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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4 23:47:08

인간의 뇌는 10%만 사용된다


1. 개요2. 역사3. 틀렸다는 근거 및 진실4. 부분적으로는 사실인가?5. 대중매체에서의 사용6. 기타

1. 개요

사람은 가 가진 능력을 100% 다 사용하지 못하고 일부만 사용한다는 대중심리학과 관련된 오래된 속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 유사과학이지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출처 불명의 소문이 퍼지면서 더욱 잠재우기 힘든 편견이 됐다. 당연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뇌과학이나 신경과학과는 무관한 물리학자이며 아인슈타인이 이렇게 말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BBC 기사 여기에 '아직 과학적으로 나머지 90%에 무슨 능력이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라는 속설까지 덤으로 퍼졌다.

2. 역사

이 도시전설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례는 1890년대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와 보리스 시디스가 윌리엄 제임스 사이디스라는 신동을 연구하면서 주장한 인간의 잉여능력에 대한 가설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일반 청중들에게 하는 강연에서, 시디스의 사례를 들며 사람들은 자신의 지적 잠재력의 극히 일부밖에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말을 한 윌리엄은 신경과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라는 점이다. 즉 윌리엄은 인간의 심리라는 비실체적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지, 실제 뇌가 생물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체적인 부분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1936년 미국의 작가 로웰 토마스는 데일 카네기의 저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에 보낸 서문에서 이 아이디어를 요약하고 허위의 숫자를 덧붙여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제임스 교수는 평균적인 인간은 그 지적 잠재 능력의 10% 밖에 발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썼다. 물론 윌리엄이 10%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 즉 근거 없는 허위 주장에 근거 없는 허위 사실까지 덧붙여진 것.

30년대에는 뇌의 대부분이 신경 아교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었지만, 당대엔 아교 세포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언뜻 보면 대부분이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보일 수도 있었다. '생물 심리학'의 저자이자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제임스 W. 캐럿(James W. Kalat, 1946 ~ )은 1930년대가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시행착오 단계인 상황이었고 일반 대중들의 과학적 무지 및 비판적 수용 능력 부족이 겹쳐져 "10% 신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3. 틀렸다는 근거 및 진실

파일:iFp0lWH.jpg
브레인 파워

"저...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거죠?"
"우리는 뇌를 단지 10%밖에는 쓰지 못하지. 지금 자네가 투여한 약은 100%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줄 걸세."

(영화에서)
"그녀는 뇌의 40%만을 쓰고 있어! 100%를 쓸 수 있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짐작도 안 돼!"

(현실에서)
"왜 저런대?"
"뇌의 40%만을 쓰고 있는 중이래."
"아. 많이 쓰는 게 전혀 아니네."
현실과 영화의 차이
(동영상 오른쪽 하단에서 한국어 자막을 켤 수 있다.)

신경 과학자 배리 고든은 이 유사과학이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우리는 뇌의 모든 영역을 사용하고 있으며, 뇌의 대부분은 언제나 활발하다"라고 덧붙였다. 고든은 10% 전설이 잘못됐다는 7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정재승도 자신의 저서인 <과학콘서트>에서 이 유사과학을 비판한 바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진짜라고 알고 있으나 위의 만화에서 봤듯이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소리다. 결론을 말하자면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동시에 쓰지 않는 것'이다. 다른 기관인 심장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심장은 분당 최대 200번 가까이 뛸 수는 있지만 평상시에는 일부러 그렇게 빨리 뛰지는 않고 분당 80번 정도의 스퍼트를 유지하다가 매우 격하게 운동을 하는 등의 상황에서만 분당 200번까지 뛰게 되며, 뇌 또한 마찬가지로 사용률이 최대 100%까지 쓸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일부러 그렇게 과도하게 작동하지는 않고 사용률 10% 이내의 스퍼트를 유지하다가 작업을 하는 상황에서만 사용률이 100%까지 활용되는 것이다. 더 쉽게 비유하자면 평상시엔 절전상태이다가 작업시에만 스위치가 들어가 100%출력을 내는 것. 또한 훈련되어 익숙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의식적인 생각을 적게 하면서도 최적화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상황일 경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최적의 행동을 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이 유사과학 이론과는 정반대로 뇌 활성화가 덜 될수록 오히려 뇌를 잘 쓰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별도로 신경 효율(neural efficiency)이라고 부른다.

이해하기 힘들다면 컴퓨터의 싱글코어 CPU사용량과 비슷하게 동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켜고 냅두었을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사용 부분이 늘더니 복잡한 프로그램을 돌리면 100%까지도 돌아간다. 또한 CPU도 10~20%만 사용한다고 해서 CPU의 일부 기능을 꺼버린다는건 아니다. 모든 회로는 이론적으로 전부 가동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면 회로가 과열되기 때문에, 부하가 적게 걸리는 프로그램을 돌릴 때는 10%~20%정도의 적은 리소스만 사용하도록 설계된다. 또한 고성능의 CPU일수록 연산능력 100%의 절대값이 높기 때문에 같은 프로그램을 돌려도 CPU 사용률이 낮아진다.

연산장치의 입장에서 뇌를 간단하게만 분석해봐도 말이 안 된다. 특정한 정보나 일을 처리하는 연산장치를 업무를 처리하는 회사나 공공기관에 비유해보자. 바이어나 손님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뇌라는 기관에 처리를 맡긴 상황에서 그 일 하나를 위해 모든 직원이 손님이나 바이어를 맡을 필요는 없다. 회사에 여러 부서와 계열사가 있듯이 뇌도 여러 구간에서 일을 처리한다. 그 중 외부의 일을 처리하는 부서(기관)의 직원이 유능하면 유능할수록 더 많은 활동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듯 뇌도 잘 쓸수록 정보를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뇌에서 필요한 부분은 모두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 활성화된 부분을 적게 사용할수록 그 뇌는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처리 난이도가 오르지 않으면 활성화된 부분을 덜 사용하기 때문에 발전이 더뎌지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4. 부분적으로는 사실인가?

fMRI(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나 PET(양전자 방출 촬영)로 를 촬영해보면 말 한마디를 하는 등 아주 간단한 사고 작용을 수행할 때도 뇌를 전체적으로 한 번씩 훑으면서 작동한다. 즉 다양한 영역이 동시에 활동한다. 물론 인간이 뇌 속의 모든 기능을 항상 풀가동하고 모든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기능을 전부 열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마 10%라는 말의 의도는 뇌의 일부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간단한 행동이나 평범한 일상생활에서의 뇌 사용 효율이 10% 정도라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의 두뇌에는 약 210억 개 (2 billion) 개의 뉴런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연히 모두 동시에 활성화하는 것은 아니고 일상적으로는 10% 정도만 활성화된다.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한 활동을 하면 그 활성화 비율이 치솟는다. 뇌는 인간 몸무게의 2% 밖에 되지않지만 산소나 칼로리의 20%를 소모하는 굉장히 가동비용이 비싼 기관이다. 그러니 평상시에도 두뇌를 100% 가동한다면 뇌는 지금보다 10배의 산소와 칼로리를 소모하고 인간의 심장 허파 위장 간 등 모든 기관들도 그런 자원공급을 감당해야 하므로 지금보다 3-4배의 체중과 호흡 영양섭취 등을 해야할 것이다. 또한 이런 소모 증가로 근육이나 다른 장기 면역력 등 다른 기관들은 공급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건 생명체로서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고 증가된 두뇌활동이 에너지 소모를 정당화할 만큼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면 그런 생명체는 진화에서 도태될 것이다. 그러니 평상시에는 일부 능력만 사용해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고도의 정신능력이 필요한 경우에만 에너지를 대량으로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현재의 10% 두뇌 평균 가동률과 20% 에너지 소모 점유율은 바로 그러한 타협에서 나온 산물인 것이다. 다만 인간이 1만년 전부터 문명생활을 하게 되면서 생활양식이 크게 변했고 생존과 번영에서 신체 기관 들의 중요도는 크게 변했는데 현생인류의 신체와 두뇌는 20만년전이나 거의 변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몇 만 년에 걸쳐서 천천히 두뇌의 가동비율, 적어도 최대 가동비율은 더 올라갈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현대에도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인간사회와 문명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평상시에 주변환경에 신경을 쓰거나 업무에 집중할 때 두뇌의 가동률을 더 높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해진 반면 식량 등 영양공급을 위한 활동은 매우 쉬워졌으므로 최적의 진화를 위한 평형점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능력 발휘한다', '실력 발휘한다'라는 표현을 써도 우리는 뇌를 전부 다 사용하는 그 상태를 초능력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CPU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바탕화면만 띄워놓고 대기시켜 놓을 때는 CPU 사용률이 10% 이하이고, 고사양 게임을 돌리면 80~90%까지 치솟는다. 그런데 대기화면만 켜두었다고 했을 때, 컴퓨터가 CPU의 10%만 사용하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CPU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성능의 10% 정도만 유지하며 바탕화면을 그려주고 있고, 나머지 90%의 리소스는 다음 작업을 위해 아껴둔 힘일 뿐이고 언제든 쓸 수 있게 대기하는 상태인 것이다. 뇌도 비슷하게 보면 된다. 그러니 나머지 90%가 숨겨져 있니 초능력이니 하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뇌에서 즉각적으로 다음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해둔 여력이다.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건 CPU에서의 오버클럭처럼 카페인, 메스암페타민 등의 각성제 또는 기타 원인에 의해 신경세포가 정상보다 더 활성화되는 것이다.

즉 인간이 항상 혹은 동시에 뇌의 100%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설령 이 속설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이 영화처럼 인생역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성공은 뇌의 활용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그 사람의 주위 배경이나 성격 등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약간 앞선 생각은 좋아하지만 많이 앞선 생각은 싫어한다'는 말처럼 비범한 발상이 성공을 담보해주는 것도 아니다. 이 문서의 출처로 거론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우 학창시절 교수에게 밉보였다는 이유로 한동안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도 못했다.

다만 의 특정 영역에 외상을 입었을 경우 뇌가 기능수복을 꾀하며 보여주는 회복능력은 현대의학으로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이용해 '인간의 뇌는 10%만 사용된다'는 가설을 주장하는 근거로 쓰기도 한다. 당연히 혼동하면 안 되는 게 뇌의 놀라운 회복능력과 잠재능력을 끌어내는 건 별개의 문제다. 뇌가소성 문서도 참고.

단, 만약 여기서 ‘사용한다’를 ‘소모한다’라고 바꾸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인간이 평생 순수하게 두뇌 활동만으로 소모하는[1] 두뇌의 능력은 0.1%도 안 된다.

5. 대중매체에서의 사용

널리 알려진 속설인지라 대중매체에서도 종종 소재로 쓰이곤 한다. 대중매체에서는 인간의 뇌를 풀가동하면 사실 그 안 쓰는 90% 중에 초능력이 있었다면서 초능력자가 되는 게 기본 골자. 2010년대에 들어서는 낭설로 알려졌음에도 소재 자체가 흥미로운지라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일단 대충 뇌의 잠재력을 개화시킨 게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에 대입한 작품만 해당된다. 직접적으로 '인간의 뇌는 10%만 사용된다'라고 10%라는 수치가 작중에 직접적으로 나온 경우는 ★표, 나머지는 10%라는 직접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충 비슷한 맥락인 경우다.

6. 기타

해당 설이 낭설로 밝혀진 후 소재의 가치가 사라지자, 초능력을 다룬 작품에서 정크 DNA를 대체재으로 삼기도 했다. 이쪽은 신체의 98%를 차지하는 비활성화 DNA가 사실은 초능력이 발현되지 않은 것이라는 설정. 하지만 이 역시 2010년대 후반에는 비활성화된 것 자체가 역할이라는게 밝혀지면서 인트론이라는 이름으로 정정되었다.


[1] 즉, 과로해서 죽는 뇌세포. 뇌의 일부분이 과로로 죽는다는 소리다.[2] 소설 나무를 바탕으로 공모된 작품들을 모은 일종의 2차 창작 앤솔러지이다.[3] 일단 형식상 뤽 베송 감독의 프랑스 영화인데, 헐리우드 배우가 주연이며 영어가 더 많이 쓰인다.[4] 다만 극장판으로 가면서 초능력과 관련된 설정이 몇 개 더 추가되었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