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중국 티베트 고원 일대에서 생성되는 뜨겁고 건조한 상층 고기압을 말한다. 일종의 열고기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일사가 강한 여름에 확장한다. 상층 고기압이므로 엄밀하게는 기단과 관련이 없으므로 티베트 고기압이 확장돼도 전선을 형성하지 못한다. 이러한 특성이 후술할 열돔이라는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주로 중층(500hPa)~하층(850hPa)에 위치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달리 티베트 고기압은 상층(200hPa 이하)을 뒤덮는 키 큰 고기압이다. 따라서 티베트 고기압을 일기도에서 확인하고 싶을 땐 100 또는 200hPa 일기도를 참고해야 한다.[1] 여름철이 되면 티베트의 눈이 녹고 태양복사에 의해 지면이 가열되면서 하층에서는 키가 작은 열저기압이 발생하는데, 이때 상층에서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기압이 발달하며 이것이 바로 티베트 고기압이다. 열저기압의 세력이 강할수록 티베트 고기압도 더 강해지며, 따라서 여름철 티베트에 남아있는 눈이 적을수록 고기압 발달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된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티베트 고기압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민들에게 학교 교육과정 등을 통해 잘 알려진 4대 기단(북태평양, 시베리아, 오호츠크해, 양쯔강)과 달리 본래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단이었지만, 2018년 폭염을 거치며 언론 및 학계에서 폭염의 원인으로 티베트 고기압을 주목하는 한편 기상청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다만 티베트 고기압은 지상과는 큰 관련이 없으므로 기단이 아니며, 엄밀히는 '고기압'도 아니다. 지상일기도나 700hPa 일기도에는 해당 지역이 저기압으로 표시된다.[2]
대한민국의 여름철 폭염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고기압이자 북태평양 기단과 함께 한반도의 여름 날씨를 좌우하는 고기압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티베트 고기압은 상층을 뒤덮는 키 큰 고기압이고, 북태평양 고기압은 하층, 중층을 뒤덮는, 상대적으로 낮게 위치한 고기압이다. 이 두 기단이 각각 상층과 하층을 점령하면 열돔이 형성되어 폭염이 장기간 지속된다. 이렇게 되면 상층, 하층이 모두 뜨겁고 안정된 상태가 되므로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면을 식힐 비마저도 오지 않는 숨막히는 더위가 이어지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가 2018년 폭염으로, 통상적인 여름은 낮에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져도 종종 오후에 소나기가 내려 대기를 식혀주는 반면 이 해는 소나기마저도 거의 오지 않아 기온의 끝없는 상승에 기여했다.[3]
근래 티베트 고기압이 특히 강세를 떨쳤던 여름은 2016년, 2018년, 2024년 여름이 있다. 이 중에서도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영역이 한반도에 정확히 겹치면서 열돔이 가장 견고했던 여름은 2018년이다. 2018년과 비견되는 2024년 여름 역시 양 고기압이 모두 맹위를 떨쳤고 그 영향으로 9월까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으나, 양 고기압이 완전히 겹치는 기상학적 개념의 열돔은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났다. 2018년 7~8월과 달리 2024년 7~8월엔 소나기가 잦았던 까닭도 열돔이 견고하게 형성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2016년은 두 여름에 비해 확실히 짧은 기간이었지만 8월 초~중순 동안 한반도에 열돔이 견고하게 자리잡으며 비 없이 푹푹 찌는 폭염이 이어졌다.
이 고기압이 알려진 것이 열돔 현상을 통해서 였으므로 티베트 고기압이라는 개념이 최근에서야 생겼다는 오해가 있지만, 열저기압에 동반되는 상층 고기압이라는 개념은 이전부터 있었다. 원래부터 고원 주변의 기압계는 하층 저기압, 상층 고기압으로 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확장한 티베트 고기압이 폭염의 원인이 되면서 한반도에서는 최근에 와서야 주목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