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 of Ruina/모드/차가운 태양 사무소 접대 모드/안개 속의 등불

눈은 점점 더 거세지고, 거센 눈사태가 나를 삼키려 포효한다. 차가운 바람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연약한 내 마음을 끊임없이 흔든다.

죽어간 영혼들은 나를 비난하고, 그들의 죽음의 무게를 남루한 내 몸 위에 짓누른다. 이제 내 곁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폭설 속에서 흔들리는 등불뿐...

내 주변에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우리가 말하던 고향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눈보라가 내 눈을 가린다.

"목숨은 혼자의 것이 아니다"라는 선생님의 그때 말씀이,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던 신념, 그리고 나와 함께 그들이 바랐던 나의 구원은 이미 내 영혼에 맡겨져 버렸다.

만약 내가 여기서 쓰러진다면, 이 깊은 산속 눈바다에 묻혀버린 영혼들을 인도할 사람은 누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나를 위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망령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마지막 희망이 없다 할지라도, 나는 이 포식하는 세상에 맞설 것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이 도시 전역에 전할 것이다.

그 빛을 전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끝까지 발버둥치려는 너희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불꽃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연기 전쟁, 그 수십 년 전의 전투는 지금도 내 마음속에 깊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 전쟁이 남긴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도시의 구석구석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때 나는 자신감 넘치고 건장한 엘리트 해결사였다.

젊었을 때는 허세 부리는 것을 좋아했고, 당시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함께 I사의 고용을 받아들였다.

그저 단지 그들이 전쟁이 끝난 후 우리에게 ‘둥지이주권’을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뒷골목에서 새벽별 보고 나가 저녁별 보고 들어오는 그런 삶을 살던 해결사들에게 있어‘둥지 이주권’을 준다는 것은 엄청난 유혹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론 사람들은 골목의 생활 환경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끊임없이 불평했고, 우리에게 둥지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세뇌시키듯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늘 말했다. 둥지에 살게 되면, 매일 잠을 잘 때조차 긴장할 필요가 없고,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누가 튀어나와 죽일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서 꿈을 품은 젊은이들이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크고 작은 수많은 전투를 겪었고, 내 분대의 동료는 처음엔 같은 사무소의 동료들 이었다가 건너건너 아는 사람에 이어 온갖 출처를 알 수 없는 해결사들, 그리고 회사의 사병들까지 계속해서 바뀌었다.

처음엔 전장의 참혹한 광경에 몸서리치며 두려워했지만, 나중엔 내 옆에서 이야기하던 동료가 다음 순간 피투성이로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전쟁 속에서 죽어간 것은 죽은 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처럼 살아남은 자들도 함께 죽어갔다.

우리의 감정이 계속되는 살육 속에서 점점 무뎌졌지만, 여전히 우리를 버티게 한 것은 처음의 그 목표였다.

“소문 들었어? 날개 전쟁 참여자는 둥지로 이주할 수 없대..”

“하지만 이전의 모집 공고에는 전쟁이 끝나면...”

“개소리 마! 그거 하나만 보고 전쟁에 들어온 사람이 몆인데!!”

“날개라는 위치에 앉아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왜 이 신의 없는 회사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지? 그래서 나는 내 편을 모아 방금까지 싸우던 적군에게 합류했다.

구 L사를 위해 싸우기 시작했지. 우리의 힘은 보잘것없을지라도, 어쩌면 이렇게라도 존엄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냥 이 포로 수용소를 감시하면 되는 거야?”

“아, 들었는데, 저쪽 수용소에 무슨 희귀한 녀석이 있다고 하더라고. 나중에 무슨 날개에 팔릴 거라나? 뭐 실험과 관련이 있다던데.”

“상관없어. 적어도 이곳은 주요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당장 죽을 일은 없잖아. 하루하루 무사히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지, 로코로타?”

그때의 일상은 비교적 평온했다. 여유가 생기면 망원경으로 그 전쟁 포로 수용소를 관찰하곤 했고. 어린아이들이 줄줄이 텐트로 끌려가는 모습은 꽤 착잡했다.

그리고 아틸로카. 그때 나는 그에게 주목하게 되었다. 전쟁 포로 수용소의 평범한 아이였고, 우리가 지키는 대상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분명 나는 그 아이와 그의 동료들이 탈출할 때 사살 명령을 받았는데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아마 내 안의 연민이 작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나도 그 아이와 똑같이 선택했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 후자가 더 맞겠지. 여러 전쟁 포로 수용소가 연달아 공격받은 후, 나는 몇몇 친한 전우들과 다시 도망치는 길에 올랐다.

하지만 마치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연이은 재앙 속에서 나는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것만 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 순간, 고독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 후, 그 아이가 등불을 들고 갑자기 나타났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생의 희망으로 가득 찬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짊어지려는 두 사람이, 결국 서로의 삶 속에서 타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밀밭을 지키는 허수아비처럼.
평생 세상의 슬픔을 지켜보지만, 세상의 비극에 대해 아무것도 구원할 수 없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존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