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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11-17 11:39:06

전로

1. 개요2. 상세3. 원리4. 역사5. 기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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轉爐, Converter

용광로에서 나온 선철에서 과량의 탄소를 제거하여 강철로 만드는 설비.

전로라는 이름은 전기와 관련된 뜻이 아니고[1] 바꾼다는 뜻의 '바꿀 전()' 전로이다. 즉 선철을 강철로 전환시킨다는 걸 의미한다. 영어명도 converter.

2. 상세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제련하면 산소와 불순물이 제거되어 쇳물이 나오는데 이 쇳물은 제련 과정에서 쓰인 코크스 등으로 인해 탄소성분이 많이 포함된 선철이므로 단단하기는 하지만 충격에 약해 쉽게 깨진다. 이 선철에서 인, 황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탄소 성분을 적절히 줄여야 비로소 강하고 탄력있는 강철(steel)이 된다.

과거에는 철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없었기에 반대로 대장간에서 숯불로 연철괴를 달구어 표면을 침탄시킨 뒤 두드리고 접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강철화했는데, 일주일 동안이나 고온에서 침탄시켜야 했기 때문에 생산량도 적고 원가도 비쌌으며 수작업이다 보니 품질도 일정하지 않았다.[2]

하지만 전로의 등장으로 쇳물에서 탄소와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게 되니 강철을 대량으로 값싸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 전로의 발명은 차량이나 선박, 교량, 고층 건물과 기계 공구 등 강철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오늘날의 현대 문명이 가능하게 한 결정적 발명 중에 하나로 꼽힌다.

3.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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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세머 전로의 얼개.
전로는 쇳물인 용선 안으로 공기산소를 불어넣어 용선 안의 탄소가 이산화 탄소일산화 탄소 가스 상태로 배출되게끔 한다.

전로를 기울여 상부로 용선을 투입한 후, 전로 하부의 풍구로 공기를 주입하면 탄소가 불타서 나오므로 철의 탄소함량이 줄어들도록 되어 있다. 전 과정은 잘 조직된 공장의 경우 20~30분 가량으로 끝난다.

4. 역사

공업적으로 전로법을 개발한 것은 헨리 벳세머(Henry Bessemer)이다. 1855년 벳세머 전로의 등장 이전에는 강철을 생산하기 위해 점토로 쌓은 고로인 블루머리에서 직접환원법으로 얻은 순철에 가까운 철괴를 탄소덩어리인 숯과 함께 달궈 탄소를 서서히 침투시키는 침탄과정을 거쳐 탄소함량을 높여야 했으므로, 최소 며칠에서 몇주간 철을 고온으로 달구어 두어야 했다.[3][4] 이에 따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생산량도 적고 엄청난 연료가 소비되었으므로 강철은 매우 비쌀 수밖에 없었다. 원료도 불순물이 적은 스웨덴산 철광석을 써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았다. 즉 전로 이전에는 강철은 비싸고 대량생산이 안되어 용도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벳세머 전로의 등장으로 생산성이 높은 용광로에서 얻은 선철을 빠른 속도로 강철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강철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원가가 종래방식의 1/7 밖에 들지않고 짧은 시간에 수십 톤씩 처리할 수 있어 강철의 가격도 급격히 하락하고 생산량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철교나 철도 빌딩 선박 등 많은 대중적 용도에 강철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카네기 같은 철강재벌이 경제를 지배할 수 있었다. 강철의 대량 생산을 통해 19세기 후반의 2차 산업혁명을 지탱할 수 있었다는 점이 벳세머 전로의 역사적 의의라고 하겠다. 한마디로 현대 강철시대를 연 산업적, 경제적,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발명이다.

그러나 벳세머 전로는 산성 슬래그를 사용하므로 철 안에 포함된 중요 불순물 가운데 산성인 유황을 제거하지 못했던 탓에 고품위의 강철을 얻는데는 부적합하였다. 또한 용철 안에 공기를 불어넣음에 따라 필연적으로 강철에 질소가 녹아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벳세머 전로는 비교적 저품위의 강철을 대량생산하는 데 사용되었고, 이후 영국의 시드니 길크라이스트 토마스에 의해 염기성 슬래그와 염기성 돌로마이트 내화물을 사용하는 토마스 전로가 개발되어 유황과 인은 전로에서 제거가 가능해졌다.

위와 같은 이유로 벳세머 전로의 개발 이후에도 고품위의 강철은 여전히 블루머리-침탄에 의해 생산되었으며, 후일 지멘스-마르땡 평로(平爐, Open Hearth Furnace)가 이를 이어받게 된다. 평로 방식은 제강 속도는 비교적 느리지만[5] 느린 속도 때문에 오히려 품질을 조절하기 쉬웠으므로 고품질의 철강의 생산에 많이 이용되었다.

19세기에는 강철 제조의 대부분은 베세머 전로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19세기 말 부터 평로 방식으로 대체되며 1910년에는 1/3 이하로 떨어지고 1930년대에는 거의 사라진다. 1910년대 부터 1960년대 까지는 평로 방식이 제강법의 주류를 이루었다.

20세기에 들어서 공기를 냉각시켜 액화 순산소를 값싸게 제조하는 방법이 개발되었으나, 이를 벳세머식 저취전로에 사용할 경우 반응이 지나치게 강하여 조업 제어능력이 떨어졌다. 순산소를 사용하는 제강법은 1952년 오스트리아 Voestalpine社가 전로의 상부에서 랜스를 통해 순산소를 초음속으로 용강면에 분사하는 상취전로법(린츠-도나비츠 전로법, 줄여서 LD전로법)을 실용화하고서야 보편화되었다.

LD 전로를 필두로 한 순산소를 사용하는 전로제강법은 일반적으로 염기성 산소 제강법(basic oxygen steelmaking)이라고 일컬어지며[6] 기존 전로제강법의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하였으므로 1970년대부터 전로제강법은 평로를 거의 완전히 대체하고 제강법의 주류로서 현재에 이른다. 평로제강법은 우크라이나 등 극히 일부에서만 남아있고 현재 세계적으로는 대부분 염기성 산소 제강방식으로 강철을 만들고 있다.[7] 현대의 전로는 순산소 상취전로법이 가진 교반력 저하의 문제로 하부 풍구를 통해서도 불활성 기체를 불어넣는 복합취련식 전로로 발전되어 있다.

염기산소 전로 방식 외에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전기아크로(electric arc furnace) 방식도 철강의 품질 조절이 쉬워 고급 철강 생산에 널리 쓰이고 있다. 2020년대 현재는 염기성 산소 제강법이 70%, 전기아크 제강이 30% 정도이지만 점차 전기아크로 방식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90%가 염기산소제강법을 쓰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반반 정도이다.

근래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이 적은 수소를 이용하는 새로운 제철방식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전로의 목적이 제철과정에서 용선에 포함된 탄소를 제거하는 것인 만큼, 탄소를 사용하지 않는 제철법의 경우 원리상으로는 전로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즉 탈탄소화 제철법에서는 용선이 탈황/탈린 등 불순물 제거 처리만을 거친 후 전로 공정 없이 바로 성분조정 및 연속주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5. 기타



[1] 전기로라고 불리는 전기의 열을 이용하는 다른 설비가 있다.[2] 그래서 철광석과 목재와 숯이 모두 풍부하고 기술도 뛰어난 데다 높은 생산비를 벌어올 수 있는 거대 구리 광산까지 보유한 스웨덴 제국이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3] 고온에서도 탄소가 철 내부로 침투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4] 중국 한대에 개발된 초강법은 근대의 벳세머 전로와 유사하게 선철(통상 4wt% 이상의 탄소를 함유)을 녹인 용선에 공기를 불어넣고 금속산화물 등 탈탄제를 넣어 탄소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강철을 생산한다. 한대의 《회남자》, 명대의 《천공개물》에 초강법의 탈탄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고고학적으로도 매우 일찍 등장하는데 관련 논문에 따르면 한성 백제 시절 중국에서 도입된 게 확인된다. 덕분에 중국은 17세기까지 세계 최고 품질의 철을 생산하는 국가였다. 다만 초강법은 결국 탄소함량을 낮추는 과정에서 철의 융점이 상승하여 용강이 아닌 고체 상태의 덩어리 철을 얻게 되므로, 용선에서 바로 용강을 생산할 수 있는 벳세머 전로의 전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초강법은 오히려 18세기 영국에서 개발된 puddling법과 유사성이 크다.[5] 전로의 탈탄과정은 짧으면 1heat를 20분대에 처리할 수 있지만, 평로제강은 몇시간씩 걸린다.[6] 용철의 불순물 제거를 위해 염기성 슬래그를 사용하고, 이를 위해 돌로마이트 등의 염기성 내화물을 노체에 사용하므로 염기성 산소 제강법이라고 일컬어진다.[7] 2차대전기 세계를 주름잡던 미국 제철산업이 일본 등 신흥국에 밀려난 것은 산소전로법과 같은 신기술의 발전에 느리게 대응하여 가격경쟁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산소전로법을 가장 먼저 도입하여 실용화한 국가인 반면, 미국의 경우 1980년대까지 평로 설비가 남아있었다.[8] 전로 입구로 슬래그가 흘러내림[9] 전로 내부에서 소규모 폭발로 녹은 쇳물이나 슬래그가 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