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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09 19:50:44

좁쌀 한 톨

1. 소개2. 줄거리3. 법률상으로 보면4. 바리에이션과 파생작품

1. 소개

한국전래동화로 한 청년이 물물교환(?)을 통해 마지막에는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

2. 줄거리

한 총각이 좁쌀 한톨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총각이 주막집에 들러 좁쌀 한톨을 주인한테 맡겼는데 주인은 좁쌀 한톨을 방 한구석에 던져놓았는데 쥐가 그것을 먹었다고 하자 총각은 쥐를 잡아 달라고 했다.
쥐를 생포해 가지고 가던 도중에 다른 주막집에 들러서 쥐를 맡겼는데 그 쥐를 고양이가 먹자 고양이를 달라고 하고 다른 주막집에 들러서 고양이를 맡겼는데 고양이가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다. 주인은 총각에게 고양이가 개한테 물려 죽었다고 변명하게 되었고 총각이 그 개를 받았다. 개를 데리고 가다가 또 다른 주막집에 들러서 개를 맡겼는데 말이 개를 걷어차 살해한다. 총각은 개 대신 말을 받아 끌고 또 다른 주막집에 들러서 말을 맡겼는데 황소가 말을 들이받아 죽여 버렸기 때문에 주인에게 황소를 달라고 했다. 총각은 황소를 몰고 주막에 들려 맡겼는데 주막 주인(혹은 주막 주인의 아들)이 정승집에 소를 팔아 버렸다고 했다.[1]

총각은 정승집에 가서 황소를 달라고 했지만 그 소는 이미 잡아 먹었다고 하자 이번엔 그 고기를 먹은 사람을 달라고 했다.[2] 정승은 괘씸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용기를 가상히 여겨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은 딸을 주겠다고 하여 총각은 정승의 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

요약하자면 총각이 갖고 있던 물건의 변화는 좁쌀→쥐→고양이→개→말갑자기 커졌다[3]→황소→정승집 딸이다.

3. 법률상으로 보면

실제로 민법상 주막 주인은 임치물(任置物, 맡긴 물건)의 보관을 해태하여(=게을리하여) 좁쌀 반환 채무를 이행 불능에 이르게 한 책임, 즉 총각에 대한 채무 불이행 책임을 부담하지만, 이행 불능 시 채무 불이행 책임은 금전 배상으로 족하므로 쥐를 잡아 달라는 요구까지 들어 줄 의무는 없고, 좁쌀 가격만큼만 배상하면 된다.

어차피 옛날 이야기일 뿐이므로 쓸데없이 진지해질 필요는 없지만, 민법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상식적으로는 좁쌀 한 톨을 잃어버렸으면 똑같이 좁쌀 한 톨로 물어주는 것이 정상이다. 다만 이 이야기에서 주인이 쩔쩔맸던 이유는 총각이 좁쌀을 맡길 때부터 "귀한 좁쌀"이라고 훼이크를 치면서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평범한 좁쌀에 불과했지만 주인은 그 좁쌀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몰랐기 때문에 총각의 요구를 들어 주었던 것.

참고로 민법상으로는 이와 같은 경우 특별손해의 법리가 적용되어, 채무자가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배상의 책임이 있다. 이 이야기에서는 총각이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주인이 특별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고 보아 특별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쥐를 잡아 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귀한 좁쌀"에 대한 총각의 주관적 가치에 상당한 금전배상을 하면 된다. 그러니 주인으로서는 금전배상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에게 아무 가치 없는 쥐 한 마리를 잡아주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주막은 상법상 공중접객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공중접객업자는 고객이 고가물에 대하여 종류와 가액을 명시하여 임치했다면 그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153조). 다만 이 경우 총각이 "귀한 좁쌀"이라고만 했을 뿐 그 가액을 명시했는지는 불분명하므로 적용하기가 애매하다.

또한 쥐의 주인은 고양이의 주인에게, 고양이 주인은 당나귀 주인에게, 당나귀 주인은 황소주인에게 각각 동물점유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할 수 있으나, 여기서 책임내용은 금전배상일 뿐이다. 이 경우의 법리도 좁쌀의 경우와 같다. 다만 좁쌀과 쥐의 경우와 달리 고양이와 당나귀, 당나귀와 황소 사이에는 가치의 차이가 너무 커서, 주인이 순순히 내어주는 것이 좀 억지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이것도 옛날 이야기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만화가 김삼이 그린 만화에서는 당나귀 주인이 화내면서 고양이값이라면 모를까, 당나귀를 줄 수 없다고 내쫓음에도 총각은 맞아도 맞아도 당나귀를 달라고 계속 항의하고 집 앞에서 난리를 벌여서 치를 떨며 준다는 설정으로 나왔다.

여기서 금전배상만 서술하는 이유는 우리 민법의 기본적인 손해배상에 대한 태도가 금전배상이기 때문. 말 그대로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따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한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고 입증도 어려우므로 손해를 금전으로 환산해 배상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4. 바리에이션과 파생작품



[1] 주막 주인의 아들이 팔아 버렸다는 버전에서는 전후 사정을 모르는 아들이 술값이나 도박 빚으로 팔았다고 나온다. 또는 총각의 소를 원래 팔아야 할 소로 착각해서 실수로 팔아 버렸다고 한다.[2] 정승집에서 소를 먹은 사람이 한둘은 아니니 정승이 이를 언급하자 총각은 그러면 제일 먼저 소를 먹은 사람을 달라고 하는 버전도 있다. 여기서도 소를 제일 먼저 먹은 사람이 정승의 딸이라 결국 총각은 정승의 사위가 된다.[3] 개와 말 사이에 염소가 끼어 있는 경우도 있다.[4] 황소를 얻을 무렵에는 위치가 한양 부근이었으며, 정승댁은 한양 어딘가에 있었다고 한다.[5] 사실 과거시험은 3년에 한 번씩 열기 때문에 그 해 시험에 낙방하고 다음 해 시험에 합격한다는 이야기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그것은 정기시험인 식년시 한정의 이야기로 실제로는 그 사이에 알성시[7]나 별시를 자주 열었던 데다 가끔 경사가 있었을 때[8] 특별시험을 열었기 때문에 비정기 시험을 포함하면 아주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6] 일부 판본에서는 어머니가 조 서 말을 심으라고 했더니, 그걸 한 구덩이에 다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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