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기낭(氣囊, Air sac)은 조류와 일부 파충류(특히 공룡과 익룡)에게서 발견되는 호흡 보조 기관이다.동물의 호흡 기관인 폐에 연결된 얇은 주머니 형태의 기관으로, 그 자체로 기체 교환(산소 흡수,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는 않지만, 공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폐로 공기를 끊임없이 불어넣어 주는 '펌프' 역할을 수행한다. 이 기낭 시스템 덕분에 조류와 공룡은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호흡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는 공룡이 중생대를 지배하고 새가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결정적인 생물학적 원동력이 되었다.
2. 구조와 원리
영상 37분 13초경 기낭의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폐가 공기가 들어갔다가 다시 같은 길로 나오는 왕복 방식을 취하는 것과 달리, 기낭을 가진 동물은 공기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단일 방향 흐름(Unidirectional flow)을 가진다.
기낭은 크게 몸의 앞쪽에 위치한 전기낭(Anterior air sacs)과 뒤쪽에 위치한 후기낭(Posterior air sacs)으로 나뉘며, 총 2회의 호흡 주기를 통해 순환이 이루어진다. 우선 첫 번째 들숨에서 외부의 신선한 공기가 기관을 통해 들어와 몸 뒤쪽의 후기낭으로 이동하여 저장된다. 이어서 날숨을 내쉴 때 후기낭에 저장되었던 신선한 공기가 비로소 폐로 이동하여 기체 교환이 일어난다.
그다음 두 번째 들숨이 일어날 때 폐에서 기체 교환을 마친 공기는 몸 밖으로 바로 나가지 않고 몸 앞쪽의 전기낭으로 이동한다. 이때 동시에 외부에서는 새로운 공기가 다시 후기낭으로 들어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두 번째 날숨 때 전기낭에 모여 있던 묵은 공기가 몸 밖으로 배출되며, 후기낭의 신선한 공기는 다시 폐로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복잡하지만 정교한 시스템 덕분에 폐에는 항상 신선한 산소가 포함된 공기만이 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날숨을 뱉는 순간에도 폐에 산소가 공급되기 때문에, 숨을 들이마실 때만 산소를 얻을 수 있는 포유류보다 산소 섭취 효율이 월등히 높다.
3. 기능과 역할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철새들이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도 격렬한 날갯짓을 할 수 있는 비결이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인도기러기 같은 새들은 인간이라면 고산병으로 쓰러질 높이에서도 기낭 시스템 덕분에 문제없이 호흡한다.기낭은 몸속 구석구석, 심지어 뼈 속까지 뻗어 있어 격렬한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체내 열을 식혀주는 라디에이터(방열판) 역할을 한다. 땀샘이 거의 없는 조류나 거대했던 공룡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기낭은 뼈의 내부로 침투하여 뼈 안에 빈 공간을 만드는데, 이를 함기골(Pneumatic bone)이라 한다. 뼈 속이 공기 주머니로 채워져 있으므로 덩치에 비해 뼈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진다. 이는 새가 비행을 위해 무게를 줄이는 데 필수적이었으며, 용각류 같은 거대 공룡이 수십 톤의 덩치를 유지하면서도 뼈가 짓눌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던 핵심 이유다.[1]
4. 진화와 공룡
기낭은 단순히 새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 기원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원시 지배파충류나 초기 공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트라이아스기-쥐라기 멸종 당시, 화산 활동으로 인해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때 기낭을 가진 공룡과 익룡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효율적으로 호흡할 수 있었기에, 호흡 효율이 떨어지는 다른 파충류나 단궁류들이 멸종하는 동안 살아남아 번성할 수 있었다.
쥐라기 이후 등장한 아르젠티노사우루스와 같은 초대형 용각류가 육상 동물로서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크기로 자랄 수 있었던 것도 기낭 덕분이다. 뼈 속에 기낭이 차 있어 몸집에 비해 가벼운 골격을 가질 수 있었고, 특히 긴 목을 가진 용각류의 목뼈도 대부분 공기로 채워져 있어 들어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덩치가 커지면 부피 대비 표면적이 줄어들어 체온이 과도하게 오르기 쉬운데, 몸 전체에 퍼진 기낭이 내연기관의 수랭 쿨러처럼 열을 밖으로 빼내 주었기에 거대화가 가능했다.
기낭 자체는 부드러운 조직이라 화석으로 잘 남지 않지만, 기낭이 뼈에 남긴 흔적인 구멍(기공)은 화석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된다. 수각류(티라노사우루스 등)와 용각류의 척추뼈 등에서 이러한 함기골 구조가 뚜렷하게 발견되며, 이는 공룡이 현생 조류와 매우 유사한 호흡 시스템을 가졌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다. 반면, 조반목(트리케라톱스 등)에서는 이러한 증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기낭의 존재 여부에 대해 학계의 논의가 있다.
5. 기타
곤충에게도 '기낭'이라 불리는 기관이 있지만, 이는 조류나 공룡의 것과는 구조와 기원이 전혀 다르다. 곤충의 기낭은 기관(Trachea)의 일부가 확장된 것으로, 공기를 저장하거나 몸의 부피를 조절하는 용도로 쓰인다. 또한 포유류 중에서는 예외적으로 박쥐가 비행을 하므로 산소 요구량이 높지만, 기낭 시스템 대신 심장이 매우 크고 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은 방식으로 진화하여 이를 해결했다.[1] 가열된 조류의 뼈가 잘 쪼개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