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카타리나와 탈론과 관련된 단편 소설이다.2. 본문
공기가 비릿하다.
갓 흘린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그림자에 등을 붙이고 그녀를 관찰했다.
사람을 죽이고 있는 그녀를.
그녀는 장식으로 꾸며진 커다란 방에 내몰렸다. 출구는 두 개지만 복도가 널따랗고 천장은 아치형으로 높아 어렵지 않게 그녀를 은밀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추격자들은 그녀를 조용히 뒤쫓지 않았다. 그녀를 노리는 무기와 갑옷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풋내기들은 그녀가 함정에 빠졌다고, 궁지에 몰린 암살자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검이란 여러 무기 중 하나일 뿐이고 가장 예리한 무기도 아니었다.
나는 머릿속의 생각을 매끄럽게 행동으로 옮기는 그녀의 공격에서 숨겨진 규칙을 찾아냈다. 드러난 모든 약점을 활용하려는, 화려한 몸짓에 가려진 섬세한 움직임이 보였다. 그녀에게 살인 기술을 알려준 가르침이 무엇인지 난 알고 있다. 나도 같은 가르침을 받았으니까. 소수에게만 전수된 그 가르침은 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닌 목적으로 이어진 가족을 형성했다.
나는 어두운 뒷골목에서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며 받았지만, 그녀는 태어난 후 자연스럽게 얻은 가르침이었다. 그녀는 우리가 받은 가르침의 원칙을 따랐지만 이내 그 원칙을 깨뜨렸다.
표적이 나타났고, 그녀는 일격을 가하기 전에 적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노출했다. 요란한 살인이었다. 시끄럽고 거만하며 쓸데없이 기운을 낭비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요란한 동작으로 자신의 위치와 갑옷 사이의 약점을 드러냈고 혈통의 원칙을 저버렸다. 윗입술이 씰룩거리는 걸 참으려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나는 돌이다. 이런 나약함에 무릎 꿇는다면 '완전무결의 경지'에서 멀어질 뿐이었다.
이런 패기는 전에도 본 적이 있다. 지하 세계에 살던 유년 시절, 남보다 뛰어나 무리 속에서 눈에 띄던 패기 가득한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들 그 패기 때문에 결국 무리에게 살해됐다.
나는 그림자라는 피난처와 침묵이라는 방패를 배웠으며 그로 인해 목숨을 부지해 왔음을 잊지 않고 있다. 나는 그녀가 이 둘을 모두 버리고 실패의 벼랑으로 달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게 처음은 아닐 것이다. 순간 그날이 떠올랐다.
싸늘했던 숲속, 나는 반짝이는 서리가 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마침내 나타난 그녀는 저 너머에서 사그라들고 있는 전장의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그녀가 저지른 실패만큼이나 짙은 냄새였다. 실패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그날 나는 그녀의 실패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나는 모든 것을 완벽히 계획했다. 조금이라도 완벽하지 않다면 스스로 용납하지 않았다. 땅의 경사, 나무를 타고 부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 그리고 그녀의 자세, 의복, 무기, 걸음걸이까지 모두. 손가락 사이에 들린 작고 깨끗한 칼날에는 불완전함의 결과로 수많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이 모든 게 머릿속에 흘러갔다. 내가 공격하기 전까지.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땅에 내려왔다. 내 칼날은 허공을 가르고 무언가에 닿았다가 다시 허공을 벴다. 짙은 붉은색 꽃이 차가운 공기에 천천히 흩날렸다.
나는 계획한 대로 속도를 실어 그녀에게 돌진한 후 차분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어떤 전리품이 좋을까? 그녀의 칼? 머리카락? 눈?
그녀는 그대로 서 있었다. 왼쪽 눈을 움켜잡고 있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복부에 힘이 들어갔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땀방울이 갈비뼈를 타고 흘렸다. 그녀는 조금 전 공격으로 쓰러져야 했다.
그 '일격'이면 충분했다.
살아 있어서는 안 됐다. 그녀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 말을 듣고도 쓰러지지 않자 나는 한 번 더 말하며 소리 질렀다.
그녀는 칼날을 세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는 싸웠다. 아니, 그녀 혼자 싸웠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붉은 머리와 은빛으로 점멸하는 형상만 겨우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고통과 기술, 분노가 균일하게 그녀가 휘두르는 칼에 추진력을 가했다.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눈에 난 상처는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격노에 냉정하게 대응하며 움직였다. 그녀는 숲의 얼어붙은 바닥 위에서 내 목숨을 세 번이나 앗아갈 수 있었지만, 난 그녀가 감정을 드러낸 틈에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녀는 아무 계획 없이 그저 본능만으로 움직였다. 나는 힘을 아껴 두었다.
나는 그녀의 목숨을 확실히 끝내 버릴 수 있는 허점을 노렸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내 실수를 알지 못할 터였다. 나 말고는 누구도.
나는 허점을 보았지만 그냥 지나쳤다. 공격이 한 번 실패했으니 두 번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쓰러진다면 마땅히 받아들일 것이다. 이제 나는 그녀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녀는 내가 검을 치우자 멈춰 섰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다시 한번 매만졌다. 그녀가 말할 때마다 추위와 분노 때문에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나를 그곳으로 부른 자신의 실수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를 바로 잡겠다고 결심했다. 자신의 실패를 속죄하기 위해.
나는 더 이상 그녀의 앞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 그것은 지나친 위선이었다. 이제 내 임무는 돌아가 심판을 받고 내가 치러야 할 죗값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왔던 길을 떠나 전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 물었다. 자신의 아버지[1]가 보냈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보낸 '칼날의 이름'을 제외하고 그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해 줄 말이 없었다. 내 이름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굽히지 않았다. 나는 지하 세계에서의 삶을 떠올렸다.
과거의 기억을 잊기 전, 피로 물들었던 지난 나날에 나는 탈론이라 불렸다.
그녀는 병사 한 명을 쓰러뜨리고는 저항하는 나머지 병사들을 빠르게 제압했다. 나는 마지막 남은 병사에게 내 모습을 대입해 그가 보지 못한 그녀의 허점을 보려고 했다. 곧 그 병사마저 쓰러지고 말았다.
잠시 동안 그녀는 자신의 솜씨를 감상했다. 그녀가 웃자 왼쪽 눈을 가로지른 옅은 상처가 휘어졌다. 갑자기 웃음이 사라졌다. 날 감지한 것일까? 그녀는 이내 연기처럼 복도에서 사라졌다.
나는 잠시 기다리다 숨을 다시 쉬었다. 몇 시간 동안 긴장되어 있던 근육이 풀렸다. 그녀가 사라진 후에야 나는 칼을 꺼내 들었다.
내 손가락은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이 상처들 하나하나가 도달할 수 없는 완전무결의 경지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었다. 나는 빠르고 숙련된 궤적으로 칼을 빙빙 돌리고 또 돌렸다. 칼날은 깨끗했다. 그날, 칼날을 물들인 피는 말라붙어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나는 그녀의 실패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날을 기다렸다.
그녀의 이름은 '카타리나'였다
[1] 마커스 뒤 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