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프레임'이란 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UC 버클리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정립한 개념이다.우리가 어떤 것을 말할 때 그것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기인했으며, 어떻게 동작할 것이며, 그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등 대상에게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고, 명제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관계 없이 그 해석을 사실인 것으로 믿고 살아간다. 즉, 프레임은 개인의 인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일 뿐이므로 객관적 사실은 전혀 중요치 않다.
언어학자가 만든 개념이지만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된다. 정치인들이나 정치 이야기가 나올 때 등장하기도 하며 정책 연구 과정에서 대중들이 정책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따라 달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담에서도 이용하는 개념이다. 프레임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수정을 목적으로 하는 분야에서 자주 쓰인다. 프레임은 최면과 세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이기도 하다.
레이코프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가 이를 잘 다루고 있다. 제목대로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라'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머릿 속에는 '코끼리'라는 프레임이 작동해서 저절로 떠올리게 된다는 표현이다. 이 책에선 주로 언론과 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프레임 이론을 분석한다. 레이코프는 민주당 지지자이고, 민주당에게 선거운동 자문을 하기도 했다.
2. 예시
어떤 법이 공공에 대한 초법적 행사로 인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가정하자.[1] 공격자는 다음과 같은 프레이밍을 시도할 수 있다.공공의 질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인가?
개인은 공공의 안전에 대한 책임의 의무가 없는가?
개인의 자유를 위해 공공의 안전은 간과되어도 옳다는 것인가?
"공공의 질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 아니면 보호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은, 논제를 의도적으로 양극화하여[2] 선택지를 축소시킨다. (이분법적 프레임)개인은 공공의 안전에 대한 책임의 의무가 없는가?
개인의 자유를 위해 공공의 안전은 간과되어도 옳다는 것인가?
"개인은 공공의 안전에 대한 책임의 의무가 없는가?"와 "개인의 자유를 위해 공공의 안전은 간과되는 것이 옳은가?" 같은 질문의 경우 특정 가치 판단으로 논제를 유도한다.
만약 해당 프레이밍에 대해 곧이곧대로 답하게 되면 답변자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 '공공의 질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로 답할 경우[3],
개인의 자유가 공공의 안전,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
공공의 질서는 개인을 넘어 모든이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공공에 대한 개인의 책임은 절대 좌시되어서는 안된다.
개인이 이러한 의무를 저버리고 공공의 자유를 적대시하는 것은 이기주의이며, 윤리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해당 답변은 논리를 확대해 꾸며 상대방의 해명을 유도한다.공공의 질서는 개인을 넘어 모든이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공공에 대한 개인의 책임은 절대 좌시되어서는 안된다.
개인이 이러한 의무를 저버리고 공공의 자유를 적대시하는 것은 이기주의이며, 윤리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애시당초 설계된 답변이기에 표면 그대로 해명하면 계속해서 본래의 논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 과도한 확대 해석이다. 나는 공공의 질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한 것이지, 공공의 책임을 저버리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개인이 공공의 질서 위에 올라 공공의 안전을 수정하고자 하는 행위 자체가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자유 모두를 훼손 시키는 행위이다.
-> 나는 그러한 것을 추구한 적이 없다. 공공의 질서를 수정하고자 한 적도 없다.개인이 공공의 질서 위에 올라 공공의 안전을 수정하고자 하는 행위 자체가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자유 모두를 훼손 시키는 행위이다.
공공의 질서를 수정하고자 한 적이 없는데?
왜 공공의 질서가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여 논쟁을 유발했는가?
-> 공공의 질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맞다. (모순 때문에 공공의 질서를 수정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됨)왜 공공의 질서가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여 논쟁을 유발했는가?
제대로 된 논리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이 자리에는 자신의 주장만 하러 온 것인가?
그런 행동들이야말로 이기주의에 대한 반증이며, 자기 중심적 사고라는 것을 모르는가?
-> 확대 해석이며, 공공의 질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맞다. 과도한 법이 개인을 희생 시킨다.그런 행동들이야말로 이기주의에 대한 반증이며, 자기 중심적 사고라는 것을 모르는가?
같은 말만 반복하며, 제대로 된 답도 못하는 것인가?
공공의 질서를 무시하는 당신과 같은 비현실적 이상론자들의 그릇된 주장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 (창의적이거나 논리적인 반격등이 없으면 결국 계속 방어적으로 말할 수 밖에 없다. 방어적으로 말하면 말할 수록 공격자의 프레이밍은 계속 덧 씌여진다.)공공의 질서를 무시하는 당신과 같은 비현실적 이상론자들의 그릇된 주장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분명 방어자가 원하던 내용은 '공공의 질서와 개인의 자유 사이의 균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격자의 유도 질문에 답하다 보면 논제에서 점점 벗어나고 방어자는 공격자가 원하는 형태(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로 포장되게 된다.[4]
논리적 반박이 부족하면, 공격자가 사용하는 프레이밍 기법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방어자가 공격자의 프레임에 갇히게 되고, 사회적 이미지와 논의의 방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어자가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공격자의 프레임을 논리적으로 분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자연스럽게 오가는 몆 초 단위의 짧은 대화에서 자유로운 논리적 반박을 준비하려면 방어자는 공격자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준비를 필요로 한다.
위의 대화 예시는 공격자의 위치가 좀 더 명확히 드러나게끔 공격자의 대화 강도를 다소 높였기에 공격자의 프레이밍 의도가 어느 정도 구분되지만[5], 현실에서의 프레이밍은 보다 얕고 세밀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1. 실제 사례
2.1.1. 정치권에서의 사용
프레임 씌우기는 정치권에서 대중을 선동할 때 사용되며, 정파를 막론하고 여러 논란을 불러왔다. 프레임의 대표격으로 색깔론을 들 수 있다.정치인이 본인에게 프레임을 걸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리처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관련 '사기꾼' 발언이나, 안철수의 MB 아바타 발언 등.
사람을 달로 보냈다가 안전하게 귀환시키겠다는 아폴로 계획은 유명한 국제정치 무대에서의 프레임 전환의 예시이다. 아폴로 계획을 발표할 1961년 당시에는 모든 우주개발 분야에서 미국이 소련에 뒤지고 있었는데, 미국은 이를 중장기의 기한을 걸고(1970년대 이전에) '사람을 달로 보냈다 귀환시키겠다'는 당시로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제시하고 소련도 이에 참가하게 함으로써, 순식간에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대결을 '문 레이스'의 장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2.1.2. 법정에서의 사용
국민적 관심을 받는 재판에서는 여론 재판을 이끌기 위해 이 기법이 도입되기도 한다. 미국의 O. J. 심슨 사건에서 피고인측은 살인죄 여부를 다투다가 인종차별등의 쟁점을 부각하는 여론전을 펼쳤다.[1] 코로나 판데믹 시기 마스크 착용 의무(예* 공격자: 마스크 의무 찬성, 방어자: 마스크 의무 반대) 나 테러 방지법등을 떠올리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다.[2] 침해 vs 보호[3] '공공의 질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를 선택하면 아래의 '그렇다면 왜 논쟁을 하는가?'로 이어지게 되고, 혹여 '개인의 자유를 보호한다'로 답할 경우엔 공격자가 원하는 "법의 정당함"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또한 '공공의 질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로 답하지 않으면 무슨 답을 하든 공격자는 해당 답의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것이다. 구체적인 설명이 진행 될수록 방어자는 허점에 노출 될 수 있다. 논리의 준비성 여부에 따라 상황을 완전히 주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족할 경우 공격자에게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 할 수도 있다.[4] 설사 공격자의 포장이 실패하더라도, 최소 방어자가 하고자 하던 논제는 봉쇄되기에 공격자에게는 큰 손해가 없다.[5] 또한 방어자 역시 수동적으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