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기원의 판소리계 소설에 대한 내용은 흥부전 문서 참고하십시오.
1. 개요
1988년 일간스포츠에서 연재된 고우영 화백의 작품으로[1], 흥부전을 뒤틀어 놀부를 아우걱정에 근심이 끊일줄 모르는 좋은 형님으로 (물론 장난기 가득하고 욕이 입에 붙은 원작의 성격은 변치 않았다.) 흥부를 의존적이고 무능하며 안하무인에 착한 심성 이외엔 완전 막장급 인간으로 묘사하는 참신한 흥부전이다. 여기서 웬만한 사람들은 찌질이 흥부의 행동작태와 그 면모에 기가 찰 것이다. 고우영 만화에 수없이 등장하는 찌질이 중에서도 최상을 달리며 흥부에 비하면 초한지 유방은 한수 접어야 될 정도다.2. 배경
말은 조선시대지만 동시대인 80년대를 모델로 하고 있다. 도시 근교의 개발이 진행중인 시골로서 당시 유명한 부동산 투기와 졸부들의 이야기를 꼬집은 작품, 전반적으로 흥부와 놀부 사이에 흐르는 갈등이 형제의 성격도 있지만 이런 부동산 투기와 사기에 연관되어 있다. 앞부분 연첨지가 말하는 땅 팔아서 서울가서 사업한다는 친구들의 말로가 사실 이 작품의 주제다.3. 등장인물
- 연첨지: 놀부 형제의 아버지, 타고난 농사꾼으로 오로지 농사와 가족밖에 모르는 캐릭터, 의외로 넓은 땅을 가진 대지주지만 세상이치를 너무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 마름이나 소작없이 동네 품앗이로 해결하거나 땅을 그냥 놀려둔다. 이 때문에 세상살이를 아는 장남 놀부가 "그냥 놀려두는것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땅을 쓰는 게 어떨까요? 가령 노는 땅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면적을 나누어서 다른 작물을 심는다던가, 아니면 일부를 나누어서 소작료를 조금 받게 하는 것처럼요."라 좋은 의견을 내놓았음에도 아들의 조언을 듣기는 커녕 "그냥 둬." 라고 대충 말을 듣지 않는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부인이 놀순이를 낳고 몸이 약해지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 후에 한때 주막집 주모를 사모했지만 놀순이가 세상을 떠난 엄마의 묘를 몰래 찾아가는 것을 보고 재혼을 포기했고 딸도 세상을 떠나자 실의에 빠져서 동네를 한바퀴 돈 후[2] 가족의 곁으로 따라갔다.
- 연첨지의 처: 놀부 형제와 놀순의 어머니로 연첨지의 아내. 놀순이를 낳은 직후 자궁파열로 인해 극심한 하혈증세를 보여 의원까지 와서 응급처치를 하지만 과다출혈로 인해 힘을 잃고 시름시름 앓다가 회복될 무렵 힘을 너무 쓴 나머지 상처가 터져 결국 세상을 떠난다.
- 주모: 아내와 사별 후,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던 연첨지가 반한 미모의 객점 여주인. 처음에 놀부는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고자 여러가지 조사를 하고 이후에 그녀의 착한 마음을 알게 되자 주선까지 하려고 하지만 놀순이 걱정에 결국 포기한다. 그리고 놀순이의 사정을 알게 된 주모도 아이들을 위해 연첨지의 곁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
- 놀부: 진정한 주인공. 성격은 안 좋지만 심성은 좋은 캐릭터. 어린 시절엔 어른스럽고 침착해서 여동생 놀순이 태어난 이후 자궁파열을 크게 겪은 뒤 몸이 나빠진 어머니를 걱정하고 어머니가 죽은 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뒷일을 생각하고, 울기만 하는 흥부와 제멋대로인 놀순을 달래기도 하나 동생들이 말을 잘 안들어 고민도 자주 한 듯. 아버지와 같이 농사밖에 모르지만 적어도 농사나 세상 사는 이치는 아버지와 흥부보다도 더 밝은 편. 어머니 장례 후의 삶이나 사업을 한 후에 모습을 보면 상당히 생활력도 있었다. 동생이 사업을 하다가 그냥 말아먹게 되자 자기 땅을 몰래 동생 명의로 바꾸어서 재기에 힘썼다. 동생이 다시 부자가 된후 잠깐 실의에 빠졌으나... 그래도 동생을 생각하고 있는 마음이 지극해서 이후에 동생이 망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준비를 해 놓지만 동생이 이를 모른 채 형을 망하게 하고자 공전무와 일당들을 불러 형을 흠씬 패 준다. 이후 아내와 화해하고 검열삭제를 즐긴다. 이후엔 모르지만 자식을 꽤 둔 듯 하다.
- 흥부: 작중 최고의 찌질이이자 인간쓰레기라고 불릴 만한 인물. 착하다(...)고 하지만 속도위반 결혼을 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건 아님. 어린 시절부터 심약하고 말도 듣지 않아 어머니가 죽었을 때는 형이 달래주는데도 계속 크게 울기만 해서 달래주다 짜증이 난 형에게 자주 맞았다. 글을 읽고 문자를 쓰는 것을 보면 놀부보다 유식한 거 같지만 세상물정에 어둡고 귀가 얇아서 사기를 당한다. 크게 사기를 당해서 말 그대로 알거지가 되었으나[3] 앞부분에서 사업한다고 거들먹거리다가 거지가 된걸 보면 흥부가 불쌍하다고는 생각이 안든다. 이후 박가지를 이용한 토산물 공예 사업으로 다시 떼부자가 되었다. 여담으로 외모는 괜찮은지 공전무가 흥부가 거지가 된 몰골을 보곤 귀공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마지막까지 악행을 일삼는 것이 이후 형이 자신의 재기판을 마련해주는 걸 모르고 부하들을 시켜서 형의 판을 거하게 엎는 걸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나중에 이 사건의 진실이 만천하에 알려져 소비자들의 항의와 분노로 망해버린 건 기정사실화. 에필로그에서 공전무의 언급을 보면 결국 알거지가 된 뒤에도 형의 진심을 모르고 찌질대는 걸로 보인다.
- 놀순: 놀부 형제의 여동생. 오빠들과 달리 살짝 변덕끼가 있는 아이. 큰오빠 놀부를 자주 깔보곤 했다. 처음에는 놀부의 마이너 버전이지만 성장하고 엄마의 화장대를 쓰면서 점점 예뻐졌다. 오빠들을 자주 깔봤지만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는 걸 봐서는 심성은 착한 편이었으며[4] 큰오빠 놀부도 그런 놀순이를 딱하게 여겼다. 안타깝게도 깻잎을 따러 가던 중 지나가다 누가 싼 똥에 미끄러져서 물에 빠지고 돌에까지 부딪힌 충격으로 죽고 만다.[5] 이때의 슬픔으로 형제의 철학이 갈리는건 고화백만의 위트[6] 산비탈 근처 옥수수밭 주인인 칙득 아저씨가 건졌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황에 돌에 부딪힌 일로 시신마저 온전치 못했다고...
- 놀부처: 동네에서 알아주게 못생긴 처녀로서 놀부가 거두어가는 것만해도 감지덕지, 자식을 낳지 않겠다[7]는 계약조건에 반발해서 검열삭제를 하지 않는 파업을 벌였다가 놀부가 망한 후 시누이 놀순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된 남편의 사연을 알게 되자 그를 동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검열삭제에 들어갔다. 이후 자식을 꽤 둔 듯.
- 흥부처: 이름은 복순이로 80년대 흔히보는 졸부집 사모님 버전, 제삿날 아이를 굶겨서 실컷 먹게 하려는 계략까지 꾸몄으며 그걸 간파한 놀부는 제삿날 원작대로 종이에 음식을 적어서 올렸다. 원작대로 다산의 여왕. 그래도 흥부가 다기 재기하고 나선 거지생활로 혼이 났던지 검소한 척이라도 했다. 남편보단 좀 더 나은 인물이나 이쪽도 만만찮다.
- 공전무: 처음에 흥부의 땅을 갈라먹는데 힘쓴 사기꾼 일당 중 하나, 나중에 거지가 된 후 놀부와 우연히 마주치는데 놀부는 자기의 땅중 일부를 잘라서 흥부 명의로 돌린 후에 공상무를 통해서 흥부에게 넘기게 했다. 그러니까 발견되지 않은 땅이라고 속여서 흥부에게 주면 흥부가 농사를 지을 거라고 생각한 것. 물론 흥부는 그 땅을 담보잡혀 바가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결국 에필로그에 보면 거하게 망한 뒤 근황을 소개하다가 불량배들에게 흠씬 맞는다.
- 흥부의 자식들: 원전처럼 22명이나 되는 자식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막장인데다 교육을 상당히 잘못 받아서 농사일은 전혀 돕지 않고 버릇이 없으며 놀부에게 대놓고 밉다고 하고 흥부에게는 무능력하다고 했다. 쫄딱 망해 거지가 되었을 때는 배고프다고 징징대거나 철없이 장가가고 싶다고 졸랐고 다시 졸부가 되었을 땐 음식을 아무렇게나 버렸고 디스코장도 시들하다고 할만큼 다니는 전형적인 금수저의 모습을 보였다. 그 아비에 그 자식으로 이놈들도 흥부 못지 않다.
4. 줄거리
농부 연첨지에겐 세 자녀가 있다. 장남 놀부, 차남 흥부, 고명딸 놀순이다.
놀순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자궁 파열로 사경을 헤맨 끝에 목숨은 건지나 시한부가 되어 겨우 힘을 쓰던 상황에 검열삭제가 화가 되어 결국 놀순이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나고 만다.
흥부와 놀순은 어머니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울며 어머니를 그리워하지만 놀부는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찾아나선다.
그러던 와중 아버지 연첨지가 마을 주막집 주모와 점차 썸을 타는 걸 알게 되고 주모의 인품을 알아본 뒤 그녀가 좋은 사람인 걸 알고 아버지의 재혼을 주선하지만 놀순의 성장과 함께 연첨지는 아내를 잊지 않기로 한다.
그러던 와중, 놀순은 깻잎을 따러 나가다 누군가가 길에 본 용변을 밟고 미끄러져 강가에 빠져 죽고 만다.
이웃 칙득 아저씨가 이를 보고 서둘러 건졌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상황이었고.... 결국 연첨지는 완전히 절망하고 두 아들의 결혼을 서두른 뒤 세상을 떠나고 만다.
놀부는 부모님과 놀순의 죽음이 큰 트라우마가 되어 가급적 자식을 낳지 않기로 하지만 이로 인해 아내와 트러블이 생기고 만다.
원작처럼 제비는 나오지 않으며 놀부가 몰래준 땅을 바탕으로 박 공예품 사업을 한 흥부는 이전처럼 졸부가 되면서 온갖 사치에 힘썼다. 놀부는 흥부가 곧 망할 줄 알고 자기도 사업에 뛰어들어서 동일한 제품을 더 싼 값에 만들게 되었다. 이 때 돈 들여 만들고 창고에 쌓아둔다고 타박주는 부인에게 놀부왈 흥부는 저러다 곧 망하니까 그때 내 창고에 있는 물건을 거래처에 주면 흥부가 재기할 수 있다는 것. 즉 동생의 재기판을 마련해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의 재기판을 만들어주려는 형의 마음을 모르는 흥부는 배은망덕하게도 소송을 걸어서 공상무를 앞잡이로 하여 특허권을 걸어서 놀부의 사업을 망하게 한 다음 모든 제품을 파기하게 했으며, 심지어는 조카들을 시켜 집단구타했다.[8] 한 순간에 동생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결국 동생의 배은망덕으로 돌아오는 일이 되어 쫄딱 망해서 울고 있는 놀부, 남편을 위로하던 놀부처는 자신이 검열삭제를 거부한 이유를 밝힌 후 남편이 왜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던 걸 이해하며 거하게 검열삭제를 하게 되며, 제품을 파기하는 공상무와 경찰들 앞에서 그래도 나는 행복을 찾았다고 외치는 놀부가 인상적이다.[9]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완전히 알거지가 된 공상무가 세상에 100% 선인도, 100% 악인도 없다고 흥부 놀부를 평하다가 구타 당하는 것으로 마무리. 이 부분은 좀 갑자기 끝난 것 같지만 마지막까지 공상무가 흥부의 심복이었다는 점이나 이전에 사기꾼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흥부에게 충성한다는 점, 그리고 흥부는 곧 망할거라는 놀부의 예언이나 성격이 바뀌지 않은 흥부를 봐서 흥부 역시 바가지 사업이 쫄딱 망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1] 단, 고화백도 원고 원본이 없는 탓에 고우영 신고전열전으로 나온 단행본은 신문본을 그대로 카피해서 상당히 좋지 않다.[2] 의미심장하게 가장 사랑했던 주모의 이름을 불렀다.[3] 알거지가 된 후에 벌어진 일이 흥부전에 나오는 지지리 궁상 장면이다.[4] 이 일 때문에 결국 아버지가 재혼하지 못했다.[5] 이 트라우마로 놀부가 똥싸는 애 앉히기를 시전했다.[6] 자식의 죽음에 슬퍼한 나머지 놀부는 자식을 낳지 않기로 다짐하고 흥부는 자식을 가능한 많이 낳기로 다짐했다.[7] 놀순이가 사고로 죽은 뒤 놀부는 아버지의 슬픔을 이해하며 슬픔을 막고자 했다.[8] 이게 밝혀지면 안되니까 도깨비에게 맞았다는 전설이 되었다고 한다.[9] 그의 일생은 보답을 원치는 않았지만 항상 모든 일이 비극으로 돌아오기만 했다. 어릴 땐, 부모님을 신경썼고, 커서는 땅과 동생들을 신경썼다. 그러나 보답은 없었고, 있더라도 자신에게 비극으로 돌아왔다. 그렇기에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한 슬픔을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아내에게 털어놨고, 이를 이해하고 동정하는 아내의 본심을 듣고, 드디어 그 모든것을 놓고서, 자유롭게 있을수 있게 되었기에 진심된 행복한 미소를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