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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4 15:56:09

인간증발

1. 개요2. 내용3. 시사점4. 여담5. 관련 문서

1. 개요

파일:인간증발.jpg
Les evapores du Japon: Enquete sur le phenomene des disparitions volontaires
인간증발 -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프랑스의 언론인인 레나 모제과 그녀의 남편인 스테판 르멜이 2008년에 우연한 계기로 일본 사회에서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택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들이 직접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쌓아 왔던 경력, 가족과의 유대를 스스로 끊고 사라진 일본인들을 심층 취재한 것들을 책으로 써낸 것이다.

2. 내용

'증발한 사람들'의 운명은 비명횡사하거나 영영 잊히거나 둘 중 하나다. 다른 길은 없다. 세계에서 일본만큼 '증발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인구 1억 2800만 명의 일본에서 증발한 사람들의 흔적을 찾는 일은 무모하면서도 흥분되는 도전처럼 느껴졌다. 그날 저녁, 내게서 이 이야기를 들은 스테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두 달 뒤, 우리는 문화적으로 낯선 일본으로 향했다. 불가사의한 현상을 취재할 수 있다는 확신만이 유일한 나침반이었다. 후지산이 보이는 아타미 해수욕장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17세기 에도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명성이 이어지는 곳이다. 사람들은 여기에 상상력을 발휘해 온천과 증발자들의 운명을 연결시켰다.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에 유황 가득한 온천의 수증기 속에서 과거를 깨끗이 씻어내려고 찾아온 도망자들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 연극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은유에서 증발을 뜻하는 일본어 ‘죠-하츠蒸発’가 유래되었다. 인간증발 P. 24 ~ 25
"더 이상 어머니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모든 것을 주었지만 전 어머니를 돌볼 수 없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의 어느 봄날 새벽, 유이치는 저렴한 모텔을 알아본 후 병든 어머니를 그곳에 버리고 그대로 달아났다. 쓰레기 채집과 막일을 전전하다가 산야의 이 작은 모텔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는 2층의 사무실과 투숙객들 사이에서 사는 현재의 삶이 편하다. 산야의 주민 중 몇 명이나 야반도주해서 왔는지, 가명을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정부의 지원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자급자족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무도 알지못하고 별로 관심도 없다. 여기서는 모두가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 본문 85쪽[1]
해당 책을 통해 저자는 일본 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압력솥과 같다고 묘사하는데 이는 마치 약한 불 위에 올려져 조금씩 끓는 압력솥 같은 사회에서 일본인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러다 압력을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수증기처럼 증발해 버린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빚이나 진학 실패, 이혼과 같은 사회적인 실패가 계기가 되어 증발하기도 하지만 가장 많은 경우는 실직인데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회사에서 충실하게 일해 온 직장인들에게 해고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겨주며 갑작스럽게 해고당한 한 남자는 평소처럼 아내의 배웅을 받고 출근하는 척 나와서는 지하철에 탄 채로 그대로 증발해 버린다고 서술했다.[2]

도주한 자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나오는데 일부는 버리고 온 가족이 그리운 나머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은밀하게 머물거나 가명으로 다른 직장을 다시 다녔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야반도주가 크게 증가하자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몰려온 이삿짐센터들은 평균 이삿짐 서비스 가격의 세 배나 비싼 가격으로 '야반도주 서비스'를 시작했다.[3] 이렇게 야반도주하여 사라지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을 찾는 탐정 업체도 크게 성행하게 된다.

일본의 오타쿠, 코스프레 문화도 같이 다루었는데 이들은 도피하지도 사라지지도 않지만 사회적인 관계를 단절하거나 크게 축소하여 생활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4]

3. 시사점

남 얘기 같지만 한국에서도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가장의 갑작스러운 실종이나 야반도주가 상당히 많았다. 실제로 해당 책에서 등장하는 직원을 다시 교육시킨다는 핑계로 실시되는 연수과정을 보면 한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한국은 아래 여담에서 보듯 국가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가 더 심한 편이어서 일본처럼 쓱하고 사라지기는 쉽지 않다.

4. 여담

5. 관련 문서


[1] 해당 인물인 유이치는 일용직에 종사해 왔는데 어머니가 몸져누우면서 치료비, 생활비, 집세를 혼자 감당하는 것이 벅차자 대부업에 돈을 빌리게 된다. 이후 야쿠자의 빚 상환에 시달리다가 어머니를 모텔에 유기하고 달아났다고 한다.[2] 말 그대로 어느 때처럼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직장에 나간 남편, 아버지가 그날을 마지막으로 아예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3] 실제로 주변에서 야반도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검은색의 천들을 가지고 와서 창문을 가리고 이삿짐을 싸서 배달해 주는 것이다.[4] 이들은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등 컨텐츠 문화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소비의 큰 축을 차지하며 일본의 컨텐츠 문화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일본의 크나큰 사회 문제이기도 한 역설적인 모습을 보인다.[5] 일본에 무슨 불가촉천민이 있냐는 사람이 있을 텐데 일본에도 부라쿠민이라고 불리는 천민 계층이 현존하고 있다.[6] 이 사람은 후에 로드킬당한 동물의 사체를 치우는 일을 시작으로 사망자 시신 청소와 같은 사업을 거쳐 과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발적으로 실종되기를 택한 사람들의 야반도주를 도와주는 사업을 한다.[7] 얄궂게도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여파로 인한 것인데 국가 지원금을 이 마이넘버를 통해 지급했기 때문이다.[8] 오사카의 가마가사키도 등장한다. 다만 산야는 일본인들만 있는 곳은 아닌데 저소득층의 일본인들이 주로 거주하다보니 월세와 식료품, 생필품의 가격이 매우 싸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점차 주머니가 가벼운 외국인들도 몰려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돈을 크게 쓰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해당 지역의 물가가 싸기 때문에 오는 것이기에 일본인들은 굉장히 질색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본다.[9] 찌는 듯 무더운 저녁, 젊어 보이는 남자 세 명이 술집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 남자는 희망을 위해 건배한다. 한 남자가 이들에게 다가와 일자리를 제안했다. 적어도 두 달 동안 숙식이 제공되는 일이다. 쓸고 닦고 쓰레기를 자루에 담는 작업이다. 쓰레기의 정체는 원전 폐기물, 핵먼지. 내일 이 세 명은 후쿠시마에서 원전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을 할 것이다. 어차피 가출한 사람들이라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누구도 찾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 인간증발 P 243[10]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속처리를 할 때 인맥과 로비, 접대로 일감들을 하청받은 업체들이 또다시 하청을 줬다는 사실들이 폭로될 때 이들도 같이 언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