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타디오 에르난도 실레스 | |
Estadio Hernando Siles | |
위치 | 볼리비아 라파스 Avenida Saavedra |
운영 | SEDEDE |
수용인원 | 41,143석 |
필드 크기 | 68m×105m |
표면 | 천연잔디 |
스코어 보드 | 전자식 |
개장 | 1930년 |
보수 | 1977년 |
1. 개요
볼리비아 라파스에 위치한 경기장으로 수용 인원은 41,143명이다. 경기장 이름은 1926년부터 1930년까지 볼리비아의 제31대 대통령을 역임한 에르난도 실레스 레예스(Hernando Siles Reyes)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볼리비아 유명 축구 클럽 클루브 볼리바르, 더 스트롱기스트, 라파스 FC 그리고 볼리비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 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2. 악명
해발 3,637m에 달하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원정 팀의 무덤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시아 축구계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 구장인 아자디 스타디움의 해발 고도가 1,273m임을 생각해보면, 여기 원정을 오는 팀들에겐 문자 그대로 죽음의 원정인 셈. 따라서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어느 산기슭에 있는 축구 경기장에 불과하겠지만 이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 에겐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이 경기에 원정 온 팀은 비긴 적은 꽤 있어도, 이긴 적은 정말 드물다. 즉, 여기서는 비기기만 해도 선전한 것이며 이기면 정말 대단하다고 칭송받고 추앙받는다. 오히려 볼리비아 국대가 여기에서 패배한 기록을 찾는게 빠를 정도다.[1] 상식적으로 해발 3,637m 높이에서 그 어느 축구선수가 90분을 뛰고 멀쩡할 수 있을까. 그리고 2022 월드컵부터 진짜 공이 멈춘 만큼 추가시간을 주기로 합의하면서[2] 지옥에서 불(?)지옥으로 변모했다.
그래서 볼리비아 축구 역사상 가장 역사적인 순간이 이곳에서 발생하였다. 볼리비아는 월드컵 예선과 겸해서 치러진 1994년 월드컵 2그룹 예선에서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을 2:0으로 꺾었는데, 이것이 월드컵 남미 예선전에서 사상 최초로 브라질 상대로 승리한 경기이다. 그리고 이 승리로 인해 볼리비아는 당당히 본선에 직행했다. 그 월드컵을 브라질이 우승했는데[3] 볼리비아는 이 극강의 홈빨로 그런 브라질을 이긴 것이다. 또 2009년 4월 1일 볼리비아가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를 6:1로 물리치고 60년 만에 아르헨티나에 최악의 패배를 안겼다.[4] 약 6개월 후인 10월 11일에 전력이 상당히 약화된 브라질을 상대로도 2:1로 승리했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악명이 자자한 경기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영상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남미 예선 볼리비아와 우루과이와의 경기 하이라이트다. 선수들도 문제이지만 대기 밀도가 낮은 게 공에도 영향을 줘서 공이 평지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가고, 감아차기를 시도해도 공이 감기지 않아(…) 백패스가 그냥 골라인 뒤로 나가버리고 만다. 우루과이의 첫번째 실점 장면을 보면 볼리비아가 크로스를 날리는데 공의 스피드 자체도 빠른데다 바운드 되어 튀어오르다 보니 페르난도 무슬레라도 버벅대다가 허무하게 실점한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니 원정 팀 입장에선 그야말로 돌아버릴 지경.
이러한 경기장의 악명 높은 특성 때문에 FIFA에서 볼리비아에게 절대로 국제대회 개최권을 줄 수가 없을 정도다. 실력 외적인 요소를 악용해 볼리비아가 우승을 날로 먹을 수 있으므로 공정성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사실, 볼리비아가 월드컵을 개최한다 해도 이런 문제로 인하여 남미에서조차 결사반대가 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볼리비아가 대회를 운영할 돈이 부족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일까? 물론 코파 아메리카를 개최한 적은 있다. 1963년과 1997년 딱 두 번인데, 1963년 대회는 변수가 심했던데다 브라질·아르헨티나가 모두 무기력하게 침몰할 정도로 홈빨이 심해 볼리비아 역사상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1997년 대회에서도 어마어마한 홈빨을 자랑하며 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가 브라질에 1:3으로 패배하며 우승에 실패했다.[5] 이토록 홈빨이 경악스러우니 FIFA에서 경계하는 것도 제대로 이해가 갈 정도다. FIFA에서는 2,500m 이상 해발고도에 위치한 경기장에서 월드컵 지역 예선을 치를 수 없다는 규정을 2007년에 정하려 했으나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디에고 마라도나는 공식적으로 비난[6]했고, 주변 남미 국가들, 특히 안데스산맥 지역 국가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결국 FIFA는 고도 제한을 2,500m에서 3,000m로 올리려다가 그마저도 포기했다. 덕분에 볼리비아는 여전히 3,637m 높이에 있는 이 경기장에서 월드컵 예선경기를 치른다.
사실 여기보다 더한 곳이 볼리비아 내부에 있다. 라파스외곽에 엘알토라는 위성도시가 있는데 그 곳의 엘알토 시립 경기장이 여기보다 더한 지옥이다. 그 곳은 해발 4,100m나 되어 여기보다 더 심한 곳이다. 물론, 엘알토 시립 경기장은 2013년에 착공되어 2017년에 완공되었지만 너무 허름해서 관중을 받을 수가 없어서 계속 방치중인 경기장이었다가 2026 FIFA 월드컵/지역예선/남미/2023년에서 볼리비아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볼리비아 축구협회가 바로 리모델링해서 2024년 코파 아메리카가 시작하기 직전에 완료했다. 그리고 거기서 맞이한 베네수엘라를 4-0으로 찍어 눌렀다.
[1] 그러나 볼리비아의 전력이 약해진 2020년대 이후로는 이 경기장에서 패배한 경기도 상당히 많아졌다.[2] 종전보다 최소 10분, 평균 경기 시간만 보면 30분이나 더 뛰어야 한다는 뜻이다.[3] 1994년 당시의 브라질은 펠레 이후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은 강팀이었다.[4] 물론 여기에는 디에고 마라도나 당시 아르헨티나 감독이 현지적응훈련을 무시하고 경기를 치른 것도 한 몫 했다.[5] 이 시기의 브라질 대표팀은 1994 미국 월드컵 우승, 코파 아메리카 2연속 전승 우승, 1998 프랑스 월드컵 준우승, 2002 월드컵 전승 우승을 달성한 초강팀이었다.[6] 마라도나는 "우리는 높은 곳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태어나 자라난 곳에서 축구를 할 자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원래 고지대인 볼리비아의 지형을 생각한다면 마라도나의 말도 일리가 있으나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볼리비아 원정에서 패하면서 망신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