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Chromoly크롬-몰리브덴 스틸의 축약어로, 합금강의 일종이다. 크로몰리라는 이름만 들으면 마치 니크롬처럼[1] 크로뮴과 몰리브데넘만으로 구성되었거나 둘의 함량이 매우 높은 합금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철이 주성분이며 크로뮴은 1% 미만, 몰리브데넘은 0.5% 미만으로 소량 포함되어 있다.[2] 미국에서는 이렇게 포함된 성분의 비율에 따라 4118, 4120, 4121 등으로 등급을 정하기 때문에 흔히 "41계 스틸"이라 부르기도 한다. KS규격 및 JIS 규격에서는 SCM420, SCM430, SCM440 등으로 불린다.
순철에 비해 같은 무게에서 3배의 인장강도를 가지며 부식에 강하다.[3] 스테인리스강만큼
자동차나 비행기에서 강성이 요구되는 파이프를 제작하거나, 고압 가스용 봄베, 일부 총기의 총열 제작 등에 널리 이용된다. 또 스패너나 렌치 같은 공구 재료로 잘 사용된다.
2. 자전거 프레임 소재
사진은 크로몰리 합금으로 로드 자전거를 만드는 몇 안되는 제조사 중 하나인 Gios의 Air One모델이다. 모든 부분이 가느다란 튜브로 만들어져 있어, 주요 부분이 두꺼운 튜브들로 구성된 탄소섬유나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자전거와는 확연히 다름을 볼 수 있다.
위 사진은 대표적인 크로몰리 프레임 제조 업체인 설리사의 Midnight Special이다. 강인한 크로몰리 합금으로 다양한 용도를 가진 튼튼한 자전거들을 만드는 회사다.
크로몰리 소재로 만든 프레임과 포크는 알루미늄 합금이나 탄소섬유 복합재보다 탄성이 좋아 승차감이 우수하고 충격이 누적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녹슬지 않게 잘 관리해주면 꽤나 오래 쓸 수 있다. '관리 잘 된 크로몰리는 대를 이어 쓸 수 있다.'는 말도 있을 정도. 매우 우수한 재질이지만, 철 기반 합금이어서 무게가 다소 무겁다는 것이 단점이다.
20세기 말까지도 자전거계를 주름잡던 하이엔드 재질로, 고급 제품은 거의 다 크로몰리로 만들었다. 그러나 알루미늄 합금을 자전거 소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크로몰리강보다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이 중저가형 모델 재질의 자리를 석권했고, 오늘날에는 탄소섬유로 만든 초경량 고탄성 플라스틱인 CFRP 소재가 자전거 소재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5][6]
지금은 다소 마이너한 소재로 알루미늄, 카본에 많이 밀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임 주문제작을 받는 공방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소재중 하나이며, 프리스타일용 BMX, 투어링 자전거, 경륜용 픽시 같은 경우는 대부분 크로몰리로 제작된다. 크로몰리 스틸이 아닌 일반 강철(탄소강)은 자전거 제작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소재지만, 크로몰리와 탄소강은 이름만큼 전혀 다른 합금이다.
그러나 크로몰리강 프레임+포크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꾸준히 수요가 있고, 아직까지 버림받지 않고 현역으로 활약 중이다. 상술된 Gios 외에도 MASI, 후지, 설리 등의 브랜드에서는 꾸준히 크로몰리 프레임 자전거를 생산 중이다.
2.1. 장점
- 뛰어난 인장강도: 문자 그대로 강철이며, 강철 중에서도 인장강도가 높은 고등급 합금강이다.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제 프레임보다 훨씬 튼튼하기 때문에 큰 충격에 견디는 성질이 요구되는 BMX의 소재로는 사실상 크로몰리강 이외의 선택지가 없으며, 투어링 자전거처럼 많은 짐을 실어야 하는 자전거의 소재로도 애용된다.
위 동영상은 각종 자전거용 소재의 내충격 실험이다. 크로몰리강의 인장강도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강한지 볼 수 있다.[7]
- 탄성: 다른 소재와 달리 크로몰리강은 강성과 탄성을 함께 갖고 있다. 때문에 크로몰리강으로 된 가느다란 튜브를 갖고 로드 자전거의 프레임을 만들면, 강한 페달링 시 특유의 탄력을 느낄 수 있다. 이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 때문에 크로몰리강 자전거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CFRP 프레임의 딱딱한 느낌에 익숙한 이들 중에는 크로몰리 프레임은 스프링 위에 앉은 느낌이라며 꺼리기도 한다.
- 긴 수명: 일반적으로 소재의 피로한도는 인장강도에 비례한다. 즉 피로 파괴 저항성이 높고, 소재 자체가 튼튼하므로 매우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용접해 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8]
- 가공의 용이성: 일단 튜브와 러그 등의 원자재를 철강회사로부터 공급받을수만 있으면, 조립 자체는 소규모 공방에서도 TIG 용접기, 예열용 토치와 회전식 절단기 정도의 간단한 장비만 갖추면 충분히 가능하다. 크로몰리강의 용접은 일반 생활자전거의 탄소강 프레임에 비해서는 어렵지만[9] 다른 금속에 비해서는 쉬운 편이다. 반면 CFRP는 부품의 접합(접착)에 노하우가 많이 필요하며, 알루미늄 합금은 개인이 용접 가공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10] 티타늄 합금은 개인은 고사하고 웬만한 업체에서도 어려운 작업이므로 아예 논외.
- 소위 "클래시컬"한 지오메트리: 크로몰리강 자전거는 옛날 자전거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다. 알루미늄이나 CFRP로 프레임과 포크를 만들 경우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튜브의 특정 부분을 더 굵게 만드는 등의 설계가 필요하지만, 크로몰리강은 그냥 가느다란 직선 튜브로 만들어도 충분히 튼튼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만들어지는 크로몰리 자전거 역시 가느다란 직선 튜브를 러그로 짜맞추고 용접해 만든 프레임과 가늘고 쭉 뻗은 포크를 갖고 있으며 이는 수십년전 자전거 디자인과 다를 바 없다. 특히 픽시 라이더들은 이 때문에 크로몰리 자전거를 선호하기도 한다.
- 도난방지: 크로몰리강으로 만든 자전거는 팔아서 돈을 만들려는 자전거 도둑들이 잘 노리지 않는 편이다. 카본파이버 자전거처럼 고가인 것도 아니고, 수요도 높지 않아 훔쳐봐야 다시 팔아먹기도 쉽지 않기 때문. 아니 애초에 공방 수작업 프레임이나 경륜이 아닌 이상 훔쳐서 팔아봐야 알루미늄이나 카본같은 고급소재보다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크로몰리강은 강철종류이기 때문. 게다가 차체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차주들이 차중 경량화에 신경쓰지 않아, 대개 초대형 다관절 자물쇠나 U자 자물쇠 따위를 달아두니 훔치기도 쉽지 않다.[11] 이는 의외로 큰 장점으로, 고가의 카본파이버 로드바이크 같은 차를 가진 이들이 크로몰리강 자전거를 세컨드카로 마련해 일상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2.2. 단점
- 무게: 크로몰리강은 강철이니 당연히 무겁다. 알루미늄 합금이나 CFRP(탄소섬유) 소재는 훨씬 적은 무게만으로도 자전거 프레임으로서 충분한 강도를 갖도록 할 수 있다. 자전거 차체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승차자에게 유리하므로 이는 큰 단점이다.[12]
- 구식 기술: 옛날에는 크로몰리강이 최상급 소재였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더 강인한 스틸 소재가 존재한다. 다른 스테인리스강보다 인장강도가 더 강한 마르텐사이트 스틸 합금이 주로 쓰이며, 레이놀즈나 콜롬버스 같은 자전거용 튜빙메이커의 상위~최상위는 이 재질이다. 특히 최상위는 석출경화 스테인리스강이 사용된다.[13]
- 부식: 강철이므로 당연히 부식된다(녹슨다). 보통 철(쇠)이나 탄소강보다는 내부식성이 뛰어나지만, 장시간 습한 환경에 노출되면 크로몰리강도 서서히 부식된다. 때문에 대개 도장을 해서 부식을 방지하는데, 튜브 내부에는 도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일릿(마운팅 포인트), 즉 나사구멍 따위의 틈새로 물이 들어가면 속에서부터 부식되기도 한다. 때문에 시트튜브의 내부처럼 부식에 취약한 부분은 방청(녹방지) 처리를 승차자가 직접 하기도 한다.[14]
2.3. 기타
자전거가 아닌 오토바이에서는 두카티에서 프레임으로 많이 사용했다. 두카티가 인기있고 잘나가긴 하지만 예전엔 비교적 소형 제작자였기 때문에 일제 대형메이커처럼 알루미늄으로 프레임을 찍어낼 만한 설비를 들이기 어려웠기 때문. 트러스트형태로 설계된 프레임에 엔진을 잘 얹어서 꽤나 간지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1] NiCr, 니켈 80% + 크로뮴 20%.[2] 오히려 어지간한 스테인리스강이나 공구강, 도검용 강재에 포함된 크롬과 몰리브덴의 함량이 훨씬 높다. 중상급 도검용 스테인리스강의 베스트셀러인 미제 154CM만 해도 크롬 14%에 몰리브덴 4%다.[3] 스테인리스강(스틸 포함)도 크로몰리강(강철 포함)과 동급으로 부식에 강하다.[4] 한마디로 스테인리스강(스틸 포함)과 동급으로 크로몰리강(강철 포함)도 꽤나 녹이 안 슨다.[5] 한때는 티타늄 합금이 왕좌를 넘보는가 했지만 결국 탄소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매니악한 소재로 전락(?)했다.[6] 티타늄이랑 스테인리스강(스틸)은 가공성이 나쁜 편이다.[7] 4.5미터 높이에서 50킬로그램 무게의 철제 타격봉을 자유낙하시켜 충격을 가하는 실험이다. 첫번째 대상이 바로 크로몰리강으로, 모든 실험대상 중 변형이 가장 적다. 그 다음이 저탄소강, OEM(시판품) 철강 구조재, 알루미늄, OEM 철강 보강재 순. 그 다음에 나오는 실험대상들은 주로 탄소섬유 계열로, 너무 심하게 파괴되어 실험 의미가 별로 없다. 마지막에 변형이 별로 없는 것처럼 표시된 소재들도 가만히 살펴보면 탄소섬유 조직은 모두 끊어져 부러진 상태로 수리 및 재사용이 불가능하다.[8] 그러나 크로몰리는 탄소함량도 높고 크롬처럼 탄소당량을 높이는 합금원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용접이 어려운 강재에 속한다. 대충 건설현장에서 H빔이나 용접하던 정도의 실력으로 용접하려고 들면 높은 확률로 크랙을 내게 된다. 정해진 예열온도로 예열하고 용접 후에는 후열도 해야 한다.[9] 크로몰리강은 적절한 예열과 후열이 없으면 열충격 크랙이 생기거나 열영향부의 취성이 증가한다.[10] 불가능한것은 아니나 산화알루미늄 피막 제거를 비롯한 공정이 까다롭고, 용접 과정이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11] 카본파이버 자전거의 경우 차체가 가벼운데다 차주가 경량화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흔히 무거운 강력 자물쇠를 달기를 꺼린다. 아니 아예 자물쇠를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 경우도 종종있다.[12] 스테인리스강(스틸 포함)도 크로몰리강(강철 포함)과 동급으로 당연히 무겁다.[13] 스테인리스강(스틸 포함)도 크로몰리강(강철 포함)과 동급으로 구식 기술로 사용된다.[14] 스테인리스강(스틸 포함)도 강철(크로몰리강 포함)과 동급으로 부식이 된다.(녹이 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