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舊左派 / Old Left1960년대 이후 새로이 등장한 신좌파와의 구별을 위해 기존의 사회주의 계열 좌파들을 느슨하게 부르는 말로, 자본주의가 가져온 사회적 모순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가 사상운동의 중심을 이룬다. 사회주의 및 사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경제적 평등, 소득재분배, 빈부격차 해소, 빈곤퇴치, 복지증진, 계급투쟁, 노조 조직화 및 노동자 권익 보호 등이 소위 말하는 '구좌파'의 주요 활동주제들이다.
좁은 의미의 구좌파는 단순히 신좌파적 의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좌파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68혁명 당시 학생운동가들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는데 이를 일본 신좌파에서는 기성좌파라고 번역하였고, 한국에서도 이 시기 주류 좌파인 구좌파들을 기성좌파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구좌파/신좌파 구분은 사회주의 운동 내부의 구분이므로 사회자유주의(리버럴)는 포함되지 않는다.[1]
2. 특징
낙태, 마약 합법화, 페미니즘, 소수자 운동, 사회문화적 반권위주의, 성적 자유주의, 사회적 소수자 민권운동 등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으며 경제적으로는 비슷할지 몰라도 사회문화적으로는 신좌파보다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주의할 점은 둘의 구분은 역사적인 맥락에 매우 크게 의존하며, 실질적으로 이 둘의 구분이 사실상 의미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2] 더욱이 페미니즘이나 소수자 문제, 성 해방, 자유주의적 이슈는 구좌파 시절부터 논의되어 오던 의제이며 신좌파가 노동계급이나 경계적 피억압자들을 대변하는 운동을 무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신좌파도 사회주의를 수반하는 개념이며 신자유주의에 부정적이다.[3]
3. 비판
구좌파는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라는 비판이 있다.[4] 가령 신좌파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1960년대에 민권운동이 활발했으며 그 전까지는 선진국이라는 구미권에서 조차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으나 신좌파의 등장으로 완벽하지는 않아도 개선이 되었다.68 운동 이전 구좌파가 지배하던 시절은 다문화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서브컬쳐나 대중문화 자유화, 성문화의 자유 내지 포르노 합법화, 가부장제 철폐 등의 사회문화적으로도 평등한 사회 건설과는 거리가 있었다. 실제로 현재도 사회문화적 일부 교조적 스탈린주의자들은 사회적 진보 의제들을 '제국주의 문화', '사회주의 국가를 무너뜨리려는 제국주의의 공작', '퇴폐와 향락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폐단'이라면서 공격한다.[5]
참고로 '페미니즘 = 여성의 성적 대상화 반대를 명분으로 한 성문화 검열'이라는 관념은 '안티포르노 페미니즘' 한정으로는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안티포르노 페미니즘이 여성운동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안티포르노 + 래디컬 페미니즘 계열 일부가 성적 대상화 반대 등의 명분으로 80년대 신보수주의 세력과 연대했다가 신보수주의 세력이 배신하고 신보수주의와 연관 있는 기독교 우파 + 안티페미니즘 에게 얻어터진 역사가 있어서 "비교적" 약세이다.
오히려 미국은 대표적인 밀레니얼 사회주의 정당인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소속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성적 자유주의에 근거해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기도 하고, 'The golden one' 같은 주류 대안 우파나 조던 피터슨 같은 우파들이 사회보수주의에 입각해 성적 보수주의 성향을 띤다. 한국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성적 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책이나 방향성을 한국의 안티페미니즘 성향의 대안우파 계열에서는 페미니즘 성향이라고 비난하고, 한국에서 주류인 성적 보수주의 성향 페미니스트들은 여성혐오적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4. 오해
사실 구좌파와 신좌파의 구별은 그다지 학술적인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엄밀한 것도 아니다. 엄밀한 이론으로 나뉜다기보다는 감성이나 주 관심분야에 의존하는 바가 크고, 68 운동으로 인해 나온 역사적 개념인 면이 크다. 사회주의와 사민주의가 구좌파로 분류된다는 식의 이념 분류는 비교적 쉽지만 특정 인물이 구좌파로 분류되는지 따지는건 어려우며, 20세기에야 이러한 구분이 의미가 있었을 수 있지만 21세기 와서는 최소한 서구 선진국에선 큰 의미가 없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6] 차라리 좌파 내부를 나눌 때는 몇가지 조금 더 구체적인 이슈에 대한 대답을 가지고 구분하는 것이 낫다.다만 러시아나 몰도바 등 서아시아, 동유럽 같은 보수적 문화를 지닌 지역에서는 여전히 구좌파와 신좌파 분류가 명확하게 나뉘는 편이다. 서구권에서는 옛날 일이라서 이런 식의 이분법적 표현은 쓰이지 않는다. 20세기 중후반에 쓰이던 좌파 세대 갈등 용어로는 이미 진부해져서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이미 반세기 이상 지났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한편, 한국은 2000년대까지(대체로 민주노동당 분당과 진보신당, 사회당, 녹색당 초기 시점)는 구좌파와 신좌파를 낭만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국민뿐만 아니라 나름 좌파에 대해 알 만큼 안다는 활동가, 학생들조차도 구좌파 하면 뭔가 스탈린 냄새나는 가부장적인 꼰대 아저씨들이 모여서 교조적으로 마르크스 책 세미나 하고 비현실적인 이념 외치면서 팔뚝질 하는 운동권덕후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신좌파 하면 페미니즘, 평화, 생태의 가치를 받아들인 유연하고 현실적인 21세기 좌파이고 의회민주주의+사민주의적 경향과 동일시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한국에서 이러한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신좌파 구좌파 하는 구분을 끌고 오는 쪽은 리버럴 성향인 경우가 많다.
5. 같이 보기
[1] 리버럴이 내세우는 정치적 올바름은 사회 정의와 관련 포괄적 이슈에 대한 부분일 뿐이므로 그들이 신좌파라는 근거는 아니다.(그들은 본질적인 경제적 부분을 잘 건드리지 않기에 자본가들의 큰 경계를 사지는 않는다.) 신좌파는 애초에 리버테리언 사회주의의 한 갈래이며 구좌파는 이에 대조성을 띄는 개념으로나 사용된다. 따라서 비사회주의/자유주의(리버럴) 개혁진영은 구좌파나 신좌파로 칭해지지 않는다.[2] 적어도 21세기의 선진국들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된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의 좌파 계열들은 이미 문화적 좌파 의제를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 둘의 구분이 유의미한 경우는 대부분 과거 공산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의 유산 때문에 좌파 계열이 상대적으로 보수주의적 입장에 서게 된 구 공산권 국가들이거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하여 좌우 가릴 것 없이 사회보수주의가 지배적인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들 정도이다.[3] 사파티스타 해방군 역시 신좌파의 영향을 받았다.[4] 그들은 사회적 다수자를 기반한 사회주의나 복지국가 건설이 주 관심사였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묵인 내지 동조하는 경우도 많았다.[5] 그러나 스탈린주의자들 중에서도 이런 이들은 극소수이다.[6] 관심영역만 봐도 구좌파의 관심영역에 신좌파가 전혀 관심 안 가지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이들이 이념적으로 결집할 민족불문 국제 프롤레타리아의 이념적 조국인 소련과 이를 국제적으로 대표하는 코민테른이란 양대 기관이 소멸한 지금은 정말 시대착오적인 구좌파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