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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2 23:19:40

화공두타

1. 개요2.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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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火工頭陀

절에서 불길을 다루는 주방일을 맡아하는 두타(頭陀).
이 문서에서는 <의천도룡기>의 등장인물이자 금강문의 개파조사인 화공두타에 대해 서술한다.

2. 상세

의천도룡기 시작 시점에서 70여년 전, 소림사에서 일하는 신분 낮은 승려였다. 당시 소림사의 방장은 고승선사(苦乘禪師)였으며, 달마당의 수좌는 고지선사(苦智禪師), 나한당의 수좌는 고혜선사(苦慧禪師)였다.

화공두타는 이름 그대로 주방에서 잡일을 하고 가마솥 아궁이 앞에서 불을 피우는 일을 하는 무명의 불목하니였다. 하지만 주방 감독 일을 맡은 승려가 성질이 조급하고 포악한지라, 소림사에 출가하고 나서 3년 가량 부엌일을 하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두들겨 맞고 욕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그 승려는 소림 무공을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화공두타로서는 매일 피를 토할 정도로 심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마침내 깊은 원한을 품은 화공두타는 독한 마음을 먹고 남몰래 무공을 훔쳐 배우기 시작했다. 소림사에 정식으로 입문한 제자라면 누구나 무공을 익히고 있었고 사내에서 수련 과정을 극비로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남들 모르게 배우고자 한다면 배울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화공두타는 20여 년이나 무공을 훔쳐배운 끝에 소림사 최고 상승 무공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쯤이면 감독 승려에게 두들겨 맞아도 내공이 두텁게 쌓여서 상처도 입지 않을 경지에 도달했으나, 소림사의 모든 승려들에게 통쾌한 복수극을 해주기 위해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감추고 평소와 다름 없이 주방 일을 하고 있었다.

소림사에서는 중추절마다 달마당 제자들이 1년간 수련한 무예의 진전을 달마당, 나한당의 수좌 어른들 앞에서 선보이고 강평을 받는 '달마당 대교'의 관습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 화공두타가 갑자기 달마당 대교에 난입해 달마당 수좌의 강평을 가로막고 갖은 욕설을 퍼붓는 난동을 벌이고, 이에 분개한 제자들이 한 명씩 대무로 도전하자 몽땅 개박살을 내 버린 사고가 있었다. 달마당 승려들로서는 기가 막힌 사태였지만, 화공두타는 참고 또 참다가 화끈하게 지난 수십 년 세월의 원한을 갚아버리려고 작정을 하고 난리를 피운 것이다. 이에 마침내 달마당 수좌 고지선사가 직접 나서 화공두타와 겨루는데, 고지선사는 이미 노년에 이르른 고승이고 화공두타의 사연을 듣고 난 뒤라 손속에 자비를 두었지만, 한창 장년의 나이인 화공두타는 울분에 사로잡혀 있는 살수 없는 살수를 다 구사하니 500여 초를 겨루면서도 승패가 갈리지 않았다.

고지선사는 마침내 화공두타를 격전 끝에 제압하기에 이르렀으나, 그간 홀로 무공을 익혀온 노력이 안쓰럽고 대견해서 생명을 해칠 마음은 없었다. 그렇기에 서로 양 팔이 얽힌 대치 상태에서 물러나라는 뜻으로 분해장 일초를 펼쳐 대치를 해소한다. 그러나 화공두타는 소림사의 무공을 훔쳐 배웠으되 도둑질로 익힌 무공이라 최상승 무공의 초식들을 낱낱이 알아볼 안목까지는 없었고, 고지선사의 동작을 절세무공인 신장팔타의 열심장으로 오인하여 죽기살기로 고지선사의 급소를 들이친다. 당연히 양보하려던 고지선사는 화들짝 놀란 채로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화공두타는 그 길로 소림사에서 도망친다. 그날 밤 고지선사는 화공두타의 일격에 입은 상처가 덧나 세상을 떠나고, 화공두타는 소림사 주변을 맴돌다가 다시 숨어들어와서 자신을 괴롭히던 주방 감독 승려와 사이가 나쁘던 몇 명의 승려를 살해한 다음 완전히 종적을 감추게 된다.

이로 인해 소림사에서는 책임 여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고, 다툼 끝에 분노를 이기지 못한 나한당 수좌 고혜선사는 서역으로 떠나 서역 소림파를 창건하게 된다. 나한당과 달마당의 수좌가 모두 사라졌으니 소림사의 무학은 수십년 동안 쇠퇴일로를 걸었으며, 이로서 소림사에서는 무릇 스승을 정식으로 모시지 않으면 누구도 무학을 스스로 배우거나 훔쳐 배워서는 안되며 이를 어긴 자는 죄가 무거우면 죽여 버리고(...) 죄가 가볍더라도 사지 근맥을 끊어 무공을 폐하는 엄격한 규율이 정해지게 되었다.

화공두타는 이후 서역으로 떠나 금강문을 창시하여 제자들을 길렀으며, 이 제자들은 의천도룡기 본편에서 몽골 제국에 기울어짐으로써 중원 한족 무림의 인물들에게 갖은 악행을 벌이게 된다.

비록 사사로운 원한으로 소림사에 풍지평파를 불러일으킨 인물이기는 하나, 누구 하나 정식으로 가르쳐 주는 이 없이 소림사의 최고 고수 중 하나인 달마당 수좌와 겨룰 만큼 뛰어난 무공을 수련한 것을 보면 그야말로 천재적인 자질을 지닌 무림 고수라고 일컬을 만하다. 단 소림사의 막강한 외공은 대체로 훔쳐 배웠지만, 직접 전수받지 않은 이상 내공 수련은 그냥 그랬다는 듯하다. 그래서 금강문은 소림파의 심오한 내공을 물려받지는 못했으되 강맹한 외공을 물려받아 외력 위주로 힘을 쓰는 문파가 되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