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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10 17:19:44

추천석

생거진천 사거용인에서 넘어옴
1. 개요2. 내용3. 기타

1. 개요

한국 전설에서 동명이인으로 인해 죽다 살아난 유명한 인물이며 생거진천 사거용인[1]이라는 말의 유래가 된 전설 중 하나다.

추천석이라는 이름이 석으로 끝나 자리 이름이라고 오해받기도 한다.

2. 내용

옛날에 진천 땅과 용인 땅에 똑같이 '추천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있었으며 이름은 물론이고 생년월일과 탄생시각까지도 같았다. 이러니 당연히 사주도 똑같았다.

반면 이들의 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였는데 진천의 추천석은 그냥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마음씨 착한 농부였고 용인의 추천석은 크고 아름다운 부를 축적하면서도 욕심을 부려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를 괘씸히 여긴 염라대왕저승사자들을 시켜 용인의 추천석을 잡아오라 했다.

한데 저승사자들이 진천의 추천석을 찾아가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진천 추천석은 영문도 모른 채 용인 추천석을 대신해서 염라대왕 앞으로 끌려갔다. 진천 추천석을 본 염라대왕은 깜짝 놀라며 서둘러 명부를 확인하고 용인이 아닌 진천이 온 걸 알게 되자 저승사자들을 향해 "내가 분명 용인 추천석을 데려오라 했거늘 진천 추천석을 데려오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노발대발했다. 그리고 용인 추천석을 제대로 데려오고 진천 추천석을 풀어주라고 했다.

진천 추천석은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집으로 돌아가니 자신의 육체는 온데간데없고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한 마디로 이미 가족들이 장사까지 다 지낸 뒤였던 것이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용인 추천석의 몸이라도 빌려야겠다는 생각에 냅다 용인으로 뛰었다.

그렇게 해서 용인 추천석의 집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은 그의 시신 앞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인 추천석의 혼이 저승사자들에게 잡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리하여 진천 추천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용인 추천석의 육체에 빙의하여 일어나니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은 죽다 살아난 용인 추천석의 몸을 보고는 기뻐했다. 이에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린 진천 추천석은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에게 사연을 설명했지만 가족들은 죽다 살아나더니 헛소리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믿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진천 추천석은 용인 추천석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이 밝는대로 진천으로 향했고,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도 이를 수상히 여겨 진천 추천석을 따라가 보았다.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진천 추천석은 아내에게 "여보, 내가 돌아왔소!"하고 기쁜 듯이 소리쳤지만 아내는 믿어 주지 않았다. 갑자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죽은 전 남편이라고 하니 믿어 줄 리가... 그래서 진천 추천석의 아내는 미친 사람이 왔다고 생각하고 마을 사람들을 불렀고 뒤따라 온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은 진천 추천석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천 추천석이 계속 필사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관가로 가기에 이르렀다.

관가에서 원님은 진천 추천석의 사연을 쭉 듣고는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려 부활한 진천 추천석의 말이 맞다고 판단하여 생거진천(生居鎭川)하고 사거용인(死居龍仁)할 것을 판결했다. 그리하여 판결대로 진천 추천석은 본래 가족들과 함께 진천에서 그대로 살다가 세월이 지나 진천 추천석이 용인 추천석의 몸을 버리고 진짜로 세상을 뜨자 용인 추천석의 가족들이 그 시신을 거두어 갔다.

3. 기타

이 전설의 베리에이션 중에 원님이 "이승에서는 육체가 인정되니 지금의 저 추천석은 용인으로 가서 살라"며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베리에이션도 있다. 이 베리에이션 역시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린 진천 추천석이 오히려 새롭고 더 좋은 환경에 적응해서 잘 살았으므로 역시 해피 엔딩인 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서도, 부자가 된 건 좋지만 진천의 가족들이 그리워서 행복하게 살 수 없었다는 슬픈 결말로 흘러가기도 한다. 80년대 방송했던 창극방송 국악한마당에서는 저런 스토리라인을 쓰기도 했다. 김삼윤승운이 그린 옛날옛적 만화에서는 추천석이 두 집에서 1주일씩 번갈아가며 사는 내용으로 나온다.두집살림[2]

KBS <전설의 고향>은 1982년 10월 20일 '청인문 홍인문', 1996년 8월 14일 '내 혼백 남의 육신' 편에서 각각 다루었으며 1990년 설 특집 드라마 <추천석뎐>으로 각색되기도 했다.

특히 <전설의 고향>은 위의 전개를 따라가, 용인에서 살게 된 추천석이 졸지에 과부가 된 진천의 부인에게 자주 돈을 가져다 주었는데 부인은 그 때마다 추천석을 매몰차게 내쫓았다. 결국 추천석이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용인으로 가는 고개를 넘어가자 부인이 뒤를 쫓아와 아기 얼굴이라도 보고 가라고 한다. 하지만 추천석은 미련만 남을 뿐이라며 그냥 용인으로 돌아가버렸다. 결말부에서는 추천석의 수명이 다해 저승사자가 용인 추천석의 몸에서 진천 추천석의 혼을 꺼내 데려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1] 生居鎭川 死居龍仁, 진천은 예로부터 자연재해의 피해가 적고 충북에서 손꼽히는 곡창지대인 진천 평야를 끼고 있어 풍작이 자주 있어서 농민들이 살기 좋고, 용인은 명당이 많아 죽은 사람을 묻기에 좋다는 뜻이다.[2] 윤승운이 그린 만화에서는 복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진천 젊은이가 자다가 돌에 깔려 죽고, 명부를 들춰보던 저승의 판관이 너는 죽을때가 아닌데 왜 왔느냐 묻자 역으로 따져 돌려보내진다. 혼령 상태로 떠돌던 복남이 용인에 다다랐을때 한 부잣집 어린 도령이 죽어 저승으로 떠나자 이때다 하고 그의 육신을 차지한다. 자초지종 끝에 복남은 양가에서 인정을 받고 생전 진천에서 혼례를 갓치렀기에 두집 살림을 열심히 하며 미인 아내 둘과 아이도 씀풍씀풍 낳고 무병장수 하다 죽었다. 그 이후 얘기는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