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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04 04:51:22

감정의 물성


1. 개요2. 등장인물3. 줄거리4. 명대사

1. 개요

작가는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되어 있는 다섯번째 단편. '감정의 물성(物性)'[1]이라는 이름의 상품이 갑자기 많이 팔리게 되면서 나타나게 된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선택과 의견들을 볼 수 있는 이야기.

2. 등장인물

3.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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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정하의 내기에서 승자는 유진이었다.

조사한 결과 감정의 물성에는 향정신성 약물들과 유사한 극소량의 화합물이 들어있었고, 따라서 식약처는 감정의 물성을 '임시마약류'로 신규 지정해 감정의 물성 매매를 중단시켰다.[3]

어느 날 정하는 카페에서 이모셔널 솔리드의 대표를 알아보고는 인터뷰를 요청했다.

정하가 인터뷰에 그다지 호응하지 않자 피곤해진 대표는 정하의 질문 하나에 웃음을 짓는다.
"대체 왜 어떤 사람들은 '우울'을 사는 겁니까?
왜 '증오'와 '분노' 같은 감정들이 팔려나가죠?
돈을 주고 그런 걸 사려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애초에, 어떻게 그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사고 싶어 할 것이라고 예상하셨습니까?"
대표는 "사람이 소비하는 행위가 긍정적 감정과만 관련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4]

몇 달 뒤에는 해외 서버로 옮겨졌던 이모셔널 솔리드의 홈페이지도 완전히 닫히게 되었다.

그 날, 정하는 보현의 서랍장 위에서 수십 개의 '우울'들과 병원에서 받아온 '항우울제'를 보았다.[5]

보현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정하는 결국 보현을 위로할 수 없었고, 보현이 현관문을 열고 나간 뒤 정하는 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지 생각하면서 닫힌 문을 바라보다 이윽고 시선을 떨군다.

4. 명대사

보현은 각각의 소품들이 의미를 갖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식장을 보고 있으면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선 골목의 기억, 소품샵의 진열장과 무엇을 살지 고르던 순간의 두근거림이 떠오른다고 했다.
"부정적 감정 라인은 판매되는 물량에 비해 실 사용량이 적대요. 다들 쓰지 않아도 그냥 그 감정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거에요. 언제나 손안에 있는, 통제할 수 있는 감정 같은 거죠. (중략) 그냥 실재하는 물건 자체가 중요한 거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그러니까 이건 어차피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까?"[6]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중략) 어떤 문제들은 피할 수가 없어. 고체보다는 기체에 가깝지. 무정형의 공기 속에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짓눌려. 나는 감정에 통제받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배하는 존재일까?"

[1] 물성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 제목부터 '감정의 물성'은 독특한 상품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을 물질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2] 집에는 우울체만이 가득해서 정하가 결국 쓰레기통에 모두 버렸다.[3] 그러나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은 거래를 했다. 이모셔널 솔리드의 사이트도 외국의 것으로 바뀌었다.[4] 대표가 든 예시는 '영화'다. 한 편의 영화를 볼 때에 기쁨과 행복의 감정만 느끼는가? 공포, 외로움,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도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대표는 이를 알았고, 정하에게 반문한 것.[5] 모순되는 장면이다. '우울'은 우울을 느끼게 해 주고 '항우울제'는 우울을 느끼지 않게 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현의 심리상태를 적절히 표현한 장면 중 하나다.[6] 그러나 정하는 우리가 소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감정 그 자체보다도 의미가 아닌지 고민하고, 그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 역시 보다 고차원적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