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실수다. 아니 운명의 장난이다. 어차피 재벌가에서 태어나는 거 직계였으면 얼마나 좋아. 문도는 삼촌 달수의 눈에 들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할 수 있는 건 뭐든 했다. 급성 간부전으로 사경을 헤매는 삼촌을 위해 공여자로 나선 것도 문도였다. 자식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었고, 덕분에 삼촌과는 끈끈한 결속이 생겼다.
비로소 그룹 핵심사업체 차일건설 사장 자리에 올랐을 때의 기분이란.. 아직 부족하다. 자꾸만 삼촌의 자리가 탐이 난다. 누가 봐도 차세계를 위해 준비된 왕좌라는 걸 알지만, 내가 그놈보다 못한 게 뭔데. 저런 애송이한테 왕좌를 빼앗기긴 싫다. 삼촌이 칠십 줄에도 재계를 주름잡는 건 뒤에서 물샐틈없이 경영에 이바지하는 내 덕인 걸 모를 리 없다. 21세기에 언제까지 핏줄 프리미엄, 족벌주의에 매달릴 건가. 이방원이 왜 왕자의 난을 일으켰는지 십분 이해된다. 안 되겠다. 문도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방원처럼 대놓고 칼 빼들지 않고 차근차근 포석을 밟아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