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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11 12:47:36

피오라(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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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2. 명예가 아니면 죽음뿐3. 구 배경
3.1. 장문 배경3.2. 리워크 이전
4. 리워크 이후

1. 장문 배경

명망 있는 로렌트가의 막내딸로서, 피오라는 귀족 간 정략결혼이라는 장기판 위에 놓일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 운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피오라는 어릴 때부터 주위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어머니가 데마시아 최고의 재단사에게 주문하여 실물 같은 고급 인형을 만들어주면 그대로 시녀한테 줘버렸다. 그리고는 큰오빠에게 가서 검을 빼앗고 몰래 검술 수업을 해달라며 졸랐다. 아버지가 전담 재봉사에게 드레스 가봉을 위한 전용 마네킹을 여러 개 갖다주면, 피오라는 이것으로 찌르기와 응수 연습을 했다.

수년간 조용히 저항했지만, 결국 18살이 되자 크라운가드의 분가와 정략결혼이 성사되었다. 결혼식은 여름에 수도에서, 자르반 3세 국왕이 보는 앞에서 치러질 계획이었다.

결혼식 날, 하객들이 도착하자 피오라는 자기 운명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외쳤다. 공개적으로 수치를 당한 예비 신랑의 가문은 옛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길 원했다. 바로 목숨을 건 결투였다.

피오라가 곧바로 받아들였지만, 피오라의 아버지 세바스티엔은 국왕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귀족 간의 반목을 끝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 왔던 자르반 국왕이었으나 이번에는 손쓸 도리가 없었다. 피오라가 이미 결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세바스티엔이 피오라 대신 결투에 나서는 것이었다.

대원수 티아나 크라운가드 역시 가문을 위해 결투에 나설 투사를 지목했다. 불굴의 선봉대 출신의 노련한 전사였다. 세바스티엔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로렌트 가문은 몰락하고 피오라는 망신을 당한 채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토록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서 피오라의 아버지는 두고두고 가문을 나락에 떨어뜨릴 결정을 하고 말았다.

결투 전날 밤, 상대의 움직임을 둔하게 하는 약을 타서 먹이려다 들켜 체포된 것이다.

죄는 명백했다. 세바스티엔 로렌트는 가장 기본적인 결투의 예법을 어겼기에 한낱 잡범처럼 공개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교수형 전날, 피오라는 세바스티엔을 면회했지만,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피오라 본인만 알고 있다.

다음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피오라는 국왕이 앉아 있는 연단 앞으로 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검을 왕에게 바쳤다. 국왕이 허락한다면 아버지를 로렌트가에서 추방하고, 직접 결투로 벌을 내리겠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두 자루의 검이 춤을 추는 그 광경은 당시 구경하던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피오라의 아버지는 뛰어난 검사였으나 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검이 부딪힐 때마다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고, 결국 눈물범벅이 된 피오라는 아버지에게 최후를 선사했다.

자르반 국왕은 침통한 목소리로 세바스티엔이 죗값을 전부 치렀다고 선언했다. 그로써 피오라는 로렌트가의 수장이 되었고, 두 가문 간의 다툼은 끝이 났다.

하지만 추문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 피오라는 가문의 수장으로서 특유의 명석함과 단순명쾌한 태도로 궁정에서의 임무를 수행했지만, 유언비어와 험담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오빠들로부터 가문을 빼앗았다느니, 결혼마저 거부하는 오만한 처자가 위대한 도시에 있는 한 갈등과 유혈 사태만 계속될 것이라느니 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피오라는 검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촌들과 먼 친척들에게 도움을 얻었다. 그들 중에는 유명한 소드마스터들도 많았다. 그리고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귀족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규모가 커진 로렌트가는 왕국의 검법을 개선하기 위해 애썼다. 결투는 오랜 전통이지만, 언제나 한쪽이 죽을 필요는 없었다.

만약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피오라는 기꺼이 결투로 그 신념을 시험할 것이다.

2. 명예가 아니면 죽음뿐

피오라가 죽이기로 되어 있는 남자의 이름은 움베르토였다.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움베르토가 남자 넷과 말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비슷한 생김새로 보아 형제임이 분명했다. 다섯 명 모두 멋 내기를 좋아하고 오만했으며, 마치 검의 홀에서 그녀의 도전에 응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에게는 너무나 하찮은 일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새벽 해가 뾰족한 아치 모양의 창문 사이로 각진 기둥 모양의 빛줄기를 비추었다. 하얀 대리석은 죽음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반사된 모습으로 빛났다. 홀의 모서리마다 양가 사람들과 하인, 구경꾼, 그리고 단순히 피에 목마른 사람이 넘쳐났다.

푸른 강철 칼날에 빛이 기름처럼 번뜩이는 중간 길이의 검을 피오라에게 건네며 둘째 오빠 암다르가 말했다. “피오라, 정말 괜찮겠어?”

피오라가 대답했다. “당연하죠. 움베르토와 건방진 형제들이 코머시아에 퍼뜨리던 얘기는 들으셨죠?”

“들었어. 그렇다고 죽일 필요까지 있을까?”

“건방진 놈 하나를 그냥 두면, 다른 이들도 혀를 제멋대로 놀려도 괜찮다고 생각할 테죠.”

암다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럼 해야 할 일은 해야지.”

피오라는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를 풀고 칼로 허공을 두 번 가르며 결투를 시작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형제 중 한 명에게 옆구리를 쿡 찔린 움베르토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피오라의 목 아랫부분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대놓고 몸매를 평가하는 움베르토를 보자 피오라는 분노가 일었다. 움베르토도 무기를 꺼냈다. 길고 날이 아름답게 휜 데마시아 기사의 사브르였다. 칼날 밑은 금빛이고 칼자루 끝에는 사파이어가 박혀 있었다. 허세를 부리는 이의 무기일 뿐, 결투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칼.

움베르토가 결투자의 표식 위에 올라 피오라가 했던 결투 시작 신호를 반복했다. 그리곤 그녀에게 절하고서 윙크를 보냈다. 피오라는 불쾌감에 턱이 굳어졌으나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결투에 감정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감정은 칼놀림을 흐리게 만든다. 위대한 여러 검객이 감정에 휩쓸려 훨씬 못한 적수에게 베이곤 하지 않았는가.

둘은 서로를 보고 빙빙 돌며 마치 왈츠에 맞춰 춤을 추는 파트너처럼 발과 검을 정해진 방식대로 움직였다. 결투 참가자 쌍방에게 이제 곧 일어날 일의 무게를 깨우쳐주는 움직임이었다.

결투 의식은 중요하다. 제의에서 추는 춤사위처럼 이 의식 역시 문명화된 인간에게 죽이는 행위가 고귀한 것이라는 허상을 심어준다. 피오라는 이것이 정의로운 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자신이 지금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 법에 따라 피오라는 상대에게 제안해야만 했다.

피오라가 말했다. “기사여, 저는 로렌트 가의 피오라입니다.”

“그런 인사는 뒀다 무덤 지기한테나 하시지.” 움베르토가 받아쳤다.

유치한 도발을 무시하며 피오라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제 승계의 적법성에 대해 악랄한 거짓을 유포하여 로렌트 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당하고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한 당신과 결투를 치러, 그 피로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제 권리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오. 그래서 여기 이렇게 오지 않았소?” 움베르토가 군중의 환심을 사려는 듯 말했다.

피오라가 단언했다. “제게 흡족할 다른 방법으로 죄를 씻고 결투를 피하지 않는 한, 당신은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래, 어떻게 하면 피오라 님께서 흡족하시겠습니까?” 움베르토가 물었다.

“당신이 저지른 짓의 걸맞게, 오른쪽 귀를 자르도록 하겠습니다.”

“뭐라고? 당신 미쳤어?”

피오라는 날씨 얘기라도 하듯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을 죽일 겁니다. 이 결투가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을 텐데요. 항복한다고 해서 체면이 깎이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체면이 깎이지.” 움베르토의 이 대답에 피오라는 그가 여전히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움베르토 역시 그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피오라가 다시 말했다. “여기 있는 모든 이가 내 검 실력을 알고 있으니, 살기를 택하고 귀의 상처는 명예로운 훈장으로 생각하십시오. 아니면 죽기를 선택하고 아침에 까마귀밥으로 던져지거나.”

피오라가 칼을 들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 선택하십시오.”

피오라의 오만방자함에 분개한 움베르토는 두려움도 잊어버리고 칼로 그녀의 심장을 겨눈 채 앞으로 나아갔다. 움베르토의 움직임을 미리 읽은 피오라는 왼쪽으로 반의반 바퀴를 돌았고, 움베르토의 사브르는 허공을 갈랐다. 피오라는 칼을 위로 들어 정확하게 사선으로 호를 그렸다. 돌 위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군중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끝난 결투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대리석 판돌에 움베르토의 칼이 쨍그랑 떨어짐과 동시에 피오라가 뒤로 돌아섰다. 움베르토는 피를 뿜어내는 목의 상처를 손으로 꽉 잡은 채, 무릎을 꿇는가 싶더니 푹 주저앉아 버렸다.

피오라가 움베르토에게 절을 했으나, 그의 눈은 이미 죽음에 가까워 무표정해진 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죽이는 걸 즐기진 않는 성품이었지만, 이 멍청한 놈은 피오라에게 선택할 여지를 별로 주지 않았다. 이내 움베르토의 형제들이 시신을 수습하려고 앞으로 나왔다. 움베르토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피오라의 칼을 받으러 나오며 암다르가 물었다. “몇 명이지 이제? 열다섯? 스물?”

“서른, 혹은 더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다 똑같아 보여요.” 피오라가 말했다.

“앞으로도 더 있을 거야.” 오빠가 단언했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죠. 하지만 이들이 죽을 때마다 우리 가문의 명예도 회복돼요. 구원도 가까워지고요.”

“누구를 위한 구원?” 암다르가 물었다.

피오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3. 구 배경

3.1. 장문 배경

큰 플롯은 같지만 예전에는 크라운가드와 마찰을 빚었다는 배경이 없었고, 직접 아버지를 죽이지도 않았다.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 스토리를 좀 바꾼 듯 하다.
뼈대 깊은 귀족 집안 로렌트 가문의 막내 피오라는 자신이 위대한 인물로 성장할 운명이란걸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수세기 동안 데마시아의 귀족 사이에 전통적으로 내려져왔던 결투에 있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여온 것이 바로 로렌트 가문이었다.

로렌트 가문 안에서도 피오라의 아버지는 유사 이래 가장 뛰어난 검객으로 명성이 자자했다.아버지의 화려한 영웅담에 매혹된 피오라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검을 쥘수 있게 되자마자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피오라는 남매들 중에서 나이는 제일 어렸지만 재능이 가장 뛰어났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다른 자부심과 엄격한 자기 관리를 통해서 또래들과의 기량 차이는 점점 벌어졌고 다른 결투가들은 이런 피오라의 자부심을 오만함이라며 못마당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와 겨뤄서 이긴 사람이 없을뿐더러 승리가 거듭될수록 높은 자부심만 더욱 추켜세워주고 말게 되었다. 감히 대적할 자가 없긴 해도 피오라는 아버지의 명성에 걸맞은 후계자가 되겠다는 굳은 다짐 속에서 단 한번도 연습을 게을리 하는 법은 없었다.

이런 헌신적인 노력이 그릇된 판단에서 비록됐음이 드러나는 일이 있었다. 예정된 결투를 하루 앞둔 어느 저녁, 피오라의 아버지가 상대방이 마실 음료수에 마비 성분의 독을 몰래 넣었다가 걸리고 만 것이다. 이 사건이 터진 이 후로 과거에 그와 상대했던 많은 이들로부터 무기에 독을 발랐거나 협박을 했다는 등 갖은 비난이 쇄도하였다.한 순간에 가문의 명성이 무너지고 만것이다.

이에 피오라는 격분하였다. 마음 깊이 영웅이라 믿었던 아버지는 자신이 꿈꾸던 이상을 배반한 것만이 아니라, 데마시아 최고의 결투가로 손꼽히던 자신의 능력조차 의심받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피오라는 유서 깊은 로렌트 가문에 오점을 씻어내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온세상에 떠쳐보이고 싶었다.

이에 고민하던 그녀는 세계 최강의 전사들이 겨루는 자리인 단 하나의 전장에서 싸운다면 부정행위를 일삼았다는 비난을 씻어낼 수 있으리라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피오라의 자존심은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웠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나지." -데마시아의 왕자 자르반 4세

3.2. 리워크 이전

피오라, 데마시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결투가. 날카로운 칼날과 그보다 더 날카로운 독설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받아 온 귀족식 교육 덕분에 그녀의 몸과 행동에는 고상함이 배어 있으며, 검술을 보다 더 완벽하게 갈고 닦으려는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온 세상이 자신의 실력을 인정할 때까지 그녀는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고향의 동료들을 모두 꺾은 피오라는 이제 더 강력한 적수를 찾고 있다. 로렌트 가문은 대대로 결투나 검술에 있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여 왔다. 이렇게 유서 깊은 가문의 막내로 태어난 피오라는 자신의 운명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분명 위대한 인물로 성장할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전설적인 검객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부친의 기량에 필적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원했다. 피오라의 천부적 재능은 그녀의 열망에 대한 운명의 응답이었다. 그녀는 곧 순식간에 남매들의 실력을 능가하게 되었고, 그녀의 재능을 시기하는 검객들 사이에서 피오라의 자부심은 오만함으로 어겨졌다. 그러나 나쁜 평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아버지의 정신을 잇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계속 분투하였고, 그에 따라 그녀를 둘러싼 소문들은 자연스럽게 사그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후계자가 되기 위한 그녀의 굳은 다짐과 헌신적인 노력은 한 순간에 모두 헛수고가 되어 버린다. 결투를 하루 앞둔 어느 저녁, 피오라의 아버지가 상대방이 마실 음료수에 마비 성분의 독을 몰래 섞다 적발된 것이었다. 끔찍한 부정행위 덕분에 가문의 명성은 완전히 무너졌으며 그녀의 명예 또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격분한 피오라는 금이 간 자신의 명성을 되찾고자 아버지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나름의 힘과 스타일로 그녀에게 대적했지만, 피오라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이미 연습과 훈련을 등한시한 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그는 이미 진정한 결투가라고 할 수 없었다. 결국, 피오라는 아버지의 무장을 해제하고 가슴에 칼을 겨눈 채 로렌트 가문의 지배권을 요구했고 그녀의 아버지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승리를 거머쥐긴 했지만, 가문의 명성에 얼룩진 오명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는 이상 여전히 자신의 이름엔 오점이 남아 있을 것임을 그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제 피오라는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개척해 가려고 한다. 비록 비겁한 속임수로 이룬 명성이었으나 누구보다 드높았던 아버지의 명성, 언젠가 꼭 그 명성을 뛰어넘을 것이다. 피오라는 자신이 데마시아뿐만 아니라 발로란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결투가임을 증명하려고 한다. "나는 도전을 찾아 여기 왔다. 그런데 여기 있는 바보들이 다란 말인가?" - 피오라

4. 리워크 이후

발로란을 통틀어 가장 무시무시한 데마시아 왕국의 결투가 피오라. 푸른 강철 레이피어를 다루는 솜씨만큼이나 가차없는 태도와 재빠른 머리 회전으로 유명한 그녀는 아버지가 일으킨 스캔들로 집안의 명성이 땅에 떨어진 후 가문의 지배권을 넘겨받았다. 로렌트 가문의 명성은 더럽혀진 지 오래지만, 피오라는 가문의 명예를 되찾고 데마시아의 위대한 가문으로 일궈온 자리를 되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피오라는 주위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어머니가 데마시아 최고의 재단사에게 주문해 마치 실물 같은 고급 인형을 만들어 주면 시녀한테나 줘버리고, 오빠의 검을 집어 들곤 남몰래 검술 수업을 해달라 우겼다. 아버지가 드레스 가봉을 위해 피오라 전용 의상 제작 마네킹을 여러 개 마련하면 이 마네킹을 찌르기와 응수 연습에 사용해버리곤 했다.

피오라는 데마시아의 고귀한 이상을 몸소 실천하는 외에는 관심을 두는 법이 없이,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하고 자신의 명예와 가문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자랐다. 그러나 명망 있는 가문의 막내딸이라면 귀족 간 정략결혼이라는 장기판의 말이 될 운명을 피할 수 없는 법. 비록 사랑하는 아버지라 할지라도 남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는 피오라가 이를 기꺼워할 리 없었다. 하지만 반항해도 크라운가드 가문과의 정략 혼담을 막을 수는 없었고, 결혼식은 여름으로 정해져 버렸다.

데마시아의 유서 깊은 가문은 죄다 로렌트 가의 결혼식에 축하 사절단을 보냈다. 그런데 피오라는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대신 단호히 이를 거부했다. 하객들 앞에서 다른 이가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게 내버려두느니 죽어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렇게 공공연히 수치를 당한 예비신랑의 가문은 피오라가 준 치욕을 씻겠다며 죽음을 건 결투를 요구했다.

피오라가 즉시 앞으로 나섰지만, 결투를 수락하는 것은 로렌트 가문의 수장인 아버지의 의무였다. 크라운가드의 투사는 최고의 전사였기에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로렌트 가문은 몰락하고 딸은 불명예를 안고 데마시아에서 추방될 터. 이토록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서 피오라의 아버지는 두고두고 가문을 나락에 떨어뜨릴 결정을 하고 만다. 바로 그날 밤, 적수의 칼놀림을 무디게 하려고 마실 것에 약을 타서 먹이려다 들켜 체포된 것이다.

데마시아의 법은 엄정하고 가혹하기로 유명하다. 법 집행이 가뜩이나 인정사정없는데 피오라의 아버지는 가장 근본이 되는 명예와 관련된 예법을 어긴 것이다. 그는 천한 범죄자처럼 공개적으로 교수형을 선고 받는 수모를 받고, 로렌트 일족 전체는 데마시아에서 추방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아버지의 처형 전날 밤, 피오라는 아버지의 감방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그녀만이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아주 오래되어 이제는 잊혀진 데마시아의 예법 중에 가문의 일원이 실추된 명예를 피로 씻으면 사형이나 다름없는 추방령을 면하게 하는 조항이 있었다. 그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잘 아는 아버지와 딸은 검의 홀에서 서로 맞서게 되었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베기만 해서는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므로 피오라의 아버지 역시 딸을 상대로 싸워야만 했다. 그 역시 빼어난 검객이긴 했지만 딸의 맞수가 되진 못했다. 그들은 검이 부딪힐 때마다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고, 결국 눈물범벅이 된 피오라가 아버지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이로써 로렌트 가문은 추방을 면할 수 있었다. 오빠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피오라는 자신의 발치에서 죽은 아버지 대신 로렌트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 일로 로렌트 가문의 명예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으나, 추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그 후로 여러 해 동안 피오라는 젊은이 특유의 경솔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빠르게 적응하며 현명하게 가문을 이끌었다. 피오라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검과 협상의 대가가 되었으며, 특유의 명확함과 잔혹해 보일 만큼 직설적인 태도로 어떤 일이건 바로 핵심으로 다가갔다. 여전히 로렌트 가문의 불명예를 거론하거나 고귀한 가문의 수장이 여자라니 말세라고 헐뜯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들 쉬쉬하며 뒤에서 불만을 토로할 뿐이었다. 이런 말이 귀에 들어오는 즉시 피오라가 소문을 낸 자를 찾아 신속하게 칼로 응징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조차 그녀는 묘안을 내어, 죽지 않고도 명예를 지킬 수 있는 탈출구를 제시한다. 하지만 여태 그녀의 제안을 수락한 이도, 그녀와 결투를 마치고 살아 돌아간 이도 없다.

로렌트 가문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피오라에게 구혼하는 이들도 늘어났지만, 여태 그녀에게 적합한 남편감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독신으로 남으려고 구혼자에게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한다고 의심하는 이도 많다. 전통을 따르자면 부인은 남편에게 권력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오라는 그 어떤 전통도 따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