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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Duns Scotus스코틀랜드 출신의 중세 스콜라 신학자·철학자이자, 가톨릭의 복자. 축일은 11월 8일이다.
'영민한 박사'(Doctor Subtilis)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오컴의 윌리엄과 함께 스콜라 철학의 중요한 학자 중 한 명이다.
2. 사상
그는 기존 스콜라 철학(일반적으로 아퀴나스)와는 다른 신학적 입장을 견지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주의주의'적 신학관을 주장하였다. 즉, 신을 믿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주의주의(Voluntarism)란 신적 이성에 대한 신적 의지의 우선성을 주장하는 견해로서, 이 견해에 따르면 하느님조차도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선한 행동이 존재하는 것(신적 이성으로 파악되는 합리적인 질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선택한 행동이 바로 선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행한 덕 있는 행동이란 그들의 선함이 그 행동에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이 그러한 행동을 선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는 의미가 된다. 또한 하느님의 계시 자체는 우리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며, 성경을 이해하려고 하지말고 그 말이 오로지 하느님이 한 말이기 때문에 믿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이는 계시(성경)의 도움없이도 인간 이성이 계시적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지주의(Intellectualism)와는 다른 것으로, 그는 아퀴나스 철학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학자로 꼽힌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후기 스콜라 철학자인 오컴의 윌리엄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철학을 하나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문구는 '모든 실체는 고유한 본질을 지닌다(Omne ens habet aliquod esse proprium)'는 선언이다. 여기서 '고유한 본질'이란, 보편논쟁에서의 '보편자'를 의미한다. 즉 '보편자'가 실재하는데, 단, 모든 개별자에 실재한다는 것. 이 선언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바로 스콜라 철학의 테제, 즉 모든 불완전한 존재는 신에 대한 유비(analogy: 비슷한 성질)에 불과하다고 하는 테제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코투스의 이 선언은 겉으로 보기에 '보편자'가 실재한다는 실재론이지만, 각각의 개별자에 보편자가 있다는 스코투스의 생각은, 보편이란 우리가 그러한 개별자들의 공통된 특징에 단지 이름을 붙인 것일 뿐이라는 유명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철학사적으로 본다면 둔스 스코투스의 주요한 업적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전술한 것처럼 유명론의 전통을 연 학자로서, 모든 존재를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에 불완전하게 양재하는 존재로 파악하는 스콜라철학의 전통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질 들뢰즈[1]를 위시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이 주목했던 부분으로, 모든 실체가 각각 고유한 질서를 지닌다고 표현함으로써, 바뤼흐 스피노자와 프리드리히 니체에게로 계승되는 내재적 역량과 힘의 철학을 창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둔스 스코투스는 가톨릭 교리상으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영미철학계의 유명론자들,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에게는 중세철학에서 근대철학으로 이행하는 계기를 마련한 중요한 스콜라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3. 여담
- 바보를 가리키는 명칭 중 dunce는 그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다. 그가 '이성'으로 계시를 이해할 수 있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지주의를 부정했었기 때문에, 당시 토마스 아퀴나스를 따르던 스콜라학자들이 그를 '이성'도 없는 바보라고 놀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의 원래 이름은 John Duns인데 그가 스코틀랜드 출신이라 잉글랜드에서 멸시하는 의미로 스코틀랜드인이라는 접미사 Scotus를 붙여서 불렀던 것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 하이데거의 교수자격시험(Habilitation) 논문 주제가 바로 이 사람이었다. 하이데거는 1915년 초 <둔스 스코투스의 범주론과 의미론>을 완성하여 이를 여름학기에 교수자격논문으로 제출했고, 시험 강의 후 같은 해 7월 31일에 철학 교수자격을 취득하였다.
- 국내에 번역된 저작은 제일원리론 한 권 뿐이다.
[1] 들뢰즈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차이와 반복>에서 '일의성'을 처음으로 말한 사람으로 둔스 스코투스를 지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