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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화 하는 일본


중국화 하는 일본
파일:중국화 하는 일본.jpg
<colbgcolor=#dddddd,#010101><colcolor=#373a3c,#dddddd> 장르 사회, 정치
저자 요나하 준
번역 최종길
출판사 페이퍼로드
발매일 2013년 7월 17일
쪽수 312쪽
1. 개요2. 목차3.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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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아이치현립대 준교수인 사학자 요나하 준이 1000년 전 중국 송대에 구축된 질서를 ‘중국화’로 규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한 일본사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책이다.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근대화’, ‘서양화’, ‘서구화’등의 어휘를 대신하여 ‘중국화’라는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전개를 재묘사하였다.

2. 목차

서론 ‘중국화’라는 새로운 역사관

제1장 끝나버린 역사_송나라와 고대일본
제2장 승리하지 못한 ‘중국화’ 세력_원·명·청나라와 중세일본
제3장 우리들이 좋아하는 에도_전국시대가 만든 도쿠가와 일본(17세기)
제4장 이런 근세는 싫어_자멸하는 도쿠가와 일본(18-19세기)
제5장 개국은 했지만_‘중국화’ 하는 메이지 일본
제6장 우리의 에도는 푸르렀다_‘재에도화’ 하는 쇼와 일본
제7장 근세의 충돌_중국에 패한 제국 일본
제8장 너무 오래 지속된 에도시대_영광과 좌절의 전후 일본
제9장 ‘긴 에도시대’의 종언_혼란과 방황의 헤이세이 일본
제10장 이제야말로 ‘중국화’ 하는 일본_미래의 시나리오
결론 탈post ‘3·11’의 역사관으로

3. 서평

일본이 가장 먼저 동아시아에서 근대화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최근에야 근대화(중국화)하기 시작했다!
『중국화하는 일본』은 ‘중국화’와 ‘에도시대화’라는 두 개념을 뼈대 삼아 동아시아 1천 년의 역사를 대담하게 훑어나가는 책이다. 2011년 여름, 문예춘추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인문서로는 드물게 30만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특히 동경대 구내서점에서는 판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일본의 독서계와 지식인 사회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저자 요나하 준(與那覇潤)은 현재 아이치현립대학 일본문화학부 역사문화학과 준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기존의 시각은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구화(근대화)에 성공해 열강 대열에 올라섰고, 한국과 중국이 자주적 근대화에 실패해 식민지가 됐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저자는 1천 년 전 송나라 시기에 이미 중국이 근대화의 전반인 근세를 성취했다는 참신하고도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동아시아의 일원인 한국 사회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화’란 무엇인가?
『저자 요나하 준은 ‘중국화’와 ‘에도시대화’라는 개념으로 동아시아 1천년 역사를 설명한다. 여기서 ‘중국화’와 ‘에도시대화’는 그저 수사학이 아니라 동아시아 1천년 역사를 일관해 들여다볼 수 있는 개념이다. 요나하 준은 먼저 ‘중국화’라는 말에 대해 오해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센카쿠제도를 시작으로 중국군의 침략이 시작되어 일본이 점령당한다’라든가, ‘화교계 먹튀자본Buy-Out Fund의 적대적 매수로 일본기업이 잠식당한다’라든가, ‘친중국적인 반일 교과서의 역사 서술에 일본의 아이들이 세뇌된다’라든가, ‘귀화나 외국인 참정권을 도구로 삼은 중국인들에게 일본이 점령당한다’라든가……. 이러한 내용을 연상했다면 아쉽게도 다른 책이나 인터넷 사이트로 돌아가라고 정중히 충고한다. ‘중국화’란 인민해방군이나 중국공산당과 무관하며, 지금 세계 모두가 두려워하는 21세기 중국의 부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책에서 말하는 ‘중국화’란 오늘날 당면한 현실처럼 일본과 중국 사이의 힘의 역관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일본사회의 존재방식이 중국사회의 존재방식과 닮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송나라 때 본격화한 중앙집권과 자유시장경제
당나라가 ‘안록산의 난’과 같은 지방 군벌의 반란으로 쇠퇴하고, 이후 5대 10국 같은 국가 분열상태 속에서 멸망한 이후 중국대륙에서는 지속 가능한 집권체제의 설계를 지향했다. 그 결과 찾아낸 답이 송나라에서 시작되는 중국형 ‘근세(초기 근대)’ 혹은 ‘중화문명’이었다. 이때 만들어진 시스템은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당나라에서 송나라로 바뀔 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무엇보다 먼저 신분제의 철폐와 자유시장경제의 확립을 이야기한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과거(科擧)와 군현제(郡縣制)와 왕안석의 청묘법(靑苗法)이다. 과거와 관현제와 청묘법 모두 지역에 기반을 둔 토호나 귀족, 군벌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중의 핵심은 바로 과거제. 종래의 기득권은 인정하지 않고 철저하게 개인의 실력으로만 인재를 발탁하는 시스템이다. 저자는 어떤 면에서는 이 과거제가 현대의 선거보다 낫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외모와 선동으로 인기를 얻는 작금의 선거보다 뒤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군현제는 황제의 명을 받든 관리들이 직접 영토의 구석구석까지 파견을 나가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중앙집권이 시작되고, 국가의 통합성이 제고되었다.청묘법은 화폐 장려 정책이다. 물납을 대신해 화폐가 경제생활 전반에 자리를 잡게 했다. 귀족과 사원을 중심으로 한 중세까지의 장원경제는 이로써 막을 내린다. 농민들이 공간적, 시간적 제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송나라는 천년 전에 이미 이동의 자유, 영업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가 활짝 보장된, 무한경쟁의 사회에 도달했다. 이러한 중국적 근세 사회의 핵심은 ‘기회의 평등’으로 결코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중국화 VS 에도시대화, 기회의 평등 VS 결과의 평등
위와 같은 특징들, 즉 중국사회의 존재방식에 일본사회가 닮아가는 것이 바로 ‘중국화’이다. 그렇다면 ‘중국화’에 대비해서 이야기하는 일본적 근세 사회의 원리, 즉 ‘에도시대화’는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을까. 중국화의 핵심이 기회의 평등이라면 에도시대화의 핵심은 결과의 평등이다. 일본에서는 결국 과거제가 자리를 잡지 못했으며, 고정된 신분제 속에서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었다. 에도시대화의 특징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설명된다. ①권위와 권력의 분리: 역사상의 많은 정권에서 권위자=천황과 정치상의 권력 보유자(예를 들면, 쇼군將軍)는 별도의 인물이며 또한 현재의 정당이나 기업 등에서도 명목상의 최고위자는 대체로 위신상의 명분뿐으로, 실질적인 운영 실권은 조직 내의 복수의 유력자에게 나누어져 있다. ②정치와 도덕의 일체화: 정치란 그 복수의 유력자들 사이의 이권 분배라고 생각하며, 이권 조정 자체가 위정자의 주요한 임무가 되기 때문에 통치체제의 외부에까지 호소하는 고도의 정치이념이나 추상적인 이데올로기의 출현은 있을 수 없다. ③지위의 일관성의 저하: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 이외의 자산(권력이나 부)을 획득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으며, 역으로 그러한 요구를 표명하는 것은 기피된다. 예를 들면, 지식인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전근대(유학자)에서 근현대(제국대학 교수, 이와나미 문화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낮은 편이며, 이것을 (본인들 이외)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다. ④농촌 모델 질서의 정태화: 전근대에는 농업의 세습을 통해 지탱하는 지역사회의 결속력이 극히 높았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규제완화나 자유경쟁에 의한 사회의 유동화를 ‘지방의 피폐疲弊’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⑤인간관계의 공동체화: 어떤 시점에서 동일한 ‘집안’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타 지역에 있는 생가나 친척(중국에서 말하는 혈족)에 대한 귀속의식보다 우선시된다. 가령 어떤 회사(예를 들면 토요타)의 ‘사원’이라는 의식이 다른 회사의 동업자(엔지니어, 디자이너, 세일즈맨……)와의 연결보다도 우선된다.
차이나 스탠더드는 글로벌스탠더드였다
저자는 한때 일본에서 회자되었던 유머를 가지고 와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국가는 어디? 바로, 일본!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에 민감한 일본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로 사회주의국가라는 것이다. 일본사의 고비마다 바로 이 ‘결과의 평등’(에도시대화)에 대해 ‘기회의 평등’(중국화)을 주창하는 세력이 있었고, 이 세력들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심지어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 ‘문명사적 충돌’은 늘 ‘중국화’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이 책 『중국화 하는 일본』은 그 문명사적 충돌의 순간들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12세기, 다이라노 일가와 미나모토 일가의 대립과 항쟁을 ‘중국화’와 ‘반중국화’의 구도에서 파악하며 시작하는 일본사 강의는 최근의 오자와 이치로와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개혁, 그리고 오사카발 하시모토 유신 등에까지 이른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조선 침략과 대동아전쟁, 아시아ㆍ태평양전쟁(저자는 이 전쟁에 대해 일관되게 ‘저 전쟁’이라는, 한편 가치중립적이고 한편 조롱하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기도 하다)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아시아 진출 역사를 ‘에도시대화’의 수출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1천년 전에 발신되었던 글로벌 스탠더드(차이나 스탠더드=‘중국화’)의 요청. 저자는 이제 21세기의 일본이 어찌할 수 없이 그 글로벌 스탠더드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