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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10 00:30:54

디혼

1. 개요2. 제 1 금기 : 탐욕(Greed)3. 제 2 금기 : 색욕(Lust)4. 제 3 금기 : 분노(Wrath)

1. 개요

탈무드 지혜예화 96편에 나오는 인물. 각종 금기를 범한 끝에 인간으로서 최고의 위치까지 도달하나, 그 후 다시 인간이기를 택해 악마에게 죽임을 당한다. 사실 솔로몬의 아버지로 나왔다는 것만 봐도 떡밥이 될 만한 이야기.[1]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천일야화 등 각종 민담에 패러디가 되었다. 천일야화에선 주인공 격인 신밧드의 모험 중 하나로 각색되었다.

이 예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솔로몬의 72 악마 중 하나인 아스모데우스의 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인데, 기독교가 토속 신앙을 악마화하기 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2]

꽤 재밌으니 전문을 읽어보자. 작중 나오는 인물 및 지명은 이곳에서 참고했음을 밝힌다.

2. 제 1 금기 : 탐욕(Greed)

유대 지방에 위대한 상인 살로몬이 있었다. 그는 세상의 끝까지 항해하여 큰 돈을 벌고 많은 인맥을 쌓았으며 많은 아들과 딸을 두었으나 그 중 특히 디혼을 아꼈다. 디혼은 조혼하여 역시 많은 아들과 딸을 두었다.

때가 되어 살로몬이 신에게 돌아갈 때가 되자, 그는 디혼과 증인인 장로들을 앉혀두고 유언하였다.

"내 아내에게는 결혼 계약서에 따라 400데나리온의 재산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재산은 너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했노라. 다만 이제 내가 말할 사항들을 지키지 않다면 신께 맹세코 너에겐 티끌 하나 돌아가지 않을 것이니라."

디혼이 수긍하자 살로몬은 말을 이었다.

"나는 바다를 벗삼아 많은 재산을 손에 넣었으나, 수 많은 풍랑과 생명의 위협을 경험해야 했었다. 따라서 바라건대 너는 절대 항해를 하지 않도록 하여라. 너에게 물려줄 재산이 결코 적지 않으니 일생 배를 타지 않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디혼아, 맹세할 수 있겠는가?"

"맹세하겠습니다."

살로몬은 안심하여 영원한 안식의 나라로 떠났다.

디혼은 물려받은 재산을 갖고 평안히 살고 있었으나, 1년 후 항구에 많은 진주와 보석을 싣고 돌아온 선원들을 만나게 된다. 선원들은 말하였다.

"저희는 살로몬의 충직한 선원입니다. 살로몬 어르신께서 맡기신 많은 금, 은, 진주를 한 배 가득 싣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저 재산은 모두 디혼 도련님의 것입니다."

디혼은 크게 기뻐하여 선원을 맞이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가 절정에 이르자 디혼이 선원들에게 살로몬의 죽음과 그의 유언을 전하였고, 선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살로몬 어르신께서는 많은 배를 거느리신, 저희같은 뱃놈들에겐 전설과도 같은 선장이셨습니다. 그분만큼 바다와 배를 사랑한 분도 드물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부와 충직한 선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 어르신께서 유언으로 디혼님의 안위를 걱정하여 항해를 금지하셨다 하나, 그것은 돌아가시기 직전 맑지 못한 정신상태에서 하신 말씀이니 지킬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저희와 함께 항해하여 장사를 해 주십시오."

디혼은 망설였으나 선원들은 끈질기게 설득하였고, 아버지의 그늘을 인식하고 있던 디혼은 결국 마음이 흔들려 항해를 결심하게 된다.

항해는 순조롭게 지속되었으나, 섬 하나 보이질 않는 망망대해에서 거센 풍랑이 일어나는 바람에 배는 뒤집혔고 디혼과 선원들은 모두 물에 잠겼다. 선원들은 모두 죽고 재산은 물에 잠겼으며 디혼도 곧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야훼께서 바다의 신에게 "디혼만은 반드시 살리도록 하여라."고 명하셨다.

디혼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 외딴 섬의 모래사장에 자신이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디혼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자신 이외의 사람이 없음을 알고 크게 탄식하였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내려진 죄과임을 알았다.

3. 제 2 금기 : 색욕(Lust)

디혼은 섬에서 사자의 습격을 받으나, 신의 보살핌으로 독수리에 채여 세상의 끝까지 날아가 아스모데우스가 지배하는 섬으로 가게 되었다.

섬에선 성경 읊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디혼은 유대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사제를 찾아갔으나 사제는 이 섬에는 인간이 아무도 없고, 정령들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신의를 저버린 디혼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디혼은 절망에 빠졌으나 사제는 그의 처지를 동정하여 디혼을 보호해 주기로 하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성가 시간이 되고 신실한 정령들이 모두 모여 을 찬양하였다. 그러던 중 한 정령이 말하였다.

"이상하군, 이 회당 안에 추악한 인간의 냄새가 나는 것 같거든."

모든 정령들이 그에 수긍하였다. 성가가 끝나자, 사제는 디혼의 존재와 그의 인생 역정을 정령들에게 설명하였다. 정령들은 분노하며 말하였다.

"사제여, 부친의 유언을 무시하고 맹세를 짓밟은 신의 없는 자를 왜 살려주었습니까? 그자는 찢겨 죽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고행을 겪었고,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고 있소. 그는 나에게 보호를 요청하였으니 나는 그를 보호해야 하오. 이 자를 아스모데우스 대왕에게 데려가 재판을 받게 합시다."

사제의 말에 정령은 모두 동의하였고, 디혼은 아스모데우스의 앞에 나아가게 되었다.
아스모데우스는 디혼의 지혜를 시험하여 모세십계명을 물었다. 디혼은 유대인답게 쉽게 대답하였다. 곧 이어 신의 이름을 물었고, 디혼은 테트라그람마톤을 설명하였다. 아스모데우스는 놀라 말하였다.

"너는 매우 현명하고 신실된 인간이로구나. 너에게 이 성에 머물며 내 자식들을 가르칠 것을 명하노라."

디혼은 성심성의껏 아스모데우스의 아들을 가르쳤고, 곧 위대한 대왕의 신임을 얻게 되었다.

아스모데우스는 디혼에게 왕궁의 모든 재산을 관리할 임무를 맡기기로 하였다. 곧이어 왕궁의 모든 하인들은 디혼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할 것을 다짐하였다. 아스모데우스가 디혼에게 모든 창고의 열쇠를 맡기며 하나 하나 내부와 재산을 보여주었다.
이윽고 어느 방 앞에 다다르자, 아스모데우스는 안을 보여주는 대신 디혼에게 당부하였다.

"내 너에게 어디든 자유로이 다녀도 좋을 자유를 주겠으나, 이 방만은 절대 들어가지 아니할 것을 명한다."

디혼은 수긍하였고, 아스모데우스는 그 방의 열쇠만은 자신이 가진 채 절대 넘겨주지 않았다.

아스모데우스가 전쟁 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 디혼은 아무 생각 없이 궁전을 거닐다가 금기의 방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디혼은 호기심이 발동해 방문에 귀를 기울였다. 곧, 방문이 열리고, 거기엔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아스모데우스의 딸이 있었다.

공주의 자태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고, 디혼은 공주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 벌어질 찰나 공주가 아스모데우스의 금기를 언급하자, 그제사야 디혼은 겁을 먹으며 용서를 빌었다. 평소 디혼을 맘에 들어하던 공주는 디혼에게 충고하였다.

"당신이 이 방에 들어온 것을 아버지께서 문책하면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저는 공주님을 몹시 사랑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허락하여 주십시오'라고. 아버지는 당신의 신실함을 아끼고 있으니, 허락할 것입니다."

곧 아스모데우스가 나타나 디혼에게 문책을 하였고, 디혼은 공주가 알려준 대로 답하였다. 과연, 아스모데우스는 쾌히 승낙하였다. 국가 규모로 축제가 벌어지고 온 나라의 장로가 모여 결혼 증서를 만들었다. 디혼은 거기에 서명하였다.

첫날밤이 되었다. 공주는 디혼에게 말하였다.

"저는 정령이긴 하나 인간 세상의 여자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대는 부인과 자식이 있는 몸이니 죄를 범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저의 몸을 탐하지 말아 주십시오."

디혼은 이미 참을 수 없었기에, 정색한 채 공주를 자신의 몸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다 말하였다. 공주는 의심하며 말하였다.

"맹세할 수 있습니까?"

"맹세하겠소."

공주가 수긍하고, 디혼과 몸을 합쳤다. 곧이어 아들을 낳게 되는데, 이름을 솔로몬이라 하였다.

4. 제 3 금기 : 분노(Wrath)

이윽고 2년이 지났다. 디혼은 솔로몬과 정겹게 놀며 행복하게 보내고 있었으나, 간혹 한숨을 쉬곤 했다. 옆에 있던 공주가 의아해하며 물었고, 디혼은 답하였다.

"실은 인간 세상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들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런다오."

"저의 사랑이 모자라나요?"

"아니오. 단지 생각이 났을 뿐이라오."

공주는 디혼의 처지를 동정하였으나, 단호히 맹세를 환기시켰다.

"저와 했던 맹세를 잊으셨습니까? 당신은 저만을 사랑한다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다시는 그런 소리를 하지 않길 바랍니다."

디혼은 수긍하여 마음을 다잡았지만, 한숨을 계속 쉬는 것이 상심해 있는 것이 뻔했다. 공주는 동정하며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가고 싶다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돌아올 시간을 분명히 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디혼은 뛸듯이 기뻐하였고, 공주에게 모든 걸 일임하였다. 공주는 디혼에게 1년의 시간을 주었고, 1년 후엔 반드시 돌아올 것을 맹세하게 하였다. 디혼은 인정하였다.

공주는 성 내의 모든 시종을 모아놓고 성대한 주연을 베푼 후 말하였다.

"나의 남편이 첫 번째 아내와 자식들을 보기 위해 잠시 인간 세계에 가 있을 것이다. 누가 그의 여로에 시중을 들 것인가?"

곧 한 외눈박이 곱추 시종이 자원하였다.

"네가 그리하겠느냐. 남편이 무사히 고향에 당도할 수 있도록 네가 힘써주길 바란다. 절대로 남편의 안위에 해가 가선 안 될 것이다."

모든 출발 준비가 끝났다. 공주는 남편을 배웅하며 말하였다.

"1년입니다. 그 후엔 반드시 돌아오셔야 합니다."

"물론이오, 내 맹세하겠소."

디혼은 시종과 함께 길을 떠났다. 쉬이 인간 세상에 도달하였다. 디혼이 고향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모두 그를 알아보았다. 고향은 난리법석이 나서 축하연을 베풀었다. 디혼의 아내와 친척은 모두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기쁨에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온 디혼은 곧이어 시종을 놀려대기 시작하였다.

"이 외눈박이 자식아, 그런 꼴로 뭐가 제대로 보이기는 하느냐?"

"저의 결점을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지 마십시오."

"꼴같잖은 소리 말아라. 게다가 너는 곱추가 아니냐? 대체 그런 몰골로 세상을 왜 사느냐?"

시종은 분노하였으나 곧 마음을 추스리며 자신의 나라에 돌아갈 것을 밝혔다. 디혼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시종은 디혼에게, 공주에게 무언가 전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디혼은 흥분하여 말하였다.

"좋다, 가서 전하여라. 나는 이 곳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 그 나라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귀신이고 악령이다. 어찌 나의 아내일 수 있겠는가?"

시종은 깜짝 놀라 반문하였다.

"당신은 공주님께 사랑을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그 따위 맹세를 한 적이 없어!" 디혼은 분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곧이어 자신의 첫 번째 아내를 끌어당기며 시종에게 고했다. "보아라. 여기, 이 사람이 나의 아내이다.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인간이다. 나와 같지. 하지만 공주는 인간이 아니야, 귀신일 뿐이다."

시종이 크게 실망하여 공주에게 디혼의 말을 전하였다. 공주는 분노하였으나, 일단 기한인 1년 동안은 참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곧 1년이 지나고, 공주는 다시 곱추 시종을 불러 말하였다.

"남편이 돌아올 때가 되었구나. 그에게 다시 가 맹세를 상기시키고, 데려오도록 하여라."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 그때는 고향에 도착한 기쁨이 너무 큰 나머지 실언을 한 것이다. 네가 가서 정중히 말하여라."

시종은 다시 디혼을 찾아갔다. 하지만 곧 헛수고임을 알았다. 공주는 두 번째로 시종을 보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스모데우스는 분노하여 휘하 군단을 이끌고 디혼의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로 천명하였으나, 공주가 말리며 말하였다.

"한 인간을 벌하기 위해 군을 움직이는 대왕으로서 격에 모자라는 일입니다. 제가 아직 남편을 사랑하고 있으니 제가 직접 설득하면 그가 돌아올 것입니다."

아스모데우스는 납득하여 공주에게 일단의 호위병을 딸려 인간 세상에 보냈다. 호위병은 모두 분노에 날뛰며 디혼을 죽여야 한다고 간언하였으나 공주는 아직 그를 죽일 수 없었다. 공주는 아들 솔로몬을 불러 말하였다.

"네가 가서 나의 도착을 알려라."

솔로몬은 아직 3살이었으나 지혜는 누구보다 총명하였다. 솔로몬은 디혼이 잠든 틈에 몰래 다가가 속삭였다.

"아버지, 당신의 아들이 왔습니다."

디혼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솔로몬은 어머니의 도착을 전하며 아버지의 귀환을 간곡히 요청하였다. 디혼은 확고하게 말하였다.

"네가 헛걸음을 했구나.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인간이고 인간으로서 살다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맹세는 왜 하셨습니까? 외할아버지는 당신을 신뢰하여 모든 정령들보다 당신을 우위에 놓았으며 사위로 삼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 신뢰를 저버릴 셈입니까?"

"듣거라. 맹세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지킬 생각이 없었다. 그 곳의 모든 행동은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한 방법이었다. 난 지금 인간으로서 행복하다."

그제야 솔로몬은 디혼을 설득시킬 수 없음을 알았다.

"아버지는 맹세를 세 번 하였고, 지금 두 번 부정하였습니다. 바라옵건데 마지막 기회가 찾아올 적엔 부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의 삶은 신의 은총이었음을 상기하십시오. 세 번의 부정은 신의 눈을 가릴 것입니다."

디혼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잠을 청했다. 솔로몬은 돌아가 공주에게 디혼의 뜻을 전하였다. 공주는 펄펄 뛰었으나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하였다. 랍비와 장로가 모여 디혼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공주는 신을 찬양한 후 랍비에게 돌아가 말하였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있는 이 디혼은 저의 남편입니다. 그는 첫 번째 금기를 저버리는 죄를 저질렀으나 제 아버지인 아스모데우스께서 용서하였을 뿐만 아니라 잘 보살펴 주고 최고의 지위를 주었습니다. 또한 저에게 욕구를 품고 거짓 맹세를 하였으나 그를 용서하였고, 이제 돌아와야 한다는 마지막 맹세조차 어기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에게 신의의 무거움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랍비는 디혼이 어째서 부와 명예와 미인 아내를 두고 돌아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돌아가지 않느냐고 묻자 디혼이 답하였다.

"저는 인간이고 인간으로서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기를 깨고 항해를 하였습니다. 비록 실패하였지만 신의 은총으로 목숨을 부지하였고, 비록 부를 누릴지언정 정령과 같이 살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인간과 함께 살아갈 이 고향입니다.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이로서 디혼이 세 번 부정하였다. 공주는 랍비에게 말하였다.

"이제 디혼이 신의를 저버렸으니 저는 그와 같이 살 마음이 없습니다. 바라건데 마지막 이별의 키스를 하게 해 주십시오."

모든 랍비가 승낙하였다. 디혼은 마지못해 공주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였다. 공주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디혼의 목을 그었다. 괴로워하고 있는 디혼에게 공주는 나지막히 말하였다.

"당신은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고, 맹세를 부정했어요. 이제 당신은 배신의 죄값을 치를 거에요. 나의 사랑을 영원히 훔쳐 갔으니, 당신의 아내 역시 평생 보답받지 못할 것입니다."

디혼은 괴로워하며 죽었다. 그녀는 회당의 사제들에게 명했다.
"당신들도 죽음을 당하지 않으려면, 나의 아들 솔로몬을 두고 갈 테니 훌륭하게 키워서 당신들의 왕으로 삼으시오. 솔로몬은 인간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이 세상에 남아있어야 하오."

이야기를 마치고 아스모데우스의 딸은 다시 하계의 나라로 돌아갔다.

회당에 모인 사제들은 공주의 바람대로 솔로몬을 훌륭하게 키웠다. 그리고 훗날엔 왕좌에 추대하여 왕위를 이어받도록 하였다.

만약 당신이 악에의 충동에 사로잡힌다면 그것을 내쫓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하라.--탈무드


[1] 이야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버전에서 디혼의 아들이 우리가 아는 그 솔로몬이 되었음을 명시한다.[2] '바다의 신'이라는 존재의 언급으로 알 수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를 포함, 모든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는 유일신교이기 때문에 야훼가 명령을 내릴 '바다의 신'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