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호스피스 병원’의 화장실 휴지통 속사정까지 샅샅이 알고 홍반장처럼 구는 이 남자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극성맞은 의사 혹은 관리과장이나 원장이라도 되는 줄 알겠지만, 그는 이 병원의 열혈 자원봉사 반장이다. 행동거지가 거침없고 지나치게 솔직해서 오해를 살 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이 그를 좋아한다. 병원과 환자에 대한 그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느끼기 때문.
이 병원에 왔을 때 폐암 4기였던 태식은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들의 그 따뜻한 마음들에 기댄 채 담담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병이 호전되어 더 살게 되었고, 이 감사함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병원에서 특별한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일명 ‘마지막 소원 성취 봉사’
백조 같지만, 이상한 간호사이기도 한 연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근육’과 ‘근손실’. 근손실을 지구 멸망급으로 생각하고 집착적으로 운동을 하는 그녀는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크로스핏이나 웨이트 같은 운동을 즐긴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건강의 아이콘, 활기의 아이콘, 생기의 아이콘으로 호스피스 병원에서 가장 빛나는, 모두에게 반짝이는 희망을 주는 존재이다. 아마 그러려고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고 싶어서... 모두의 마지막을 온 힘 다해 지켜주는 사람이고 싶어서...
생명을 늘리는 일이 고통을 연장하는 일이기 때문에 연주는 처음 병원 일을 시작할 때 그만둘까 많이 고민했었다. 어릴 때부터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간호사가 된 것인데, 사람 살리는 일이 고통을 주는 일이란 걸 알게 되고 혼란스러워진 것.
그러던 어느 날, 간호사 생활 시작 이래 가장 아픈 환자를 마주하게 된다. 처음엔 그저 돈 많고 껄렁한 양아치인 줄 알았던 남자. 하지만 누구보다 병들고 약해진 남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유일한 가족인 아들이를 데리고 온, 사실은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하는, 누구보다 아픈 남자 겨레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는데...
눈이 인형같이 크고 동그란 예쁜 아이. 이렇게 예쁜 아이를 대체 누가 버린 거야... 보육원을 찾았던 어느 자원봉사자의 말이 단 한 순간도 잊히지않는 걸 보면 준경 자신도 그것이 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억울하다.
낮은 자존감이 ‘사랑은 구걸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했고 그녀를 평생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의부증 수준의 집착으로까지 번졌다. 그 집착의 대상은물론, 겨레다. “지금부터 우리 가족 하자. 남매.” 일곱 살 준경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민 겨레는 그녀 세상의 전부다.
가족이고, 보호자고, 유일한 베스트 프렌드고, 애인이자 평생 함께할 동반자이며, 무엇보다 사랑이다... 누가 뭐래도 사랑이다. 준경은 오직 겨레의 사랑만을 원했다.
겨레, 준경과 같은 보육원 출신. 준경이 마음에 드는데, 눈에 불을 켜고 준경을 지키던 윤겨레. 석준은 그때부터 겨레가 거슬렸다. 그래봤자 보육원에서 만난 주제에 가족은 무슨 가족이며 남매는 무슨 남매 그래서 더 겨레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고 싶었다. 그림, 미대 어쩌고 하며 꿈 따위를 꾸는 겨레의 정착지원금 5백만 원부터 털었고 끝내 건달 똘마니로 만들어버렸다.
젠틀맨으로 소문난 우리 호스피스 병원 의사. 그리고 대대손손 강직하고 점잖은 의사 집안의 아들. ‘팀 지니’와 마지막 소원 프로젝트에 대한 견해가 갈린다. 처음엔 '팀 지니'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고, 뜻도 좋아 보여 도왔지만, 호스피스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같아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