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앤서블(Ansible)은 각종 SF 소설에 등장하는 단어로, 양자얽힘을 이용한 초광속 통신 장치를 의미한다. 1966년 어슐러 르 귄의 소설 로캐넌의 세계에서 처음 사용되었다.2. 상세
인류는 전기나 전파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해 통신하고 있으나, 이 중 빛보다 빠른 전송수단은 단 하나도 없다. 지구에서야 광속으로 인한 통신 지연은 밀리초 수준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주세기가 열리면 이는 큰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통신정보도 전자기파(빛)이다 보니, 전달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100광년 너머의 상대에게 통신을 전하면 그게 전달되기까지 100년, 답신이 오기까지 100년. 총 200년이 걸린다. 이렇게 된다면 각 집단은 중세 이전의 구대륙과 신대륙 이상으로 서로 고립된 셈이 되어 통합된 정부를 구성하기는 커녕 교류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게 된다. 가끔 이런 고립되어 발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세계관의 핵심인 경우도 있긴 하며 대체로 우주개발 초기를 다룬 작품이거나 하드 SF인 경우가 많다.
만일 초광속 여행이 가능한 세계관일 경우 통신 정보는 초광속으로 이동할 수 없으나 물질로 된 우주선은 초광속 여행이 가능하므로 직접 정보를 전달해주는 '연락선'에 의지해 교류하는 모습도 나온다. 이런 경우 인근 지역 간의 통신에 수 일에서 수 주 정도가 걸리게 되므로 성간 국가라는 것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그 체제는 오히려 파발 제도 등에 의해 유지되며 지방 분권적인 고대 제국과 유사하게 된다.
즉 항성 간의 실시간 통신이 없으면 스페이스 오페라에 자주 등장하는 중앙 집권적이고 지역간 교류가 활발한 성간 제국의 모습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가상의 기술이 바로 앤서블인데, 공간적 거리에 관계없이 '동시'에 통신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기구이다.[1]
미국의 SF작가 어슐러 K. 르 귄이 헤인 연대기에서 창안한 것이 시초이다. 워낙 편리한 개념이었기에 이후 많은 SF작가들이 이 개념을 차용해 쓰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SF계에서 일반명사 취급받으며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영도가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및 이하 단편들에서, 듀나가 대리전에서 차용했다.
앤서블 개념을 차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대화는 실시간으로 가능하지만 직접 그곳으로 가려면 엄청난 시간 지연을 감수해야 한다'라는 설정은 꽤 매혹적인 것이어서, 르 귄은 헤인 시리즈 곳곳에서 이 설정에 기대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양자 얽힘을 이용해서 정보를 전달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면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13년 아예 양자얽힘=웜홀이라는 이론이 나오면서 정말로 가능할 가능성이 열렸다. 정보 전달이 빛보다 빨라보여도 실제로는 연결된 공간으로 이동해서 실제 속도는 빛보다 빠르지 않아 상대성 이론을 어기지 않는다.
결국 과학자들이 Google의 양자컴퓨터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작은 웜홀'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고, 이 결과는 당일 곧바로 Nature에 게재되었다. 내용 Nature 게재 링크
3. 다른 창작물에서
- 스타트렉에서는 '아공간 통신'이라는 기술이 앤서블로 등장한다. 우주에 중계국을 설치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초광속 통신이 가능해진다. 일부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에서 볼 수 있는 첨탑 형태의 구조물이 바로 아공간 통신을 위한 구조물이다.
- 미국의 SF작가 오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곤충형 외계종족인 ‘포믹’은 거리를 무시하는 즉각적 소통능력을 지닌다. 인류는 포믹과 전쟁하며 포획한 외계함선 및 포믹 개체를 연구해 이 소통능력을 역설계하는 데 성공하고, 앤서블이라는 통신기술을 만들어 전쟁에 활용한다.
- 미국의 SF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시간의 블랙홀>에서도 엔서블과 비슷한 설정이 나온다. 거기서는 앤서블 같은 기계가 아니라 소수의 쌍둥이들이 종특으로 텔레파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것이 공간을 초월한다. 즉 인간 앤서블이다.
- Warhammer 40,000의 인류제국에서는 초장거리 텔레파시에 특화된 사이커인 아스트로패스들을 이용해 행성간 교신을 한다는 설정. 아스트로패스들의 텔레파시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타락을 막기 위해 황제의 영혼과 연결시키는 소울 바인딩(Soul Binding)이라는 처치를 받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대부분 맹인이 된다. 다만 아무래도 이것이 이마테리움을 통한 통신이다보니 40k에서 워프 항행의 경우와 비슷하게 워프 우주의 상태에 따라서 정보가 왜곡되거나 전달이 크게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간혹 발생한다고 한다.
- 스타크래프트 자유의 날개 캠페인의 유령이 나타났다 임무 완료 후 레이너와 토시가 6광년 쯤 떨어진 거리에서 실시간 통신을 한다.
- 은하영웅전설의 통신도 실시간 통신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나 그 원리에 대해서는 불명이다. 그냥 초광속통신이라고 부른다.
- 스칼렛 위저드 시리즈를 비롯한 일부 SF에서는 전파만을 워프시키는 통신중계위성을 사용한다. 우주의 환경이 안 좋아서 워프는 할 수 없어도 통신은 가능하다.
- 마크로스 시리즈에서는 세계관 내의 워프 항법인 폴드 항법을 응용하여 전파나 빛을 보내는 통신 기술인 폴드 통신이 앤서블의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하여 은하 전체에 걸친 초광속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기에 지구와 각각의 이민 행성 및 이민선단 간에는 서로 간의 거리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빛의 속도를 넘어서서 실시간 통신을 할 수 있게 되었고(반대로 직접 그곳으로 가려면, 그렇게까지 막대한 규모의 시간 지연을 감수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폴드 항법을 통해서도 꽤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동거리에 따라서 짧게는 몇 시간에서 수일 가량의 시간이 걸리고 길게는 개월 단위나 년 단위의 시간도 족히 걸리는 수준이기에 현대 지구에서 배나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것과 비슷한 감각으로 사람들이 우주여행을 하게 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상기하였듯이 앤서블 개념을 차용한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묘사다.), 은하 규모의 방송망이나 인터넷도 구축될 수 있었다고 한다.
- 배틀테크에서는 초전파 송신기(Hyper Pulse Generator)가 앤서블의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초광속 통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초광속 우주선을 이용한 파발 제도를 운영해야 했었다는 설정이다. 초전파 통신기의 등장 이후에는 앤서블 개념을 차용한 작품들에서 대개 공통되듯이 통신은 빠르게 할 수 있어도 직접 그곳으로 가려면 나름대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묘사가 나오기도 하며(이동거리에 따라서 짧게는 몇 시간에서 수일 가량의 시간이 걸리고 길게는 개월 단위나 년 단위의 시간도 족히 걸리는 수준이기에, 현대 지구에서 배나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것과 비슷한 감각으로 사람들이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또한 배틀테크 세계에서는 초광속 이동에 특화된 도약선이라는 특수한 우주선과 거기에서 파생된 우주전투함 정도만이 초광속 성간 항행을 할 수 있다는 제약도 존재한다.), 동시에 이런 종류의 SF에서 나오는 앤서블 중에서는 비교적 그 운용에 제약이 많은 것으로 묘사되는 편이기도 하다. 또한 상기한 초전파 송신기 외에도 블랙 박스 팩스 머신라는 초광속 통신 기술이 또 있는데, 초전파 송신기에 비해선 성능의 제약이 크지만 휴대성은 보다 좋은 편이라 설정되어 있다.
- 아바타 시리즈에서는 양자역학을 응용한 슈퍼루미널 통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다만 현실적 제약이 많아 시간당 3비트의 정보만 송신이 가능하며, 1비트당 7,500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모된다.
- 삼체에서는 지구에서 400광년 떨어진 삼체 행성의 외계종족이 지자라는 양자 컴퓨터를 지구로 발사해서 지구인들과 실시간 통신을 한다.
[1] 사실 '동시성'이란 것은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없다. 이것조차 광속 및 관측자들의 관성계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 엄격하게 따지면 SF 소설에서 상상의 자유도가 제한되므로 앤서블 개념을 사용하는 작품에서는 편의상 이를 무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