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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08 20:46:46

데니스 허스킨스 납치 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2. 전개
2.1. 사건 발생2.2. 믿을 수 없는 귀환2.3. 진범 검거
3. 후일담

1. 개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벌레이호(Vallejo)에서 일어난 납치 사건. 특이하게도 납치 피해자가 납치되었다가 48시간 만에 풀려난 것으로 유명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레이호 경찰과 연방수사국이 오히려 피해자의 자작극으로 사건을 종결하려다가 지방 경찰의 노력으로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풀린 사건이다. 미국판 엔자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2024년 이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나이트메어(American Nightmare)' 가 제작, 방영되었다.

2. 전개

2.1. 사건 발생

2015년 3월 23일 캘리포니아 주 벌레이호 시의 자택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애런 퀸(Aaron Quinn)과 그의 여자친구 데니스 허스킨스(Denise Huskins)는 갑작스런 습격을 받았다. 범인은 불빛을 어지럽게 비추고 잠수복[1]을 입어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하면서 총을 겨누고[2] 데니스를 시켜 애런을 결박하도록 한 뒤 앞을 보지 못하도록 물안경을 씌웠다. 애런이 결박된 뒤 범인은 애런에게 진정제를 주사한 뒤 데니스를 납치하여 데니스를 애런의 차인 토요타 캠리 트렁크에 가두고 떠났다.

진정제의 약효에서 깨어난 애런은 다음날 급히 경찰서에 신고하고 조사를 받았으나 어처구니없게도 경찰은 애런을 용의자로 몰았다. 경찰이 애런을 용의자로 몰았던 가장 큰 근거는 애런이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동료 물리치료사인 안드레아와 사귄 적이 있었는데 그녀와 헤어진 후에도 안드레아를 잊지 못하고 연락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납치당하기 전날 밤 데니스와 말다툼을 했다는 사실 딱 하나였다. 즉 치정 싸움 도중에 애런이 흥분하여 데니스를 죽이고 시체를 어딘가 숨겨 두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벌레이호 경찰서의 담당 수사관 맷 머스터드(Mat Mustard) 형사는 애런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강하게 추궁하고 추가 수사를 위해 파견된 FBI 요원 역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결과는 엉망진창일 것이라면서 빨리 자백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기만 한다.[3]

범인이 애런에게 전화를 해서 데니스를 풀어 주는 대가로 고작 15,000 달러를 요구했다는 점도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의심에 영향을 끼쳤다. 고작 그 돈을 받자고 납치를 하는 얼간이가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애런이 범인으로 몰리려는 찰나에 납치범이 마침 데니스의 육성을 익명 이메일을 통해 발송하고 정황상 이것이 데니스가 최근까지 생존했다는 증거임이 확실해지자[4] 애런은 일단 혐의를 벗었지만 경찰은 계속 애런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는데...

2.2. 믿을 수 없는 귀환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납치범이 육성을 발송한 다음날인 3월 25일 납치 피해자인 데니스 허스킨스가 풀려난 것이다. 납치범은 데니스의 부모가 살던 헌팅턴 비치[5]로 차를 몰고 가 데니스를 놓아 준 후 그대로 도주했다. 납치범이 떠난 후 데니스는 시야를 가리고 있던 물안경을 벗고 부모의 집으로 가던 중 그녀를 발견한 이웃에게 보호를 받았다. 데니스가 부모의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데니스의 부모가 사건 수사 협조를 위해 북쪽으로 650km 떨어진 벌레이호에 가 있었기 때문에 임시로 이웃이 그녀를 보호했다. 잠시 후 경찰이 도착하고 데니스도 조사를 받았는데 황당하게도 그날 밤 벌레이호 경찰은 명백한 납치 피해자인 데니스와 애런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데니스가 수사에 협조하기로 해 놓고 경찰과 연락을 끊어 버렸으며 이 일은 모두 데니스와 애런의 자작극이므로 벌레이호 경찰은 검토를 거쳐 이들을 형사 고발할지를 결정하겠다는 어이 없는 발표를 한다.[6]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전적으로 벌레이호 경찰의 입장이었고 데니스가 경찰과의 연락을 끊은 것은 경찰과의 진술 중 이상한 점을 느끼고 변호사를 선임한 데니스가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변호사 없이는 증언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일단 남자친구 애런이 있는 벌레이호로 이동하는 중 연락이 끊어진 것뿐이었다. 이후 데니스는 변호인의 동행 하에 경찰에 협조하기 위해 사건의 전말을 진술하고 성폭행 검사까지 받았으나 경찰과 FBI는 여전히 데니스의 말을 믿지 않았으며 FBI 요원은 영화 나를 찾아줘와 너무 비슷하지 않냐는, 그야말로 수사관의 자질이 의심되는 소리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데니스 허스킨스가 밝힌 48시간 간의 납치 사건의 전말은 아래와 같다.
2015년 3월 23일 잠을 자고 있던 데니스와 애런은 갑작스런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괴한은 불빛과 레이저 포인터를 어지럽게 비췄으며 데니스를 시켜 애런을 결박한 뒤 둘에게 물안경을 씌웠다.[7] 이후 데니스를 끌고 가 애런의 토요타 캠리 트렁크에 넣고 그대로 애런의 차를 훔쳐 도주했다. 얼마간 달린 뒤 범인은 차를 멈추고 데니스를 다시 끌어내 다른 차에 태우는데 데니스는 엔진음 등을 생각할 때 포드 머스탱 같았다고 한다.

이후 데니스는 어떤 집으로 끌려가 갇혔고 납치범은 데니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가 싶더니 "너가 경찰에 신고할지도 모르니 나도 보험을 좀 들어 둬야겠다." 며 데니스를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녹화한다. 이후 잠시 집에 찾아온 다른 사람들을 만난 납치범은[8] 다시 방으로 들어오더니 두 번째로 데니스를 성폭행하는데 이 때는 그로테스크하게도 자신과 '연애'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와중에 "자신이 원래 노렸던 사람은 애런의 전 여친인 안드레아" 라고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범인은 애런과 연락이 끊겼다면서 데니스에게 육성을 녹음할 것을 요구하더니 그 후에는 데니스의 부친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호의를 베풀기도 하다가 돌연 데니스에게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라고 하더니 다시 그녀를 머스탱에 태워 그녀의 집 근처에 내려 주고는 열까지 세라고 한 뒤 도망친다.

그러나 이 같은 사건의 전말은 그 누구도 믿지 않았고 심지어 보다 못한 범인이 계속해서 익명의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데니스의 납치범이라고 밝히는 한편 데니스를 납치한 장소, 그들을 위협할 때 쓴 장난감 총은 물론 자신의 일부 신원까지 밝히는 사상 초유의 관종짓(...)까지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데니스와 애런은 어처구니없는 자작극의 범인으로 몰려 각종 악플은 물론이고 데니스의 페이스북 계정은 수없이 많은 욕설 메세지 등으로 계폭을 고려해야 할 수준까지 치달았다. 이렇게 두 사람이 누명을 쓴 채로 사건이 끝나나 싶었지만 의외로 이 사건은 다른 쪽에서 풀렸다.

2.3. 진범 검거

데니스가 집으로 돌아온지 10주 후 캘리포니아 주 더블린시에서는 가택 침입 신고 1건이 접수되었다. 출동한 경찰이 사건의 개요를 파악해 보니 왠 남성이 집을 습격하여 딸을 납치하려 하기에 남편이 맞서 싸웠으나 부상을 입었고 딸과 아내는 무사하였으나 남성은 도망쳤다는 것이었다. 더블린 경찰은 집 안과 주변을 수색하던 중 신고자의 딸에게서 침입자가 집 안에 실수로 휴대전화를 두고 갔다는 말을 들었고 그 휴대전화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 휴대전화의 최근 발신 목록으로 전화를 해 보니 한 여성이 받았는데 휴대전화 번호는 그녀의 아들의 것이었고 아들은 현재 사우스 레이크 타호(South Lake Taho)[9]라는 곳에 있는 그녀 소유의 오두막에서 지낸다는 것이었다.

이에 사우스 레이크 타호로 출동한 더블린 경찰은 매튜 뮬러(Matthew Muller)라는 남성을 체포했다. 그런데 매튜 뮬러가 머물던 오두막 근처에서는 추가 피해자가 있으리라 짐작되는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었다. 우선 데니스가 납치될 때 사용되었던 흰색 머스탱 차량이 발견되었는데 이 차량도 도난 차량으로 판명되었고 역시나 훔친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도 발견되었다.[10]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머스탱의 트렁크에서 발견된 물안경이었는데 이 물안경에는 금발 머리카락 한 올이 끼어 있었다.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던 더블린 경찰의 미스티 카라우수(Misty Carausu) 경관은 뮬러의 여죄를 추적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던 중 뮬러가 애런과 데니스가 함께 살던 메어 섬(Mare Island)에서도 다수의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지만 벌레이호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사실, 뮬러가 팰로앨토에서도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으며 뮬러의 범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사실이 잠수복과 같은 검은 복장이라는 것과 물안경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당연하겠지만 물안경과 금발이라는 단서는 결국 데니스 허스킨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까지 다다른 더블린 경찰은 벌레이호 경찰서에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벌레이호 경찰은 이조차도 제대로 받지 않는 무능함을 뽐냈고 포기하지 않은 카라우수 경관의 노력으로 인해 결국 FBI는 뮬러를 수사하였으며 데니스를 납치하였다는 사실이 제대로 밝혀졌다. 드디어 누명이 벗겨진 것이다. 이후 애런 퀸과 데니스 허스킨스는 벌레이호 경찰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25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고 사건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었다.

3. 후일담


[1] 이는 애런과 데니스의 일관된 진술이기는 하지만 후일 진범인 매튜 뮬러가 검거되었을 때 잠수복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전신을 덮는 검은 옷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2] 후일 이 총은 진짜 총이 아닌 장난감 물총에 작은 휴대용 플래시를 조악하게 붙인 물건으로 밝혀졌다.[3] 후일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이 거짓말 탐지기의 테스트 결과는 '알 수 없음' 이었다. 연방수사국 수사관이라는 자가 엄연히 미국 시민인 사람에게 형편없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4] 육성을 보낸 당일인 2015년 3월 24일 그 해 최악의 항공사고인 저먼윙스 9525편 추락 사고가 있었는데 데니스가 그 사고에 대한 사실을 정확하게 밝혔기 때문이다.[5] 로스앤젤레스 남쪽의 조용한 휴양지이자 소도시다. 서퍼들의 성지로도 유명하다.[6] 이 모든 발표는 벌레이호 경찰서 공보과장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케니 박(Kenny Park) 경위가 담당했는데 이 사람은 사건 이후 욕을 오지게 먹었다. 물론 징계를 받거나 한 일은 없었지만. 케니 박 경위는 2020년 3월 벌레이호 경찰서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뒷사정은 명확하지 않다.[7] 이 부분은 애런이 납치 다음날 경찰에게 했던 진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8] 이들 간의 대화 내용은 피해자도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9]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경계에 있는 호수로, 캘리포니아 주의 주요 휴양지 중 하나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범인인 뮬러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는 사실에서도 볼 수 있듯 이러한 휴양지에 별장이 있다는 것은 범인의 가족이 상당한 부유층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10] 이 노트북은 후일 애런 퀸의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