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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15 09:27:58

천문학적

1. 개요2. 대체 표현3. 천문학에서4. 관련 문서

1. 개요

astronomical

일반인이 가늠하기 어려운 엄청난 수를 표현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 우주에 있는 수많은 은하나 항성의 개수 등에 비유하여[1] 매우 큰 수라고 표현하기 위해 쓰인다.

2. 대체 표현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리처드 파인만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은하수에는 10의 11제곱이나 되는 많은 별들이 있다고 합니다. 거대한 수입니다. 그러나 그 수는 천억 정도에 불과하죠. 미국의 재정적자보다 적은 수입니다! 우리는 그걸 천문학적인 수라고 불러왔습니다. 차라리 재정학적 수(financial number)라고 고쳐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해설하자면 2010년 7월 말 미국의 국가부채는 약 13조 달러, 한화로 약 1경 6000조 원에 달한다. 그러니까 미국 국민 1인당 국가부채가 4만 3천 달러에, 매일 불어나는 이자만 41억 달러다. 천문학 얘기를 하는 척하면서 미국 재정적자를 돌려깐 거다.

2008년 짐바브웨의 경우 전 우주의 별의 개수를 아득히 뛰어넘어 화엄경에나 쓰일 법한 단위에 도달하는, 가히 불교적인 인플레이션을 보였다. 굳이 '불교적'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수를 나타내는 불교 용어 중에서도 화엄경에 나오는 긍갈라(10112), , 불가설불가설전 등 무지막지하게 큰 수를 나타내는 용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까지 도달한 경제학적 사례는 전무하다 보니, 이런 수를 '불교적'이라 표현한다.

3. 천문학에서

그러나 한 은하의 별의 개수가 '천문학적 수'라는 표현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천문학은 큰 수를 좀 더 편히 다루기 위해 여러 단위들을 고안해냈다. 몇 가지 예를 보자. 행성계 안의 거리를 논할 때에는 천문단위를 사용하며 항성 간의 거리를 논할 때는 광년(약 9조 4607억 km)과 파섹(약 30조 8567억 km)을 사용한다. 은하 단위 이상으로 넘어가면 억 단위는 물론 광년과 파섹으로도 부족해 적색편이 값을 거리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단위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킬로미터마일 등의 단위를 사용하면, 수의 크기가 계산에 불편을 초래할 만큼 커진다.[2] 경제학에서는 큰 수를 편하게 다루기 위해 표현을 축약하는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이는 경제학에서 주로 다루는 수의 크기가 천문학에서 주로 다루는 수의 크기보다 작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사실 '통계역학적 수'도 '불교적 수'와 함께 후보가 될 수 있다. 통계역학에서 주로 다루는 거시계의 입자 수는 [math(10^{수십})]개 정도나 되고, 그 계의 미시적 상태 수는 [math(10^{10^{수십}})]가지 정도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체 표현들의 수의 크기는 얼핏 보기에는 그냥 숫자들을 나열한 의미 없는 숫자놀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실존하는 광대한 우주의 가늠할 수 없는 크기"라는 요소에 기인하기 때문에[3] 위의 표현들로 대체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관련 문서


[1]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 개수를 가리키기도 한다.[2] 단적인 예로 1 광년은 약 9조 4600억 km인데,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경(약 465억 광년)을 km 단위로 나타내면 약 4399 km가 된다. 여기에 SI 접두어를 사용하면 P(페타), E(엑사), Z(제타)를 넘어서 Y(요타)를 사용한 439.9 Ym가 된다.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안 될 뿐더러, 이런 수를 표현하려면 정수형으로는 128비트(16바이트), 실수형으로도 64비트(8바이트)나 필요하다. 이런 수는 컴퓨터도 버거워 한다. 파섹의 경우는 원래의 정의가 환원 불능(casus irreducibilis)이라, 편의상 테일러 급수의 1차항만 취한 값을 썼고 2015년부터는 아예 이 정의로 갈아탔다.[3] 우주가 넓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앞서 소개된 '통계역학적 수', '불교적 수'는 불교나 수학처럼 해당 분야에 지식이 있는 사람만 헤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