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혁

짓는 사람. 옷이나 밥, 집을 짓는 마음으로 노래를 짓습니다.

···자신의 목소리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내뱉으며 기타 줄과 닿는 양손에 모든 감각을 집중한, 옛날 한국의 포크를 기반한 대중가요에서 어느 날 갑자기 현재로 보내진 것 같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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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원 (음악가, 프로듀서)

···여기 잠시 멈춰 선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 선 자리에 디딘 두 발을 보며, 심겨진 곳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꽃과 나무를 떠올립니다. 때에 맞춰 고유한 빛깔을 내는 일에 대해 생각하며, 철 따라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자연의 모습을 봅니다. 풍경에 비추어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던 이는 마침내 언어를 갖게 됩니다. 그렇게 만든 이야기를 갖가지 음으로 퍼뜨릴 때, 노래하는 이의 걸음은 비로소 한 시절을 뚫어낼 수 있을까요. ···만일 어디론가 향해 가다가 우리가 마주치게 된다면, 그곳이 저 너머로 향하는 길목이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마주한 그날에 함께 발맞추어 걷는 장면도 그려보고요. 나란히 어깨를 맞대어 서로를 견뎌주는 꿈을 꿉니다. 음을 붙인 저의 고백이 당신의 어깨에 닿기를.
- 허정혁

누구나 어느 지점에서는 닮아있을 법한 청춘의 자화상. 한 시절을 살고 다음 한 시절을 준비하며 겪는 회상과 성찰이 진솔하게 담겼다. 음반은 나약하고 무기력한 짧은 독백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불안과 혼돈의 시간을 지나 희망과 이상을 찾아간다. 현재와 과거, 미래가 단편적인 서사로 넘나들고, 중간 사이 연주곡이나 윤동주의 시는 시공간적 경계에 흥미로움을 더한다. 다소 레트로적인 포크 음률은 익숙한 듯 정겹다. 하지만 때때로 스며드는 사운드 파편, 또 몽환적인 사운드 레이어가 기묘한 환상과 생동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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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위원 남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