 합리적인 것이 아닐 수는 있지만, 어쨌든 수수께끼로 송사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사실 옛 민담에서 현대의 윤리관과 상식으로 보기엔 부조리한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이 벌어지는 경우는 어느 문화권의 이야기책을 펼쳐봐도 널리고 널려 있으니 감안하고 보자.

시장이 자신의 송사에 끼어들지 말라는 조건으로 만카와 결혼했고 이후 만카가 금기를 어겨 갈등이 발생하는데 한국사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조선 중기에 이옥봉이라는 여류시인이 있었는데 조원이라는 선비를 사모하여 스스로 소실(첩)이 되기를 청했고 이에 조원은 여인이 시를 쓰는 건 남편의 체면을 깎기 때문에 그녀가 절필한다는 조건으로 수락하였다. 그런데 이웃집 여인이 그녀를 찾아와 남편이 소도둑으로 몰려 잡혀가서 억울함을 호소할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였고 그녀는 몰래 시를 써 형조의 당상관에게 보냈다. 시를 읽은 당상관은 글솜씨에 탄복해 남편을 풀어주었지만 조원이 이 사실을 알고 이옥봉을 내쫓았다. 만카 이야기에서는 전래동화답게 서로 화해하며 훈훈하게 끝났지만 안타깝게도 이옥봉은 두 번 다시 조원을 만나지 못하고 평생동안 시를 쓰면서 홀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출처는 여기

시장의 첫 번째 문제에 만카가 내놓은 '가장 빠른 것은 생각'이라는 답에 대해서는 북유럽 신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이야기에서 토르의 하인인 티알피우트가르트 로키의 하인인 '후기'와 달리기 경주를 해 2번 비기고 한 번 지는데, 이후 밝혀지길 후기는 사실 우트가르트 로키의 '생각'을 구현한 거인이었다.[2]


[1] 여담으로 북유럽 바이킹 전설에도 아슬라우그라는 비슷한 조건을 요구받은 인물이 있다.[2] 여담으로 나머지 이들의 상대도 흠좀무한데 로키는 로기와 고기 많이먹기 시합을 하였는데 본인도 할당량을 모두 채웠지만 로기는 고기는 물론 뼈에 식탁까지 먹어치웠지만 로기는 사실 불이었고 토르는 술마시기를 선보였지만 아무리 마셔도 술잔이 비워지지 않았는데 사실은 술이 아니라 바닷물이었다(...) 고양이를 들어보려고 했지만 다리 하나만 겨우 들어올렸는데 그 고양이는 다름아닌 자신의 몸으로 세상을 한 바퀴 감을 수 있는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 마지막으로 우트가르트 로키의 유모 엘리와 씨름하다가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는데 엘리의 정체는 세월(...) 결국 바닷물을 잔뜩 마셔버리고 거대한 뱀을 들고 세월과도 어느정도 맞상대하는 괴물에 기겁한 우트가르트 로키는 토르 일행을 쫓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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