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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17 15:16:17

작은종에 의한 화려한 대환상곡

1. 개요2. 들어보기3. 평가4. 난이도5. 이후

1. 개요

Grande fantaisie de bravoure sur La clochette (S.420)

프란츠 리스트가 1832년 작곡한 피아노곡.
파가니니의 악마적 기교를 보고 감명받은 리스트가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기로 다짐하고 처음 작곡한 작품이다.

1831년 3월 9일, 파가니니는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선 연주회를 연다. 이 연주회는 당대 유명 작곡가부터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문학가 등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쳤다. 하지만 이때는 리스트가 제네바에 있었기 때문에 연주를 볼 수 없었다. 그로부터 1년 뒤 4월에 파가니니는 다시 파리를 찾았다.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접한 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의 친구이자 제자인 Pierre Wolff에게 당시 보낸 편지를 보면 얼마나 감명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2주 동안 내 마음과 손가락은 마치 길 잃은 영혼처럼 움직이고 있다네. 호메로스, 성서, 플라톤, 로크, 바이런, 위고, 라마르틴, 샤토브리앙, 베토벤, 바흐, 훔멜, 모차르트, 베버가 모두 내 곁에 있다네. 나는 이들을 공부하고, 이들에 대해 명상하며, 분노로 그들을 집어삼킨다네. 그뿐만 아니라 나는 하루에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를 손가락 연습(3도, 6도, 옥타브, 트레몰로, 연타, 카덴차 등)에 쓰고 있다네. 아! 만약 내가 미치지 않는다면 자네는 내 안에서 예술가를 찾을 수 있을 걸세! 그래, 예술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지.
"그리고 나 역시도 화가이다!" 미켈란젤로는 처음으로 걸작을 눈앞에 두고 울부짖었지. 자네의 친구는, 비록 하찮고 형편없지만, 파가니니의 마지막 연주가 끝난 이후로 저 말을 반복하는 걸 멈출 수 없었네. 아르네, 대단한 남자, 대단한 바이올린, 대단한 예술가! 천국이여! 네 현 위의 저 고통, 아픔, 괴로움 들이여! 그의 표현, 프레이징 방식, 그건 바로 그의 영혼이네!
1832년 5월 2일, 파리에서'

편지에 나와있듯 파가니니의 연주를 보고 리스트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테크닉을 연마하기 시작한다. 이 테크닉들을 볼 수 있는 곡이 바로 이 <파가니니 종에 의한 화려한 대 환상곡>이다. 이 곡은 1834년에 출판되었지만 바이마르에 있는 자필본의 날짜에 따르면 1832년 7월 12일에 완성되었을 것이다. 이 곡은 Herminie Vial에게 헌정되었는데 이 사람은 리스트와 같이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멘델스존 무언가에 의한 환상곡을 같이 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2. 들어보기

피아니스트 Ivan Linn의 연주

피아니스트 김민규의 연주

피아니스트 존 오그돈의 연주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조금 길고 느린 서주를 지나고 주 멜로디가 나오는데, 바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라 캄파넬라이다. 이 곡은 '라 캄파넬라' 선율을 최초로 사용한 작품이며, 이후 '베네치아의 카니발'과 섞인 곡(S. 700i)도 리스트 사후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사실이지만 사실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S.141) 3번 '라 캄파넬라'는 이 곡이나 2번째 버전인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S. 140, No. 3)"[1]에 비해 쉬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 캄파넬라는 어려운 곡으로 소문이 나 있다. 지금의 라 캄파넬라와 달리 위에 상술된 주제 이후 자유로운 변주가 나오고 화려한 피날레로 곡이 마무리된다.

3. 평가

중간중간 라 캄파넬라의 멜로디가 반갑고, 그에 관한 어려운 기교들을 나열해놓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리스트가 어떤 연습을 해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1순위로 삼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런 곡이 탄생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파가니니의 연주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리스트의 음악적 흥분 상태와 당시 리스트의 기교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곡의 수많은 도약과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속도, 트레몰로, 연타, 옥타브, 3도, 6도, 보기 드문 화음, 4-5화음, 반음계, 양손 교차, 글리산도가 아니지만 글리산도 속도를 요구하는 불가능한 스케일 등은 이 곡의 테크닉적 난이도가 말도 안 되게 어렵게 만들며, 그러기 때문에 기교적이기만 하고 음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지경에 이른다.

4. 난이도

이 세상에 웬만한 난곡은 다 저리가라 할정도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 곡이 매우 길고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딱히 말하기는 힘드니 들어보자.... 그냥 사람은 치지 못하게 구성되어 있다 보면 된다. 그렇게 어렵다는 3도가 막 나오고, 글라산도를 매우 빠르게 양손으로 쳐야 하는 등 악보만 봐도 끔찍한 부분이 매우 많다.

5. 이후

리스트는 이 곡을 시작으로 약 20년 간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훨씬 더 거세져 이렇게 기교로 가득한 곡을 작곡하게 되었고, 그 중 한국에서 비교적 유명한 것들을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다.
맨 처음에 언급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S. 140)"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Op. 1) 중 여러 곡을 선별하거나(3번 제외 나머지),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들을 사용하여(3번) 파가니니의 테크닉을 그대로 피아노에 옮겨놓겠다는 일념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 곡에 대한 일화가 있는데, 이 곡은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되었고 로베르트 슈만의 파가니니 연습곡(제1권, Op. 3)의 6번을 자신의 연습곡 1번의 Ossia로 차용했다. 리스트는 존경의 의미로 넣었지만 클라라 슈만은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1848년 리스트가 바이마르에 정착하게 되면서 기교뿐만 아니라 음악성 또한 겸비한 대곡들을 쓰게 되며 작곡 스타일이 전에 비해 달라지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1838년 연습곡집들도 1851년에 각각 초절기교 연습곡(S. 139),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S. 141)으로 최종 개정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1] 전반부는 라 캄파넬라 선율이 등장하지만 후반부에는 돌연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3악장의 선율을 활용한 패시지로 가득차 있으며 이후에는 이 둘을 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