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고 있는데도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곁에 늘 있어줄 것 같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2집을 만들 때 느낀 감정들은 사라져갑니다. 숨을수록 더욱 드러나기에 밖으로 나왔으나 스스로 만든 부담감이 저를 없애고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기억에서 추해지는 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비로소 부재에서 느끼는 노스탤지어의 무서움을 알아버렸습니다.
발매 직후 Rate Your Music에서도 4.2가 넘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발매 초기의 하이프를 감안하더라도, 웬만한 명반도 4점을 넘기 어려운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점수가 안정화된 현재는 3.6대를 유지 중이다.
반면 매우 호의적인 유저들의 의견과는 다르게 평론가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평범하다. 전작인 After the Magic에 8점을 부여하며 호평했던 평론 유튜버 앤서니 판타노는 전작의 풍성하고 화려한 악기 구성은 사라지고 노이즈를 잔뜩 먹인 본작이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며 Light 6라는 다소 아쉬운 점수를 줬다. 피치포크에서도 파란노을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선 가장 낮은 점수인 7.9점을 부여했다. [2]
처음엔 대곡을 만들고 싶어서 하드디스크에 짱박혀있던 걸 꺼내 이리저리 만져보고 혼자서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Matt이 제게 이 노래에 대해 장문의 피드백을 남겼습니다. 혹평까진 아니지만 매우 실망한...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저는 꼬박 2~3일을 밤새서 수정했고, 그게 지금의 곡이 되었습니다.
Evoke Me
[ 가사 ]
[Part 1] 언제쯤 이런 낯선 감정들 숨기고서 떠나보낼 수 있을까 점점 단단해지는 게 싫어 하늘을 백 번 바라보았어 눈 감고도 가릴 수 없는 감정들을 받아들이면 내 것이 될까 시험해보기 (두려워)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도 나의 시계는 멈춘 그대로였어 이제야 나는 내일을 잊고 잠시동안 꿈을 꿀 수 있어 (잊을 기억은 천천히...) 그저 울고 싶어 그저 웃고 싶어 아무 일 없듯이
저 낙엽 떨어져 꽃이 피듯이 수백 수천 번 날 속여보았어 받아들이면 내 것이 될까 떠날 수 없는 나의 미래를
그릇이 넘쳐 흐르는 걸 난 쳐다보고만 있었네 하늘의 장난 나의 뿌리를 아물지 않도록 태워 눈과 귀를 닫는다고 실패는 사라지지 않아 비겁하다는 말을 꺼내면 내가 떠오를 수 있게
추하게 늙고 싶지 않아
[Part 2] 낮고 길게 아득함을 밝히는 잔향처럼 스물셋 미묘한 마음들을 연결지어 떠나는 조용함들을 위한 노래를 불렀어 아직 욕심이 남아있어요
We're Sky Hundred
나를 비틀어 쌓은 것들이 화살이 되어 내게 돌아와 완벽하지 않을 용기조차 이젠 특별하지 않아 과거를 바라봐 그곳엔 미래뿐 모두가 갇혔어
솔직하지 못한 그 동정심이 비참함으로 썩게 만들고 있어 무언가의 대답을 찾고 있어 노래를 부를 자격이 있는지 계속 계속 너와 나는
아 하늘은 점점 빨라지고 멈춰진 자들은 잊혀지고 중간을 그리워하는 나는 변함이 너무 낯설어 나를 박제해줘 시대만 탓하다 몰락할 거라고
[Part 3] 네가 없어도 나는 여기에 있어 내가 없어도 너는 여기에 있어줘 네가 없어도 나는 여기에 있어 내가 없어도 너는 여기에 있어줘
하늘을 봤어 비가 내렸어 수백의 눈동자 나를 죽이고 있어
내 얘기만 하기엔 욕심이 넘쳐나 비겁한 나를 Evoke me
진심이 무서워 그대 부르지 못해 마음만 쌓이다 넘어져버렸어
내가 없는 길에 푸름이 피면 또 다른 네가 Evoke me
그대가 있었다고 알리고 싶어 그대가 있었다고 노래하고 싶어
수백의 나와 수백의 너는 영원할 거야 Evoke me
언제쯤 이런 낯선 감정들 숨기고서 떠나보낼 수 있을까 점점 단단해지는게 싫어 하늘을 백 번 바라보았어
[1] 8월 3일 자체 발매 (밴드캠프, 유튜브)[2] 앞서 피치포크가 평가했던 2집은 8.0점, 3집은 8.4점이다.[3] 24.05.11 선공개[4]Seam - Autopilot의 레퍼런스[5] 24.07.09 싱글 선공개[6] 공연을 이어가던 중 "지금이.... 5시 23분이거든요? 7분 후에 제 신보가 발매됩니다."하면서 기습적인 발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