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프리플로팅 배럴이 적용된 저격소총의 총열. 총몸과 총열 사이가 직접 닿지 않아 종이가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Free-floating barrel
유동(遊動)총열
핸드가드나 스톡 같은 총 부위에 직접 닿지 않는 총열 형태. 용어로는 총열(배럴)이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의미로 오인할 수 있으니 주의. 유동총열은 권총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주로 소총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엽총이나 경기용 소총, 저격용 소총 등에는 유동총열이 흔히 사용된다.
2. 상세
소총의 구조를 잘 모른다면 "그럼 총열이 어떻게 공중에 떠 있다는 거야?" 등의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당연히 총열은 약실 부분과는 연결되어 있으며, 프리플로팅에서 말하는 '플로팅'은 총열이 약실부 이외 다른 곳에는 닿지 않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Nemesis Arms Vanquish. 프리플로팅 배럴의 구조가 잘 드러나는 총기다.
아래 그림에 두 소총이 있다. 위쪽은 스포츠용으로 개머리판과 일체형이다. 아래는 돌격소총으로 개머리판과 총열덮개가 분리되었다. (두 소총 모두 사수의 손이나 어깨 등과 접촉하는 스톡, 핸드가드는 갈색으로 채색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캐나다군 저격수들은 프리플로팅 배럴 효과를 보기 위해 당시 제식 소총이었던 로스 소총의 총몸에서 총구와 가까운 부분을 제거하기도 했으며, 이 조치는 리-엔필드 소총에도 적용되었다.
3. 장점
- 높은 명중률. 총열이 스톡 등에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발사시 총열의 진동 주파수의 교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총을 발사하면 충격이 총열을 따라 진동으로 전파되는데, 유동총열은 그 진동이 총열을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전파(傳播)된다. 반면 일반 총열은 스톡/핸드가드의 접촉부위에서 진동의 반사 및 전파가 발생하며 총열이 부자연스럽게 진동하게 되고[1], 사격의 정확도에 악영향을 미친다.[2][3]
- 정밀하게 유지되는 영점. 충격이 가해저 휘어지거나 나무 총열덮개가 습기를 먹어 부풀거나 금속제가 열에 휘어저도 총열과 총몸이 닿지 않기 때문에 총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 핸드가드가 총열과 접촉하지 않으므로, 과열로 인해 핸드가드가 쉽게 뜨거워지는 카빈 소총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4. 단점
- 높은 제조 단가. 군용은 거칠게 다뤄지므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명중률을 유지해야한다. 따라서 세심한 소재 선택과 적절한 설계, 고도의 가공이 필요하다. 더불어 비용이 높아지므로 효용성을 가지는 사용군이 좁아진다. 일반적인 교전거리인 200~400m 이내에서는 일반 총열도 양호한 명중률을 보인다. DMR 역시 보통 800m 가량의 교전거리를 가지는데 역시 일반 총열 구조라도 실용성에 문제없다. 이런 사용군에서는 값비싼 유동총열을 도입할 필요가 적다.
총몸이 나무로 이루어지면 제조비용이 높아지는 요인이 된다. 총열과 총몸 간의 결합이나 그 방식을 베딩(bedding)이라고 한다. 일반총열은 총몸과 맞닿는 부분이 많아서 베딩에 신경을 덜 써도 내구적인 문제가 적다. 반면 유동총열은 총열과 총몸이 맞닿는 부분이 적어, 일부분에 부하가 집중된다. 즉 견고한 베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하가 집중된 부위가 약해질 수 있다. 그러다가 총열 고정부에 유격이 생기기라도 하면 명중률이 뚝 떨어지게 된다. 또한 겉보기에는 멀쩡하더라도 미세하게 유격이 있다면 격발시 진동 특성이 나빠져 명중률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 나오는 대부분의 총기는 총열-약실 고정부가 두꺼운 금 나사산 방식 등으로 단단하게 물릴 때가 많으므로 잘못된 베딩 문제가 잘 생기진 않는다.
- 총열을 지탱하는 곳이 한 군데뿐이므로 약실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고, 이는 장총열과 중총열의 경우 더 심해 총열이 처질 수도 있어 오히려 명중률이 심각하게 떨어지기도 한다.링크(21분 30초부터 28분 26초까지)한글자막 중총열의 경우 제조 과정과 고정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총열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진다. 이는 높은 제조단가의 하위 분야로도 들어 갈 수 있다. 늘어난 무게를 지탱하려 총 몸쪽 총열을 좀 더 두껍게 만들고 처짐을 최소화 하고 정밀하게 제작하려면 그만큼 고도화된 총열 단조 제작공법이 들어가야한다.
그리고 더 무거워진다취소선 처리가 되어있지만 DMR 등 야전에서 들고 뛰어야 하는 총에는 중요한 문제다. 무게를 유지하려면 총열 길이나 구경을 줄이거나, 프리플로팅을 포기하기도 한다.
- 리시버에 직접 부착하는 악세서리나 핸드가드 부착이 까다로워진다. 핸드가드와 리시버 사이 연결부에 부담이 크므로 핸드가드에 레일 등을 부착하여 무거운 액세서리를 달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M27 IAR은 프리플로팅 배럴 RIS 핸드가드임에도 사진의 CNVD-LR 야간조준경 같이 Clip-on 방식으로 잘 사용한다. 이는 M110 SASS나 M110A1 SDMR도 마찬가지. 또한 M-LOK이 적용된 핸드가드는 핸드가드의 중량이 추가로 감량되어 연결부의 부담이 적어진다.
5. 돌격소총에서
▲ AK-12의 유동 총열
▲SIG MCX 의 내외부
유동총열은 최초에 주로 경기용 소총이나 엽총, 저격소총에 도입되었다. 군용 제식소총에 적용된 예도 일부 존재한다. 슈미트-루빈이나 Gew88이 대표적이다. 다만 Gew88의 경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도입된 철제 튜브에 물이 들어가 총열이 녹스는 문제가 있어서 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어쨌든 이들은 정밀한 명중률이 중시되고, 유동총열 도입으로 큰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20세기 말부터 돌격소총에도 핸드가드와 총열을 띄우는 유동총열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다만 돌격소총은 가스 작동식이 대부분이라 가스 기구를 최소화해야 하므로 볼트액션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현대에는 AR 기반 반자동 저격소총이나 특수전 위주로 수요가 있었다. 점차 일반 소총수에게도 정밀사격능력이 요구됨에 따라 M27 IAR, AK-12 등 제식 돌격소총에도 프리플로팅 배럴이 도입되는 추세다.
다만 사진에서 보이듯이 가스 기구가 큰 편이므로 저격총이나 볼트액션 같이 독립적인 구조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수준에서만 타협한 설계를 도입할 때가 많다.
직접적인 이익이라면 핸드가드가 총열과 가스기구를 감싸 보호하는 형태가 된다는 점이다. 외부의 충격을 받아도 핸드가드가 보호하므로 총열의 변형이 적어진다.전통적인 핸드가드는 총열의 열기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려는 기능밖에 없었다. 그래서 핸드가드 부분의 충격은 총열에 집중되는 식이었다.
[1] 어떤 총이든 슬로우모션으로 발사 순간의 영상을 보면 부품 간의 유격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고무 막대기가 출렁 거리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작동 부품의 수가 적어 그나마 진동이 적은 볼트액션이 선호되고, 거기에 프리플로팅 배럴까지 적용했기 때문에 극한의 정밀도를 끌어 올려야 하는 저격총으로 자주 쓰이는 것이다.[2] 보통 총의 반동은 총알이 총구를 떠난 후에 총에 전달된다고 가정한다. 총이 밀리는 속도보다 총알의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 반동 면에서는 그렇지만, 위와 같이 진동이 반사되면 총알이 떠나기 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동은 탄성파라서 음속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3] 이 때의 음속은 금속제 총열이나 총기 부품을 통해 전파되므로, 철도 레일에서의 음속과 비슷하게 공기 중에서의 음속인 약 340m/s보다 10배 가까이 훨씬 빠르다. 총구 속도가 웬만큼 빠른 총도 1000m/s를 밑돈다는 것을 생각하면, 탄두가 총열을 벗어나기 전에 탄성파는 총구에서 약실까지 2회 정도는 왕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