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삼국지 가후전의 여포.기존 창작물에서의 여포의 이미지[1]와 달리, 화려한 옷을 입고 연녹색의 머리결에 선이 가늘고 여리여리한 까만 피부 미남으로 각색되었다. 구판에서는 느끼한 멘트("내가 북쪽 칼바람을 맞으며 지키려던 건 높으신 분들이 아니라 너 같은 이름 없는 백성인데 어찌 이리 매정하게 구느냐.")로 여자를 꼬시는 기질까지 있었지만, 이 부분은 R판에서 삭제되었다. 이후 행적으로는 싸움만 아는 무장이 아닌, 냉정하고 판세를 읽을 줄 아는 무결점 장수로 묘사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관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라는 삶의 방식 때문에 의리가 없는 인간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유비는 여포를 서주에서 다시 만났을 때 "상국 동탁의 명령으로 정원을 죽이고, 황제의 명령으로 동탁을 죽인" 여포의 행동이 도의에 어긋나진 않지만, 여포는 자신의 힘이 향할 방향을 일관되게 잡지 못한 '무기'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리 힘이 강해도 무기에 복종하는 인간은 없다며 협력해 대의를 이루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여포는 진작에 진궁을 만나 '무기'가 되지 않고 자신이 천하의 지배자가 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제안을 거절한다.
2. 행적
첫 등장은 R판 기준 57화로, 장료와 함께 등장한다. 구판에서는 평소에도 여자 꼬시러 다니느라 중요한 만남같은 것을 내팽겨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자기 양아버지인 정원에게 '망나니' 라고 불렸다. 물론 본인이 없을 때 한 말이지만.
만전을 기하는 것만으로 항상 도박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찌 뭇사람들이 도박의 심오함에 탄식하겠는가.
─ 가후전R 63화 나레이션
구판 61화 마지막에서 장안성을 지키는 포지션으로 등장해서 처음에는 심심하다고 투정부리더니 62화에서 마침내 진가를 드러내는데, 장안성을 통과하려는 동탁군을 막아서면서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동탁군 장수 동홍을 참수시킨다. 그리고 참수당한 동홍의 목에서 나온 피가 묻은 창[2]으로 원을 그린 다음에 지금부터 이 원을 넘어오는 자는 죽는다 라고 포스있게 말한다. 61화에서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워도 이기고 지고를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게 도박인지라 많은 도박사들이 한탄한다는 나레이션이 가후가 공들여 계책을 세웠다는 이야기와 같이 나오는걸 봐선 여포의 방해로 인해 생긴 변수가 천하를 향한 가후의 계획에 상당히 난처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예상대로 동탁군 전원[3]이 여포의 힘에 본능적으로 압도당해 움직이지 못하는데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가후가 여포 앞에 나서게 된다. 어찌 뭇사람들이 도박의 심오함에 탄식하겠는가.
─ 가후전R 63화 나레이션
구판 연재분을 따라잡은 R판 68화 기준으로 '동탁이 몰락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가후가 동탁에게 제시한 세상은 '대의나 혈연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순수하게 힘을 관철하는 세상'이었는데, 그 '순수한 힘'에서 밀려버린 것[4]이 계기가 되어 동탁이 순수한 힘으로 천하를 쥐는 게 아니라 황제의 권력을 이용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렸고, 이로 인해 가후와 사이가 어그러지고 만다.
천하의 동탁도 두려워 할 정도의 무력(야성적인 동물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동탁 또한 여포에게 감화되어 여포를 두려워하는 한편, 자신의 최측근으로 들인다. 매번 여포의 헐벗은 수컷의 몸을 보며 감탄하기까지 한다. 장료가 여포에게 동탁이 남색가냐고 물어볼 정도(..) 어쨌든 동탁을 암살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직무를 맡았고, 원술과 조조의 암살 시도 실패를 계기로 반동탁연합이 낙양으로 오자 채옹의 지휘 하에 군사를 움직여 반동탁연합의 선봉을 개박살낸다.
[1] 흔히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여포처럼, 체격이 큰 근육질의 싸움 잘 할 것 같은 생김새.[2] 모양을 봐서는 여포가 쓴 무기들 중 방천극(방천화극)으로 추정된다. 날이 보통의 창날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유래는 창이다.[3] 동탁 본인도 포함된다. 서량군들이 워낙 야생적인 생활을 보낸 탓에 야성의 감이 발달한 것이 독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일부 바보나 가후같은 타입(머리를 굴리는 책사)의 사람은 제외된다.[4] 가후가 추구했던 '힘이 전부'라는 논리에 의하면 이 시점에서 천하는 동탁이 아닌 여포, 혹은 여포를 수하로 둔 정원의 것이 되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