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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17 00:56:26

대장장이 뷜란트

1. 개요
1.1. 초년기1.2. 미뭉을 만들다1.3. 복수1.4. 그 후
2. 영국의 유적지

1. 개요

대장장이 뷜란트는 게르만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로, 게르만 전설에서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대장장이다. 엘프들의 왕이라는 별명이 있고, 게르만 전설에 등장하는 제작자가 불분명한 무기는 대체로 이 사람의 작품으로 취급될 정도다. 뷜란트의 조부는 왕이고 조모는 인어였다. 아버지는 거인 바데이며 두 명의 형제인 에길과 슐락피더가 있다. 바데는 셸렌이라는 섬에 많은 저택을 소유했고 아들들에게는 농사와 사냥을 하게 했다. 선녀와 나무꾼 계통 설화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고대 노르드어로는 월룬드르(Vǫlundr), 고대 영어로는 웰란드(Wēland), 고대고지독일어로는 위올란트(Wiolant)라고 하는데, 어원을 따지면 '만드는 자'라는 뜻이다. 고대에 대장장이가 신성한 존재로 간주되었던 흔적이다. 본 항목명 '뷜란트'는 현대 독일어 Wieland를 음역한 것이다.

1.1. 초년기

뷜란트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터득할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고 한다. 바데는 뷜란트가 아홉 살이 되자 대장장이로 이름을 날렸던 미메가 살고 있는 훈족의 땅으로 갔다. 뷜란트는 그곳에서 대장장이의 일을 배웠지만 지크프리트라는 심술 많은 젊은 대장장이가 그를 헐뜯고 장난을 치며 때리기도 했다. 바데는 할 수 없이 아들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뷜란트가 열두 살이 된 그해 일년을 고향에서 보내며 대장간의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일했다. 마침 바데는 두 명의 난쟁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들은 다른 사람이나 난쟁이들보다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는 대장장이였다. 바데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뷜란트를 어깨에 올린 뒤 9엘레나 되는 깊이의 해협을 걸어서 건넜고 난쟁이들이 있는 산에 도착했다. 바데는 일 마르크를 주고 뷜란트를 난쟁이의 제자로 들여보내 1년간 가르침을 받게 했다.

뷜란트는 난쟁이들의 가르침을 너무나도 잘 익혀 난쟁이들은 오히려 바데에게 일 마르크를 돌려줄테니 1년을 더 가르쳐주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바데는 기뻐했지만 난쟁이들은 머잖아 뷜란트의 너무나도 뛰어난 재능에 그를 제자로 받은 사실을 후회했다. 그래서 난쟁이들은 바데에게 약속한 날에 그가 도착하지 않으면 뷜란트의 목을 치겠다고 말했다. 바데는 승낙한 다음 동굴 밖에 칼을 묻어 두고 뷜란트에게 만약 자신이 제때 오지 않는다면 난쟁이들에게서 스스로 살아남으라고 전하고 돌아간다.

1년간 더 가르침을 받으며 뷜란트는 난쟁이들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얻게 되었고, 이윽고 난쟁이들의 마법과 같은 환상의 대장장이 기술을 전부 습득하며, 오히려 그보다 더 뛰어난 마법의 기술을 손에 넣는다. 난쟁이들은 그를 시기하여 그를 제거할 계략을 생각했다. 바데는 약속한 날에 늦지 않으려고 종일 달려 사흘 전에 도착했지만 난쟁이들의 동굴 입구는 닫혀있었다. 바데는 암벽에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때마침 폭우가 쏟아지고 산사태가 일어나 바데는 죽음을 맞이했다. 약속한 날이 되어도 바데가 보이지 않자 뷜란트는 난쟁이들이 아버지를 죽인 것이라 생각하고 땅에 묻혀있던 칼을 찾아내 난쟁이들을 죽였다. 그리고 동굴에서 작업 도구와 보물들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형제들이 아버지의 농장을 상속받아 경영하고 뷜란트는 대장간을 설치했다. 그들은 스키를 타고 맹수들을 사냥하고 호숫가 주변에 집을 한 채 세웠다. 어느날 그들 형제는 호숫가에서 목욕을 하던 세 발키리를 발견하곤 날개옷을 훔침으로써 결혼하였다. 뷜란트는 헤르보르 알비트와 결혼했는데,[1] 발키리들은 이들 형제를 좋아해서 함께 살았지만 9년이 지나자 전장에 대한 동경을 견디지 못하고 숨겨놓은 날개옷을 찾아내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내가 사라져있어 놀란 에길은 동쪽으로 떠났고 슐락피더는 서쪽으로 떠났으며 뷜란트는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아내를 기다렸다. 헤르보르는 자신의 금반지를 모루 위에 남겨놓고 갔고 뷜란트는 그것을 본떠서 반지를 700개나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 나라의 니둥 왕이 뷜란트의 이야기를 듣고 병사들을 보내 금 반지를 가져간다. 사냥에서 돌아온 뷜란트는 반지가 없어진 것을 알아채고 아내가 돌아왔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다가 잠에 들고, 니둥 왕의 병사들은 뷜란트를 결박해 니둥 왕의 앞으로 데려갔다.

왕비는 뷜란트를 보고 불안한 예감을 받았는지 근육을 잘라낸 다음 대장장이 일을 시키자고 충고했으나 니둥은 그것을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왕의 장남 오트빈이 결박을 풀어주고 대장장이로 쓰자고 간청했다. 니둥은 그 청을 받아들였으나 뷜란트에게 대장장이 일을 시키지는 않고 음료담당관의 일을 돕게 했다.

1.2. 미뭉을 만들다

예의범절이 뛰어난 뷜란트는 어느날 강에 나이프를 떨어뜨려 잃어버리게 되고, 이런 것조차 제대로 못하는 멍청이라 비웃음받는 것이 싫어 몰래 대장간에 들어가 나이프를 만들어 바쳤다. 니둥 왕이 식사 중에 나이프를 이용해 빵을 자르자 나이프가 빵은 물론 접시와 식탁까지 잘라버렸다. 그러자 왕이 감탄하며 이 칼을 만든 것이 누구냐고 묻자 뷜란트가 손을 들어 자신이 대장간에 몰래 들어가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왕의 직속 대장장이인 아밀리아스가 자신이 만든 것인데 공을 가로채려 한다고 화를 내며 서로의 목숨을 걸고 "네놈의 실력과 내 실력 중 누가 더 훌륭한지 겨뤄보자." 하였다.

아무리 뛰어나다 해봤자 아밀리아스는 한낱 인간이었고, 뷜란트는 난쟁이들보다 뛰어난 대장장이였기 때문에 뷜란트는 아밀리아스가 만드는 어떤 물건보다 뛰어난 물건을 만들겠다며 승부를 받아들인다. 흥미로운 구경을 하게 된 니둥 왕은 뷜란트에게 개인 작업장을 만들어주고 물건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뷜란트는 작업장이 생기자 가장 먼저 쇠로 인형을 만드는데, 니둥 왕은 이 인형을 보고 자신의 친구인 레긴인 줄 알고 크게 반기며 왜 안 움직이냐고 물었다. 뷜란트는 이것은 인형인데, 레긴이라는 자가 자신의 보물들과 대장장이 도구를 훔쳐갔다고 말했다. 왕은 이 자를 스웨덴 사절로 보냈다고 하며, 돌아오면 도구를 돌려주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레긴이 니둥 왕에게 돌아오자 뷜란트의 도구와 금은 장난으로(...) 훔쳤다고 하고 돌려주었다.

자신의 도구를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뷜란트가 아무것도 하지 않자 니둥 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뷜란트를 찾아가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뷜란트가 작업장으로 들어가 일주일만에 검을 만들어냈다. 왕은 검을 보고 매우 훌륭한 검이라며 칭찬하며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뷜란트는 검의 성능을 본다며 강물에 양털을 던져넣은 후 떠내려오는 양털에 검을 대자 양털이 반으로 갈라졌다. 왕은 그 모습을 보고 더욱 만족스러워하며 그 검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하지만 뷜란트는 "이 무기도 그리 나쁘지 않지만 아직 더 벼려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보다 더 좋은 검을 가지게 된다며 니둥은 싱글벙글 궁으로 돌아갔다.

뷜란트는 이 검을 잘게 채 썰고 밀가루에 섞어(...) 나흘을 굶긴 새에게 모이로 주고 소화되어 나온 것을 벼려 다시 검을 만들어냈다. 그랬더니 검은 첫번째보다 작아졌다. 검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에 니둥 왕은 다시 뷜란트에게 찾아와 검을 자신에게 달라고 졸랐다. 이번에도 뷜란트는 검의 성능을 시험한다며 지난 번 양털의 곱절이나 되는 양털뭉치를 물에 넣고 검을 댔더니 또 양털이 매끈하게 갈라졌다. 왕이 매우 크게 감탄하며 이 검보다 훌륭한 검은 절대 없다며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하지만 뷜란트는 이번에도 아직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왕도 역시 이보다 더 좋은 검을 가지게 된다는 기대감에 기뻐하며 궁으로 돌아갔다.

뷜란트는 이 검을 이번엔 톱밥처럼 갈아내어(...) 밀가루에 섞어 나흘을 굶긴 새에게 또 모이로 주고 마찬가지로 소화되어 나온 것을 벼려 검을 만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두번째 검보다 더 작아진 검이 만들어지면서 거의 단검 수준이 되었다. 뷜란트는 검에 앞으로 자주 써먹는 기술인 금 도금을 하여 금빛이 나게 만들었다. 왕은 또다시 검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검을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뷜란트는 큰 상자만 한 양털 뭉치를 물에 띄워 검을 댔다. 그러자 이번에도 양털이 반으로 갈라졌다.

니둥 왕이 매우 크게 감탄하며 온 누리에서 가장 훌륭한 검이리라 칭찬하고는 전쟁에서 이 검을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뷜란트는 검의 이름은 미뭉이고, 임금 외에는 그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신신당부했다. 그리고는 아직 손잡이와 칼집이 덜 만들어졌다며 작업장으로 다시 들고 들어간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다시 궁전으로 돌아갔다. 작업장으로 들어간 뷜란트는 미뭉과 똑같이 생겼지만 평범할 뿐인 칼을 하나 만들어냈다.

내기의 결판을 내는 날이 되자 아밀리아스는 검과 매우 두꺼운 갑옷을 만들어 입고 왔는데, 뷜란트의 미뭉(진품)을 보고는 껄껄 웃으며 "봐줄 테니 먼저 공격해보거라."라며 말했고, 뷜란트는 미뭉을 아밀리아스의 투구 위에 살짝 얹었다. 그러자 아밀리아스가 검이 닿았는지도 모르겠다며 웃는데, 뷜란트가 그저 지긋이 미뭉을 누르자 아밀리아스가 반토막나버렸다. 왕이 감탄하며 그 자리에서 미뭉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하자 뷜란트는 이번에는 칼집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작업장으로 돌아가서 진짜 미뭉은 풀무 밑에 숨기고 가짜 미뭉을 왕에게 가져다 바쳤다.

1.3. 복수

이렇게 왕의 신뢰를 받아 명성이 높아지자 뷜란트는 왕의 수행원이 되었다. 니둥 왕은 어느 날 전장에 나갔는데 자신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는 돌을 성에 두고 왔음을 깨달았다. 니둥 왕은 그 돌을 다음날까지 가져오면 자신의 딸인 베드빌트를 주겠다며 뷜란트에게 이를 부탁하고 뷜란트는 이를 수락했다. 뷜란트는 슬레이프니르의 피를 이은 명마 스케밍의 주인이었기에 밤 사이에 성에 도착할 수 있었고 돌을 가지고 돌아왔다.

하지만 막사 앞에 도착했을 때 왕의 수행원들이 자신이 돌을 가져다 바치는 대신 금과 은을 주겠다고 말하였으나 뷜란트는 거절했다. 그러자 수행원들은 뷜란트를 공격했고, 뷜란트 미뭉을 뽑아 우두머리를 죽이자 나머지 수행원들은 도망쳤다. 뷜란트가 돌을 니둥에게 바치자 니둥은 좋아했지만 뷜란트가 자신의 수행원을 죽였음을 깨닫고는 분노했다. 니둥은 뷜란트를 추방했고 배신당한 뷜란트는 니둥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뷜란트는 궁전에 변장하고 요리사로 위장하여 독이 든 요리로 니둥과 베드빌트를 암살하려 했지만 베드빌트가 칼로 고기를 자르자, 부패되었거나 독이 들었음을 알려주는 칼이 울렸다. 니둥은 요리사를 잡아오게 했고 뷜란트의 정체가 드러났다. 니둥은 자신을 암살하려 한 뷜란트에게 예전부터 아내가 충고한 대로 발과 오금, 허벅지의 힘줄을 끊어버리고 평생 자신의 대장장이로 살게 했다. 뷜란트는 그 자비에 감사했고 니둥은 제바르슈타트 섬에 대장간을 지어줘 뷜란트가 일하게 했다.

어느날 뷜란트에게 니둥의 두 어린 아들들이 찾아왔다. 두 왕자는 자신들이 쓸 화살을 만들어달라는 핑계로 뷜란트의 보물을 구경하러 왔다. 뷜란트는 처음에는 그것을 거절했지만 이후 승낙했다. 뷜란트가 상자의 무거운 뚜껑을 들자 왕자들은 상자의 안에 있던 황금과 장신구들에 정신이 팔렸다. 뷜란트는 이 때 복수를 떠올린다. 또 왕자들이 찾아와 보물을 보여달라고 하자 뷜란트는 가장 값진 보물을 주는 대신 하인들에게 알리지 말고, 눈이 멎으면 뒷걸음질로 대장간까지 오라고 말했다.

왕자들은 그렇게 했고 뷜란트가 상자를 열어 왕자들의 정신이 다시 보물들에 팔린 순간 상자의 뚜껑을 떨어뜨려 왕자들의 목을 잘라버렸다. 뷜란트는 왕자의 피를 주머니에 담고 풀무 아래에 구멍을 파서 시체들을 숨겼다. 니둥은 왕자들을 찾으라고 명령했고 뷜란트도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뷜란트는 왕자들은 왕궁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고, 거꾸로 찍힌 발자국 때문에 왕자들이 대장간을 나갔음이 인정되어 뷜란트는 의심받지 않았다. 뷜란트는 왕자들의 시신을 먹고 뼈와 살을 벗겨내서 두개골을 금과 은으로 부숴서 두 개의 술잔을 만들었다. 금으로 도금한 견갑골로는 맥주를 담을 그릇을 만들었고 눈은 고귀한 보석처럼 보이게 금을 박았다. 이빨로는 베드빌트의 가슴에 달 장식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왕에게 선물했다.

이후에도 복수할 기회는 계속 생겨났다. 베드빌트가 장난을 치다가 금반지를 깨뜨렸는데, 이것은 뷜란트의 아내인 헤르베르의 것으로 니둥이 선물로 준 것이었다. 베드빌트는 아버지에게 벌을 받을까봐 무서워했고, 하녀에게 뷜란트라면 그 반지를 멀쩡히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베드빌트가 뷜란트에게 하녀를 보내자 뷜란트는 베드빌트를 직접 데려오면 좋겠다고 요구한다. 뷜란트는 베드빌트가 하녀와 함께 나타나자 베드빌트만을 작업실로 보내고 문에 빗장을 걸었다. 뷜란트는 베드빌트에게 맥주를 마시게 했고 뷜란트는 술에 취한 베드빌트를 겁탈했다. 뷜란트는 반지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베드빌트에게 돌려줬고 베드빌트는 이 일을 발설하지 않았다.

뷜란트는 왕에게 요청해서 뷜란트의 형인 에길을 불러들였는데, 그는 동생처럼 능력이 뛰어났고 세 살짜리 아들의 머리 위에 올려놓은 사과에 화살 세 발을 적중시킬 정도로 뛰어난 명사수였다.[2] 뷜란트는 니둥의 수행원이 된 형에게 부탁해 새의 깃털을 마련해줄 것과 베드빌트의 방문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뷜란트는 자신이 베드빌트를 사랑하고 그녀 외의 누구도 아내로 삼지 않겠다고 서약했고 베드빌트는 뷜란트 외의 누구도 남편으로 선택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뷜란트는 베드빌트가 자신의 아들을 낳을 것임을 예언하면서, 자신은 대장간 안에 물이 흘러 들어오고 바람이 빠져나가는 곳에다 아들을 위한 검을 숨겨둘 것이니 자신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사실을 말해달라고 전했다.

에길이 모아온 깃털을 이용해서 뷜란트는 날개옷을 만들었다. 뷜란트는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왕에게 담판을 지을 것이 남았으니 니둥 왕이 자신을 쏘라고 명령한다면 왕자들의 피를 담아놓은 주머니가 달려있는 왼팔 아래를 겨냥하라고 일러두었다. 뷜란트는 날개옷을 입고 왕의 성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갔다. 뷜란트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니둥 왕이 밖으로 나와 대화를 시도하자, 뷜란트는 자신은 니둥이 약속을 깬데다 자신의 힘줄을 자른 것에 대해 복수하는 것임을 알린다. 뷜란트는 니둥이 딸 베드빌트와 임신한 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내고 왕자들의 시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주고, 자신이 베드빌트에게 술을 먹인 다음 그녀를 겁탈해 임신시켰음을 알렸다.

베드빌트를 불러 이 사실을 확인한 니둥은 한탄하며 에길에게 활을 쏘아 뷜란트를 죽이게 했다. 에길은 뷜란트가 시킨 대로 그의 왼팔 아래를 쏘았고, 왕자의 피가 담긴 주머니가 터져 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왕과 신하들은 뷜란트가 치명상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뷜란트는 고향인 셸렌으로 날아갔고, 에길은 스케밍의 위에 안장을 얹고 대장간의 연장과 보물을 싣고 아들과 함께 아버지의 농장으로 뒤따랐다.

니둥은 자신의 아들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뷜란트 형제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분이 치밀어 병석에 누웠다. 베드빌트가 비테게라는 아들을 낳자 더욱 비참한 기분이 되어 죽었다. 이후 니둥의 맏아들인 오트빈이 왕위에 올랐고 오트빈은 통치를 훌륭히 하였으며 베드빌트에게 다정하게 대했다. 뷜란트는 심복을 오트빈에게 보내 화해와 평화를 요청했고 오트빈은 뷜란트를 성으로 초대해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오트빈은 뷜란트에게 베드빌트를 아내로 삼게 해 줬고 뷜란트는 오트빈에게 많은 선물을 받아 비테게가 세 살이 되자 베드빌트와 함께 셸렌으로 돌아가 대장장이로 살았다.

1.4. 그 후

그렇게 가족들과 평화로운 삶을 살다가 비테게가 열두 살이 되었다. 비테게는 열두 살인데도 이미 대단한 신장과 힘을 지녔지만 사람들의 호감을 받았고 싸움을 즐기지 않았다. 뷜란트는 아들이 자신처럼 유명한 대장장이가 되기를 바랬기 때문에 자신의 기술을 아들에게 전수하려고 했지만, 비테게는 절대로 망치를 두들기거나 대장간의 집게 따위를 잡지 않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뷜란트가 그럼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묻자 비테게는 뛰어난 말과 창, 투구와 갑옷을 갖고 군주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뷜란트는 당연히 그것들을 줄 수 있었지만 비테게가 어디로 떠날 것인지 궁금해져 물었다. 그 무렵 남쪽에서는 베른의 디트리히가 한참 명성을 높이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거인 그림과 마녀 힐데를 쓰러뜨려 나겔링과 힐데그림을 손에 넣었고 하이메와 결투하여 승리한 디트리히의 명성을 듣고, 비테게는 자신이 디트리히와 결투하여 패배한다면 그의 기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바보였던 뷜란트는 그 말에 깜짝 놀라서 아들을 말리고, 나겔링을 이길 수 없을 거라면서 스웨덴에서 깽판을 치는 거인을 쓰러뜨리면 스웨덴 왕이 딸과 나라의 반을 줄것이라 꼬드겨보았다. 하지만 비테게는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을 하기는 싫다며 남쪽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뷜란트는 아들이 고집을 버리지 않자 최고의 무장을 주겠다고 말하는데, 비테게가 여기서 왜 아버지는 난쟁이들보다도 훌륭한 무기를 만들지 못했냐며 몰아세웠다. 그러자 뷜란트는 웃으며 자신이 만들었던 무장들을 꺼내었다.

비테게는 최고의 명검인 미뭉. 두꺼운 갑옷 바지와 은처럼 반짝이는 순백의 갑옷을 받았다. 이 갑옷은 강철처럼 견고하고 이중으로 벼려 만든 것이었다. 뷜란트는 투구도 건네주었다. 가장 견고한 강철로 만들어서 튼튼하게 용접해 대못으로 두들겨 박은 것이었는데, 겉에는 투지를 상징하는 독을 뿜는 황금뱀 그림을 새겼다. 또한 강력하고 무거워서 보통 용사의 힘으로는 들지도 못하는 방패도 주었다. 이 흰색의 방패 위에는 뷜란트의 대장간을 상징하는 붉은색 망치와 대장간의 집게가 그렸고 그 위의 가장자리에는 어머니의 왕족 신분을 상징하는 석류석 세 개를 새겼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명마인 스케밍을 주고 독사의 그림을 새기고 뼈 열한 개로 만든 안장까지 주었다.

베드빌트는 비테게에게 돈 3마르크와 반지를 주었다. 비테게는 부모에게 입을 맞춘 뒤 창을 들고 장비를 안장 위에 실어 떠날 준비를 했다. 뷜란트는 아들에게 남쪽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고 거리에 도착할 때까지 동행하고 돌아왔다. 비테게는 뷜란트가 가르쳐준 길을 잃어버려 헤매지만 도중에 디트리히의 부하인 힐데브란트, 하이메와 호른보게를 만나고, 그들과 의형제를 맺고 함께 도적단을 물리친 뒤 베른에 입성하여 디트리히와 결투했는데, 비테게는 디트리히의 무장을 나겔링 빼고 전부 박살내며 승리를 거두었다.

2. 영국의 유적지

영국의 선주민들이 기원전 3600년 무렵 초기 신석기 시대에 돌과 나무로 어느 간단한 무덤을 만들어 15년 정도 사용하였다. 기원전 3400년 무렵에 기존의 무덤 부지를 덮는 길고 거다란 석실 무덤을 만들어 다시 얼마 동안 사용하였다.

오랜 세월이 흘러 영국 땅에 들어온 앵글로색슨족들은 선주민들이 만든 석실 무덤을 보고 웨일랜드(뷜란트)가 살던 집이며 대장간이라는 전설을 만들어 붙였다. 이 석실 고분은 오늘날 영국 옥스퍼드셔주 애시버리(Ashbury) 마을 근처에 있는데, 웨일랜즈 스미디(Wayland's smithy), 즉 '웨일랜드의 대장간'이라고 불린다. 웨일랜즈 스미디는 1962-63년 고고학자 스튜어트 피고트(Stuart Piggott) 주도로 발굴조사되었고, 이후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 재단이 보호하는 유적지로 지정되었다.

현대에는 신이교주의를 따르는 단체들이 정기적으로 웨일랜즈 스미디에서 종교의식을 행한다.


[1] 고 에다에는 헤르보르와 사이에서 하이메라는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디트리히의 12기사 하이메와는 동명이인.[2] 이 때문에 빌헬름 텔의 원형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