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시너지'라는 용어는 문자 그대로 함께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 제어 학문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져 왔다. 근육시너지(muscle synergy) 또는 시너지(synergy)는 실험적으로 측정된 EMG 데이터를 분석하여 도출된 특정 근육 그룹을 의미한다. 즉, 여러 근육의 활성화 패턴을 시공간적으로 분석했을 때,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함께 활동하는 근육들의 집합을 가리킨다.많은 운동행동이 소수의 근육시너지를 유연(flexible)하게 조합함으로써 조절한다. 이 메커니즘은 수의적 목표(behavioral goal)에 적합한 근육 명령(muscle command)를 선택하는 과정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2. 정의
근육시너지는 모듈 이론(Modular theory)을 기반으로 한다. 모듈 이론은 신경계가 운동 제어를 위해 복잡한 동작을 여러개의 기본적인 모듈 또는 primitive로 나누어 처리한다는 가설에 근거한다. 인간의 움직임은 이 모듈들이 독립적으로 조정되고, 이를 조합함으로써 생겨난다. 모듈 이론은 피드백 제어 모델과 달리, 신경계가 사전에 정의된 모듈을 사용해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임(motor)를 제어한다고 본다. 이러한 모듈 기반 접근법은 복잡한 운동 제어 과정을 간소화하고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Roger Sperry는 신경계의 주요 기능은 여러 근육을 조화롭게 조절하는 것이며, 뇌 기능의 결과물은 곧 운동협응(motor coordination)이라고 주장했다. 효율적인 운동 협응 매커니즘은 운동 단위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동시에 생존에 필수적인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CNS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는 'motor primitives'(motor modules) 이다. 운동 모듈은 미리 프로그램 된 여러 동작의 기본 단위들을 조합해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움직임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연구를 통해 이러한 운동 모듈은 근육시너지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육시너지는 특정 움직임을 위해 여러 근육 그룹이 시공간적으로 특정한 패턴으로 함께 활성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나의 운동 모듈은 특정 근육 시너지를 활성화시키는 명령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근육 시너지에 포함된 근육들을 식별하고, 시간에 따라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분석하기 위해 주로 EMG 데이터를 활용한다. EMG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기 위해 차원 축소(dimensionality reduction)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주로 NMF, ICA와 같은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시너지 분석과정은 다음과 같다. 여러 근육에서 측정한 EMG 데이터를 하나의 행렬(M)으로 나타낸다. 그 후, 차원 축소 알고리즘을 사용해 이 행렬을 C와 W로 분해한다.
[math(M = CW^T + R = \sum_{i} c_i w_i^T + R)]
- W(근육 시너지 행렬): 각 열은 하나의 근육 시너지를 나타내는 벡터([math(w_i)])에 해당하며, 어떤 근육들이 해당 시너지에 포함되는지 보여준다.
- C(시간 계수 행렬): 각 열은 시간에 따른 근육 시너지 활성화 강도를 나타내는 벡터([math(c_i)])에 해당한다. 특정 시간에 각 근육 시너지가 얼마나 강하게 활성화되는지 보여준다.
- R(잔차): 모델이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나머지 데이터를 의미한다.
3. 예시
예를 들어서 4개의 근육 시너지(W)가 있다고 가정해보자.시너지들은 4개의 근육 그룹(S1-S4)를 활성화며, 이는 각 근육 그룹에 맵핑되는 4개의 개별 premotor_neurons 집단(W1-W4)로 표현될 수 있다. W가 S에 신호를 보내 S가 활성화되는 것을 W-encoding premotor network라고 한다. 이 네트워크는 CNS의 여러 부위(대뇌피질, 중뇌, 망상체, 척수 등) 뿐만 아니라 감각신경에도 분포되어 있다.
W1-W4는 중첩되지 않으며, 입력-출력 관계가 잘 정의되어 있다. 이들의 상위 drivers(C1-C4)는 개별적으로 premotor_neurons을 모집하고 구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1과 S2가 필요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C는 W1과 W2를 활성화하면 된다. 반면, C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운동 피질을 포함한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신경 세포 집단이 필요하다.
4. 시너지의 시간 계수
시너지의 시간 계수(temporal coefficients)는 C라고 불린다. 시간계수는 각 근육 시너지가 시간에 따라 얼마나 강하게 활성화되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이는 부드럽고 정확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매우 중요하다.과거에는 근육시너지의 공간구조인 W가 C와 동기화되어 작용한다고 생각했지만 2021년 기준 연구에 따르면 C가 W보다 더 상위의 계층 뉴런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라고 본다.
5. SPTA 기법
하나의 premotor neurons는 여러 근육을 담당하는 여러 motorneuron 그룹과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하나의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근육들의 집합을 muscle field라고 한다. 이를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를 SpTA라고 부른다. SpTA 실험을 통해 각 신경세포가 어떤 근육 그룹(muscle field)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하지만, 방식이 침습적이라는 점, 적은 수의 뉴런을 분석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수많은 뉴런들이 연결된 신경망 수준에서 근육 시너지를 연구하기 적합하지 않다.
6. 신경구조와 근육시너지 간의 상관관계
동물 실험에서 동물의 뇌와 척수를 분리한 후 보행을 분석하는 연구가 주를 이룬다. 연구들은 발달 초기 형성된 척수 신경 회로가 보행 근육 시너지 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서, 고양이의 뇌와 척수를 분리한 후 정상적인 고양이와의 보행을 비교했을 때 근육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동 실험에서는 척수 절단 전후로 보행 속도나 좌우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시너지를 구성하는 근육들은 변하지 않았다.감각정보와 근육시너지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어 개구리 뒷다리의 특정 근육을 마비시킨 뒤 다른 근육들의 EMG 데이터를 보는 것이다. 개구리의 뒷다리 움직임에서 장애물에 닿으면 피부를 통해 전달된 감각정보가 마비되지 않은 다른 근육들을 활성화시켜 경로를 바뀌도록 한다.
7. 근육시너지 가소성
기존의 연구는 근육 시너지가 불변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우리 몸은 신경-근골격계는 발달, 노화, 운동, 질병, 손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화한다.척수 손상과 같은 경우 척수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경 신호가 차단되어 운동 신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척수 회로는 손상 이후에도 뇌의 명령 없이 특정 자극에 반응하여 제한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척수 자체적으로 근육 시너지를 조절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인 가소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쥐의 척수를 절단한 연구에서 절단 전후의 근육시너지를 비교하였을 때, 절단 후에도 절단 전의 근육시너지는 관찰되었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동 연구는 뇌에서 기본 시너지 회로 자체를 변경하지 않고 운동 출력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고 했으며, 이러한 미세조정의 정도와 방향은 개인의 발달과정 중 감각 운동 경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결론내렸다.
근육 시너지는 발달 과정 중 분화(fractionation)될 수 있다. 신생아의 하지 근육 시너지(발차기, 걷기)와 어린이의 보행 시너지와 비교한 연구에서 신생아의 걷기에서 관찰된 근육시너지(W)는 발차기의 근육시너지(W)와는 다르지만, 어린이의 보행을 설명하기 위해 분화된다. 여기서 말하는 분화란 하나의 큰 근육시너지가 여러개의 작은 시너지로 쪼개지는 것을 의미한다.
신생아가 성장하면서 걷기에서 관찰되는 근육시너지는 점차 분화된다. 큰 근육시너지가 더 작고 세분화된 근육시너지로 쪼개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생아의 발차기에 관찰되던 근육 시너지의 시간계수(Cs)는 분화된 근육시너지를 구동하는데 사용된다. 다시 말해, 신생아 발차기의 Cs → 아동보행의 분화된 Ws로의 재할당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러한 재할당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이 보행회로(locomotor circuity)의 재구성이다. 보행회로란 걷기, 달리기 등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신경회로를 말한다. 이렇게 신생아의 신경 시스템은 발달 과정에서 보행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게 된다.
아기의 조기 감각운동 경험(early sensorimotor experiences)이 내재적인 발달 프로그램의 역학(dynamics of intrinsic developmental program) 및 근골격계 성장과 상호작용하여 W와 C를 위한 회로의 성숙을 결정하는 방식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다
운동기술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근육 시너지를 얻기도 한다. 무용수들은 훈련을 통해 걷기에 대한 그들만의 근육시너지를 만들고, 어려윤 균형 동작을 해낸다. 이는 훈련으로 특정 근육 시너지 집합들을 병합하고, 병합된 시너지가 하나의 신경제어기(neural command)에 의해 구동되도록 재족화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이런 학습의 정확한 매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초기 학습 단계에서는 운동 시스템이 시너지의 intrinsic variability(근육시너지 자체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변동성)와 temporal activation(시간에 따른 시너지 활성화)을 활용 및 조절하여 시너지 변화의 방향을 탐색한다. 이후 보상을 유발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너지 패턴을 강화함으로써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 행동 탐색(action exploration)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8. 문제점
근육 시너지가 신경계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신경 회로가 각 시너지를 담당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근육시너지 연구는 EMG 데이터에서 도출된 근육 시너지를 중추신경계(CNS) 활동을 기록하거나 CNS를 조작한 것의 기록을 통해 검증해왔다.
그간의 시너지 연구들은 실제 운동 행동(과제)에서 찾아낸 시너지와 CNS활동을 기록하거나 조작해서 얻어진 시너지 간의 유사성을 평가해 시너지의 신경조직을 추론해왔다. 하지만 시너지 유사도 수준은 사용된 유사도 측정 방법에 따라 결함이 존재한다. 이는 노이즈, 적은 샘플 수, 실험 변수 통제의 어려움, 시공각적인 특이성 부족, 뇌 자극 기술의 정밀성과 특이성 제한 등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또한 유사도 측정법 자체의 타당도 문제 또한 존재한다.
또한 유사도 수준에 대한 차이가 있다. 이는 ① EMG 데이터를 수집할 때 과제의 단순함으로 인해 움직임의 변동성이 부족할 수 있다 ② 분석에 사용된 CNS 부위가 해당 동작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 ③ 현재 사용되는 linear model이 실제 신경 네트워크를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④ 시너지 추출에 사용된 알고리즘이 최적화되지 않았을 수 있다. ⑤ 직접 도출한 시너지를 구하는데 사용된 분석방법이나 spike-triggered averaging 같은 모델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와 같은 이유로 설명되어진다.
EMG 데이터를 통해 근육 시너지 패턴을 찾을 때의 알고리즘의 문제 또한 존재한다. 대개 NMF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NMF는 근육 시너지의 행렬이 sparse해지고 해석하기 좋아진다는 장점을 갖지만, W나 C에 있을 수 있는 억제성 성분을 제대로 모델링하지 못한다. 추가적으로 현재 쓰이는 알고리즘들은 EMG 신호의 음의 값 찾아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