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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2-18 08:22:03

최소대립쌍

1. 개요2. 예시3. 음운론에서의 최소대립쌍
3.1. 조건3.2. 쓰임과 예시
4. 기타5. 관련 문서

1. 개요

/ Minimal pairs

형식주의 언어학에서 특정한 단위가 변별을 유발하는 유의미한 단위인지 판단하는 증거이다.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서로 변별되는 언어표현A와 언어표현B가 있을 때, 두 표현의 구성단위(component unit) α β를 교체했을 때 두 언어표현이 정확히 대치된다면 언어표현A와 언어표현B는 구성단위 α β의 측면에서 최소대립쌍이다.

형식주의 언어학을 서지학(philology)과 대별시키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형식주의 언어학이 경험주의 과학적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이다.

흄 이후의 경험주의에 의하면 일반적 인과관계를 증명하려면 변인통제가 필수적이다. 즉, 어떤 요인이 원인이라고 추정한다면 그 요인을 제외한 나머지가 동일한 두 상황을 만든 후, 원인 추정 요인만 통제했을 때 결과가 통제되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대빵좋은'표 무좀약이 무좀을 치료한다는 가설을 세운다고 하자. 그것은 즉 '대빵좋은' 약이 무좀 치료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 인과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모든것이 동일한 두 환자군을 놓고 한 환자군에는 '대빵좋은' 약을 투여하고 다른 환자군에게는 위약을 투여하는 실험방법을 거친다. 만약 '대빵좋은' 약을 투여받은 환자군에서만 무좀이 치료되었다면 인과가 성립한다.

물론 의학의 경우 모든 사람의 생리적 요인들이 완벽통제되기 어려우므로 각각의 환자의 신체상태가 조금씩 다를 것이고 약의 효능도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따라서 대조군실험 이후 통계적 검증을 거쳐 근거로 삼게된다. 그러나 인지과학인 언어학은 의학과 달리 많은 경우 언어표현의 모든 요인을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마치 컴퓨터에서 Ctrl+C Ctrl+V 하듯이 인지적으로 동치인 언어표현 1과 언어표현 2를 상정할 수 있으며, 각각의 언어표현에서 한가지만 변경해서 그 변경된 부분의 언어학적 효과를 알 수 있는 것이다.[1] 그리고 이때 사용되는 언어표현 1과 언어표현 2를 묶어서 '최소대립쌍'이라고 하는 것이다.

형식언어학과 함께 흔히 '인문과학'이라고 묶이는 역사학이나 문학, 심지어 기능주의 언어학에서는 이러한 경험주의적 실험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그러나 형식언어학에서는 패턴에 대한 일반화는 '가설수립'의 단계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는 최소대립쌍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가설을 증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2. 예시

학부 수준 언어학에서 가장 처음 최소대립쌍을 접하게 되는 사례는 음운론에서 말소리의 '음운론적 관계'를 배울 때일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음운론에서의 최소대립쌍을 생각해보자. 음운론에서 어떠한 말소리가 음소의 지위를 가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최소대립쌍을 찾는 것이다.

/p/와 /pʰ/는 음성학적으로는 분명히 다른 소리이다. 한국어에서는 '밭'과 '팥'이라는 두 언어표현에서 가장 첫 자음이 각각 /p/와 /pʰ/이다. 이 소리를 맞바꾸면 두 단어는 정확히 대치된다. 따라서 '밭'과 '팥'은 /p/와 /pʰ/ 소리의 측면에서 최소대립쌍이다. 한편 영어에서는 [pɑt]과 [ɑt]은 동일하게 '화분'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이다. 따라서 이 경우 두 소리는 이음(allophones) 관계에 있다.

음운론에서의 다른 대표적인 예시로는 영어의 pie[paɪ]-buy[baɪ], 한국어의 달[t'al]-딸[t͈al]-탈[tʰal]이 있다.[2]

또한 화용론에서의 최소대립쌍은 모든 맥락이 동일하고 한가지 부분만 다른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는 모든 것이 동일한 상황이더라도 청자존칭여부에 따라 언어표현이 다르다. "밥먹어"와 "진지드세요"는 '공손성'의 측면에서 최소대립쌍이다.

3. 음운론에서의 최소대립쌍

한국어 최소대립쌍 자동 산출 프로그램

최소대립쌍은 음운론 기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음운론에서의 최소대립쌍은 같은 위치에 다른 소리를 배치시켰을 때 의미차이가 발생하는 두 단어를 말한다.

학부생들이 (또한 대학원 진학한 전공생들조차도 초기에) 가지고 있는 오개념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최소대립쌍이 관심 말소리쌍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어휘관계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관심소리쌍과 무관하게 하나의 말소리를 교체/제거/첨가했을 때 서로 동일해지는 두 어휘의 관계는 '음운이웃'(Phonological neighbour)이라 하여 음운론 기초에서는 다루지 않는 다른 개념이다.[3] 최소대립쌍에 대한 이러한 오개념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예컨대 한국어에서 '고리'와 '오리'가 최소대립쌍인지 질문하고는 하는데, 관심소리가 무엇인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두 단어가 최소대립쌍인지 여부는 '알 수 없음'이다. 심지어 고리-오리 관계에서는 관심소리쌍이 무엇인지조차 추정할 수 없다. 다만 고리-오리 쌍은 음운이웃을 이룬다. 동일선상에서 '낯-낮-낫-낱'이 최소대립쌍이냐고 묻는 학생들도 심심치않게 있다#.

둘째로, 언어와 독립적인 최소대립쌍이 존재한다는 착각이다. 최소대립쌍은 음운론 중에서도 개별언어의 음소목록(phoneme inventory) 구성을 위한 과정이고, 음소목록은 당연히 언어마다 다르다.

3.1. 조건

앞서 문단에서 표현한 것과 같이 '어떤 소리에 관한 것이냐'를 먼저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 소리쌍이 결정된 이후에는 두 단어가 해당 소리쌍에 대해 최소대립쌍을 구성하는지를 다음과 같은 두 조건으로 판정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해당 소리쌍을 제외한 모든 음은 완전히 똑같아야 한다. 예컨대 영어에서 [m]-[n] 쌍이 음소인지 판별하기 위해 최소대립쌍을 찾는다고 하자. 이 때, bomb[bɑːm]와 bone[boʊn]은 어말 [m]과 [n]외에도 모음까지 다르므로 최소대립쌍이 아니다.

두 번째로, 최소대립쌍이 되려면 그 다른 단 하나의 음으로 인해 의미의 구별이 일어나야 한다. [pʰ]와 [p͈]는 음성학적으로 다른 음이지만 영어 단어 pot[pʰɑ:t]을 [p͈ɑ:t]으로 발음한다고 해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되진 않기 때문에 최소대립쌍을 구성할 수 없다.

3.2. 쓰임과 예시

최소대립쌍은 음운론 연구와 현장언어학(field linguistics)에서 한 언어의 음소를 규정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음소 개념이 생소한 사람이라면 이해를 위해서 음소 문서를 먼저 보는 편이 좋다.

하나의 언어에서, 서로 다른 두 음으로 최소대립쌍을 구성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 두 음은 해당 언어의 서로 다른 음소이다.[4]

영어에서, pie[pʰaɪ](파이)와 buy[baɪ](구입하다)는 /pʰ/(무성유기 양순 파열음)과 /b/(유성 양순 파열음)을 제외한 모든 음이 동일하며 그 차이로 인해 의미가 구분되므로 최소대립쌍이다. 그러므로 [pʰ]와 [b]는 영어에서 서로 다른 음소 /p/, /b/로 인식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어에서, 달[t'al]-딸[t͈al]-탈[tʰal]은 서로 다른 세 음 /t'/(무성약유기 치경 파열음), /t͈/(무성 긴장 치경 파열음), /tʰ/(무성유기 치경 파열음)을 제외한 모든 음이 동일하며, 그 차이로 인해 의미가 구분되므로 최소대립쌍이다. 따라서 한국어에서 /t'/, /t͈/, /tʰ/는 모두 다른 음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영어에서 pie[pʰaɪ]의 /pʰ/를 /p͈/(무성 긴장 양순 파열음)으로 바꾸어 [p͈aɪ]로 발음한다고 해도, 영어 화자들은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지 발음이 좀 이상할 뿐 'pie'라는 단어의 뜻은 전달된다.[5] 따라서 이 두 음은 최소 대립쌍을 구성할 수 없으므로 서로 다른 음소가 아니라 하나의 음소 /p/의 변이음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어 달[t'al]에서 /t'/를 /d/(유성 치경 파열음)으로 바꾸어 발음해도 역시 발음만 좀 이상하게외국물 먹은 것처럼 들릴 뿐 '달'이라는 단어의 의미 전달에는 문제가 없다.[6] 따라서 이 두 음 역시 한국어에서는 서로 다른 음소가 아니라 한 음소의 변이음으로 인식된다.

특정한 두 음에 대한 최소대립쌍의 존재는 해당 두 음이 서로 다른 음소라는 명제의 충분조건이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즉, 특정한 언어에서 특정한 두 음에 대한 최소대립쌍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두 음이 반드시 같은 음소의 이음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어와 한국어 고유어[7] 음절에서 /h/는 두음에만, /ŋ/는 말음에만 사용된다. 따라서 /h/와 /ŋ/은 음절에서 같은 위치에 나타나지 않고 이를 '상보적 분포'를 이룬다고 표현한다. 음절상 같은 위치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당연히 최소대립쌍이 없지만[8], 그렇다고 /h/와 /ŋ/이 같은 음소의 이음이라는 것은 아니다.

4. 기타

훈민정음 합자해에서는 한국어 표현 중 최소대립쌍에 해당하는 예를 들고 있다. '혀〮/ᅘᅧ〮,괴여〮/괴ᅇᅧ〮,소다〮/쏘다〮' 등이 나온다. 보면 다 쌍자음들인데, '일반 자음을 쌍자음으로 쓰면 이렇게 의미가 바뀌는 예가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맥락에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음운론적 분포(Phonological distribution)에 속하는 소리의 분포 분류는 네 가지이다: 상보적(complementary), 중복적(overlapping), 동시적, 포괄적. 이 중 상보적 분포 및 중복적 분포를 가르칠 때 최소대립쌍을 판별을 위한 수단으로 언급한다.

5. 관련 문서


[1] 의학의 비유를 계속 이어가자면, 이것은 마치 완벽히 동일한 철수라는 인간을 복제해서 철수1 철수2를 만들고, 철수1에게만 '대빵좋은' 약을 투여하는 것과 동일하다.[2] 편의상 예사소리를 '로 구별한다.[3] 음운이웃 개념에 관해서는 미국 Kansas 대학교 심리학과 Michael Vitevitch 교수가 권위자이고 같은 대학교 언어학과의 Zie Zhang 교수 등도 유명하다. 한국의 경우 고려대 심리학과의 남기춘 교수 팀이 관련 연구성과를 많이 냈다.[4]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다. Free variation이나 Displaced contrast가 존재한다. 또한 예외를 배제한다고 해도, 충분조건이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아래 /h/와 /ŋ/ 사례 참조.[5] 만약 /pʰ\/를 /b\/로 바꾸어 발음했으면 다른 의미의 단어\(buy)가 된다.[6] 만약 /t'\/을 /tʰ\/로 바꿨다면 역시 다른 의미의 단어\(탈)가 된다.[7] 한국어 한자어의 경우는 사하구 / 상아의 예가 있다.[8] 즉 영어에서 [hæŋ\](hang, 걸다)이라는 단어는 있어도 [hæh\], [ŋæŋ\] 같은 발화는 나올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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