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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1-10-21 02:59:53

흑백혼효

고사성어
검을 섞일 어지러울

1. 풀이

검은 것과 흰 것이 어지럽게 섞였다는 뜻으로, 시비나 선악, 사정(邪正) 등을 비유한다.

2. 유래

후한 안제(安帝) 때의 유명한 문인 양진은 청렴결백하고 인품이 중후하여 '관서(關西)의 공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형주 자사로 있을 때 왕밀(王密)이란 자를 창읍(昌邑) 현령으로 등용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양진이 창읍을 지나다가 객사에 하룻밤 묵게 되었을 때, 왕밀이 밤중에 찾아와서 작지 않은 금덩이 하나를 바쳤다. 양진이 눈이 둥그레져서 물었다.
"이게 뭔가?"
"명공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작은 성의입니다. 밤도 깊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받아 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양진은 눈을 부릅뜨고 나무랐다.
"이 사람아! 하늘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할 수 있겠나."

또 한 번은 안제가 자기 유모의 은공을 갚는다는 명분으로 국고를 털어 호화로운 저택을 지어 주었는데, 그런 호의를 악용한 유모와 그 딸은 환관들과 결탁하여 매관매직에까지 손을 뻗치는 등 그 폐해가 상당했다. 이 사실을 안 양진은 분개하여 황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일찍이 고조(高祖)께서는 공이 없는 자에 대해서는 등용하지도, 포상하지도, 작위를 주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 치의 공도 없는 자들이 관직에 들어와 녹봉을 받고 있습니다. ‘흑과 백이 뒤섞여 맑고 탁함을 구분하지 못함[黑白混淆(흑백혼효)]’에 따라 사람들의 의논도 중구난방이 되었고, 돈이 만사를 지배하여 부정과 오직(汚職)이 만연해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이 점을 통감하시어 하루빨리 바로잡으십시오.

양진의 상소는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간신배들은 자기 보신을 위해 갖은 소리로 무함했고, 양진은 측가 파면되어 고향으로 추방되었다. 양진이 떠나는 날, 그의 인품을 흠모하는 많은 사람들이 낙양 밖 멀리 역참까지 따라 나와서 위로하며 전송했는데, 양진은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이 명색이 대관의 자리에 앉아 있었으면서 간신들을 몰아내어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지 못했으니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소."

그리고는 고향으로 내려가서 독을 마시고 자결해 버렸다.

3. 유의어

전도흑백(顚倒黑白), 반백위흑(反白爲黑), 흑백혼효(黑白混淆), 혼효흑백(混淆黑白), 전도시비(顚倒是非), 혼효시비(混淆是非)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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