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종길의 시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ㅡ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2. 여담
박태원, 오장환에게도 제목이 동일한 작품 <성탄제>가 있다.이 시는 1955년 현대시학 4월호에 첫 발표되었다.
7차 교육과정 3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창조적인 문학 체험' 단원에서 등장했으며, 2011학년도 6월 모의평가 3번째 지문인 현대시 파트(19~22번)에서도 출제되었다. 또한 2025학년도 수능완성 연계 작품으로 출제되었다. 참고로 오장환의 성탄제도 그해 수능특강에 출제되었다.
안녕 자두야 원작에서도 성탄제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