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화와 연출
디지털 매체 특성상 웹툰은 제작 단가를 맞추기 위한 인쇄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색을 입히는 데 자유롭고 해상도도 높일 수 있다. 대부분 연재주기가 짧기 때문에 일러스트 같은 색감을 보여주기는 힘들지만, 웹툰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제한된 색으로도 감정이나 긴박감 묘사를 깊이있게 하면서 점점 출판만화와 차이있는 장점이 되고 있다. 웹툰의 스크롤 방식도 페이지가 나뉘어서 지면에 맞춰서 편집해야 하는 출판만화와 비교해 장점인 점이다. 대부분의 만화는 여러 장의 종이를 제본을 통해 하나로 묶는 코덱스 방식인데 이 경우 컷의 배분에 따라 항상 페이지가 어디에서 끊기는지, 컷들이 페이지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조심해야 한다.예를 들어 임팩트 있는 컷의 경우 2페이지에 걸쳐서 컷을 배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부담없이 책허리를 꺾어서 펴볼 수 있는 잡지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제본이 빡빡한데다 소장 목적인 단행본의 경우 그림 중간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난감한 경우가 많다. 거기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부분이 기계적으로 100%로 맞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림이 미묘하게 어긋나고, 이 넘어가는 부분에 얼굴이 걸리면 사시가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 웹툰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로 이런 좌우로 넓게 펴지는 연출은 할 수 없지만[1], 특유의 상하로 퍼지는 연출의 경우 제본 방식 때문에 연출이 끊기지는 않는다.
특히 스마트폰과 앱스토어 도입 등으로 소액 유료 결제가 대중화 돼서 이런 디지털 포맷의 장점은 더 커졌다. 거기에 연재 자체가 웹에서 이루어지고 애초에 작고 해상도 낮은 컴퓨터 모니터 때문에 개발된 스크롤 방식이어서 웹툰은 스마트폰에서 접근하기도 좋고 디스플레이가 작아도 무리없이 볼 수 있다.
이에 더해서 잡지나 단행본 등 인쇄매체로는 불가능한 화면의 일부 또는 전체를 움직이게 하거나[2] BGM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웹툰이 디지털 포맷을 이용함으로써 얻는 장점이며, 이러한 요소를 활용해서 웹툰만의 장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웹툰은 디지털 형태로 배포되기 때문에 출판 만화와 달리 책을 일일이 보관해야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원나블 같은 장기 연재작이 되더라도 집에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사나 보관에 좋다. 물론 만화책을 사랑하고 종이로 된 책을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 기존 출판만화 팬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일부 인기작에 한해서 단행본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웹툰은 제목을 짧게 짓는 경향이 있다. 썸네일과 썸네일 사이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령 이현세의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같은 제목은 "며느리밥..."같이 생략되어 나타나고, 이는 독자가 제목을 외우지 못하게 되므로 불리하다. 고로 말줄임표로 생략되지 않도록 대부분의 만화가 평균 5자 내외의 길이로 제목을 짓게 되었다. 일본은 라이트 노벨의 영향으로 만화 제목이 엄청 길어지는 유행[3]이 있는 것과 정반대인 현상이다.
작화의 경우 꽤나 들쭉날쭉한데, 웹툰 초창기에는 출판만화 시절에 비해 저질화가 이뤄진다고 까이기도 했다. 사실 출판만화 시절에서도 작가들의 질이 갈린건 마찬가지나, 웹툰의 경우 기존부터 이미 만화를 그려온 전문가들 + 신인이라도 정말로 잘 그리는 작가들 / 그에 비해 작화수준이 후달리거나 상대적으로 단순화된 작화를 고수하는 사람들로 나뉘기 때문.
물론 그림체에는 크게 우열이 없고 그림체가 단순하다 쳐도 내용으로도 승부하는 웹툰은 얼마든지 있고 이는 그 전의 출판만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그림체로 따지는건 사실 무의미하지만,[4] 그림체와는 별개로 완성도가 낮은 게 눈에 확 띄는 어정쩡한 그림체[5]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07년도 핑크레이디가 시작이고 미티가 주로 쓰는 그림체이지만 웹툰계에서는 2010년도 후반 외모지상주의와 여신강림이 나름 히트치면서 실사/극화 + 입시미술체[6]를 따라하는 웹툰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사/극화 + 입시미술체는 '한국 온라인 게임 원화체'를 웹툰에 녹인 것인데 그림 실력을 많이 타기도[7]하고 캐릭터의 디자인도 평범해질 수 밖에 없기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8]
이 외에 작화의 질적 저하가 언급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빨리 만들어서 빨리 공개하는 주간연재의 배경도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세부 묘사를 생략하거나, 이미 배포된 브러쉬나 툴, 3D 모델링 등으로 채우는 경향성이 잦아진 것도 있을 것이다.[9]
하지만 선행 에피소드 소액 결제가 기틀을 잡아가면서 웹툰 자체의 매출이 늘어나자, 웹툰 제작이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제작해 투입되는 인력도 많아졌고 오히려 고화질 컬러 이미지와 CG를 활용한 수려한 작화를 선보이는 작품이 늘어났다. 예를 들어 그다지 높지 않던 작화 퀄리티로 유명했던 기안84의 작품들도 스튜디오 체제를 확립한 뒤에는 눈에 띄게 전작들보다 깔끔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나 혼자만 레벨업(웹툰)처럼 검증된 원작이 있거나 고수처럼 유명한 작가의 경우 초기 투자에 부담이 덜해 작화의 질이 높고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2. 시나리오
웹툰을 보면 알겠지만, 스토리형보다는 일상물, 개그물이 많은 편이다. 스마트폰 기반 콘텐츠 산업의 특징으로 꼽히는 "빠른 제작, 빠른 소모" 때문이다. 스마트폰 콘텐츠 산업들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잠시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게임 시장의 경우 제대로 게임을 즐기는 하드게이머들이 PC나 콘솔기기를 맞추고, 라이트한 게이머들은 스마트폰이나 랩탑, 태블릿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구매한다. 영상 시장도 마찬가지인데 하드코어한 팬층은 영화관을 찾지만 라이트한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유튜브로 가볍게 영화를 시청한다. 소설의 경우 라이트한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웹소설, 라이트 노벨, 양판소를 구매하고, 하드코어 수요자들은 작품성을 심하게 따지며 인문학 책이나 하드 SF, 하드 판타지를 판다. 이와 마찬가지로 웹툰 역시 콘크리트 매니아층과 라이트한 매니아층이 구분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라이트한 구독자들을 겨냥하는, 사실상 웹툰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웹툰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웹툰이 주간 연재를 함
독자층들이 즉각 반응을 함
예)사이다같은 전개를 원한다던가...
작품의 서사성, 캐릭터 붕괴 등 질이 떨어짐
독자층들이 즉각 반응을 함
예)사이다같은 전개를 원한다던가...
작품의 서사성, 캐릭터 붕괴 등 질이 떨어짐
이런 공식이 반복화 되고 있다. 특히 자극적인 소재 남발, 폭력성과 선정성만 있는 그림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빈약한 스토리와 허무한 결말 등에 성토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 특히 성인 웹툰일수록 섹스 판타지에 집착한 나머지 스토리가 엉성하고 황당한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높은 접근성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1] 90˚ 돌리면 비슷한 연출이 되긴 한다[2] 주로 GIF 확장자를 사용한다.[3] 다만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웹툰은 일본 만화와 마찬가지로 문장형 제목이 많다.[4] 그리고 작화가 원래 퀄이 높은데도 주간 연재 + 기본은 채색이라는 웹툰 틀에 맞추려고 일부러 단순한 작화로 갈아타는 작가들도 있음을 감안해야한다.[5] 보통 극화체, 세미체(실사/극화 + 입시미술체), 모에체, 커뮤체 등 실사 등신화에 가까운 그림체를 쓰는데 실력이 어정쩡한 사람들의 그림체가 여기에 해당. 처음부터 단순한 그림체로 나간다면 작화 쪽에서 연출로 승부하게 되기 때문에 연출력으로 평가가 하락할지 말지가 갈린다.[6] 입시만화 스타일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캐릭터의 데포르메를 거의 하지 않고 현실적인 비례와 이목구비를 내세우며, 매우 이상적인 미남, 미녀를 그리는 것이 특징으로, 게임 원화체(세미체, 반실사체)와 계보가 거의 비슷하다.[7] 이런 그림체를 웹툰에 적용시키는 것이 의외로 힘들며 단점이 많다. 실사체에 대한 비판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나 그것을 찍은 사진을 개성이 없이 그저 따라서 그린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만화보다는 일러스트에 더 어울린다는 평이 있고, 캐릭터의 디자인도 자칫 평범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목구비와는 달리 톤에는 생동감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면 그림이 실제 인간과 어설프게 닮아 오히려 괴리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림을 잘 못그리는 작가가 이 그림체를 택하거나 본래 다른 그림체에 익숙하던 작가가 이 그림체로 갑자기 바꾸었다면 이런 부자연스러움이 합쳐져 불쾌한 골짜기가 생길 확률이 높다. 미티의 웹툰은 개그 만화 그림체이긴 하지만 탁한 눈동자, 눈주름과 인중 강조, 실리콘 인형 같은 인공적인 피부색 때문에 호불호가 심히 갈린다. 오죽했으면 성인초딩에서 베댓으로 달린 시무 5조 중 인중 강조해서 그리지 않기가 있을 정도다. 또한 이런 그림체는 극화체와 마찬가지로 모에체보다 더 세세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에 작가가 과로하기 쉽다. 기사(극화체로 표현하고 있으나 웹툰 상위권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실사/극화 + 입시미술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8] 네이버 웹툰 측에서 본래 일본 만화체이던 베스트 도전만화 작품을 정식 연재로 전환할 때 일반인 독자들을 모으기 위해 그림체를 실사/극화 + 입시미술체로 바꿔서 베도때 보던 독자들이 불쾌한 골짜기가 생겨 괴리감이 심하다는 비판을 하게 만든 사례도 있다.[9] 웹툰에서 건물 묘사, 가구 등을 묘사할 때 이런 브러쉬나 모델링 안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다. 로판 웹툰 장르에 자주 나오는 성 모델링의 경우, 너무 자주 나와서 캐슬님이란 이름까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