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oment of truth
경영학 및 마케팅 용어. 직역하면 '진실의 순간' 으로, 고객 서비스를 통해서 기업과 접촉하는 고객이 기업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을 가리킨다.흔히 MOT는 스페인의 투우 경기로 자주 비유된다. 투우사는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치거나 심하게는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투우에 나서는데, 긴 투우 경기시간 동안에 서서히 소를 제압하거나 혹은 상처입어 가는 것이 아니라, 소의 급소를 정확히 노려서 찔러 죽이는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 순간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만일 실수하게 되면 투우사가 그 이전까지 아무리 최선을 다했더라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경영학 밖에서는 '진실의 순간' 이라 하면 바로 이 투우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 또는 고객들을 대하는 것 역시 이런 투우 경기와 상당히 비슷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고객을 대하는 '결정적인 순간' 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즉 고객들의 악평이 자자한 회사가 있다면, 그것은 그 회사가 전체적으로 서비스가 개판이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괜찮음에도 어떤 한 순간에 문제가 있어서 이미지를 죄다 망치게 되어서인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일단 한번 기업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되면, 그 서비스 담당자가 직후에 아차 싶어서 아무리 깍듯하게 서비스를 진행하더라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고객 서비스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의 관계여서, 단 한 순간에라도 고객이 0점을 주면 전체 점수도 똑같이 0점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MOT를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를 분석하는 컨설턴트들은 전체 서비스의 흐름을 일련의 사소한 '순간들' 의 연결로 이해하고, 가장 취약한 순간을 찾아서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흐름을 구성하는 순간들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사소하다는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예로 들어 보자. 언뜻 보면 편의점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순간들은 손님이 들어오면 인사하고, 손님이 물건을 내밀면 계산해 주고, 금전출납을 하거나 카드결제를 돕고, 나가는 손님에게 인사하는 4단계로 나누어질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알바가 고객의 물건을 계산한 뒤 던지듯이 내려놓았다면 어떨까? 더 미묘하게는, 고객에게 거슬러 줄 동전을 테이블 위에다 밀어놓으며 건네준다면 어떨까? 스톱워치로 잰다면 1초도 안 될 것 같은 아주 짧은 순간이고, 심지어 아주 사소한 동작이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이 짧은 순간에 이미 빈정이 상하게 된다. MOT가 말하는 '순간' 이라는 것은 이 정도로 초 단위에서 측정해야 할 만큼 찰나의 '순간' 을 의미한다.
상기했듯이 MOT의 관점에서 고객 서비스는 어떤 한 순간에서 망쳐버리면 그 서비스 전체를 망치게 되고, 고객은 그 1~2초의 경험만으로 그 회사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자기 물건을 던지듯 내려놓는 알바를 목격한 고객은, 문을 열고 나가는 동안 그 알바가 아무리 깍듯이 인사하더라도 그것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편의점은 앞으로 다시 방문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으며, 심하게는 아예 그 편의점 브랜드에 정이 떨어져서 조금 멀더라도 일부러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으로 향할 수도 있다. 이를 일반화시켜 보면, 만약 어떤 기업이 만성적으로 많은 고객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이유는 그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단 1~2초가 문제여서일 수 있다.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 많은 '순간들'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에서 가장 고객들이 실망하게 되고 불만을 품게 되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컨설턴트는 고객 불만을 가장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도록 전체 서비스 흐름 속에서 가장 취약한 순간을 분석하여 그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이것은 '선택과 집중' 전략과는 다소 다르다. 여전히 어떤 고객들은 또 다른 순간에서 불만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에서 버려도 되는 순간이라는 것은 없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서비스 담당자 입장에서는 모든 순간들에서 똑같이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MOT는 고객 서비스가 어려운 이유로 자주 거론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