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螢光 物質 / fluorescent materials, fluorophore, phosphor[1]형광 물질은 형광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즉, 전자기파를 흡수해서 가시광선, 쉽게 말해 빛을 방출하는 물질이다. 물론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니까 빛을 흡수해서 다른 색의 빛을 내기도 한다. 형광 물질은 형광등, CRT, PDP, 백색 LED 등등에 사용된다.
물질이 빛을 내는 방식에는 크게 나눠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백열현상(incandescence)으로서, 물질을 뜨겁게 달궜을 때 빛이 나는 것이다. 이 때는 모든 원자가 빛을 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달구지 않아도 모든 원자는 빛을 낸다. 절대 영도 이상의 모든 물질은 가진 열에너지(분자의 진동량)에 따라 항상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방출한다. 이를 흑체 복사라고 하며,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은 그 온도가 섭씨 700도 미만인 경우가 많아 가시광선조차 뿜지 못한다. 대신 원적외선이나 전자파를 뿜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 않아 빛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섭씨 700도 이상으로 가열한 물체는 드디어 가시광선을 뿜기 시작하며 흔히 이것을 백열현상이라 부른다. 이 원리를 이용한 발명품이 백열등이다. 같은 원리로 물체의 온도가 아주 높아지면 이온화 방사선도 방출된다.
다른 하나는 발광(luminescence)으로서 가열되지 않아도 빛을 내는 현상인데, 이 경우 발광 중심이라 불리는 일부의 원자만이 빛을 낸다. 형광(fluorescence)은 발광의 한 종류고, 물질의 전자가 에너지를 받아 높은 에너지 준위(들뜬 상태)로 올라갔다가 곧 낮은 에너지 준위로 내려 오면서 빛을 내는 것이다.
형광 물질은 전이 금속 화합물이나 희토류 화합물로 구성된다. 영어 fluor가 접두사로 쓰이면 '형광'이라는 뜻을 갖지만, 정작 형광 물질 중에서 플루오린을 함유한 형광 물질은 찾아보기 어렵다. 잘 알려진 플루오린 함유 형광 물질은 형석 뿐이다. 참고로 형광(fluorescence)의 유래가 형석(fluorite)이고, 플루오린(fluorine)의 유래 또한 형석(fluorite)이다. 따라서 플루오린(fluorine), 형광(fluorescence), 형석(fluorite) 모두 기원이 같다.
형광 물질은 적절한 주 재료에 액티베이터가 추가되어 만들어진다. 가장 잘 알려진 형태는 구리 액티베이터가 들어간 아연 황화물과 은 액티베이터가 들어간 아연 황화물이다. 주 재료는 산화물이나 질소화물, 황화물, 셀렌화물 등등이다. 액티베이터는 잔광 시간을 길게 해준다. CRT 처럼 잔상이 없어야 할 경우에는 니켈 등을 첨가하여 발광이 빨리 사라지도록 하기도 한다.
많은 형광 물질은 점차로 효율이 떨어진다. 산화 등에 의해 액티베이터의 원자가가 변하기도 하고 결정 격자가 손상을 입기도 하며 원자들이 재료 속으로 확산되거나 형광 물질 표면이 주변 환경과 화학반응을 해서 변질되기 때문이다. 형광을 이용한 조명 방법의 하나인 전계 발광의 경우, 형광 물질의 수명 단축은 구동 전류의 주파수, 방출하는 빛의 밝기, 온도에도 연관이 있고, 습기도 형광 물질 수명에 뚜렷한 악영향을 미친다.
2. 인광
형광 비슷한 현상으로 인광(phosphorescence)이 있다. 전자가 에너지를 받아 들뜬 상태로 올라갔다가, 형광처럼 바로 낮은 에너지 준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다른 에너지 준위로 이동한 후에 원래대로 내려오는 것이 인광이다. 따라서 인광은 형광에 비해 상당히 느린 현상이고, 그에 따라 빛도 형광에 비해 오래 지속된다. 대부분의 야광은 인광을 이용한다.모순이긴 한데, 인광(phosphorescence)의 어원이 되는 인(燐, phosphorus)은 인광이 아니라 화학 반응에 의해 빛을 낸다. 즉 인광(燐光)현상은 인(燐)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3. 용도
뜨겁지 않은 상태에서 빛을 내기 때문에 형광 물질은 빛과 관련된 여러 용도로 사용된다.- 예전에는 시계 등에 방사선을 이용한 야광이 쓰였다. 라듐을 발라서 방사선을 내게 하고, 이 방사선을 맞은 형광 물질이 빛을 내게끔 만든 것이다. 방사선의 위험성 때문에 지금은 이런 방식이 쓰이지 않는다. 다만 삼중수소, 즉 트리튬을 방사선 원천으로 하고, 형광물질을 발라서 발광시키는 야광은 지금도 쓰이고 있다. 트리튬은 우리나라 K2 소총에도 사용된다.
- 적절한 주파수의 강한 전기장을 걸면 형광 물질이 빛을 내는데, 이를 전계 발광(electroluminescence)이라 한다. 전계 발광은 넓은 면적에서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 등의 용도에 적합하다. 단점으로는 사용함에 따라 점점 빛이 약해지고 수명도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이다. 타이멕스 사의 일부 시계에 사용되는 "인디글로"라는 발광 방식이 이 전계 발광을 이용한 방식이다. 계기판의 조명에 쓰이기도 한다.
자동차 계기판
- 백색 LED 는 보통 청색 빛을 내는 인듐-갈륨-질소 LED에 적절한 형광 물질을 바른 것이다. 이 형광 물질은 청색을 일부 흡수한 후 주로 노란색으로 색을 바꾸어 빛을 내는데, 이것이 원래의 청색과 합쳐져서 백색이 되는 것이다. 아니면 자외선을 내는 LED에다 적절한 형광 물질들을 코팅해서 만들기도 한다.
- 온도에 따라 발광 특성이 변하는 것을 이용해서 형광 물질이 온도 측정에 사용되기도 한다. 온도 측정을 할 물체의 표면에 형광 물질을 코팅하고,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형광 특성을 분석하여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보통 온도에 따라 빛의 소멸 시간이 달라지는 것을 이용한다. 자외선 등을 비추는 장치와 형광 검출용 광학부가 멀리 떨어져도 되기 때문에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광섬유 끝에 형광 물질을 바른 후 물체에 접촉시켜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 즉, 마치 열전대 온도계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 CRT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에 쓰이는 표시장치로서 유리면 안쪽에 형광 물질이 발라져 있다. 이 형광 물질에 전자를 부딪히게 만들어서 빛을 내게 되는 것이다. 계속 전자가 충돌하게 되면 약간의 문제가 생기는데, 형광 물질은 전기 전도체가 아니므로 전자가 부딪힘에 따라 전하가 쌓이게 되는 점이다. 전하가 쌓이면 전기적 척력이 생기고, 따라서 충돌시킬 전자를 밀어내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형광 물질 위에 알루미늄의 얇은 층을 바르고 이것이 CRT 안의 전기 전도층과 접촉되도록 구성한다. 이 층은 쌓인 전하를 배출할 뿐 아니라, 사람 쪽으로 빛을 반사하는 역할도 한다.
- 비타민 제제를 과용했을 경우 형광색의 오줌(...)이 나오는데, 극성 물질(즉 수용성)인 비타민 B 복합체의 일종인 리보플라빈(비타민B2)이 자외선을 받으면 형광을 내기 때문. [2]
[1] 다만 phosphor 는 형광 물질과 인광(燐光) 물질을 둘 다 지칭한다.[2] 흔히 비타민C 과다 섭취에 의한 현상으로도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비타민B2에 의한 것이다. 비타민C는 광고 등에 의해 '노란색' 혹은 '주황색'이라는 인식이 있을 뿐, 가루 자체는 흰색 결정이다. 또한 일반적인 소변의 노란 빛깔은 유로빌린이라는 요색소에 의한 것이나, 비타민B2를 영양제나 음식을 통해 과다 섭취할 경우 소변의 색이 확연히 진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