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lla
1. 개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등장인물이며,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의 첫번째 아내. 작가의 오리지널 캐릭터이다.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둘째 딸이며,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아내 율리아의 동생이다. 자녀는 코르넬리아 술라,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2세 둘을 낳았다.
2. 작중 행적
로마의 유서 깊은 파트리키 가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났다.당시 카이사르 집안은 귀족 가문이라는 구색만 겨우 갖추고 있을 정도로 가난했고, 아이를 넷씩이나 낳을 여유가 없었기에 율릴라는 그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반갑지 않은 아이였다. 때문에 율릴라가 태어났을 때 가족들은 율릴라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주고 싶어 했다.
율릴라는 아주 사랑스럽고 귀여운 철부지로 자라났는데, 아버지인 카이사르는 그녀를 "나비 아가씨" 라고 불렀고 집안의 기쁨으로 생각했다. 율리우스 가문은 베누스 여신의 후손으로 여겨졌으며, 이 가문의 여자들은 남자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져 내려왔다. 율릴라는 그 말대로 아주 사랑스럽고 유쾌한 소녀였지만, 동시에 철이 없고 씀씀이가 헤펐다. 공부를 좋아했던 언니 율리아와는 극과 극의 성격을 지녔으며, 가족회의도 공부도 지겨워했다.
율릴라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아버지인 카이사르는 가족들을 전부 불러모아놓고 각자 한 가지씩 누릴 사치를 골라보라고 했다. (덕질 한 가지씩을 골라 그것만 하라고 한 셈이다) 그때 장남인 섹스투스는 천식 때문에 유황 냄새를 맡으러 가고 싶다고 했고, 차남 가이우스는 자신이 원하는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으며, 장녀인 율리아는 판니우스 도서관의 회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막내인 율릴라는 과자와 옷을 골랐는데, 이 장면에서 그녀와 다른 형제자매들이 겪을 앞으로의 운명이 확연히 드러난 셈이다.[스포일러]
율릴라는 옆집에 살던 잘생긴 청년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를 짝사랑하게 되었으나, 그녀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파트리키 귀족 대부분은 술라를 백안시했다. 술라는 파트리키 출신이었으나 그의 집안은 완전히 몰락했고 술라 본인은 새어머니와 정부의 기둥서방이 되어 얹혀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라도 율릴라를 훔쳐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가장 완벽한 귀족 숙녀의 표본이라고 생각했지만 감히 자신이 율릴라를 넘볼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서로 애만 태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1월의 어느 날, 율릴라는 언덕에 앉아 자기 처지에 괴로워하던 술라를 보게 되고 그를 위로해주었다. 그녀는 그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들어주는 화관을 만들어주려 하지만 계절 탓에 주변에는 꽃이 없었고 그녀는 일단 바위 밑에 돋아난 풀잎을 뽑아 풀잎관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풀잎관은 로마 최고의 군사 훈장으로, 부대를 위기에서 구해낸 장군에게 씌워주는 관이었다. 술라는 몰락귀족인데다 기둥서방이기까지 한 자신에게 그것을 씌워주려는 율릴라를 보고 깜짝 놀라 거절하지만 율릴라는 기어코 그에게 그것을 씌워주고 만다. 술라는 이때 베누스 여신의 후손인 율릴라가 자신에게 미래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며, 그때까지 내일 없이 살던 그는 자신의 인생을 뒤바꾸게 된다.
하지만 이때의 만남은 율릴라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때 술라는 율릴라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게 하려고 "통통한 강아지 같다" 느니, "아직 어리다" 느니 하며 놀렸고, 충격을 받은 율릴라는 이제부터 과자를 끊고 다이어트를 했다.
그런 뒤 인생을 바꾸기 위한 여행을 다녀온 술라와, 살이 빠진 율릴라는 다시 마주치는데 술라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다. 그러나 그는 그 아름다움 앞에서 자신이 하찮아지는 것을 느꼈고 도리어 율릴라를 모욕해 버렸다. 율릴라는 그것에 크게 충격을 받아 살을 더 빼야겠다고 생각했으며(...) 이것은 술라와 결혼하기 위한 단식투쟁으로 이어진다.
율릴라의 행동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술라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써보내는 것이었다. 이때 율릴라가 보낸 편지의 내용은 참으로...... 걸작이다.
사랑해요. 당신에겐 이 말을 아무리 여러 번 해도 절대 지겹지 않을 거예요. 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오직 편지뿐이라면 기꺼이 편지를 쓰겠어요. 수십 통, 수백 통. 그렇게 몇 년이 쌓이면 수천 통이 되겠죠. 난 당신이 내 편지에 질식하고 익사하고 압사하게 만들 거예요. 편지야말로 가장 로마인다운 방식이잖아요? 우리 모두가 편지를 쓰면서 살아가듯이 나도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일로 살아갈 거에요. 내 심장과 영혼이 갈구하는 양식을 당신이 나한테 주지 않는데, 음식이 다 무슨 의미가 있죠? 동정심이라고는 없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내 사랑! 당신은 왜 나에게 오지 않나요? 우리 두 집 사이의 담을 허물고 내 방에 숨어들어 나한테 키스하고, 키스하고, 또 키스해줘요! 당신은 그러지 않을 거죠.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끔찍한 침대에 힘없이 누운 채로, 나한테 오지 않을 거라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요. 당신은 왜 내게 이토록 무심하고 냉정하게 대하죠? 분명 당신은 그 희디흰 피부 속에 나를 닮은 아주 작은 인형을 간직하고 있을 거에요. 내 정수는 당신의 소유가 된 거죠. 그러는 동안 옆집에 사는 가짜 율릴라는 끔찍한 침대 속에서 피가 다 빠져나가 몸이 말라비틀어진 채 그늘진 얼굴로 서서히 의식이 희미해져가겠죠.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이 세상에는 당신의 희디흰 피부 속에 자리한 아주 작은 인형만 남을 거예요. 와서 날 봐요.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봐요! 내게 키스하고, 키스하고, 또 키스해줘요. 당신을 사랑해요.[2]
술라는 율릴라에게 오는 편지를 받아 몰래 쌓아두면서 마찬가지로 끙끙 앓고 있었다.
율릴라의 또다른 방식은 음식을 끊는 것이었다. 술라를 경멸하는 부모에게서 그와의 결혼을 허락받을 심산과 술라에게 죄책감을 안겨줄 생각(...)이었다.
귀한 딸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음식을 거부하고 폐인처럼 지내니 가족들은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가족들은 율릴라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이지만 그녀는 전부 토해버렸고, 근심하던 가족들은 술라의 새어머니 클리툼나에게서 율릴라가 먹을 만한 음식의 레시피를 전해듣는다.
1. 우유를 구해 잔에 붓는다. [3] 2. 그 안에 계란 한 알을 깨넣는다. 3. 꿀 세 숟가락을 넣는다. 4. 거품이 생길 때까지 잘 젓고 마지막으로 진한 포도주를 반 잔 붓는다.[4] |
이 음료를 마시고 율릴라는 아사 직전에서 간신히 벗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그렇게 2년간을 사는 동안 해골처럼 변해버렸고, 율릴라의 집에 방문한 술라는 너무나 충격을 받아 순간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술라의 반응 때문에 율릴라의 사랑은 그녀의 부모에게 들켜버렸고,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경멸하게 되었으며 아버지인 카이사르는 딸의 이기적인 사랑을 비난했다.
"사랑?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그 감정에 대해 네가 무엇을 아느냐, 율릴라? 네가 저지른 그 천박한 흉내로 감히 '사랑' 이라는 말을 더럽히느냐?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사랑이냐? 사랑하는 사람이 원치도 않고 청하지도 않은 관계를 강요하는 것이 사랑이냐? 그런 것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느냐, 율릴라?"[5]
그리고 카이사르는 술라의 집으로 가서 사과한 뒤 율릴라가 쓴 편지를 받아와[6] 율릴라의 손으로 태우게 했다. 이 이후 율릴라의 가족 내 입지는 아주 좁아졌다.
술라는 새어머니의 죽음 이후 원로원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의 유산을 물려받았고, 율릴라에게 청혼해 그녀와 결혼했다. 그러나 꿀처럼 달콤한 신혼이 다 끝나기도 전 둘은 여러 문제로 마찰을 빚게 되었다. 술라는 비천했던 과거와 손을 끊고 율릴라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우아하고 품위 있는 삶에 들어가기 어려워했으며, 자유분방하게 살고 싶어하는 율릴라는 가부장적인 술라와 잘 맞지 않았다.
거기다 율릴라는 남편에게 점점 더 집착하게 되었고 함께 포도주를 마시다가 나중에는 포도주에 의존하게 된다. 율릴라가 큰딸 코르넬리아 술라를 낳은 후 술라는 전쟁터로 떠났고, 돌아온 뒤로는 그녀의 집착에 아주 질려 버리고 말았다. 율릴라는 아들 술라 2세도 낳았으나 아이들조차 돌보지 않았고, 술라가 장모인 마르티아를 데려오자 자기 어머니인 그녀와도 소리높여 싸워댔다. 술라는 이 집에 점점 염증을 느꼈고 율릴라와의 사이도 나빠졌다. 술라는 율릴라에게 "왜 16살 이후로 자라지 않느냐" 고 답답해하고, 율릴라는 "나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고 호소하기도 했다.
율릴라의 알코올 의존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그녀는 하루의 대부분을 취해서 보냈다. 예전의 아름다움은 거의 사라진 채였다.
그러다 율릴라는 남편인 술라가 한 미청년과 관계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제야 술라가 양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술라가 아내인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사랑을 잃은 율릴라는 술라의 칼로 자살했고 이십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3. 캐릭터 탄생 비화
율릴라라는 캐릭터의 탄생은 플루타르코스가 "술라의 첫번째 아내는 율리아였다" 고 말한 데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술라의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마리우스의 아내 역시 "율리아" 였고, 작가는 이를 보고 마리우스가 술라를 깊이 기용하여 오랫동안 동료로 함께했다는 점에서 두 율리아 사이의 교차점이 있지 않을까 상상력을 펼쳐 두 율리아를 자매로 엮어주었다.그러나 술라의 아내 율리아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딸이 아니라 다른 율리우스 가문의 여성이라는 설이 역시 존재한다. 참조 참조 2
즉, 이 캐릭터는 실존 인물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나 작가가 창조해낸 오리지널 캐릭터에 가깝다.
4. 기타
율릴라는 죽은 이후 술라의 삶에 거의 트라우마처럼 남았으며, 술라는 그녀를 악몽처럼 여기거나 그녀가 내려준 풀잎관을 단순한 우연이 아닐까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자신이 사랑한 남자의 삶을 엄청나게 바꾸어놓은 것만은 확실한 듯.율릴라는 자유로운 여성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빛낼 수 있었다. "임신하는 것이 여성의 의무" 라고 말하는 언니 율리아에게 "왜 여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할 수 없느냐" 고 묻는 대목은 그녀와 언니의 삶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 하지만 그녀는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그녀가 다이어트를 했던 이유도 본인의 의지로 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였던 술라의 폭언 때문이었다. 자유로운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술라에게서 자유롭지 않고 그에게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었으며, 그 순간부터 그녀는 성장하지 못했다.
[스포일러] 섹스투스는 천식 때문에 죽고, 가이우스는 원하는 여성인 아우렐리아와 결혼해 우리가 아는 그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낳으며, 학구적인 율리아는 현모양처가 되고, 철부지였던 율릴라는 알코올에 의존하다가 결국 자살하고 만다.[2] 로마의 일인자 1권 304쪽 (교유서가판)[3] 고대 로마에서는 우유가 귀했던 것으로 보인다.[4] 포도주를 먼저 부으면 거품이 잘 안 생기고, 유리잔에 담으면 진분홍색 위에 노란색 거품이 떠 있는 것이 보여서 예쁘다고 한다.[5] 로마의 일인자 343쪽 (교유서가판)[6] 술라는 좀처럼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으나 카이사르가 가장의 권한을 이용해 강탈빼앗아왔다.