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가 아니다.
1. 이상의 소설
蜘蛛會豕
'지주'는 거미, '시'는 돼지를 뜻하는 말로 뜻을 풀이하면 '거미가 돼지를 만나다' 라는 뜻이다. 참고로 이상은 원래 蜘蛛를 동자인 鼅鼄로 썼었다고 하는데, 어차피 둘 다 똑같은 의미의 글자여서 다를 것은 없다. 이 '거미'라는건 등장인물 전체를 뜻하는 말로, 서로서로 거미처럼 빨아먹고 있다는 소리다.
<날개>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소설이라서인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비슷하다. 주인공은 방 안에 쳐박혀서 아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잉여인간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날개>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날개>에선 아내가 남편이 뻔히 있는데 집에 외간남자를 불러들이고 정신적 불구자나 마찬가지인 주인공을 사실상 사육하는 등 악녀로서 그려졌지만,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제정신인 채 일은 안 하고 아내가 가게에서 여종업원으로 일하며 벌어오는 돈으로 편히 먹고사는 기둥서방으로 그려졌다는 점. 그러나 주인공 시점에서는 아내도 자신도 서로를 얽매고 지치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인공은 아내를 인(人)거미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거미라고 말한다.
소설 마지막에 아내가 가게 주인에게 양돼지라고 욕하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치료비를 받게 되자, 주인공은 '아내가 한 번 더 주인장에게 양돼지라 욕하고 계단에서 밀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상의 소설 아니랄까봐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쓰여졌는데, <날개>보다 그 정도가 심하다. 또한 전혀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는데, 애플북스판 전집에는 띄어쓰기를 한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전문(퍼블릭 도메인이라 인터넷에서 무료로 전문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