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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25 22:03:46

아그네스 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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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nes Nutter

멋진 징조들에 등장하는 예언자. 드라마판 배우는 조시 로렌스. '마녀 아그네스 너터의 근사하고 정확한 예언집'의 저자다.[1] 아나테마 디바이스 왈, 반쯤 미친데다 십자말 풀이같은 정신체계를 가진 17세기 마녀다.

근세 영국인으로 그녀의 사후 종말까지 일어날 모든 세세하고 시시콜콜한 일들을 명확하게 예언할 수 있었던 시대의 예언자였다. 보통의 예언자들은 거대한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흐릿한 이미지로 만들던가 혼선하던가 위스키나 동양의 제조약따위의 안정제를 복용하는데, 그녀는 그런 것도 필요가 없고 완벽하게, 모두 볼 수 있었다.[2] 그렇기 때문에 이미 그 시대에 질병의 원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정도다.

이 예언을 책으로 만든 것이 '아그네스 너터의 근사하고 정확한 예언집'이다. 1655년 크리스마스에 예언서 붐을 타고 발매되었으나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3] 물론 아그네스는 놀라지 않았는데 그건 그녀가 책들이 안 팔릴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저자 증정본 한 권을 받기 위해 썼던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예언서는 종말 직전, 전세계에 딱 한 권 남아있었다. 소유자는 그녀의 후손 아나테마 디바이스다. 예언집은 종말 직전까지의 모든 일들을 그녀 기준으로 기록해놓았으며, 그 내용은 후손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 예언집의 내용은 20세기의 이야기들을 거미줄 하나를 타고 내려와 휘저어 건져낸 후 토막토막 적어놓은 것같은 겁나게 복잡한 구성으로 되어있었다. 즉 모든 일이 기록되어 있긴 한데, 어느 것이 언제 일어나는지도 모르는데다가 정확히 뭘 뜻하는지도 애매하다. 이후 아그네스 너터의 후손들은 모두 그녀의 예언집을 분석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이따금 분석을 잘하면 미래를 예측해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4]

그 책을 보면 그녀의 후손들이 수백 년간 연구하면서 덧붙인 온갖 분석과 해석이 곁들여져 있다. 그럴 만 한게 예언들은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라 뒤죽박죽으로 배열되어 있고, 그녀의 지식에 한계가 있어 '일본제 자동차'를 '동양의 마차'라고 하는 등 막 적어놔 단어의 뜻을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모든 걸 알다보니 천사악마가 무엇을 할지도 대놓고 명시해놨는데, 후손 입장에선 이게 진짜 천사랑 악마인지 무언가에 대한 비유인지 알 수가 없으니 더욱 혼란스럽다. 거기다 그녀 입장에서 중요해 보이는 것만 적혀있다보니 그게 실제로 큰 사건인지 별 거 아닌 사건인지도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날의 예언은 어딘가의 집이 무너진다는 거였다. 이게 그녀의 후손이 다칠 위험이 더 크니까...

그녀 본인은 17세기경 마녀로 몰려서 화형되었는데, 이를 미리 알고 있었던터라 순순히 끌려가 화형대에 올랐으며, 그 직후 자신의 치마에 숨겨놨던 36킬로그램의 화약과 18킬로그램의 대갈못이 유폭하면서 마을은 그대로 날아갔다. 이 건으로 잉글랜드 전역을 휩쓸었던 마녀사냥 히스테리도 끝났다고.

그런 사건을 저지르고도 예언집이 무사히 전해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아들 존 디바이스에게 보내달라는 유언과 함께 그를 따르지 않았을 시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고통스러울 정도로 상세한 예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한 어차피 그녀는 그 예언집이 무사히 전해질 수 있으며, 결국엔 무사히 제 역할을 마칠 것도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아나테마가 실수로 책 대신 내용을 정리해놨던 카드뭉치를 쏟아버렸을 때, 뉴튼 펄시퍼는 설령 한 장만 남기고 다 잃어버리게 되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그 한 장에 가장 필요한 예언이 적혀있을 테니까.

이 때 그녀를 화형대에 매단 사람은 '간음하지말지어다 펄시퍼'[5]로, 뉴튼 펄시퍼의 선조이며 마녀사냥꾼이었다. 물론 그도 36킬로그램의 화약과 18킬로그램의 대갈못에 의해 마을과 함께 박살났다.

아그네스 너터의 예언집은 판별 또는 해석하기가 지극히 까다롭지만 천사 아지라파엘에 의해서 잘 분석되게 된다. 그가 예언을 이해하기 위해 쓴 공식은 지구에서 오직 8명만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 중 2명은 노벨상 수상자이며 나머지 6명은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인간들 중 그 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건 아나테마 디바이스지만, 그녀는 그런 공식을 쓰거나 한 게 아니라 그냥 수백 년간 자신의 조상들과 함께 풀고 추리해낸 것 뿐이다.

결국 책은 마지막까지 제 역할을 다 하고, 결국 일련의 화재 사고로 인해 그슬리다가 결국 완전히 타버렸다.

그리고 후반부에, 아마겟돈이 빗나간 뒤의 시간대에 대한 예언집도 존재한다. 이 책은 수백 년 전, 어느 망해가던 지방 법률회사에 왔었다. 그 책과 함께 있던 건 법을 아는 사람이 잘 써먹으면 떼돈을 벌만한 예언 수백 개였고, 그걸 이용한 덕분에 그 회사는 엄청나게 성장했었다. 이 책은 그 대신 쭉 물려지다가 특정한 날짜에 뉴튼 펄시퍼의 집으로 보내라고 되어 있었다. 이 예언집을 보려던 시도가 과거에 두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적절한 경고성 예언[6]이 나오도록 해서 격퇴했다. 뉴튼의 집에 이 책이 든 상자를 가지고 온 회사 직원도 뉴튼이 직접 열어봐도 된다고 하니 궁금하다며 열어봤는데, 자신과 여비서('타이프 라이팅 기계의 노예')의 불륜을 다 알고있다는 식의 내용이 나오자 기겁을 하며 도망가버렸다. 즉 자신의 사후 몇백 년이 지난 후에 누가 언제 그 책을 열어볼 지조차 다 알고 있었던 것. 저 사람까지 합쳐 총 세 명이 그렇게 되었으니, 제갈량의 주머니 세 개가 따로 없다.

하지만 뉴튼이 '언제까지고 다른 이의 예언에 얽매이는 삶을 살고 싶냐'라고 하자 아나테마도 이에 수긍하고 결국 책은 불태워졌다.[7] 근처를 걷던 아담 영은 뉴튼과 아나테마의 집 굴뚝에서 나는 연기와 즐겁게 웃는 아그네스의 유령을 목격하며, 아그네스는 즐거운 표정으로 아담에게 윙크를 보낸 뒤 사라진다.


[1] 여담으로 해당 책에는 마더 쉽튼의 추천사가 써져 있는데, 마더 쉽튼은 1666년 런던 대화재를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 여자 예언가이다.[2] 그녀의 후손 아나테마는 이에 대해 아그네스가 미래를 기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데 아니라 마치 이미 있었던 일처럼 또렷하게 뇌리 속에 남았다는 것.[3] 그리하여 잉글랜드 최초의 떨이책이자 출판사 세 번째 대재앙이 되었다고 한다.[4] 드라마판에서 나온 예시 중 하나로 '1980년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사과가 떠오를 것이다. 잡스라는 분의 기계에 투자하라.'가 있다. 이를 본 후손 중 한 명인 아나테마 디바이스의 할머니는 애플의 주식을 구입했다. 잡스는 물론 스티브 잡스. 결과는 당연히 대박이었다.[5] 십계의 구절 중 하나에서 따온 이름이다.[6] '당장 도망가지 않으면 네가 @@에서 한 일을 온 사람이 다 알게 될거다'라는 식으로.[7] 어쩌면 이 책은 백지일지도 모른다. 아그네스는 그 책이 한 번도 펼쳐지지 않고 불탈 것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