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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18 15:39:03

사티리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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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yricon

1. 개요2. 줄거리
2.1. 이전의 줄거리2.2. 1부2.3. 2부2.4. 3부2.5. 4부2.6. 5부
3. 등장인물
3.1. 주요 등장인물3.2. 기타 등장인물
4. 영화화
4.1. 《사티리콘(Satyricon)》 (1969)4.2. 《펠리니의 사티리콘(Fellini Satyricon)》 (1969)4.3. 《사티리코시시모(Satiricosissimo)》 (1970)
5. 여담

1. 개요

네로 황제 시대에 활동한 고대 로마의 문장가 페트로니우스(서기 20~66)가 남긴 소설.

서기 1세기 작품으로, 현존하는 고대 로마의 소설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손꼽힌다.[1] 당시 로마 사회를 풍자하는 성격이 강하며, 이 때문에 당시 로마인들의 생활상과 사회상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장르적으로는 피카레스크 소설의 원형이라고도 불릴만큼 독특한 구조를 취하였다.

본래는 분량이 20권 남짓이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 내용이 망실되었다. 오늘날 전하는 분량은 본래의 14, 15, 16권 정도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군데군데 빠진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페트로니우스가 직접 서술한 원본은 전혀 남아있지 않고, 후대에 만들어진 불완전한 사본만이 남아있는 것 또한 문제이다. 그나마 가장 완전하게 남은 부분은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인 "트리말키오의 연회" 정도이다. 이런 이유로 안타깝게도 사티리콘의 완전한 내용을 파악할 수가 없다.

2. 줄거리

앞서 언급하였듯이, 워낙 오래된 소설인지라 사라진 부분이 많고 극히 일부분만이 남아 있어서 전체적인 줄거리를 파악하기가 난감한 편이다. 다만 주인공인 엔콜피우스와 그의 몸종인 지톤, 친구인 아스킬토스 등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는 것 정도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현존하는 판본의 내용은 크게 5부로 나뉘어지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2.1. 이전의 줄거리

《사티리콘》은 본래 20권 정도의 분량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현존하는 판본은 14, 15, 16권 등 총3권 정도의 분량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누락된 부분이 많다. 다만 남아있는 내용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는 주인공들의 과거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엔콜피우스는 검투사 출신 떠돌이 청년으로,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왔다.[2] 그는 리카스라는 부유한 선장의 유혹을 받지만, 오히려 그의 아내와 간통하여 그를 모욕하고는, 뱃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신물인 망토와 방울을 훔쳐 달아난다. 또한 그는 트리파이나라는 아름다운 창녀와 사귀게 되지만, 그녀가 몸종으로 데리고 있던 미소년 노예 기톤과 눈이 맞아 그와 함께 달아난다.

이후 엔콜피우스와 기톤은 범죄를 저지르고 고향에서 쫓겨난 떠돌이 청년 아스킬토스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어느 시골마을에서 사람을 죽이고는 망토와 황금을 강도질한다. 이들은 훔친 황금을 망토 안에 감추지만, 엔콜피우스의 실수로 이를 도둑맞고 만다. 이후 이들은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인 푸테올리에 들어오게 되고, 엔콜피우스와 아스킬토스는 이름높은 교사인 아가멤논의 수사학 수업을 듣게 된다.

2.2. 1부

엔콜피우스는 수사학 교사인 아가멤논의 수업을 듣던 중, 아스킬토스가 갑자기 교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는 그를 뒤따라 나선다. 이들은 아직 길눈이 어두운 탓에 숙소를 찾지 못하고 헤메다가,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 매음굴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아스킬토스가 엔콜피우스가 없는 틈을 타서 기톤을 덮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한바탕 말다툼이 일어난다.

그 다음은 시장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엔콜피우스 일행은 그 곳에서 우연히 자신들이 강도질한 황금을 넣어둔 망토를 훔친 촌부를 발견하지만, 강도질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그를 잡지 못하고 대신에 망토값을 흥정하기로 한다. 그런데 촌부와 함께 있던 여자가 엔콜피우스가 지닌 망토를 도둑질한 물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엔콜피우스는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망토를 촌부의 망토와 교환하자고 제안하였고, 그 안에 황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촌부는 이에 기꺼이 응한다. 엔콜피우스 일행은 쾌재를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간다.

이후 엔콜피우스 일행은 프리아포스[3]를 모시는 신전에서 벌어지는 음행의식을 훔쳐보다 발각당한다. 신전의 여사제인 색정광 콰르틸라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엔콜피우스 일행에게 감히 성전을 범한 죄를 물으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런데 콰르틸라는 엔콜피우스 일행의 외모가 하나같이 반반한 것을 보고는 이들을 강제로 자신의 음란하고 추잡한 연회에 초대한다. 이 곳에서 엔콜피우스와 아스킬토스, 그리고 기톤 등은 콰르틸라의 노리개감이 되어 온갖 수모를 겪는다. 연회의 마지막에, 콰르틸라는 어린 시녀인 파니키스를 불러와 그를 기톤과 동침하게 하고는 이를 훔쳐보며 즐거워한다.

2.3. 2부

엔콜피우스 일행은 트리말키오라는 억만장자가 사람들에게 공짜연회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 엔콜피우스 일행의 수사학 교사였던 아가멤논과 그 조수도 참석한다. 트리말키오는 본래 노예 출신이었으나 주인의 총애를 얻어 자유민 신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주인의 유산을 물려받아 막대한 재산과 토지 및 노예를 소유한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었다. 엄청난 부를 자랑하지만 본성은 천박하기 짝이없는 트리말키오는 자신의 과시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연회를 베풀기를 즐긴다. 연회장에 들어선 주인공들은 트리말키오의 웅장하고 호화로운 저택을 보고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트리말키오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온갖 짐승의 고기[4]와 생선젓갈(가룸)[5]을 내놓는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트리말키오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거나 아부를 늘어놓으며 산해진미를 즐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트리말키오는 사람들에게 포도주를 나누어 주면서 고전의 문구를 의도적으로 인용한다거나, 삶의 역경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로 잡다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등 자기 자신을 과시하려는 졸부근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곧 이어 트리말키오의 절친한 친구인 아우구스투스 사제단의 사제이자 명성높은 석공인 하비나스가 뒤늦게 연회에 참석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된다. 그 와중에 노예들이 실수를 저지를 때 마다 트리말키오는 상스러운 욕을 퍼부으며 이를 질책하기도 하고, 잘생긴 소년에게 찝적거리다가 아내인 포르투나타와 크게 다투기도 한다.

연회의 끝에 이르러 트리말키오의 자기과시욕은 극에 달하고,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 쓰려고 준비해둔 수의와 포도주를 꺼내놓고 청승을 떨어댄다. 그 와중에 연회장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소리가 워낙 시끄러운 탓에, 소방대원들이 그 소음을 듣고는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고는 문을 부수고 들어와 물을 끼얹는 촌극이 벌어진다. 트리말키오의 자기과시에 역겨움을 느낀 엔콜피우스 일행은 난리통을 틈타서 몰래 숙소로 돌아간다.[6]

2.4. 3부

집에 돌아온 엔콜피우스는 아스킬토스가 또다시 기톤을 덮치려 하는 것을 보고는 그와 다투다가 급기야는 칼부림을 벌이기 직전까지 간다. 결국 두 사람은 기톤의 만류로 싸움을 멈춘다. 엔콜피우스와 아스킬토스는 결별하기로 마음먹고는 소지품을 반으로 나누다가 기톤에게 누구를 따라나설지 묻는다. 그러자 기톤은 예상을 깨고 엔콜피우스가 아닌 아스킬토스를 선택한다. 배신감과 허탈감에 빠진 엔콜피우스는 칼을 들고 아스킬토스를 쫒아가다가 순찰 중인 순라군에게 잡혀 칼을 뺏기고, 어쩔수 없이 화랑에 들어가 그림을 감상하며 마음을 달래다가 유창한 언변을 쏟아내는 시인 에우몰푸스와 만나 그와 동행하게 된다.

엔콜피우스는 이후 에우몰푸스와 함께 목욕탕에 갔다가 그 앞에서 아스킬토스의 옷을 들고 그를 기다리던 기톤을 발견한다. 기톤은 두 사람이 서로 칼부림까지 벌이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더 강한 아스킬토스의 비위를 맞출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며 용서를 구하고, 엔콜피우스는 이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옷을 맡겼던 기톤이 달아나는 바람에 졸지에 옷을 잃은 아스킬토스는 남색을 밝히는 한 기사의 도움으로 목욕탕 밖으로 나간다.

한편 숙소로 돌아온 에우몰푸스는 아름다운 외모의 기톤을 보고는 노골적으로 찝적댄다. 엔콜피우스는 이를 보고 분통이 터져 에우몰푸스와 대판 싸움을 벌인다. 이 소란을 지켜보던 집주인이 이들이 집세를 내지 않고 도주하려는게 아닌가 의심하여 현장을 덮치면서 싸움은 더욱 커진다. 그러던 와중에 때마침 에우몰푸스와 친분이 있던 건물 지배인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종결된다. 그런데 밤이 되자 기사의 도움으로 새옷과 돈을 얻은 아스킬토스가 순라군과 함께 숙소를 찾아와 자신에게 기톤을 찾아주는 이에게는 1천 세스테르티우스의 포상금을 주겠노라고 선포한다. 에우몰푸스는 포상금을 노리고 기톤을 아스킬토스에게 넘기려 했으나 기톤이 눈물공세를 펼치며 애걸복걸하자 마음이 흔들려 포기하고 만다.[7]

한편 엔콜피우스와 기톤은 에우몰푸스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도주하기로 하는데, 하필 그 배에는 엔콜피우스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선장 리카스, 그리고 기톤의 본래 주인인 트리파이나가 타고 있었다. 엔콜피우스와 기톤은 이들의 눈을 피하려고 머리와 눈썹을 밀고 얼굴에는 가짜 낙인을 그려서 죄수로 위장하지만 곧 발각당하고 만다. 엔콜피우스 일행과 리카스, 트리파이나 일행은 선상에서 패싸움을 벌이지만, 기톤이 계속 싸운다면 스스로 거세하겠다고 엔콜피우스와 트리파이나를 위협한데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싸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기에 서로간에 대강 합의를 보고 싸움을 멈추게 된다. 이들은 과거의 앙금을 잊고 잠시나마 서로 재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에우몰푸스가 들려주는 '에페수스의 과부' 이야기는 이후 서양 문학에서 즐겨 쓰인 소재가 되었다.[8]

그러나 주인공들이 탄 배는 바다 위에서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선장인 리카스도 돌풍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다. 트리파이나 일행과 엔콜피우스 일행은 각기 구명정으로 옮겨타며 헤어지고, 엔콜피우스 일행은 천신만고 끝에 해안에 닿아 목숨을 건지게 된다. 엔콜피우스는 그 곳에서 난파선의 잔해와 함께 쓸려온 리카스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눈물을 흘리며 장례를 치러준다.

2.5. 4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엔콜피우스, 기톤, 그리고 에우몰푸스는 해변가를 지나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인 크로톤에 도달한다.[9] 에우몰푸스는 이곳에서 자신의 사기꾼 기질을 발휘하여 막대한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그는 스스로 북아프리카 지역에 막대한 재산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갑부로 위장하고는, 자식을 잃고 고향을 떠나 항해를 하다가 난파당해 이곳까지 왔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다니며 유산을 노리는 자들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먹는다. 엔콜피우스와 기톤 또한 그의 사기극에 동참하여 그를 떠받드는 노예로 행세한다.

2.6. 5부

에우몰푸스의 작전은 과연 예상대로 들어맞아서, 그를 난파당한 갑부로 착각한 도시 사람들은 그의 유산을 노리고는 접근하여 돈을 나누어주는 등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한다. 어리석은 유산사냥꾼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게 된 에우몰푸스는 점차 자신이 정말 북아프리카 갑부라도 된 것 마냥 거들먹거리기 시작한다.

한편 엔콜피우스는 크로톤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부유한 미녀 키르케와 만나 관계를 맺게 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름다운 여인을 앞에 두고도 발기를 하지 못한다. 키르케는 엔콜피우스가 남자인 기톤과 동침하기 때문에 정력이 쇠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에 혹한 엔콜피우스는 기톤과의 동침을 피하고 주술적인 치료를 받는 등 정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마침내 정력을 회복했다고 생각한 엔콜피우스는 다시 키르케와 동침하지만 지난번처럼 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에 모욕감과 분노를 느낀 키르케는 하인들을 시켜 엔콜피우스에게 몰매를 때리고는 쫓아내버린다. 집에 돌아온 엔콜피우스는 홧김에 자신의 남근에 욕을 퍼붓지만 효과는 없었다.

결국 엔콜피우스는 남근의 신인 프리아포스의 신전을 찾아가 기도를 드리다가, 신전을 지키는 늙은 여사제인 오이노테아와 잡다한 주술에 능한 포주 프로셀레누스를 만나고는 정력을 회복하기 위해 의식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이 의식은 너무도 고통스러웠고, 견디다 못한 엔콜피우스는 결국 신전에서 달아나버리고 만다.

한편 에우몰푸스는 부유한 노인들의 집에 자신의 자녀들을 심어두었다가 유산을 빼돌리는 것으로 악명높은 노부인 필로멜라와 만나게 된다. 에우몰푸스는 그녀의 어린 딸과 관계를 가지게 되고, 엔콜피우스 또한 필로멜라의 아들을 만나 그와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 이후의 내용이 누락되어 자세한 사정은 알기 어려우나, 엔콜피우스는 어찌어찌하여 결국 정력을 회복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에우몰푸스는 자신의 유산을 노리고 몰려든 사람들을 떼어내기 위해서, 자신이 죽은 후에 유산을 받으려는 이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시신에서 살을 뜯어먹어야 한다는 내용의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내용의 유언장을 발표한다. 하지만 고르기아스라는 사람이 에우몰푸스의 시신을 먹겠다고 나선다. 현존하는《사티리콘》 판본의 내용은 여기서 끝이 나며 이후의 내용은 알 수 없다.[10]

3. 등장인물

3.1. 주요 등장인물

3.2. 기타 등장인물

4. 영화화

이 소설은 후에 이탈리아에서 두 차례 영화화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1969년에 개봉하였다. 먼저 개봉한 영화는 상대적으로 듣보잡에 가까우며, 두번째로 개봉한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서도 손꼽히는 전설적인 거장인 페데리코 펠리니가 감독한 것으로 유명하며 오늘날까지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 외에 이를 소재로 한 패러디 영화도 한 편이 출시되었다.

4.1. 《사티리콘(Satyricon)》 (1969)

이탈리아의 지안 루이지 폴리도로(Gian Luigi Polidoro)가 감독한 영화. 정식 제목은 아니지만, 펠리니가 감독한 작품과 구분하기 위해 《폴리도르 사티리콘(Polidoro Satyricon)》이라 불리기도 한다. 최초로 《사티리콘》을 영화화한 작품이지만, 후술할 《펠리니의 사티리콘》이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없잖아 있다. 실제로 펠리니가 감독한 영화는 세계영화사에 남을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이 작품은 그 정도의 가치를 부여할만한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띄는 펠리니의 작품과는 달리, 5~60년대에 유행하던 전형적인 이탈리아 고전 사극의 양식에 가까운 작품이다. 원작의 내용이 워낙 중구난방인지라 제대로 영화화하지는 못했으며 전개도 다소 다르다. 마지막에 이르러 항해 중 배가 폭풍우를 만나 등장인물들이 거의 떼몰살당하며, 간신히 살아남은 엔콜피우스가 해안가에서 기톤의 시신을 화장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엔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영화가 개봉한 후 큰 사고가 일어났는데, 본작의 제작에 참여한 감독인 폴리도르와 제작자 알프레도 비니 및 배급사와 배우 4명이 외설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다소 외설적인 내용의 영화에 미성년 아역배우를 기톤 역으로 출연시켰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항소 끝에 결국 유죄를 선고받고 벌금을 물어내야 했다.

4.2. 《펠리니의 사티리콘(Fellini Satyricon)》 (1969)

파일: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jpg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이탈리아의 페데리코 펠리니가 감독한 영화. 지안 루이지 폴리도르의 영화가 이미 겨우 몇달전에 《사티리콘》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펠리니의 사티리콘(Fellini Satyricon)》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는데, 펠리니는 이를 매우 아쉬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안 루이지 폴리도르의 듣보잡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유명한 편이며, 초현실주의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의 연출과 분장, 음악, 미장센 등으로 지금까지 호평을 받고 있으며 아직도 펠리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펠리니는 이 영화에서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서 대규모 세트와 많은 인원을 동원했음에도, 정석적인 사극의 전개는 전혀 따르지 않고, 이리저리 툭툭 끊어지는 일관성없는 플롯으로 일관했을 뿐이었다. 원작의 내용은 어느 정도의 모티브만 부여할 뿐, 영화 내에서는 그렇게 큰 비중은 차지하지 못한다.

펠리니는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오랜 동반자였던 니노 로타에게 음악을 맡겼는데, 유럽(특히 고대 로마), 이집트, 아프리카와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들을 짬뽕하여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우들의 경우에도, 비중있는 주조연은 대부분 연기경력이 없었던 아마추어 배우들이나 신참배우들을 쓴 것도 특징이다.[14] 특히 주연 격인 세 배우는 모두 이탈리아인이 아닌 영국인들로 캐스팅했는데, 누군가 그 이유를 묻자 "이탈리아에는 동성애자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을 했다.

이 작품은 영화사적으로는 상당한 수작으로 평가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수십년이 지나도록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았다. 그저 한국에서 열린 펠리니를 기리는 특별한 기념회나 영화제에서는 간간히 상영되어 왔으며, 2007년 경에는 EBS세계의 명화에서 이 영화를 방영하기도 했다.[15] 결국 영화가 제작된지 50년이 넘은 2020년 11월에야 국내에도 정식으로 DVD가 발매되었다.

4.3. 《사티리코시시모(Satiricosissimo)》 (1970)

이탈리아의 마리아노 로렌티(Mariano Laurenti)가 감독한 영화. 《펠리니의 사티리콘》을 패러디한 코메디 영화로, 이탈리아에서 일명 프랑코-시치오 콤비로 유명했던 코메디 배우 프랑코 프란치와 시치오 잉글리시아가 출연했다. 배경은 현대로 옮겨갔는데, 《사티리콘》에 심취한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고대 로마를 테마로 하는 호텔에 묵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 출연했던 시치오 잉글리시아는 훗날 정말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5. 여담

내가 젊은 시절 아시아에 총독의 참모로 봉사하러 갔을 때 나는 페르가몬에서 손님 대접을 받으며 머물렀었지. 숙소가 우아했을 뿐만 아니라 집주인의 아들이 굉장히 아름다워서 거기에 머물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집주인과 그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게 계획을 세웠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남자들의 성적 매력을 암시하는 대화가 오고갈때마다 처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가장 가혹한 어조로 말을 끊어버렸다네. 그랬더니 집주인과 그 아내는 나를 진정한 철학자로 여기더군! 집주인 부부는 나에게 제 아들의 교육을 맡겼고 나는 그를 체육관으로 데려가기 시작했네. 나는 그의 선생님이었고 그에게 위험한 자들을 집으로 들여보내주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지...

어느날 나는 그 소년과 지나치게 오래 놀다가 지친 나머지 집 안으로 들어가기도 귀찮아 식당 주변에 퍼질러 누워있었네. 어느새 해가 저물었고 나는 그 소년이 잠에 들지 않은 채 누운 상태로 깨어있다는 걸 알아차렸지. 그래서 나는 그가 들을 수 있게 일부러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기도했다네. '천상에서 노니는 베누스여, 내가 만약 저 아이에게 들키지 않고 키스할 수 있다면 내일 그에게 2마리의 비둘기를 선물하겠습니다'라고 말일세. 그 소년은 내 기도를 듣자마자 바로 코를 골며 잠든 척을 하더군. 나는 이 귀여운 사기꾼 위로 몸을 숙여 입술을 훔쳤지. 이 일로 신이 났던 나는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그에게 비둘기 한 쌍을 사주고 내 약속을 지켰다네.

그 다음날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지. 나는 기도문의 내용을 살짝 바꿔 '만약 그가 잠든 상태에서 제가 이 두 손으로 그를 마음껏 애무하게 해주신다면 내일 아침 그 대가로 소년에게 2마리의 활달한 투계를 선물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네. 그러자 그 기도문을 들은 소년은 잠자는 체도 하지 않고 아예 내 앞으로 다가오더군! 아마 내가 말만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두려워서 그랬던 것 아닐까 싶네. 나는 그 소년을 안심시켰고 밤새 그의 몸 전부를 탐했지. 물론 절정 바로 직전에 멈추었고 말일세. 다음날 아침 나는 약속대로 그에게 2마리의 투계를 선물했고 그 소년은 매우 기뻐했다네.

세 번째 날에는 아예 잠에 든 척하는 소년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지. '불멸의 신들이시여, 만일 제가 이 소년이 깨지 않은 상태로 원하는대로 마음껏 그의 몸을 탐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그 대가로 내일 아침 그에게 마케도니아산 서러브레드[17]를 선물하겠습니다!'라고 말일세. 소년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아예 대놓고 퍼질러 자는 척을 하더군. 처음에는 소년의 가슴을 움켜쥐어 내 손아귀에 가득 채웠고, 나중에는 입을 맞추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마침내 내 모든 욕망을 그에게 모두 풀어버렸다네.

다음 날 아침 그 소년은 역시나 문가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더군. 하지만 자네도 알지 않나. 값싼 비둘기와 투계 따위를 사주는 거야 쉽지만 그 비싼 종마를 어찌 그리 쉽게 사준단 말인가? 게다가 내가 그 비싼 동물을 선물해준다면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보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니다가 어쩔 수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지. 내가 아무 것도 없이 돌아오자 소년은 나를 껴안고 입을 맞추고 뒤를 돌아보더니 '내 말은 어디있죠?'라고 묻더군.

내가 약속을 어겼다는 걸 깨닫자마자 소년은 내 앞에서 바람 소리를 내며 문을 쾅 닫아버렸네. 며칠 뒤 다시 저번과 비슷한 상황이 찾아왔고 소년의 아버지는 옆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네. 소년의 아비가 자는 틈을 타 소년에게 화해하고 다시 저번처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했네. 원래 꼬인 것들도 한 번에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하지만 소년은 아직도 나에게 화가 나있었고 '지금 당장 잠이나 자지 않으면 아버지를 깨울 거에요'라고 쏘아붙였네.

하지만 친구,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네. 소년이 아버지를 깨우겠다고 계속 협박했지만 나는 그의 성의없는 저항을 물리친 채 그를 팔로 감싸고 내 욕망을 채웠지. 소년도 내가 기습한 것에 대해 딱히 싫어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더군. 소년은 내가 그를 속인 것에 대해 불평했네. 자신이 친구들에게 내 부와 지위에 대해 자랑했고 말에 대해서도 자랑했는데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친구들에게 놀림받았다고 말일세. 하지만 소년도 결국 '하지만 나는 당신처럼 되지 않을 거에요. 만약 당신이 하고 싶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고 말하더군.

그래서 나는 일단 내 잘못은 제쳐두고 그가 원하는 대로 격렬히 사랑을 나누었지. 그리고 그의 호의를 누린 채로 다시 잠이 들었다네. 그러나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 소년은 한창 쾌락에 무르익을 나이였고 한창 복종하기를 열망하는 나이 아니었던가? 소년은 '더 원하는 게 없나요?'라고 캐물으며 나를 다시 깨웠지. 나도 그때는 딱히 부담되지 않아서 다시 일어나 다시 그와 사랑을 나누었네. 그가 만족할 때까지 헐떡이고 땀을 흘리고 쾅쾅거리며 박아댄 뒤, 기쁨에 지친 채로 다시 잠들었네. 그러나 소년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나를 손으로 때려 깨우고는 또 하자고 요구했네. 이런 일이 수 차례 반복되자, 나는 그가 나를 지나치게 여러 번 깨우는 것에 화가 나서 '지금 당장 잠이나 자지 않으면 아버지를 깨울거야'라고 협박했다네!


[1] 고대 로마의 소설 중 완전한 형태를 전하는 것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황금 당나귀》(서기 2세기)이다. 근대적 소설의 요소 유무로 판단하자면 일본의 《겐지모노가타리》(서기 12세기)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소설로 손꼽힌다.[2] 그의 독백에 따르면, 도둑질과 사기는 물론, 자신을 받아주었던 집주인을 살해하기까지 했다.[3] 거대한 성기를 지닌 남근과 정력의 신으로, 번식과 다산 및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4] 예컨데 통돼지의 배를 갈라 그 속을 온갖 새의 통구이로 채워넣고 꿰메놓은 것도 있었다.[5] 고대 로마에서는 생선젓갈인 가룸과 향초인 허브 등을 기본적인 향신료 겸 음식에 찍어먹는 소스로 사용했다.[6] 작중에서 트리말키오의 연회는 매우 사치스럽고 규모가 크지만 정작 주최자인 트리말키오는 연회 중에 실수한 노예에게 쌍욕을 퍼붓고, 미소년과 노닥거리다가 아내와 크게 싸우는가 하면, 갑자기 자신의 죽음을 거론하며 청승을 떠는 등 주연의 흥을 망치는 짓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연회의 규모도 중요하게 쳤지만, 연회의 세련미와 흥 또한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트리말키오는 주최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만 골라서 한 격이 된다.[7] 아스킬토스는 이후로 등장하지 않는다.[8] 에페수스의 한 여인이 남편이 죽자 따라 죽겠다고 남편이 묻힌 지하 묘지에 따라들어갔는데 닷새만에 근처에서 십자가형 당한 죄수 시신을 지키던 경비병과 눈이 맞으면서 결국 경비병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경비병과 과부가 정을 통하는 사이 죄수 가족이 몰래 와서 시신을 가져가버리고 경비병이 군법으로 사형당할 일을 걱정하자 과부는 자기 남편 시신을 꺼내서 죄수 시신 대신 십자가에 달아버리라고 한다는 내용.[9] 크로톤으로 가는 여정 동안 에우몰푸스는 시상이 떠오른다며 카이사르의 내전에 대한 서사시를 읊어 -300행이나 된다!- 엔콜피우스를 피곤하게 한다.[10] 노먼 린지의 삽화판에서는 마지막 삽화로 엔콜피우스와 기톤이 멀리 떠나는 삽화를 넣어 결국 이 사기가 들통나 엔콜피우스가 또 도망길에 오르는 것을 암시했다. 몇몇 학자들은 다른 문헌에 인용된 페트로니우스의 짧은 운문에 이집트에 대한 내용이 있어 엔콜피우스가 이집트로 도망가게 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11] 어느 부자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서 그 집의 잘생긴 아들을 온갖 말빨로 꾀어내서 동침했다는 무용담을 떠벌리기도 하고, 엔콜피우스와 함께 있는 기톤을 보고는 발정이 나서 덤벼들기도 한다.[12] 일례로 그는 본래 어렸을 적에 주인의 성노예였는데, 자신이 갑부가 된 후에는 주인이 그랬던 것 처럼 주변의 미소년 노예들을 두고 그들을 희롱한다.[13]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이 트리말키오가 네로 황제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14] 주연인 마틴 포터와 하이럼 켈러만 하더라도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는 것만 유명할 뿐 그저 그런 커리어로 경력을 마쳤다.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던 트리말키오 역의 마리오 로마그놀리는 사실 펠리니의 친구이자 영화 제작자로서 이 작품 외에는 배우경력이 없었다. 기톤 역의 맥스 본의 경우에도 이 영화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나, 제대로 된 필모그래피는 이 작품 하나 뿐으로 이후 음악가로 살았다. 그는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한 물리학자 막스 보른의 손자이기도 하다.[15] 한국에서는 EBS에서 방영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TV 방영은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16] 그래서 이 당시 라틴어 수업이 문학 작품의 작중에 등장할 경우 다른 라틴어 고전들과 함께 사티리콘이 수업교재로 언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문학 작품을 읽었지만 라틴어 작품들에는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나중에 사티리콘을 찾아보고 그저 충공깽...[17] 종마의 일종. 서러브레드종은 현재 경주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로지 경주마로서만 개량된 쿼터호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몸이 잘 발달된 세련된 품종이다.[18]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출판물에 대한 검열이 매우 엄격했다.[19] 물론 이 판결에 YMCA 측에서는 펄펄 뛰었으나, 더이상 사건을 끌게 되면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