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Enemy Zero / エネミー・ゼロ워프에서 만든 호러 게임. 원래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이었으나 후술할 논란으로 세가 새턴으로만 발매되었다.
한국에서는 PC판이 SKC를 통해 한국어판이 발매되었다.
각본은 제작자 이노 켄지와 사카모토 유지 [1]가 공동으로 썼다.
2. 시놉시스
우주를 항해하는 화물 우주선 비클 지 아키. 지 아키는 지구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항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지라 승무원들은 콜드 슬립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지 아키에서 비상이 걸려 탑승한 승무원들이 강제로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고 만다.
선원 중 한 명이었던 여승무원 로라도 수면에서 깨어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승무원과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영상이 연결된 승무원파커의 방과의 회선이 좋지않아, 로라의 목소리는 파커에게 들리지 않는다.
음성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가운데 갑자기 파커는 무언가에 겁을 먹은듯 모니터 앞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파커는 로라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무엇인가에 의해 참살당하고 말았다.
비상사태의 원인은 본사에서 생물 무기로 이용할 속셈으로 선원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수송중이던 에너미라 불리는 외계생물이 우리에서 탈출한 것이 문제였다.
차례차례 에너미에게 살해당하는 승무원들. 로라는 지 아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에너미가 배회하는 선내 탐색에 임한다.
그러나 갑자기 지 아키에서 비상이 걸려 탑승한 승무원들이 강제로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고 만다.
선원 중 한 명이었던 여승무원 로라도 수면에서 깨어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승무원과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영상이 연결된 승무원파커의 방과의 회선이 좋지않아, 로라의 목소리는 파커에게 들리지 않는다.
음성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가운데 갑자기 파커는 무언가에 겁을 먹은듯 모니터 앞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파커는 로라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무엇인가에 의해 참살당하고 말았다.
비상사태의 원인은 본사에서 생물 무기로 이용할 속셈으로 선원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수송중이던 에너미라 불리는 외계생물이 우리에서 탈출한 것이 문제였다.
차례차례 에너미에게 살해당하는 승무원들. 로라는 지 아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에너미가 배회하는 선내 탐색에 임한다.
3. 시스템
워프의 명작 D의 식탁을 한층 더 심화시키고 스페이스 버전으로 바꾼듯한 작품. 스토리 자체는 에일리언 1의 영향이 짙다.이 게임의 주적인 에너미의 모습은 일체 보이지 않으며 오로지 소리만으로 적의 위치를 판가름해 에너지총으로 박살내야 한다.[2][3] 에너지총은 차지해서 발사하는데 무기 성능이 영 좋지 않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사정거리가 워낙에 짧아서 맞을것 같은데 안 맞기 일쑤. 그렇다고 너무 접근하면 로라가 순식간에 맞아죽는다. VPS는 거리는 가르쳐주지만, 어느 방향인지 가르쳐주지도 않아 감으로 대충 찍어야 한다.[4]
인터페이스도 불편하고 로라는 허약하며, 적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게임은 끔찍하게 어려우며 철저한 반복숙달만이 살길이다. 에너지 총은 탄수에 한계가 있어서 중계소에서 지속적으로 보충하면서 신중하게 써야하고[5], 적은 죽어도 무한부활을 시전하기 때문에 통로에서 마주친게 아니면 도주가 상책이다. 바이오하자드처럼 안이하게 돌아다니다가는 금세 죽는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클리어하기 지독하게 어렵지만, 그 나름대로의 손맛에 익숙해지면 쫄깃한 긴장감을 통해 재미있어지는 작품. BGM을 되도록 배제하고 최대한 정적인 효과음을 사용해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한것도 장점.
4. 에너미 제로 사건
D의 식탁 새턴판 북미 버전
당시 워프에서 1995년 7월 D의 식탁 새턴판을 발매하고, 12월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발매하려는 도중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 사건으로 이노는 소니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세가빠가 되었다.
같은 이야기에 대해서 블로그에 써 놓았다. 원인은 '주문 대로 제대로 생산해 주지 않은 것(소니의 게임 출하 규제 정책)'이 결정적이었다고.
이노 켄지의 자서전인 '게임'에 따르면, 이노 켄지는 D의 식탁에서 나온 수익을 전부 해당 게임을 개발하는데 투자하려고 했다. 그래도 새턴판 D의 식탁은 예상 발주를 했다가 시장에 대량의 중고가 풀려버렸던 것을 감안하여 재고는 자사에서 회수하겠다는 조건으로 초회 출하량을 10만장, 적어도 8만장은 만들어주길 원했지만 소니에서는 4만장 출하를 고집했다. 발매 당일 이노는 아키바를 직접 돌며 상황을 확인했는데 초기 물량이 전부 팔려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굉장히 분개했다. 심지어 자신이 조사해 본 결과 실제 출하량은 2만 8천에 불과했다고 하니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 손실. 소니는 D의 식탁이 신작이 아니라는 점이나 재주문시 1주일만에 납품 가능한 자신들의 빠른 재생산 시스템을 과신해서 그랬겠지만 모든 엔터테인먼트 상품은 초동 판매량이 전부라는 것은 상식이었고 아무리 소니가 되사준다고 한들 그렇게 적은 생산량은 제작자 입장에선 피눈물나는 행위였던 것.
세가 새턴으로 낸 D의 식탁 초판 출하분 20만장 중 절반이 하루만에 완매된 것을 생각하면 소니의 게임 출하 규제 정책[6]에 의해 플레이스테이션으로는 10분 1밖에 팔지 못했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선 커다란 타격이었다. 심지어는 사업 철수 중이던 3DO에서도 60만장을 팔아치운 D의 식탁이었다. [7] 결국 추후 소니가 이노의 성화에 못 이겨 추가 생산해 20만장을 팔긴 했다. 이노의 성화보다는 초기 출하량이 너무 적어서 다수 소비자들이 사지 못했다고 게임 잡지들이 소니가 이노를 무시해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저격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분노를 살 것을 우려한 소니에서 20만장을 출하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할 것. 소비자들의 분노 문제도 있지만 게임제작사들과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도 있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하면서 닌텐도의 서드파티에 참여하는 게임제작사들에게 좋은 대우를 약속하면서 그들을 빼왔기에 당시에 도의적인 문제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워낙에 닌텐도가 서드파티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행보에 닌텐도를 비판하면서 소니가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정작 서드파티들을 확보하고 플레이스테이션이 성공하자 소니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게임 출하 규제를 풀지 않으려 했다. 이노의 에너미 제로 사건은 이 시기에 터져나왔는데 이노가 소니에 의해 D의 식탁의 초기 출하 제한으로 손해를 보고 세가로 이적을 발표하면서 다른 소니의 서드파티 게임제작사들이 이노에게 동조하면서 소니를 비판했고 소니의 행태는 계약 위반이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직접적인 위기가 아니겠으나 법적으로 소송까지 갈 수 있는 게임제작사들과의 트러블은 소니가 피해야만 했는데, 이 시기에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2의 개발도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드파티들이 이탈하면 플레이스테이션 2는 개발도 되기 전에 망하는 꼴이라서 소니는 여론의 비판과 게임제작사들과의 법적인 분쟁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이노의 요구를 수용하게 된다.
단지 초기 출하량 문제만은 아니었다. D의 식탁 출시를 앞두고 세가와 소니를 만났을 때, 이노 프로듀서가 분명 게임 출시를 세가와 소니에게 부탁하는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가의 이지마지리 쇼이치로 부사장은 게임의 얘기를 하기 전에 이노의 건강부터 걱정했다. 실제로 이노는 당시 열이 나 몹시 아프던 상황이었다. 반면에 소니는 부사장급도 아닌 실무 담당자가 나와 저런 갑질을 하는 반응이었으니 인간적인 부분마저 다르게 다가왔음은 자명하다. 이후에도 이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에너미 제로를 제작하던 중 리얼 사운드 바람의 리그렛[8]의 기획서를 들고 소니를 찾았지만 거기에서 듣게 된 말은 "이런 것도 게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였다. 이게 팔리기나 하겠냐며 소니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표한 것이지만 그 태도가 제작자인 이노를 폄하하며 비아냥거리는 상당히 무례한 것이었다. 혹시나 하고 같은 기획서를 들고 세가를 찾았을 때도 이노의 건강을 염려하며 발매를 부탁한다는 당시 세가의 부사장이었던 이리마지리 쇼이치로의 반응에 감동을 받아 당장 에너미 제로의 플레이스테이션 개발을 중단하고 결국 그 이후의 게임은 세가의 게임기로만 발매했다. 이노 켄지 본인의 회상에 따르면 분명 자신이 '소니에서 물먹어서 새턴으로 자신이 제작한 시각 장애인용 게임인 바람의 리그렛을 낼 수 있게 해 주십사' 부탁을 하러 간 자리였는데 이리마지리 부사장이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 분위기였다고... 그 뒤로도 드림캐스트의 이름을 지어주거나, 세가 랠리 2의 음악을 담당하는 등 세가와는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D의 식탁 발매를 둘러싼 소니와 이노 켄지의 알력 다툼은, 사상 유래없는 대반란으로 불거지게 된다. 1996년 3월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엑스포에서 이노는 에너미 제로의 데모 영상을 시연한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는데, 이노 프로듀서가 프레젠테이션의 다음 장을 넘기자 플레이스테이션 로고가 변형되더니 세가 새턴의 로고로 바뀌었고, 갑자기 세가의 부사장인 이지마지리 쇼이치로의 인사말이 나오더니, 다음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에너미 제로! 세가 새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위한 행사에서 세가 새턴으로의 이적을 발표했던 것이다. 이후 세가와 정식으로 발표를 하는데 거기서는 에너미 제로의 음악을 맡기도 한 마이클 나이먼(Michael Nyman)의 "Drowning by numbers" 라는 음악을 깔았다.
이노 켄지가 아무리 깡다구가 좋아도 역시 남의 집 잔칫날에 가서 깽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대한 사건을, 심지어 거대 기업 소니를 상대로 저질렀기 때문에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몰라서 한동안 두려워했다[9]. 물론 보복이라고 해서 조폭을 기용해 두들겨패거나 살해를 당하는 것이 아닌, 게임 제작자로서 제작을 못하게 막을 것이라는 것을 우려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이노 켄지에게 별다른 행동을 가하진 않았는데, 당시 소니의 임원들은 그 사건 이후 이노 켄지를 눈엣가시로 여겼으나 마루야마 시게오 당시 SCE의 이사회 의장이 이노 켄지를 내버려두라면서 보호했기 때문이었다.#[10] 또한 당시 소니 실무진 중에서는 '저런 패기있는 젊은이가 있어야 한다.' 라는 마음으로 마루야마 시게오 의장의 결정에 동조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하며, 이노를 대놓고 무시해서 이노가 떠나게 만든 원인인 담당자는 그 책임을 지고 해고당했다고 하니 소니 내부에서도 이노가 떠난 원인은 소니의 갑질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정확히 이 담당자가 바로 해고당한 것은 아니고 이노가 새턴으로 출시한 '바람의 리그렛'이 32만장이나 팔며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전에 이 담당자가 한 행동이야 소니가 이노가 아닌 다른 제작자들에게도 하는 갑질이었지만 바람의 리그렛이라는 좋은 게임을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담당자의 직권으로 출시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 담당자의 무례한 태도로 이노가 세가로 이적하고 바람이 리그렛도 출시를 못해서 소니에게 손실을 입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담당자가 부당해고라고 소송을 재기했지만 그마저도 패소당했다고 하니 결국 자업자득, 사필귀정이었다.[11]
이 사건 이후 한참 지난 1997년 6월이 되어서야 소니는 초회 생산 물량의 결정권을 게임 회사에 넘겨주지만 그게 이 사건 덕분에라고 하기엔 좀 미묘한 것이 플레이스테이션 출범 당시부터 자사 유통이 가능한 기존 대기업 게임 회사들은 소니가 판매 유통권을 갖고 있는 것이 불만이었고 소니도 그 권리를 돌려준다면서 즉시 돌려주지 않았다고 하는 등 뒷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니가 초회 생산 물량의 결정권을 게임 회사에 넘겨주게된 원인은 플레이스테이션 2 개발을 두고 여러 게임기 개발사에서 게임 회사들과 접촉하며 서드 파티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게임 회사들이 이노의 사례로 자신들도 같은 꼴을 당한다는 인식으로 굳이 소니가 아닌 닌텐도나 세가 등과도 접촉하고 있었기에 소니에서도 위기 의식을 느껴 넘겨주게 되었다고 한다. 이노가 벌인 에너미 제로 사건 덕분에 게임 회사들이 초회 생산 물량의 결정권을 받았다고 100% 공언할 수는 없더라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기에 이노는 소니와는 거리를 뒀지만 세가나 닌텐도 등과는 잡음이 없었고 특히 세가와는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또 초회 생산 물량의 결정권을 온전히 넘겨받은 다른 게임 회사들과도 사이가 좋아서 소니의 서드 파티에 참여한 게임 회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훗날 상당히 시간이 지난 뒤에 이노는 소니의 게임기로도 게임을 낼 의향이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 사건의 영향이 워낙 컸기 때문인지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고, 결국 생전에 그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작품을 내는 일은 없었다.
[1] 사카모토 유지는 이노 켄지의 바람의 리그렛 각본을 담당하기도 했다.[2] 로라가 휴대하고 있는 VPS(VEXX Positioning System)가 소리로 적의 위치를 가르쳐준다. 적이 가까울수록 소리가 빨라지고 요란해진다.[3] 디렉터인 이노 켄지가 어릴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직접 작곡을 하고 게임 음악도 만들 정도였는데, 이를 반영해 이 게임에서는 '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 후속작인 '리얼 사운드 -바람의 리그렛-(リアルサウンド 〜風のリグレット〜)'에서는 한술 더 떠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게임을 추구하고자 영상 없이 소리만으로 플레이하는 사운드 노벨 형식의 게임을 제작하기까지 한다.[4] 후반에는 모습이 보이는 애벌레 괴물이 나오는데 이놈들은 VPS가 먹통인 대신에 모습은 보이는데 너무 작아서 자세히 봐야 찾을 수 있는 성가신 놈들이다.[5] 하드쯤 되면 장탄수가 1이다. 싸울바에는 튀는게 상책이다.[6] 사실 소니의 게임 출하 규제 정책의 원조는 바로 닌텐도다. 닌텐도는 자사에게 훨씬 유리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게임의 개발, 유통, 판매를 직, 간접적으로 간섭하는 등 서드파티들을 상대적으로 불합리하게 대우했고 게임의 초기 출하량도 닌텐도가 정했다. 이것이 어느 정도 타개된 것은 소니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하면서 대항마가 생기면서 서드파티들이 이탈하여 소니 등으로 이적하게 된다.[7] 후속작인 에너미 제로 제작 자금이 빠듯하여 다소 히스테릭했던 이노가 소니 직원에게 "발매 이틀 후에 아키하바라에 재고가 떨어지면 죽빵을 갈겨버리겠다." 라고 소리를 질러도 소니 쪽의 대답은 "그렇게 하시던지."로 냉정하게 대응했다. 결과는 이틀은 고사하고 발매일 당일 매진.[8]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게임이라는 참신한 개념이었다.[9] 바로 다음날 SCE의 마케터 사에키 마사시를 만나야 했는데 괴로웠다고 한다.[10] 마루야마 시게오의 인터뷰에 따르면 소니의 갑질때문에 이노가 떠난 것을 인지하여 소니와 함께하던 좋은 인재를 소니의 과실로 놓쳤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이노 켄지와의 사적인 친분이 있었기에 그를 보호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11] 이노에게 갑질하다 소니에서 잘린 직원은 패소에도 굴하지 않고 항소했으나 결국 3심에서도 패소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