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Devil's Advocate(영어), Advocatus Diaboli(라틴어)가톨릭에서 어떠한 인물을 시복/시성하는 과정에서 그릇된 추대[1]를 막기 위해 시복시성 청원인들의 반대편에 서서 시복시성을 가로막는 직책.
2. 상세
좀 더 어원에 맞게 직역하면 '악마의 변호사'라는 뜻이다. 천주교에서 어떤 인물을 성인이라고 공식 인정(시성)할 때에는 반드시 '청원인'이 있어야 한다. 후보자가 수도자였다면 그 인물이 몸담았던 수도회가, 수도자가 아닌 일반 교구 소속이었다면 해당 인물이 소속되었던 교구가 청원인이 되어 교황청에 '아무개를 시성해주세요!' 하고 신청하면, 교황청이 신청을 접수하고 검증한 뒤에 교황의 권위로 도장을 찍는 구조이다. 교황청이 시성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내세우는 사람이 바로 '악마의 대변인'으로, 시성 청원인들은 악마의 대변인의 포화에 맞서 성공적으로 방어해야만 한다.악마의 대변인은 해당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과 근거들을 제시하고, 해당 인물이 기적을 일으켰다는 주장에 대해 기적이 사실이 아님을, 다시 말해 사기나 우연 혹은 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함을 설파하거나 하는 식으로 반대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반대측에 서서 반대의견을 내는 만큼 역설적으로 성인 검증의 가장 강력한 검증자인 셈인데[2] 당연히 해당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은 자신이 담당하는 성인 후보자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아야 한다.
꼭 가톨릭 성직자만이 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세속 학자들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있다. 교회 내적인 시선으로는 한 인물의 공과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여겨지거나 철저하고 혹독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특히 그러하여 여차하면 무신론(더 나아가서 반신론/반종교) 계열의 인사까지 불러서 이 직무를 맡기는 경우도 존재한다.
3. 사례
가장 유명한 사례는 마더 테레사 수녀의 시복을 앞두고 손꼽히는 지식인이자 무신론계의 거두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 교황청이 테레사 수녀에 대한 비판을 요청한 것. 히친스는 <자비를 팔다>에서 이미 마더 테레사 수녀에 대해 통찰력 깊은 분석과 비판을 가한 일이 있어 악마의 변호인으로 선정되었다. 히친스 본인의 회고에 의하면 증언 작업은 성경이 책상 위에 놓인 조용한 방에서 담당 성직자들만이 배석한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기탄 없이 할 말을 다 시켜 주는 분위기였다는 듯하다. 히친스 본인은 가톨릭에 대한 호오나 무신론적 입장을 떠나서 이 검증 시스템 자체는 좋게 평가했다.재미있는 일화도 있는데 독일의 '파르잠의 성 콘라도(Konrad von Parzham)'의 시성 심사 중에 있었던 일이다. 성 콘라도는 생전에 카푸친 작은형제회 수도원의 문지기 임무를 맡았던 수도자였는데 이때 수도원을 찾는 손님들에게 관습대로 간단한 음식과 함께 당시 사람들이 흔히 마시곤 했던 맥주를 대접했다. 물론 남녀노소 차별 없이. 콘라도 수사가 죽은 후 시성 심사가 열렸을 때 악마의 대변인은 이 점을 들어 "젊은 여자에게 음주와 혼취를 조장한 사람을 성인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는데 이에 뮌헨 대주교가 촌철살인의 반박을 한다. "독일 여자가 겨우 맥주 2잔 가지고 취할 리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 말에 악마의 대변인도 결국 수긍했다고 한다.
4. 확장된 의미
가톨릭의 이 직책에서 의미가 확장되어 논리학에서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고의적으로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데에도 사용한다. 정치, 행정, 학계등 다양한 곳에서 집단이 통째로 맛 가는 상황인 집단사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 방법으로 이 악마의 대변인을 활용하고 있다.법조계에서는 쓰이는데 말 그대로 악덕 변호사를 일컫는 것[3] 외에도 재판을 대비해 모의 법정에서 상대측 변호사 역할을 맡는 사람에게 논리학에서의 해당 역할처럼 이런 명칭을 쓴다.
4.1. 사례
- 이스라엘 정보부는 뮌헨 올림픽 참사와 제4차 중동전쟁에서 기습당한 후[4], 정보 담당자 10명 중에서 9명이 다 같은 의견을 내더라도 1명은 의무적으로 반대하게 했다고 한다. 혹시나 집단사고에 빠져 모를 변수가 무시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단 파 보게 한 여러 사례도 제시됐다.[5]
- 알 파치노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1997년작 영화 데블즈 애드버킷은 말 그대로 악마의 "대변인"이면서 동시에 악마의 "변호사"라는 중의적인 제목이다.
-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는 교황 선거 때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추기경이 극비리에[6] 임명되어 유력 후보자들을 검증한다는 내용이 있다. 후반부 전개에서 큰 역할을 한다.
[1] 피의 중상과 연루된 시메온 성인을 예로 들 수 있다. 해당 문서 참조.[2] 이 때문에 오히려 '악마의 대변인'을 '하느님의 대변인'이라고도 한다.[3] 혹은 희대의 악인들의 변호를 맡는 변호사.[4] 이집트군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은 멸망 직전까지 몰렸다. 미국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이스라엘이 지도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5] 비슷하게 공동체에서 어떤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가 나오면 그건 부결시키는 전통도 있다. 반대의견이 전무하다면, 그 안건이 합리적이어서일 가능성보다는, 집단이 단체로 정신줄 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6] 공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교황과 임명자 본인뿐이고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